로봇과 공생하는 삶,

우리는 준비되었는가?

글.신지선 자유기고가 사진제공.엑사로보틱스

‘아이언맨’, ‘바이센테니얼맨’, ‘클라라와 태양’ 등 우리는 이미 몇몇 소설이나 영화에서 로봇과 공생하는 삶을 엿보았다. 기술의 발전은 매일 로봇 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있고 머지않은 미래, 로봇과 함께 사는 삶이 올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요즘에는 로봇과의 공생이 더욱 빨라질 것 같은 예감도 든다. 그러나 그 단계에 이르기까지 먼저 풀어야 할 숙제들이 있다. 제도나 법령, 철학?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호에서 다루고 싶은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다. 바로 로봇을 편안하게 작동시킬 수 있는 공간 설계, 자율주행과 클라우드 기반의 인프라 같은 것이다.

눈앞으로 다가온 로봇의 시대

눈을 뜨면 부드러운 음악이 켜진다. 차르르 자동으로 커튼이 열리고 온습도 조절장치가 공기의 상태를 점검한다. “클라라~”라고 이름을 부르면 약간의 기계음과 함께 로봇 비서, 클라라가 껴입을 로브 가운과 커피, 신문을 들고 침대 머리맡으로 다가온다. 영화에서 수도 없이 보며 익숙해진 장면. 이처럼 이미지로만 상상해 보자면 로봇은 이미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존재다. 기술은 이미 많은 진보를 보여서 영화가 아니라 실제로도 이런 생활을 할 날이 멀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보자. 과연 그 삶이 가능할까? 지금 살고 있는 이 집, 이 건물에서? 갑자기 생각이 달라진다. 현재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공간은 로봇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바퀴가 달린 로봇들은 문턱과 복잡한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다. 가까운 예로 로봇청소기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널찍한 공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조금만 복잡한 곳으로 들어가면 에러가 나기 십상이다.

네이버 1784는 ‘세계 최초의 로봇친화형 빌딩’이라는 설명을 붙이고 특허 출원을 한 건물이다. 네이버에서는 이 건물에서 로봇의 자율주행과 IoT 기술서비스 등을 실험하며 인간과 인간의 공생을넘어 인간과 로봇이 공생하는 시대를열겠다는 포부를 표방하고 있다.

로봇이 좋아할 만한 공간은?

로봇과 공생하기 위해서는 건물 설계에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할까? 아주 간단한 예시로, 최근 로봇 계산과 서빙을 시작한 음식점을 떠올려보자. 음식점에 들어서면 키오스크가 고객들을 반긴다. 키오스크에서 주문된 음식은 바로 주방의 사람에게 전송되고 주문에 맞춰 음식이 나올 수 있도록 소통하는 시스템이 작동한다. 공간은? 널찍널찍, 로봇 점원이 서빙하기 쉽도록 배치되어 있고 모든 턱은 없애 평평하게 만들어 두었을 것이다.
요즘 이런 로봇 친화형 건물 설계는 음식점뿐 아니라 주거공간 최근에는 기업 사옥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함께 가보고 싶은 곳은 얼마 전 제2신사옥을 지은 네이버다. 네이버 1784는 ‘세계 최초의 로봇친화형 빌딩‘이라는 설명을 붙이고 특허 출원을 한 건물이다. 네이버에서는 이 건물에서 로봇의 자율주행과 IoT 기술 서비스 등을 실험하며 인간과 인간의 공생을 넘어 인간과 로봇이 공생하는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표방하고 있다. 그렇다면 건물의 내부는 어떻게 설계되어 있을까?
아직 입주를 마치지 않은 네이버 신사옥은 들어서자마자 넓은 공간감으로 놀라게 한다. 널찍널찍, 네모 반듯반듯한 공간에 턱이 없어 걸리는 것이 없다. 바로 이 길이 로봇과 사람이 다니는 길이다. 길에는 주황색 표지판들이 있어 로봇과 사람들을 유도한다. 이런 길은 한 층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로봇은 각 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부를 수 있다. 로봇도 인간처럼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른 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로봇은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인 로보포트를 타야만 한다. 널찍한 길과 유도 시스템, 엘리베이터 덕분에 로봇은 건물에서 닿지 못할 곳이 없다. 모든 로봇들은 클라우드와 연결되어 소통하고 움직이는 자율주행 플랫폼을 탑재했다. 이런 몇 가지 기술만으로 로봇은 이동과 배달, 간단한 심부름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엑사로보틱스가 제시한 로봇친화형 주거공간

네이버 1784가 워크 스페이스의 로봇 친화를 보여주었다면 엑사로보틱스는 한발 더 나아가 로봇을 주거로 초대했다. 엑사로보틱스는 실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기능을 담은 고성능 로봇 코리 20개를 선보임과 동시에 수원 스마트 빌딩 시스템 홍보관을 통해 로봇친화형 미래 공간을 제시하고 있는 기업이다. 300평 규모로 구축된 공간에서는 인공지능, IoT, 관제시스템 등을 적용한 로봇을 통해 생활 전반을 서비스 받는 미래 주거상을 직접 만날 수 있다. 주거시설, 숙박시설, 요양원, 카페, 편의점, 식당 등이 연출된 공간에서는 로봇이 인간과 공생하며 살아간다.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범위도 실로 다양해서 택배, 서빙, 요리, 커피, 세탁, 쓰레기처리, 방역소독, 헬스케어까지 모두 아우른다.
엑사로보틱스가 이런 공간을 실제로 구현해 눈앞으로 데려다 놓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부동산 개발업을 하다가 로봇을 이용한 스마트빌딩을 만들어보고 싶어 엑사로보틱스를 설립했다는 이정근 대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자.
“최근 3~5년 사이에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최고급 하이엔드 아파트나 오피스텔이 들어서고 있어요. 이곳에서는 실내 골프연습장을 비롯하여 최고급 커뮤니티 시설에 대한 서비스뿐 아니라 조식, 발레파킹, 청소, 세탁 등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까지 도입이 되고 있죠. 월 관리비만 수백만 원에 달해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로봇을 접하게 되었어요. 로봇이 도입되면 일반인들도 누구나 저렴한 가격으로 이런 서비스들을 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뿐인가요? 로봇과 공생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고 효율도 높일 수 있겠더라고요. 실제로 이런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그리고 이런 생활이 가능한 공간은 이렇게 생겼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홍보관에 들어가 보면 순식간에 시간 여행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모든 것이 영화에서 본 그대로, 미래형이다. 먼저 스마트빌딩은 비접촉 안면인식, 정맥인식을 통해 입·출입이 자유롭다. 문을 열지도 않았는데 거주자와 로봇 앞에서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거주자 인식 엘리베이터를 통해 자동으로 거주 공간으로 안내되기 때문에 타인과의 접촉도 최소화할 수 있다.
모든 공간은 널찍하고 턱이 없다. 로봇의 동선을 최대한으로 배려한 공간이다. 이렇게 로봇이 자유자재로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에서는 집안일도 대폭 줄어든다. 주거공간에 첨단 IoT 시스템을 구축해 음성이나 스마트폰 앱으로 모든 집안의 가전기기를 통제할 수 있고 ‘살균소독 로봇’과 ‘대형청소 로봇’이 상시로 돌아다니며 쾌적하게 공간을 청소한다. 택배, 쓰레기수거도 로봇이 한다. 커피나 음식 준비도 로봇의 몫이다. 엑사로보틱스의 음식 로봇에는 수많은 음식 레시피가 탑재되어 있어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음식을 바로 제공받을 수 있다. 이것은 식비 절감 효과도 커서 최대 50~70%까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스마트한 주거 환경 내에서 생활하면 식비며, 관리비며, 에너지 비용을 기대 이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엑사로보틱스는 최첨단 스마트 빌딩 솔루션 공급을 통해 삶의 편리함, 가사 노동 시간의 단축, 비용 절감 및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 예방에 적극 앞장서겠다는 생각이다. 1인 가구가 늘어가고 초고령화 사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로봇과 함께 그려갈 미래 주거공간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최근 3~5년 사이에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최고급 하이엔드 아파트나 오피스텔이 들어서고 있어요. 이곳에서는 실내 골프연습장을 비롯하여 최고급 커뮤니티 시설에 대한 서비스뿐 아니라 조식, 발레파킹, 청소, 세탁 등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까지 도입이 되고 있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로봇을 접하게 되었어요. 로봇이 도입되면 일반인들도 누구나 저렴한 가격으로 이런 서비스들을 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제로 이런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그리고 이런 생활이 가능한 공간은 이렇게 생겼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 이정근, 엑사로보틱스 대표

공간 설계의 스마트한 패러다임

네이버와 엑사로보틱스는 아직 현실에 도래하지 않은 로봇과 공생하는 공간을 형상화하여 보여주는 기업들이다. 그들은 스스로가 테스트 베드가 되어 더 나은 미래 주거공간을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바처럼 로봇은 머지않은 미래, 우리의 삶 깊숙이 비집고 들어올 것이다. 이미 정해진 방향이 그렇다면 우리는 미리 준비해야 한다. 끊임없이 로봇친화형 라이프 스타일을 상상하고, 테스트해 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건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야 한다. 물론 아직 확실한 답은 없다. 기술도 여전히 진화 중이니 말이다. AI, 자율주행, IoT 등 첨단 기술들이 자유롭게 융합되어가며 실현될 로봇친화형 주거공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깜짝 놀랄 만큼 스마트한 공간 혁신 아이디어들이 새삼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