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집에서 내일의 집으로

오늘의 집에서
내일의 집으로

인구와 가구의 감소, 주택 수요 증가세의 둔화, 불황으로 인한 소비활동 위축, 기후 위기 그리고 눈부신 기술의 혁신까지. 미래의 주거 트렌드를 짚으려면 다양하고 복잡한 이슈들을 함께 살펴야 한다. 주거복지를 위한 연구부터 지속 가능한 주거를 향한 주민들의 노력까지, 2023년 현재 주거 트렌드 변화를 짚어 본다.

안전하고 정서적 지원이 가능한 집에 대한 요구

1인 가구와 고령가구가 늘어나면서 안전한 집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그중 고령가구의 경우 장애 가능성이나 건강 악화 및 안전사고 위험에 더해 ‘고독사’가 이미 몇 년 전부터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연구원에서는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부의 불평등, 기후변화 등의 요인이 빈곤, 질병, 고독 등 개인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주거복지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해법으로는 공공임대주택의 지속적인 공급, 주거급여와 주거비 보조 확대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주거복지 강화는 단숨에 되는 것이 아니기에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첨단 기술을 통해 위와 같은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일례로 구미시에서는 2022년 12월부터 관내 취약계층 1인 가구에 AI 스피커를 설치해 인공지능 통합돌봄 서비스를 시작했다. 집 안에서 다치거나 아플 때 “아리아 살려줘”라고 외치면 인공지능 스피커가 관제센터를 긴급 호출하는 방식이다. 평소에는 말벗 구실을 하거나 지역 소식과 날씨 안내, 노래 들려주기, 약 복용시간 알려주기 등의 기능으로 1인 가구의 외로움을 달래주기도 한다.

‘나’에게 초점을 맞춰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의 등장

1인 가구, 딩크족, 펫팸(Pet-Family) 등 가구의 형태가 점차 다양해짐에 따라, 주거공간 역시 한층 세분화되고 있다.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장점을 결합한 블록형 단독의 출현, 거주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아파트 내 알파룸의 등장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가 함께 사는 가구를 위해 하나의 집 안에서 노년층 전용 공간을 세분화한 아파트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족을 위한 펫케어 공간을 옵션으로 내건 아파트도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주거공간을 단순히 나누는 것이 아닌 기능과 개인의 취향에 따라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개발했다는 측면에서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애정을 갖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탄소중립 실천으로 여는 지속 가능한 주거

국토교통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2022년 7월, 강원도 삼척시 교동에서 수소 주거단지 착공식을 개최했다. 주거부문의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해당 단지는 통합적 에너지관리와 에너지 및 온실가스 거래 방법론 개발을 통해 수소도시 활성화 및 경제성을 확보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민들이 힘을 합쳐 노후 주거지를 탄소중립 마을로 바꾼 사례도 있다. 서울특별시 금천구 ‘더금하에너지전환 협동조합’이다. 이들은 주택단지와 도로 사이의 완충지대에 직접 숲길을 조성해 미세먼지와 매연, 소음을 흡수하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시에서 마일리지를 지급하는 ‘에코마일리지’ 가입에 적극 나서 전기 요금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도 성공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개별 가구의 문제와 전 지구적 문제가 다르지 않다는 것과 함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주거 트렌드로 깊이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