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로 만드는

재난 대피경로

오픈소스 기반 재난 대피경로 분석 도구 개발의 필요성

글.최진무 경희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여전히 자연재해에 취약하다. 대부분의 자연재해는 예고 없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미 일어난 재해 앞에서는 무력해지기 마련이지만, 예방을 할 수는 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인간이 발견하고 발전시킨 기술들이 활용된다. 종이지도에서 시작해 GIS로, 그리고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재난 대피경로를 분석하고 빠른 대피를 돕는 도구 개발의 필요성을 소개한다.

재해와 재난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재난 대피와 구조 활동의 특수 목적에 활용할 수 있는 더 정확하고 정밀한 인구 데이터 및 공간 데이터가 제공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종이지도에서 진화한 GIS, 다양한 현상에 대한 분석 도구

모든 현상은 어딘가의 공간적 위치에서 발생한다. 종이지도는 이러한 현상의 발생 분포를 확인하고 이해하기 위해 제작되고 사용되어왔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지리정보시스템(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GIS)은 1960년대 중반, 종이지도를 컴퓨터의 디지털 환경에서 제작·활용하기 위해서 캐나다에서 개발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GIS는 지도기반의 공간 현상에 대한 이해를 위해 공간 데이터의 생산, 저장 및 관리, 분석, 표출의 전반적인 데이터 처리 기능을 보유하게 되었다. 특히 GIS는 어딘가의 공간적 위치에서 발생하는 현상에 대해 발생의 분포, 분포의 변화, 발생 원인에 대한 실마리, 발생의 결과와 영향 등에 대해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GIS의 분석기능을 활용하면 매년 반복되는 자연재해의 발생 원인, 발생 과정, 피해규모와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

재난 발생 시 대피를 돕는 GIS 공간분석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태풍, 폭우, 산불과 같은 자연 재난이 반복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막대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시간당 강우량이 100mm 이상인 국지성 폭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이는 돌발 침수, 산사태, 교량 붕괴, 도로 파손으로 이어지며, 목숨을 빼앗기도 한다. 특히 산이나 하천으로 둘러싸여 있어 폭우 시 고립되는 지역은 재해가 발생하면 대피와 지원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태풍이나 폭우가 예보되면 사전에 고립이 예상되는 지역을 분석하고 이곳에 대한 대피와 지원을 위한 계획을 필수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재난 대피를 돕기 위해 GIS의 공간분석’이 바로 그 기반이 된다. 고립지역의 주민들을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전 분석이 필요하다. 먼저, 고립이 예상되는 지역을 찾아야 한다. 나아가 주변의 대피소들과 대피경로를 분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립 예상 주민의 인구 특성을 분석하여 주민을 대피소에 적절히 분산하여 신속한 대피가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고립위험 지역에 대해 사전에 필요한 공간분석들을 정의하고 개발하여 재난관리시스템에 적용한다면 실제 재난 상황에서 구조 활동이 지연되거나 주민이 장기간 고립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GIS 기반의 공간분석 도구들은 재난 발생 직후부터 복구단계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어야 하며, 특히 주민이나 재난관리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림1. 도로와 교량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는 바로e맵(국토지리정보원)

자동화 분석 도구 개발을 위한 절차

고립지역 대피 분석을 위한 자동화된 분석도구는 다음과 같은 절차로 개발할 수 있다. 먼저, 다양한 재난 상황으로 인해 고립될 수 있는 지역을 찾아내고 이 데이터를 지도화하여 시각화하는 도구를 개발한다. 도구의 검증을 위해 재난 대응이 어려운 산간 및 농촌 지역을 대상으로 개발된 도구의 기능을 검증한다.
둘째, 검색된 고립 예상 지역을 대상으로 지역 내의 건물 수와 사람 수를 식별한 후, 주민들의 연령과 성별 등을 고려하여 인근대피소들에 할당하고 각 대피소로의 최적 경로를 제공하는 기능을 개발한다.
마지막으로 개발된 분석 프로세스를 웹 기반 GIS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한다. 웹 기반 GIS 환경은 주민과 재난관리자가 신속한 재난 대피 및 인명구조를 위해 사용하도록 고안되어야 한다. 물론, 재난 발생 시에 국지적으로 통신이 마비되거나 끊어질 수 있으므로 웹 기반 GIS 환경이 로컬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지도와 공간 데이터베이스가 독립적으로 제공되도록 하여야 한다.
고립지 분석 도구와 대피경로 분석은 공간데이터를 관리하고 처리하는 GeoPandas와 Shapely 라이브러리를 사용할 수 있고 네트워크 분석에 필요한 NetworkX 라이브러리를 사용하여 Python으로 개발할 수 있다.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으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오픈소스 JavaScript 라이브러리인 Leaflet(https://leafletjs.com/)을 사용할 수 있다.
고립지 대피경로 분석을 위해서는 도로, 교량, 건물, 대피소, 인구 데이터가 필요하다. 먼저, 도로 데이터는 네트워크 분석을 수행하고 고립된 지역과 새로운 대피경로를 조사하는 데 필요하다. 교량 데이터는 교량 파손으로 인해 고립되는 도로 구역이 있는지 분석하는 데 활용된다. 도로와 교량 데이터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획득할 수 있다[그림 1]. 건물 데이터는 어떤 건물이 고립지역에 포함되며, 해당 지역의 인구를 바탕으로 고립지역의 건물별 인구수를 추정하기 위해 사용된다. 건물 데이터로는 국가공간정보포털의 오픈마켓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그림 2]. 인구 데이터는 지역별 인구총조사 데이터를 이용하여 건물별 면적에 따라 인구수를 할당하는 데 필요하다. 인구 데이터는 통계청의 통계지리정보서비스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그림 3]. 마지막으로, 대피소 데이터는 고립지의 대피 인구수를 배분하고 대피경로를 분석하기 위해 사용된다. 지역별 대피소 데이터는 행정안전부의 국민재난안전포털에서 확인 가능하다[그림4].

그림2. 건물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는 국가공간정보포털 오픈마켓(국토교통부)

그림3. 인구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는 통계지리정보서비스(통계청)

그림4. 지역별 대피소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국민재난안전포털(행정안전부)

이렇게 개발된 웹 기반 GIS는 지역 주민과 재난관리자가 쉽게 접근하여 재난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포함된 공간분석 도구를 활용하여 가장 가까운 대피소와 최적 이동 경로를 직접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 무엇보다 실제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지역 주민들은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면 재난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간분석을 포함하여 효율적으로 구성된 웹 기반 GIS 애플리케이션의 개발 사례는 [그림5]와 같다.

그림5. 웹 기반 GIS 애플리케이션: (a) 첫 번째 기능: 피해 추정; (b) 두 번째 기능 : 대피경로 생성[5]

고립위험 지역에 대해 사전에 필요한 공간분석들을 정의하고 개발하여 재난관리시스템에 적용한다면 실제 재난 상황에서 구조 활동이 지연되거나 주민이 장기간 고립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GIS 기반의 공간분석 도구들은 재난 발생 직후부터 복구단계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어야 하며, 특히 주민이나 재난관리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정확하고 풍부한 데이터, 제도적 방안 마련으로 안전도 높여야

지금까지 설명한 웹 기반 GIS 애플리케이션은 주민과 재난관리자가 공간분석 도구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다. 주민은 어느 대피소로 가야 할지, 어떤 최적의 대피경로로 이동해야 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재난관리자는 시나리오 기반 경험을 통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고 고립된 주민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통신 및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산악 지역에서 재난이 발생할 경우, 이 공간분석 도구를 통해 고립된 지역을 정확하게 감지하고 구조 활동과 구호 활동 등 신속한 재난 대응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처럼 GIS의 공간분석 기능은 재난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웹 기반 GIS 애플리케이션을 모바일 기반 GIS 앱으로 고도화한다면, 주민과 재난관리자 모두 재난 현장에서 재난 대피와 구조 및 구호 활동에 더 쉽고 효율적으로 분석기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재난 대피와 구조 활동의 특수 목적에 활용할 수 있는 더 정확하고 정밀한 인구 데이터 및 공간 데이터가 제공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