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공간지도로

기후위기

대응한다

글.정승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스마트도시클러스터장

지난 2023년 6월 30일, 국내 최초의 탄소공간지도가 일반에 공개됐다. 건물, 수송, 흡수원 등 3가지 부문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 정보를 제공하는 탄소공간지도 시스템의 구축 이유와 운영 현황 그리고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살펴 본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

기후변화(Climate Change), 기후위기(Climate Crisis),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cy). 지구온난화로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그 결과로 재해 및 재난이 발생하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들로, 현재는 ‘기후위기’라는 용어가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단순한 변화도, 일시적인 비상사태도 아닌 말 그대로 위기라는 뜻이다.
실제로 국제사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1997년에는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1’를 채택했고, 2015년에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률은 연간 2℃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Paris Climate Change Accord)2’을 체결했다. 우리나라 역시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시행 중이다. 교토의정서 체결 당시에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어 온실가스 감축 의무 대상이 아니었지만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했고, 2016년에는 파리기후협약을 비준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26.3% 감축하는 계획안인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이하 NDC)3를 제출하였다. 2020년 10월에는 국제사회가 ‘2050 탄소중립목표’를 선언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후속 조치로 기존의 NDC를 상향했다. 국제사회에 감축 의지를 명확히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는 2018년 배출량 대비 2030년까지 40%를 감축하는 도전적인 목표를 실행 중이다. 이어 2021년 9월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되고 2022년 3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목표를 법제화한 14번째 국가가 되었다.
탄소중립기본법에서는 중장기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기본계획(이하 탄소중립국가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시도지사와 시군구의 광역 및 기초지방자치단체(이하 기초지자체)에서도 1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탄소중립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도록 의무화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정 이후 다음 해 공표된 시행령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과 이행점검, 탄소중립기본계획의 수립, 온실가스 감축 시책 등에 대한 세부 내용을 담았다. 탄소중립기본법과 시행령에 포함된 온실가스 감축 시책 중 공간계획 분야에서 주목할 점은 ‘탄소공간지도’의 구축 관련 사항이다. 시행령 제39조에서는 지역과 공간단위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 등의 정보를 반영한 공간정보 및 지도를 작성하여 관리의 근거가 마련되었고, 해당 업무의 위탁에 대한 사항도 시행령 제74조에 규정하였다.

1.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지구온난화 규제 및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인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 이행 방안으로,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규정했다.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되었다.

2. 파리기후변화협약(Paris Climate Change Accord): 2020년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를 대체, 2021년 1월부터 적용될 기후변화 대응을 담은 기후변화협약으로 2016년 11월 발효됐다.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했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195개 당사국 모두에게 구속력 있는 보편적 첫 기후 합의라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미가 있다.

3.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파리기후변화 협정 참가국이 스스로 정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유엔기후변화협약에 공식적으로 이행 계획을 제출한다.

탄소공간지도 구축의 필요성

한편,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비롯해 정부에서 시행 중인 다양한 탄소중립정책들은 건물, 수송, 산업 부분에서의 감축과 함께 도시공간 자체를 탄소저감형으로 조성하기 위한 공간계획수립에 대한 부분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계획 수립을 위해 필요한 온실가스와 관련된 공간정보의 미비로 공간계획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환경부가 총괄 관리하는 온실가스 인벤토리도 에너지 연소, 산업공정 등 배출원 중심으로 작성되어 있어 개별 공간단위 감축계획 수립에 활용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2021년 말 국토교통부는 도시의 기본적인 공간구조와 장기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법정계획인 도시·군기본계획수립지침을 탄소중립을 위한 계획 요소를 반영해 개정했다. 20년 단위 장기계획인 도시·군기본계획도 탄소중립기본법에 의한 탄소중립기본계획과 정합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탄소 감축에 유리한 공간구조의 형성, 온실가스 감축목표 제시, 최근 5년간의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량 파악,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적정 규모와 용도의 토지 수요 예측 등 탄소중립도시를 위한 계획 수립 내용들을 담은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도시의 탄소배출 관련 정보확보도 어렵고, 관련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기법과 도구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따라서 지역단위 탄소중립계획을 지원하고 탄소중립형 공간계획 수립을 위한 기반으로서 탄소공간지도의 구축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2021년 말 국토교통부는 도시의 기본적인 공간구조와 장기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법정계획인 도시·군기본계획수립지침을 탄소중립을 위한 계획 요소를 반영해 개정했다. 하지만 도시의 탄소배출 관련 정보확보도 어렵고, 관련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기법과 도구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지역단위 탄소중립형 공간계획수립을 위한 기반으로서 탄소공간지도의 구축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탄소공간지도 구축과정

국토교통부에서는 2022년 8월 탄소공간지도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도시계획수립 시 탄소중립개념과 계획요소를 담는 탄소중립도시계획 수립을 위한 기반 마련에 나선 것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의 주관으로 2022년 말 1차로 탄소공간지도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이듬해 2월 22일부터 4월 7일까지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시범운영 기간을 가졌다. 시범운영을 통해 지자체로부터 다양한 개선점에 대한 의견을 접수했고, 이에 대한 보완 과정을 거친 후 운영기관인 LX한국국토정보공사에 시스템 이관과 최적화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2023년 6월 30일, 탄소공간지도(www.carbonmap.kr)가 일반에게 공개됐다.
현재 운영 중인 탄소공간지도 시스템은 건물, 수송, 흡수원의 3가지 부문에 대해서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탄소공간지도에서 온실가스 배출은 엄밀히 말하면 해당 공간에서의 배출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데 이바지한 활동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건물 부문에서는 전기, 가스, 지역난방 사용량을 이용하여 탄소배출량을 계산하는데, 전기 사용은 해당 위치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이 아닌,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와 같은 발전원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에 기여하게 된다. 따라서 탄소공간지도 시스템에서 온실가스 배출은 ‘온실가스배출활동’으로, 온실가스 흡수는 온실가스흡수성능으로 재정의했다. 이는 향후 공간계획과 정책에서 다루는 온실가스 감축의 대상이 건물에서의 에너지 사용과 차량에 의한 이동과 같은 도시 활동이 되기에, 도시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에 영향을 주는 이들 활동을 제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현재 구축된 탄소공간지도는 도시계획수립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축된 것이다.

탄소중립도시계획을 위한 발전 방향

탄소공간지도의 각 부분별 데이터 구축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건물 부문은 부동산원에서 제공하는 각 필지별 전기, 가스, 지역난방 사용에 다른 탄소배출량을 계산하여 공간지도화했다. 이때 에너지 사용량 정보를 이용한 개인정보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구축된 자료는 격자화를 통해 비식별조치 했다. 격자 크기는 1km, 500m, 100m로 구분하여 구축하여 지도탐색영역에 맞게 격자 크기를 선택할 수 있다. 수송 부문은 주요 도로를 중심으로 도로구간상의 교통량, 운행차종, 속도 정보를 이용하여 탄소배출량을 계산했고, 흡수원은 산림청 임상도에서 제공하는 나무 종류(수종), 나이(임령), 높이(수고) 정보를 이용하여 구축했다. 탄소공간지도에서는 통계정보를 제공하는 기능도 있다. 전국 도시별 탄소배출량과 흡수량을 그래프와 표로 확인할 수 있으며, 도시별, 부문별, 용도별 배출과 흡수량 정보도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구축된 탄소공간지도는 향후 고도화를 통해, 구축되는 온실가스 공간정보의 정밀도를 확보하고 정보에 대한 접근성도 향상시킬 예정이다. 현재 탄소공간지도의 격자 해상도는 1km에서 100m 수준으로 제공되고 있는데 연구개발을 통해 10m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다. 단순히 격자의 해상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격자로 구축되는 정보의 정밀도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건물 부문에서는 에너지 사용량 정보의 수집 단위에 기반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있다 보니, 공동주택 등 넓은 부지를 가진 집합건축물의 경우 격자 하나에 모든 배출량이 표현되고 있고, 에너지 연소 외에 폐기물 배출과 산업생산과 농축산활동에 의한 배출량을 고려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수송 부문은 현재는 주요 간선 이상의 도로망의 교통량을 이용해 수송 부문 온실가스배출을 공간정보화하였다면, 앞으로는 내부 상세 도로망까지 온실가스배출을 예측하여 표출할 수 있도록 정밀도를 향상시킬 계획이다.

탄소중립도시 공간계획지원시스템의 활용과 기대효과

현재, 이렇게 고도화된 탄소공간지도를 탄소중립도시계획수립을 위한 지원시스템으로 확대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건물 에너지 효율화, 전기자동차의 보급, 산업공정의 혁신을 통한 탄소배출저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이 시행되고 있지만, 정작 탄소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도시공간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는 노력은 많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2023년 4월에는 국가연구개발사업(R&D)인 ‘탄소공간지도기반 계획지원 기술개발’ 과제가 착수되어 탄소중립도시계획 수립을 지원하기 위한 기술개발 연구가 본격 닻을 올렸다(주관기관: KICT). R&D과제에서는 탄소공간지도 시스템을 도시계획수립에 활용가능한 수준으로 고도화하고, 탄소중립도시계획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시뮬레이션 기능들을 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탄소공간지도는 가칭 ‘탄소중립도시 공간계획지원플랫폼’으로 확대 개발되어 일선 지자체의 탄소중립도시계획수립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현행 도시·군기본계획 수립 내용에 담겨야 하는 탄소배출 감축목표의 설정, 탄소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도시공간구조의 설정, 탄소중립도시계획요소의 적용기법이 포함된다. 그리고 계획 수립 이후에 탄소감축에 대한 모니터링 기능과 개별 개발사업단위에서의 탄소중립수준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기능도 포함되어 탄소중립도시계획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탄소공간지도 구축은 향후 탄소중립도시계획 수립을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도시 내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활동들을 보다 정확하고 정밀하게 반영하고, 탄소중립도시계획 수립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때 탄소공간지도는 탄소중립도시의 계획과 운영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서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