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양성과 기술 혁신으로
지역의 미래를 이끄는 전북대학교

글.최주연 사진. 홍덕선

1947년 개교 이래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국가거점대학으로 우뚝 선 전북대학교가 새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창업중심대학사업’ 선정, Linc 3.0 중 ‘기술혁신선도형’ 선정, 융합기술사업화 전문인력 양성사업단 지정, 공간정보 특성화대학교 지정,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자 지정 등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전체 1,400여억 원에 달하는 지원금은 지역혁신 융합형 인재 양성, 연구개발 고도화에 투입돼 전북대학교와 지역을 혁신 성장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혁신은 국가거점대학의 사명

국내 전체 국립대학 중에서도 손꼽히는 국가거점대학인 전북대학교(이하 전북대)는 ‘지역과 세계를 이끌어 갈 글로컬 대학(The best glocal University)’을 표방한다. 뛰어난 인재 양성은 기본,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산업을 선도하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해가겠다는 것이다.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인해 대두된 인구 감소, 성장 동력 상실 등을 해결하는 데 대학이 나서겠다는 의지다.
이에 전북대는 총력을 기울인 끝에 2022년 2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는 ‘창업선도대학 및 창업중심대학’에 7년 연속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의 융합기술사업화 전문인력 양성사업단(이하 MOT 사업단)에 선정된 것은 의미가 더 크다. MOT(Management of Technology) 사업단장을 맡은 전북대 권대규 교수는 의의부터 짚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제조업에서 신산업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D.N.A 즉 데이터(Data), 네트워크(Network), 인공지능(AI)을 활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런 기술을 다룰 수 있는 현장의 전문 인력도 충분하지 않고, 신 산업에 대한 기업 대표님들의 인식 또한 크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존 산업을 고수하면 기업은 물론 지역 경제에도 위기가 닥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에, 지역거점대학이자 국가거점대학인 저희 전북대가 나섰습니다.”
권대규 교수의 말처럼 전북대의 MOT사업단 선정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때문에 철저한 준비, 치열한 경쟁 과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전북대는 호남권에서 유일하게 MOT사업단에 선정되어 2021년 1학기 전북대 대학원에 융합기술경영학과를 신설했다. 융합기술경영학과의 비전은 확고하다. ‘기술사업화 선도 지역혁신 융합기술경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인재’는 단순히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권대규 교수는 산업 구조를 혁신하려면 기업 대표들의 역량과 마인드를 키우는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님들은 워낙 바쁘시다 보니 산업 전환 등에 발 맞추기 힘들어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바뀌려면 대표님들이 먼저 그 필요성을 인식하셔야 합니다. 저희 학과에서 융합기술은 물론 경영 마인드에 대한 교육에도 신경 쓰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학과 개설 후 2년이 지난 지금, 대표님들 중심의 스터디가 굉장히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5년만 진행되면 전북 신산업 혁신의 기초 나아가 인프라까지 탄탄하게 다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북대 융합기술경영학과의
장점 중 하나는 탄탄한 네트워크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기업 대표와 실무자
그리고 취업이나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은
산학협력 프로젝트와 스터디를 함께 하며
각자의 창의성과 기술을 융복합해
지역을 혁신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한다.

융합기술·기술경영을 위한 혁신 플랫폼, MOT사업

‘기업 대표의 마인드 혁신’부터 강조했지만 융합기술경영학과의 폭은 그보다 훨씬 넓다. 이는 교수진의 면면에서부터 드러난다. 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 경영학과, 행정학과, 경제학과 등 18개 학과, 25명의 교수진이 석사와 박사과정 그리고 석·박사 통합 과정을 아우르기 때문이다. 보다 활발한 산학협력을 위해 LX한국국토정보공사, 전북테크노파크,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등 전북 지역 내 4개 참여기관과 컨소시엄도 구성했다. 기업과 교수, 학생이 삼위일체가 되는 교육체계를 조직화하고 컨소시엄 참여 기관과 기업을 활용해 인턴십과 기업 참여형 산학 공동 프로젝트 실무교육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개인과 기업의 특성에 맞춘 교육 체계도 돋보인다.
“저희 과에서 공부하는 학생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기업의 대표인 CEO(Chief Executive Officer), 기업 업무를 총괄하는 실무자인 COO(Chief Operating Officer), 그리고 기업 내 기술경영관리자가 될 TBD(Technology Business Manager)인데요. 이중 CEO는 와 COO는 혁신리더형과 혁신관리형에서 재직자 대상 교육을 받으며 우수사례 기업 방문, 본인 기업의 기술사업화 프로젝트까지 수행하게 됩니다. TBD 에 참여한 이들은 전일제인 혁신개발형 과정에서 기술사업화 전문인력 실습(이하 기술사업화)와 산학취업형 전문인력 실습(이하 산업취업형) 등으로 나뉘어 교육을 받게 됩니다. 기술사업화 과정에 참자들은 LX공사를 비롯한 컨소시엄 기관 중 한 곳에서 인턴십과 현장 실습을 하고, 산업취업형 과정 참가자들은 전북 내 다양한 혁신 기업에서 현장 실습을 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교육 체계에 힘입어 전북대 융합기술경영학과는 신설 첫 해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덕분에 2021년 40명이던 재직자형의 정원은 2022년에는 80명으로 늘었는데, 이중 55.9%가 CEO, 나머지 44.1%는 컨소시엄 기관의 임직원들이다. 이들은 석사과정 1학년 2학기부터 CEO와 COO, TBD가 3인 1조로 움직이며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경험과 창의력을 공유한다. 교수진의 역할도 크다. 융합기술경영학과 교수진을 기본으로 하되, 세부 전공이나 프로젝트 성격에 맞춰 해당 분야에서 최고 실력을 가진 교수가 투입된다. 축산 분야에는 동물생명공학과 교수가, 바이오 분야에는 바이오메디컬공학부 교수가 공동 지도교수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국회의원, 정부 부처와 연구기관의 수장을 초빙해 진행하는 ‘혁신 세미나’ 역시 활발하다. 교육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국가 전체의 정책이나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이외에도 네덜란드의 농업대학인 와게닝겐 대학교(Wagenningen University), 독일의 드레스덴공과대학교(Technical University of Dresden), 아시아대학교육연합인 AUEA(Asia University Education Association) 등과 연계 교육 체계를 갖춰 글로벌 비즈니스 및 기술사업화 경험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기업 대표들에게 글로벌 마인드를 이식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권대규 교수는 “전북 기업들의 비즈니스 무대를 해외로 확장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이 모든 방향은 융합기술경영학과가 기반이 된 전주시와 전북 지역 혁신으로 수렴된다.
“저희 MOT사업단의 최종 목표는 전문기술대학원을 설립하는 것입니다. 현재 일반대학원 소속인 융합기술경영학과가 융합기술경영전문대학원으로 승격되면 궁극적으로 지역 혁신에 가속도가 붙을 테니까요.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교육공간과 교수진 확보 등 물리적인 조건이 필요한 탓이지요. 하지만 전주시와 전북 지역의 사활이 걸린 사업이라는 생각으로 전북도청 및 전주시청과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있습니다.”

캠퍼스 혁신파크 지정으로 ‘창업 중심 대학교’의 명성 높여

지역과의 상생을 위한 전북대의 노력은 ‘2022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 기관으로 선정으로 이어졌다. ‘2022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은 교육부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3개 부처가 공동 공모한 것으로, 대학 내 유휴 부지에 기업 입주시설과 창업지원시설, 주거 및 문화시설 등을 조성해 첨단산업단지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2030년까지 3단계로 나누어 1,110억 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규모 덕에 이번 공모에는 총 17개 대학이 참가해 8.5대1의 경쟁을 펼친 끝에, 전북대와 창원대가 최종 선정됐다. 올해 착수하는 1단계 산학연 혁신허브 건립 사업에는 510억 원(국비 190억 원, 도비 40억 원, 시비 40억 원, LH 240억 원)을 투입한다. 이 사업에 따라 전북대는 구정문과 실내체육관 일대 3만 6천여 평의 부지를 활용해 2026년까지 관련 분야 기업들의 입주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캠퍼스 내에 첨단산업단지가 있을 경우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벤처기업과 교수 등의 연구진, 학생이 기적으로 산학협력을 하게 됩니다. 나아가 좋은 벤처기업들이 많아지면 학생들의 취업율도 높아질 것이고, 창업에 대한 학생들의 마인드도 바뀌지 않을까요? 사실 이 사업은 산학협력단이 주체가 되어 추진하는 전북대 전체 사업이지만 벤처기업을 육성한다는 측면에서 창업지원단도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 유치의 의의를 설명하는 권대규 교수의 얼굴에 전북대와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나타났다. 바이오메디컬공학부 교수로서 MOT사업단장과 창업지원단장을 맡게 된 것 또한 이런 애정에서 비롯한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산학협력 프로젝트 과정 중 기술사업화와 기술이전에 눈을 뜬 이후, 산학협력단 기술사업화센터장, 산학협력단 부단장 등을 역임하며 기술경영의 가치에 깊이 공감한 결과 창업지원사업 등에 두 팔을 걷어 붙이게 됐다는 것이다.

그림. 전북대 융합기술경영학과의 개인 및 기업맞춤형 교육과정

LX공사와 협력해 만들 전국에서 가장 윤택한 전북 만들 것

같은 맥락에서 권대규 교수는 전북대가 공간정보 특성화대학교로 신규 지정된 것을 자랑스럽게 강조했다.
“이전에도 저희 전북대는 도시공학과 산업정보시스템공학, 컴퓨터학과와 학부 등에서 공간정보와 관련한 24개 교과목을 개별적으로 교육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지정에 따라 도시공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12명의 교직원이 참여하는 ‘공간정보AI학과’를 개설하게 됐습니다. 2학년부터는 다양한 과의 학생들이 국토정보관련 융합 전공 과정에서 학점을 딸 수 있게 되었고요. 이렇게 학부과정에서부터 공간정보와 국토정보를 배울 수 있게 됨으로써 전북대 학생들의 경쟁력이 한층 커졌다고 봅니다. 이번 지정에는 LX공사가 지역 내에 있다는 사실도 크게 작용했을 텐데요. 향후 LX공사로 취업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권대규 교수의 말처럼 LX공사의 전주혁신도시 이전 후 전북대와 LX공사는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융합기술경영학과에서 공부하는 LX공사 직원도 있을 뿐더러, 2023년 1학기부터는 LX공사 직원이 겸임교수를 맡아 ‘빅데이터 분석’ 과목도 강의한다. 말 그대로 전북대와 LX공사가 상생을 넘어선 선순환의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권대규 교수는 “전북대와 LX공사는 전주시와 전북을 공유하는 가족이다”라는 말로 정리한다. 바이오메디컬공학부의 교수이자 전북대와 지역 혁신을 위한 경영혁신 전문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권대규 교수에게 향후 비전을 묻자, 역시 ‘지역’과 ‘대학’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나왔다. MOT사업을 비롯해 전북대가 실행 중인 사업들이 잘 정착한다면 전북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윤택한 지역이 되리라는 기대다. 이런 기대는 다시 LX공사에 대한 당부로 이어졌다.
“2년 전부터 LX공사 사내벤처 심사에 참여하면서 공간정보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이전까지는 국토정보 쪽은 폐쇄적인 분야인줄로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국토정보와 디지털트윈, 메타버스 등 LX공사의 성과를 저희 전북대와 공유한다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서로의 성장 나아가 전주와 전북의 혁신을 이끄는 끈끈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를 바랍니다.”

전북대의 공간정보특성화대학 지정은 연계 전공 개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공간정보AI학과 학부에서 국토정보융합을, 융합기술경영학과 석사과정에서
국토정보를 전공할 경우 지역 내 대표 공기업인 LX공사로의 취업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LX공사 역시 공간정보와 국토정보에 특화된 우수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대학과 공기업 나아가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선순환 체계가 갖춰진 셈이다.

권대규 교수

바이오메디컬공학부 교수로 163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26건의 기술이전, 51건의 산학협력 국책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했다. 현재 전북대학교 창업지원단장, 창업보육센터장, MOT단장 등 전북대의 산학협력을 최일선에서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