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M City
사막 위에 건설되는 환상의 스마트시티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글.신지선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는 세계 최대의 원유 생산국이다. 그러나 화석연료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공급구조가 다변화되는 이때, 언제까지나 석유에만 의지하고 국가를 경영할 수는 없다는 것이 사우디 정부의 생각이다.
근래 사우디는 ‘비전 2030’을 발표함과 동시에 ‘탈석유’를 천명하고 관광, 문화, 신제조업 등 사우디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국가 전반의 사회, 문화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네옴시티(NEOM City)는 그 미래를 위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부총리가 2017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계획이다. 더 라인, 옥사곤, 트로제나 등 세 개의 주요 프로젝트로 설계되고 있는 네옴시티는 현재 세계에 존재하는 스마트시티의 모든 환상을 다 담은 곳이다. 아직까지는 현실이 될지 미지수인, 그러나 스마트시티를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상상 속의 유토피아를 미리 만나보자.

미래에 대한 환상을 실현하겠다는 네옴시티

미래 스마트시티에 대해 사람들은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을까. 100% 신재생 에너지로 운영되는 도시? 완전 자율주행이 이루어지는 도시? 허드렛일이나 힘든 일은 100% 로봇이 수행하는 도시? 사물인터넷의 연결로 사통팔달 막힘이 없고 최단 시간 안에 도시 어느 곳으로나 이동이 가능한 도시?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이미 영화 속에서, 소설 속에서 그 도시를 봤다. 스마트시티에 대한 열망과 상상력이 그려낸 모습을 미리 본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미래 도시를 만들어낸 기술은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개발되고 있는 중이거나 실현 전 단계일 뿐.
그런 상황에서 사우디는 새로운 도전을 선포했다. 사막에 미래 도시에 대한 영화적 환상을 그대로 실현시킬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새로움(New)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네오(Neo)’에 아랍어로 미래를 뜻하는 무스타크발(Mustaqbal)의 ‘M’을 결합한 ‘네옴시티’가 그 주인공이다. 사우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겸 부총리가 야심 차게 내놓은 네옴시티에 대한 설계를 자세히 살펴보자,
  • 사막에 세워질 유리도시 더 라인(The Line)

    더 라인은 도시 전체를 유리벽에 담아 세우는, 주거와 근무가 같이 이루어지는 스마트시티다. 길이 170km, 폭 200m의 도시로 사막에 세워지는 유리 도시. 고속철도가 건설되어 도시 양 끝은 20분 안에, 학교나 집, 공원, 직장은 도보로 5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풍력, 태양력, 수력 등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여 1년 내내 기후 변화와 상관없이 도시 기온을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어가고 있는 시대에 탄소제로가 이루어질 꿈의 도시로 탄생하는 것이다.

  • 최첨단 산업도시 옥사곤(Oxagon)

    홍해에서 가장 큰 항구도시로 세워질 옥사곤이다. 두바 마을에서 25k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 옥사곤은 무역항과 현대식 산업시설, 연구단지 등이 들어선다. 계획대로 된다면 옥사곤에서는 전 세계 40%를 비행기로 6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이것은 비단 도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입지적으로 홍해 해변이 위치한 이 도시에 세계 무역량의 13%가 통과할 것이며 전세계 인구 중 40%를 6시간 안에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게다가 팔각형 구조의 최첨단 자동화 도시로 조성될 옥사곤은 자율주행 모빌리티, 청정 제조 본부로 개발되어 두바이나 홍콩과 같은 세계 금융, 유통을 책임지는 최첨단 산업도시가 될 것이다.

  • 친환경 관광단지 트로제나(Trojena)

    네옴시티를 구성하는 마지막 퍼즐은 친환경 산악 관광단지에 세워질 ‘트로제나’다. ‘트로제나’는 인공 담수호와 함께 해발고도 1500~2600m 사이에 조성되어 1년 내내 야외 스키와 각종 스포츠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산 정상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제설 장비만 갖추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겨울 스키와 스쿠버다이빙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트로제나. 사시사철 관광객이 모여들며 높은 수익을 올려줄 관광단지가 될 것이다.

그뿐인가? 사우디는 네옴시티가 ‘세계에서 식량을 가장 많이 자급자족하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현재 사우디는 식량의 80% 이상을 수입하는 국가다. 그런 나라에서 수직 농법과 스마트 농업을 통해 식량을 자급자족한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를 가진다. 문제는 네옴시티가 사막 위에 세워지는, 그것도 물이 부족해 담수화 공장에서 물을 생산해야 하는 국가에 세워진다는 것이다. 사우디가 이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물과 식량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지가 몹시 궁금해진다. 한편 네옴시티에서의 일상은 첨단 기술과 AI 기반 인프라를 통해 한결 간편하고 심플해질 전망이다. 자동차와 도로가 없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없는 지역이 되는 것이다. 물류 또한 네옴 지하에 총 28km로 뚫고 있는 고속, 화물 철도로 해결할 것이다. 이는 이미 추진 중인 사업으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사 수주에 성공했다.

네옴시티에서의 하루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2만 6500㎢ 부지, 서울의 44배에 이를 정도의 메가시티로 건설될 네옴시티. 하루를 상상해 보자. 먼저 네옴시티에서 살면 좀 더 친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첨단 의료 기술이 주거환경에 적용되어, 잠에서 깨어나는 즉시 집이 사는 사람들의 건강을 스캔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집은 원격으로 건강에 대한 조언을 하고 알맞은 음식을 권하기도 할 것이다. 산지에서부터 친환경 물류 라인을 통해 배달되는 자급자족 신선한 먹거리로 매일 아침 건강한 식탁도 즐길 수 있다.
아침에는 차량 등의 이동 수단 없이 간단히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수영하여 출근을 한다. 거리도 그리 멀지 않다. 어디서 나서든 5분 안이면 원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다. 100% 신재생 에너지가 바꿔놓은 공기는 너무나 깨끗하여 미세먼지 걱정 없이 어디서나 창문을 활짝 연다. 옥사곤으로 출근하는 비즈니스맨이라면? 전 세계 어디나 6시간 안에 가닿기 때문에 출장도 대부분 하루 안에 마칠 수 있게 된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트로제나로 여행을 떠나 사계절 액티브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어떤가? 정말 상상만 해도 근사한 스마트시티 라이프 아닌가?

16개 미래 혁신기술에 집중해 기대를 현실로 만드는 중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네옴시티가 집중하고 있는 미래 혁신기술은 총 16개 분야다. 친환경 에너지, 수자원, 교통 기술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임은 물론 3D 프린팅, 로봇, 자율주행차 등의 신제조업도 유치하여 4차 산업혁명의 메카가 되고자 한다. 또한 계획에 따르면 이곳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문화, 관광, 건설, 의료 부문 등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스마트시티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인프라를 구현해놓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신재생이나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과 스마트로드 등 모빌리티 산업, 데이터센터 구축, 클라우드 파크 등의 디지털 산업에 관련된 기술이다. 건설 산업의 경우에는 계획, 디자인, 시공 등 모든 분야에서 재생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고 최첨단 기법을 도입하는 등 지속가능성을 최우선으로 한다.
의료 분야는 또 어떤가? 설계에 따르면 모든 시민의 라이프스타일을 디지털 트윈을 통해 시뮬레이션 해 질병을 미리 예측하고 치료 방법을 파악해 적절한 치료를 적시에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환자 중심의 의료체계가 마련되면 평균 수명은 10년 연장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계획만 거창한 게 아니냐고?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사우디는 막강한 자본력으로 도시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현재는 이를 현실화시킬 기술 파트너를 찾고 있는 중이다. 사업 규모만 우리나라 돈으로 650조 원, 국내 총예산을 가뿐히 넘는 프로젝트이니만큼 전 세계 건설사들이 각축전을 벌이며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사우디 네옴 컴퍼니가 발주한 더 라인 인프라 공사 수주에 성공했고 GS건설, 희림, 한미글로벌 등 다수 건설사들도 프로젝트 참여를 검토 중이거나 수주 성과를 올렸다. 마천루 빌딩은 물론 AI 기술, 문화 인프라, 관광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총망라되어 건설되는 이 도시에 우리나라의 기술이 얼마나 채택될지, 기술 역량이 얼마나 실현될지 기대가 크다.
‘팀코리아’ 결성해 네옴시티 사업 적극 지원할 것

우리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국내 건설사의 대규모 해외 인프라 사업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천명했다. 임기 내 해외 건설 수주액 연간 5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함과 동시에 민간 건설사, 공기업, 정부가 협력하는 '팀코리아' 합동 진출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네옴시티’ 사업이다. 이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8월 서울에서 열린 ‘2022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GICC)에서 방한 중인 마나르 알모니프 네옴 시티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만나 한국기업의 네옴시티 사업 진출을 측면 지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스마트시티의 선도적인 국가로서 네옴시티 수주에 도전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동 붐을 일으킨 해외건설 강국으로서 충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도시나 산업단지를 만들어본 경험, 세계 최고 디지털 기술 수준 등 한국은 기획 단계부터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스마트시티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

물론 이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핑크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네옴시티가 세워질 곳은 사막 한가운데다. 척박한 사막 한가운데 녹색 최첨단 도시를 건설한다는 것은 ‘과학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도시 계획‘으로 치부될 수 있다. 더군다나 사우디는 물 부족 국가다. 현재 사우디는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하는 담수화 공장 시스템으로 물을 생산하는데 화석 에너지로 돌리던 이 공장을 과연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을지도 큰 걸림돌이다. 수직 농법이나 스마트 농업으로 구현하는 식량 자급자족 도시는 물 부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요원한 일이다.
또 하나 사람들의 의구심을 사는 것은 과연 사우디가 펑펑 쏟아지는 석유의 수도꼭지를 스스로 잠그고 전력의 50% 이상을 재생 에너지로 생산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석유와 천연가스에 거의 의존하다시피 살고 있는 나라가 갑자기 자원 활용을 중단하기는 어려울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옴시티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다. 사막 한가운데 스마트시티의 환상을 가득 담은, 4차 산업 기술을 제대로 구현해낸, 친환경 도시를 세운다는 것은 상상 그 자체로도 너무나 매력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가 독재자의 헛된 망상으로 끝날지, 아이디어가 실현되어 미래 도시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스마트시티의 본보기, 즉 모두가 꿈꾸는 유토피아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성공만 한다면 네옴시티는 인류가 미래로 또 한 발짝을 내딛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세워질 친환경 스마트시티, 네옴. 그 미래가 무척이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