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알프스까지

자전거 타고

세계를 달린다

실내자전거 가상 라이딩

글.최주연 사진제공.엑사로보틱스

완전 자율주행이 눈앞으로 성큼 다가온 시대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직접 몸을 움직이는 신체 활동을 즐긴다. 이동 너머의 자유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 상쾌한 바람을 가르며 속도를 낼 수 있는 자전거 타기는 최고의 레저활동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중 하나인 가상현실과 결합하면서 집안에서 세계적인 도시 구석구석을 누빌 수 있는 가상 라이딩은 새로운 레저활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로드바이크부터 전기 자전거까지,
그칠 줄 모르는 자전거 열풍

자전거는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더욱 각광받기 시작했지만, 붐은 2010년경부터 일기 시작했다. 한강 자전거길, 인천 아라뱃길, 동해안 자전거길 등 전국에 자전거 전용 도로가 생긴 덕분이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자전거족 사이에서는 생활용 자전거나 MTB(Mountain Terrain Bike, 산악 지형용 자전거)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자전거 전용 도로가 생긴 후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스팔트 등으로 포장된 자전거 전용 도로는 평평하고 속도를 내기 좋았고 이로 인해 로드바이크(포장도로에서의 빠른 주행에 특화된 자전거로 ‘사이클’이라고 불림)를 구매하는 인구가 늘어난 것이다. 일례로 몇 년 전까지 자전거 대회에 참가한 이들 중 1,000명 중 80%가 MTB를 탔던 반면, 최근에는 대회 출전 선수의 80% 이상이 로드바이크를 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 자전거도 급부상 중이다. 전기 자전거가 처음 출현했을 당시에는 배터리 수명으로 인해 수요가 주춤했지만, 배터리 수명이 늘어나고 디자인이 개선되자 전기 자전거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전거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또 다른 흐름은 바로 공공 자전거다. 따릉이, 타슈, 페달로, 타랑께, 누비자, 반디클, 별타고, 쿠키, 어울링, 여수랑, 온누리 등. ‘2025 탄소 중립’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는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며 자전거 이용화 활성화에 나섰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자전거 운전자를 위해 전국 곳곳에 아름다운 자전거길 100선(www.bike.go.kr)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고, 스마트폰에 설치한 지도 앱에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면 자전거로 이동하는 경로도 찾을 수 있게 했다.

그림1. 자전거길 지도정보 서비스(www.bike.go.kr/map)

단점 없는 레저 스포츠,
날씨 변화와 지루함 극복이 관건

사람들이 이렇듯 자전거에 열광하는 이유는 신체적 부담과 부상 위험이 적고 효과는 높기 때문이다. 심폐지구력 강화, 칼로리 소모로 인한 지방 및 체중 감소, 체내 콜레스테롤 감소, 관절 및 근육 강화, 뼈 강화, 스트레스 해소와 정신건강 등 한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에너지 소모량 측면에서도 월등하다.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가 70kg 성인을 기준으로 각 운동의 시간당 소모 열량을 조사한 결과, 실내자전거 780kcal(시속 25km), 달리기 700kcal(시속 9km), 수영 자유형 360~500kcal, 테니스 360~480kcal, 빨리 걷기 360~420kcal인 것으로 나타난 것. 즉 1시간 동안 운동할 경우 가장 높은 열량을 소모하며 가장 멀리 이동할 수 있는 운동이 바로 자전거 타기다. 더구나 하체 회전 운동이기 때문에,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운동 강도를 쉽게 조절하며 경치와 속도를 즐길 수 있으니 이동과 레저, 운동 등 모든 측면을 만족시킨다.
하지만 자전거 타기에도 아쉬움이 있었으니, 실외자전거의 경우 날씨의 영향을 피할 수 없고 실내자전거는 지루함을 견디기 힘들다는 점이다. 실제로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거나 야외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은 장마철과 한여름, 한겨울이면 활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한편 운동을 위해 실내자전거를 들여놓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실내자전거는 세상에서 제일 비싼 옷걸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흔치 않게 나온다. 2014년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즈위프트(Zwift)를 비롯해 가상현실에서 라이딩을 즐기는 즐길 수 있는 사이클링 서비스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다.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거나 야외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은 장마철과 한여름, 한겨울이면 활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한편 운동을 위해 실내자전거를 들여놓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실내자전거는 세상에서 제일 비싼 옷걸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흔치 않게 나온다. 2014년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즈위프트(Zwift)를 비롯해 가상현실에서 라이딩을 즐기는 즐길 수 있는 사이클링 서비스들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즈위프트부터 야핏까지,
가상현실에서 즐기는 메타버스 사이클링

즈위프트(Zwift)는 2014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가상 사이클링의 선두 주자다. 로라(Roller, 자전거를 실내에게 탈 수 있게 만드는 기구로 자전거 애호가들 사이에서 롤러가 아닌 ‘로라’라는 호칭으로 굳어짐)와 자전거에 속도계 센서를 장착한 후 블루투스를 통해 앱과 연동시켜 컴퓨터나 TV 화면을 보며 가상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각자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공간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점, 현실 세계에서의 상호작용을 가상공간에 구현한다는 점에서 ‘메타버스’로 분류할 수 있다. 즈위프트를 즐기기 위해서는 야외에서 타던 자전거를 고정 로라나 스마트 로라에 연결하면 된다. 실내자전거를 활용해 즈위프트를 즐기고 싶다면 즈위프트 전용 센서를 구입하면 된다. 가상 코스는 물론 세계 유명 명소 등에서 질주할 수 있고 온라인 사이클 대회에 참가해 다른 회원들과 경쟁할 수도 있다. 워크아웃(Workout)이라 불리는 개인 훈련 프로그램 역시 인기다. 즈위프트는 처음에는 PC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2016년부터 스마트폰 앱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고, 높은 수요에 힘입어 2020년 7월에는 프로 선수들의 참여 속에 가상 투르 드 프랑스를 진행해 주목받기도 했다.
루비(Rouvy)는 즈위프트에 비해 생생한 화면을 자랑한다. 3D 그래픽을 화면에 나타내는 즈위프트와 달리 실제 풍경과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을 접목한 덕분이다. 실제로 양쪽 모두를 사용해본 이용자 들은 가상이지만 세계 곳곳 원하는 지역을 선택해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 특히 국내에 있는 라이딩 코스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을 루비의 장점으로 꼽는다. 선택한 코스 내에서 자전거가 움직일 때마다 경사도가 달라지고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또한 매력적이다. 다만, 자전거의 움직임과 화면 전환 속도 사이의 시차는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와후 RGT(Wahoo RGT)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라이딩 코스를 3D 그래픽으로 구현한 ‘Just Ride’를 통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이용객은 “알프스에서 두 번째로 높은 코스로 48개의 스위치백이 있는 스텔비오의 경치를 보며 라이딩을 하는 것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라는 말로 Just Ride의 매력을 소개하기도 했다. 프랑스와 영국 등의 실제 코스를 구현했지만, 대부분의 라이딩이 가상 코스인 와토피아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즈위프트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한국판 사이클링 프로그램들의 약진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야핏 사이클 프로그램이다. 야핏 사이클은 센서가 내장된 사이클과 태블릿을 제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 6월 출시된 대명소노시즌의 ‘소노시즌 플레이 바이크’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직접 촬영한 국내 9개 코스에 더해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 프랑스 파리 센강, 영국 버킹엄궁전 등 명소와 라이딩 성지를 3D로 구현했다.
이렇듯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만큼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다양한 미션과 음향 속에서 경쟁하듯 경주를 즐기고 싶다면 즈위프트가 더 적절할 수 있고 보다 현실감 있게 세계 곳곳의 풍경을 즐기고 싶다면 루비가 더 나을 수 있다. 혹은 편리한 시스템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한국판 사이클링 프로그램을 이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접 이용해 보기 전에는 선호도를 파악할 수 없으니, 유료 결제 전 무료 체험을 해볼 것을 권한다.

1988년, 호주 출신의 예술가 제프리 쇼는 실내자전거의 페달을 밟으면 암스테르담의 스크린에 풍경이 펼쳐지는 작품, 「읽을 수 있는 도시(Legible City)」을 공개했다. 관람객들은 이 새로운 시도에 그저 놀랐지만, 제프리 쇼는 “내 관심사는 가상현실 자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가상과 현실을 오가면서 자기 신체성을 새삼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현실이 일반화되고 있는 시대, 현실공간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대목이다.

표 1. 주요 가상 라이딩 앱 비교

즈위프트(Zwift)
루비(Rouvy)
와후 RGT(Wahoo RGT)
화면 그래픽(3D) 실사 +AR 그래픽(3D)
코스 종류 많음 많음 적음
비용 약 20,000원/월 약 7,300원/월 약 20,000/월
무료 사용 25km(1~2일 체험용) 2주 무료 맴 2종 무료
사용자 수 압도적 희박함 희박함
필수 준비물 스피드 센서(바퀴) + 케이던스 센서(페달) or 파워 센서(페달) + 케이던스센서 스피드 센서(바퀴) + 케이던스 센서(페달) or 파워 센서(페달) + 케이던스센서 파워 센서(페달) + 케이던스 센서
그래픽/ 사운드 3D 그래픽, 자연 소리 실사 기반 가능, 소리 없음 화면 끊김, 태블릿 부적절 게임용 PC최적화

가상현실 속에서 활동 반경 넓히며
현실공간의 가치 되짚어야

실내자전거 가상 라이딩의 가장 큰 매력은 가상공간에서 세계인들과 세계적인 명소를 누빌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픽 게임에 익숙한 세대라면 특히, 날씨 변화에 상관없이 게임을 하듯 즐기며 운동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물론 ‘운동 혹은 레저까지 가상공간에서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한 이후,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가상현실은 이미 대세가 됐다. 그러니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을 적절히 융합해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은 이용자들의 몫으로 남았다.
1988년, 호주 출신의 예술가 제프리 쇼(Jeffrey Shaw, 1944~)가 내놓은 「읽을 수 있는 도시(Legible City)」라는 미디어아트 작품을 떠올려 볼 법하다. 작품은 거대한 스크린 앞에서 관객이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도시의 구석구석이 펼쳐지는 식이었다. 페달을 빨리 밟으면 속도가 빨라지고 핸들을 꺾으면 자전거가 방향을 바꾸며 새로운 풍경이 나타났으니 가상 라이딩과 꼭 닮아 있다. 그리고 스크린 앞에서 페달을 밟던 관객은 문득 생각하게 된다. 자전거를 타고 건물로 돌진하면 어떻게 될까?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술이 뒤처져 있던 25년 전이라 그랬을 테지만, 건물로 돌진하는 순간 몸은 건물의 벽을 통과해 버렸고 관객은 유령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에 대해 제프리 쇼는 “내 관심사는 가상현실 자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가상과 현실을 오가면서 자기 신체성을 새삼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현실 숲체험, 실감형 올림픽 종목 체험(nextlevel.sports.or.kr), 스마트관광 등 공간정보에 기반한 가상현실 혹은 혼합현실 기술은 레저영역에서도 다양한 융복합을 시도해 왔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레저생활을 바꾸고 활동 반경을 얼마나 넓혀줄지 기대하는 것에 더해 현실공간의 가치를 되새겨 보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