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찾아 이동하는 우리,
주거이동 패턴과 이동 요인은?

글.이재수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최근 공공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주거이동 패턴과 이동요인을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도시 및 지역주민의 요구에 맞는 주거정책과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주거이동의 의미와 중요성

현재 자신을 포함한 가구의 소득과 같은 사회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최선의 주택과 주거환경, 즉 최선의 주거공간을 찾아가는 과정을 주거이동이라고 한다. 그래서 주거이동은 더 좋은 조건을 찾아가는 상향 이동과 반대의 조건을 찾아가는 하향 이동을 포함한다. 새로운 주택과 주거환경을 찾아 이동하는 것은 현재의 주거공간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려는 과정으로 개인보다는 주거공간을 공유하는 가구단위로 이루어진다.
가구가 새로운 주거공간을 찾는 것은 여러 가지 세부 결정을 포함한다. 어느 지역으로, 어느 정도 면적의 주택으로, 어느 정도 가격대의 주택으로, 아파트, 다세대·연립 또는 단독 중 어떤 주택으로, 자가 또는 전·월세 중 어떤 형태로, 직장, 교육환경 또는 자연환경 중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비로소 이동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다양한 결정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가구의 주거이동은 비슷한 사회경제적특성과 선호를 갖는 가구들과 유사한 형태를 나타낸다. 이렇게 이루어진 주거이동이 오랫동안 누적되고 공간에 표현되면 일정한 주거이동 규칙과 패턴을 만든다.
대다수의 가구는 가구주의 일생에 걸쳐 여러 번의 주거이동을 경험한다. 주거공간을 찾아 이동하는 이유는 다양한 내부와 외부 요인을 포함한다. 가구의 내부 요인은 가구원의 주거 선호와 불만족, 가구의 소득수준, 가구주 연령과 자녀 학령기 등을 포함하는 가족의 생애주기(Life Course) 등이고 외부요인은 주택 가격, 주택 공급량 등 주택시장 변화, 인구 및 가구구조의 변화와 사회경제 환경의 변화 등이다.
주거이동 시에는 가구원 수, 가구 연령, 소득 등 가구가 지니는 속성도 함께 이동하는 것이기에 이동지역의 인구 및 가구 특성과 사회경제적 성격이 변화하는 중요한 기제(Mechanism)로 작용한다. 지역의 변화는 해당 지역에 적합한 주거형태, 면적, 가격 등을 포함한 주거정책의 변화를 요구한다. 지역주민의 특성에 따라 문화시설, 체육시설 등 생활 편의시설(Amenity)을 늘리거나 더 좋은 공공서비스를 발굴하게 되는 것이다. 적절한 주거정책과 편의시설 공급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누가, 왜, 어디로, 얼마나 이동하는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2001년부터 2020년까지 20년간 서울시의 지역 간 주거 이동량은 1,070만 가구이고 이 중 서울시 내부의 자치구 간 이동량이 79%를 차지한다. 경기도의 지역 간 주거 이동량은 서울보다 약간 많은 1,102만 가구이고 이 중 내부 지역 간 이동량은 82%를 차지한다.

서울 대도시권에 사는 가구의 주거이동 패턴과 특성

수도권의 다른 이름인 ‘서울 대도시권’은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와 경기도를 포함하는 공간이다. 이 대도시권에는 우리나라 총 인구와 가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다. 2001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 대도시권에서 시·군·구의 경계를 넘어서는 지역 간 주거 이동량은 총 4,166.1만 가구로 매년 평균 208.3만 가구가 주거지를 찾아 이동했다.
2001년부터 2020년까지 20년간 서울시의 지역 간 주거 이동량은 1,070만 가구이고 이 중 서울시 내부의 자치구 간 이동량이 79%를 차지한다. 경기도의 지역 간 주거 이동량은 서울보다 약간 많은 1,102만 가구이고 이 중 내부 지역 간 이동량은 82%를 차지한다. 1990년대 이후부터 경기도에 진행된 제1기, 제2기 신도시와 대규모 주거 단지 개발사업 등으로 인해 서울시와 경기도 사이 지역 간 주거이동도 활발해졌다. 서울시에서 서울 대도시권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총 227만 가구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202만 가구가 경기도로 이동하였다. 경기도도 마찬가지이다. 경기도에서 외부로 이동한 총 193만 가구 중 154만 가구가 서울로 이동하였다. 지역 간 주거이동 거리는 지역의 중심을 기준으로 2001년 평균 직선거리 약 19.1km에서 2020년 22.2km로 계속 증가하였다. 주거이동의 관점에서 보면 서울 대도시권의 주거공간이 계속 확장되는 교외화(Suburbanization)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 대도시권에 속한 66개 시·군·구의 지역 간 주거이동 패턴을 스파이더 맵(Spider Map)을 활용하여 표현하면 [그림 1]과 같다. 이처럼 주거이동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중·장기에 걸쳐 나타나는 주거이동의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서울시에서 경기도로 이동하는 주거이동 네트워크는 주로 신도시 개발 지역이 도착지가 된다. 은평구에서 일산 신도시가 위치한 고양시, 강남구와 송파구에서 분당 신도시가 위치한 성남시로 이동하는 가구 수가 이동이 가장 큰 네트워크로 나타나는 식이다.
경기도 안에서도 신도시와 대규모 주거지 개발사업이 완료된 지역의로의 주거이동이 활발하다. 고양시와 운정 신도시가 위치한 파주시, 성남시와 용인시, 수원시와 화성시, 성남시와 광주시 사이에 주거이동이 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시 안에서는 강서구와 양천구, 서대문구와 은평구, 그리고 성북구, 강북구와 도봉구 사이의 주거이동이 활발하다. 또한 서울 강남의 4개 자치구인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와 강동구 사이에는 길고 큰 주거이동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다[그림 2].
주거이동의 관점에서 어떤 지역에 가구의 유입이 많은지 또는 유출이 많은지를 표현하면 주거이동 패턴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가구의 전입이 많은 유입지역, 전입과 전출이 비슷한 지역, 그리고 전출이 많은 유출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2001년부터 20년간 지역 내 전입과 전출 가구의 평균 가구 수 대비 전입가구에서 전출 가구를 차감한 비율을 나타내면 [그림 3]과 같다. 서울시는 강서구, 은평구, 서초구와 송파구를 제외한 대부분 자치구에서 주거이동을 통해 가구가 지속적으로 유출되었다. 경기도는 서울과 인접한 성남시, 수원시, 의정부시, 군포시, 의왕시 등은 가구의 유입과 유출이 균형을 이룬다. 그러나 이 지역과 연결된 용인시, 광주시, 화성시, 고양시, 파주시, 하남시, 남양주시 등 지역은 전입 가구 수가 많아 가구 유입이 지속되었다.

[그림 1] 서울 대도시권 내 서울, 인천, 경기도 간 이동량

[그림2] 서울 대도시권 주거이동 네트워크(Top 100)

[그림3] 서울 대도시권 지역 간 전입-전출 차이 비율

서울 대도시권에 사는 가구의 주거이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도시 및 지역 간 주거이동에 영향을 미치는 첫 번째 요소는 거리이다. 지역 간 주거 이동량은 거리가 증가할수록 급격히 감소하는 반면, 인접지역 간 주거이동은 매우 활발하다. 2001년부터 2020년까지 지역 간 평균 주거이동 거리는 계속 증가하였다. 이동 거리의 증가는 경제적, 심리적 비용을 유발해 가구에게 큰 부담을 준다. 이외에도 도시 및 지역간 주거이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주거이동 영향 요인은 주택 요인, 경제 요인, 교육 요인, 교통 접근성 요인, 생활 편의시설(Amenity)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주택 요인은 주택 수와 증감률, 주택 가격과 변화율 등을 포함한다. 주택이 많고 증가율이 높은 지역에서 주거이동이 많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또한 가능하면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고 주택 가격의 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높다. 이는 가구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여 상대적으로 부담 가능한 주택을 구입하고 앞으로 가격이 많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경제 요인은 사업체 수 또는 종사자 수와 증감률, 지역 총생산(GRDP, 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 재정 자립도 등을 나타낸다. 사업 수와 종사자 수가 많아 일자리가 많고 증가율도 높아 취업 기회가 많은 지역으로 이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식이다. 특히 총생산 규모가 크고 지역의 재정 자립도가 높아 공공서비스의 양과 질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이 크다.
교육 요인은 학원, 학업성취도, 학군, 수능 성적 등을 포함한다. 학원이 많고 학군이 좋은 지역으로 이동이 많이 발생하며, 학업성취도가 높고 평균 수능 성적이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이 매우 높다. 교육 요인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학령기 자녀는 둔 가구의 주거이동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높다.
교통 접근성은 도로 포장률, 철도 또는 광역버스 이용객 수와 변화율 등을 나타낸다. 교통 접근성은 업무, 상업, 여가 및 쇼핑 등 다양한 일상 활동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중요하다. 도로 포장률이 높고 도로 연장이 길어 자동차 교통의 접근성이 높은 지역으로 가구의 전입 경향이 높다. 또한 지하철 등 철도 서비스 빈도가 많고 역세권이 넓게 분포하며, 광역버스 이용 빈도와 증가율이 높을수록 해당 지역으로 전입하려는 경향이 높다.
생활 편의시설 요인은 문화시설과 증감률, 여가시설과 증감률 등을 포함한다. 지역에 많은 형태의 문화 시설이 입지하고 있고 문화서비스가 다양하게 제공되는 지역으로 이주하고 싶어 한다. 또한 공원, 체육시설 등 여가시설이 많이 입지하고 여가 프로그램이 다양하여 여가를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경향이 높다.
주거이동 패턴과 이동 요인은 가구주의 연령 또는 생애 주기에 따라 크게 변화한다. 20~30대 청년 1인 또는 부부가구, 유아 및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40대 가구, 중·고등학생 자녀는 둔 40-50대 가구, 성인 자녀와 함께 사는 50-60대 가구, 65세 이상 고령 1인 또는 부부가구에 따라 주거이동 패턴과 이동 요인은 서로 다르다. 가구의 생애주기에 따른 이동 패턴과 요인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주택 요인은 주택 수와 증감률, 주택 가격과 변화율 등을 포함한다. 주택이 많고 증가율이 높은 지역에서 주거이동이 많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또한 가능하면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고 주택 가격의 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