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에서 K-UAM까지,
하늘길 성장의 초석을 놓다

글.최주연 사진. 남윤중

도움말.LX한국국토정보공사 모빌리티융합부 송민철 부장, 고광훈 대리

지난 9월 19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025년 UAM 상용화를 목표로 관련 법안을 제정하고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대목이다.
국토부의 로드맵에 힘입어 한국공항공사, 대한항공 등 항공분야의 공공 및 민간 기업들은 물론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와 같은 통신사들, 현대자동차와 카카오모빌리티, 한화시스템 등의 민간 기업들도 K-UAM 사업에 참여 중이다. 국내 공간정보 생태계 구축과 확산에 힘써온 LX한국국토정보공사(이하 LX공사)의 참여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UAM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체 개발, 통신망 구축, 항로관제 기술, 여객 관리 등에 더해 3차원 공간정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LX공사 모빌리티융합부를 찾아, K-UAM 시대를 향한 비전과 포부를 들어보았다.

드론 선도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다

LX공사는 ‘드론’이라는 명칭조차 일반화되어 있지 않던 있지 않던 2015년부터 드론을 도입해 국토정보를 취득하고 디지털화해왔다. 드론을 활용한 사업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LX공사 주요 업무 중 하나인 지적재조사사업이 대표 사례다. 북한 접경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일대의 지적재조사사업에서 드론은 그 가치를 확실히 증명했다. 여의도 21배 면적에 해당하는 비무장지대를 드론으로 측량한 결과, 사업 기간을 대폭 줄이는 동시에 지뢰로 인한 안전사고나 뱀 등 해충의 공격으로부터 작업자의 안전 또한 보호한 것이다. 실제로 지적재조사 담당자들은 드론 영상을 도입한 결과 지구 선정 및 주민설명회, 성과 검증 등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16% 이상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선제적으로 도입해 활용한 LX공사의 드론 영상은 5cm급 이상의 정확도로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항공영상과 비교해 해상도나 위치 정확도 측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를 도로, 철도, 하천 등 국가인프라 관리에 드론을 활용하면 조사 비용의 50%를 절감하고 소요 기간의 25%를 단축할 수 있으며 운영 가능일수를 3배 가까이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농경지 전자지도’로 불리는 팜맵, 재난재해에 신속하게 투입해 시설을 정비하고 인명을 구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정상 영상과 3D 모델링 서비스 발굴 등 드론의 다양한 활용을 위한 노력도 돋보인다.
공공기관으로서 LX공사는 드론 전문 인력 양성에도 힘써왔다. 2018년 7월 정부의 ‘드론 전문 교육기관’에 지정된 데 이어 같은 해 8월에는 국토부의 ‘공공분야 드론 조종인력 양성사업’을 위탁받아 공공분야 임무 특화 드론 조종인력을 배출한 것이다. LX공사 직원을 포함한 수료생들은 재난재해 및 치안유지, 해안경비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임무와 국공유지 관리 등과 같은 공공 임무에 투입됐다.

송민철모빌리티융합부 부장

LX공사는 K-UAM 시대의
바탕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LX공사의 디지털 SOC에 기여하는 모빌리티융합부

이렇듯 국내 드론 분야의 성장과 발전을 이끈 LX공사는 2021년, 드론융합부를 신설한 데 이어 올해에는 드론과 국토정보기본도, 도로정보 업무를 포괄하는 ‘모빌리티융합부’로 확대·개편하며 디지털 SOC 기반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희 모빌리티융합부는 드론과 국토정보기본도, 도로정보 업무를 중심으로 정부와 산업계 그리고 국민이 요구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부서입니다. 이동과 운송 수단 즉 모빌리티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가 가져올 파급력에 대비해온 것이지요. 드론과 관련해서는 전문 교육기관의 역할을 확대하고 UAM과 K-드론시스템 실증사업에 참여해 K-UAM 시대의 밑바탕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송민철 부장의 설명처럼, 모빌리티융합부는 크게 국토 발전 및 디지털화의 근간이 되는 국토정보기본도에 더해 자율주행차, UAM 등의 운항을 위한 3차원 공간정보를 구축하는 한편, 이러한 정보들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기술을 연구한다. 특히 드론을 이용해 전 국토를 고정밀 영상으로 만드는 LX드론맵은 UAM 운항의 기본 자료가 된다. UAM 상용화 전 시행하는 K-UAM 그랜드 챌린지 사업(이하 그랜드 챌린지)에서 LX공사를 ‘운항지원정보 제공자’로 규명한 것도 이 덕분이다.

3차원 공간정보로 준비하는 K-UAM 시대

그러나 드론맵은 ‘배경지도’일뿐 UAM 사용화를 위해서는 보다 정밀한 3차원 도심항공교통 공간정보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항공 권역은 드론 권역(고도 150m 이하), UAM 권역(300~600m 사이) 그리고 항공기 권역(600m 이상)으로 나뉘는데, UAM이 날아다닐 300~600m 권역에서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특히 많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도심 외곽에 있는 공항 활주로 거쳐 600m 이상에서 비행합니다. 도심 내 건물과 지형, 기상이나 소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죠. 반면 UAM은 비행기보다 가벼운 데다 도심 속 이착륙장인 버티포트(Vertiport)와 버티포트 사이를 날아다닙니다. 강이나 바다를 따라 운행하지만 이착륙 시에는 주변 건물이나 지형의 영향을 피할 수 없습니다. 수도권에서는 UAM 항공 권역인 300m 높이에 달하는 건물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요. 그러니 디지털 트윈에 기반한 3차원 공간정보는 필수입니다.”
모빌리티융합부에서 드론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고광훈 대리의 말이다. 그는 특히, 도심항공교통 공간정보에서는 이착륙 시의 기상예측값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K-UAM 로드맵에 따른 LX공사의 우선 과제는 지형과 기상, 소음 등을 반영한 3차원 공간정보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후에는 도심 데이터 수집 기술, 항로 상에 있는 장애물 관리체계, 3차원 공간정보의 구축과 갱신 자동화 등에 관한 후속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이는 지난 8월 19일 발의된 ‘도심항공교통 활용 촉직에 관한 법률(이하 UAM 특별법)’ 제정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절차다.
UAM 특별법 초안 제20조에 명시된 ‘도심항공교통 공간정보의 구축’이라는 조항 역시 3차원 공간정보 데이터의 중요성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LX공사는 2023년 고흥에 있는 국가종합비행성능시험장에서 진행될 그랜드 챌린지 1단계 실증사업에 참여할 기업 전체에 3차원 공간정보 데이터를 제공할 준비도 마쳤다.
2021년 이미 고흥지역에 대한 드론맵을 완성한 덕분이다. 뿐만 아니라 LX공사는 지난 4월 14일에는 국토부와 항공안전기술원이 추진 중인 ‘K-드론시스템 실증지원 사업’에서 도심 비행로 발굴, 항공 및 특수시설 등 2개 분야의 최종 수행기관에 선정됐다.
해당 사에서 LX공사는 한국공항공사와 서울특별시와의 협력을 통해 김포공항에서 삼성역에 이르는 UAM의 수도권 실증 노선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도 구축을 위해 항공 촬영 등을 진행 중이다.

미래 모빌리티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에 힘쓸 것

버티포트 시각화 및 입지 분석, 비행경로 시각화 및 비행 시뮬레이션, UAM 기체 운항정보 제공, 기체 소음영향 평가 서비스, 위험 건축물 정보 제공, 기체 수용량 분석 등. UAM 미래 생태계와 관련해 LX공사가 개발할 예정인 서비스들 역시 기대감을 품게 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고광훈 대리는 “서비스 개발 사업은 필수업무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LX공사의 핵심 역할은 UAM과 관련해 민간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3차원 공간정보 데이터를 민간에 제공하는 것입니다. 서비스 개발 사업의 의의가 LX공사의 수익 확보 등은 아니라는 뜻이지요. 다만, 드론에 기반한 3차원 공간정보 데이터를 가장 많이 다룬 저희가 서비스 모델을 제시한다면 국민들은 좀 더 쉽게 데이터에 접근하고 민간 기업들은 저희의 모델을 기반으로 더 많은 서비스를 발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드론과 모빌리티융합부의 역할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다. 모빌리티융합부에서 드론을 이용한 사업을 더 많이 개발해 적용하는 과정에서 LX공사 전체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국가에서 하는 일들의 가치가 커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광훈 대리는 “모빌리티융합부는 LX공사 내 다른 사업들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부서”라고 말한다.
송민철 부장 역시 “LX공사는 공공기관인 만큼 우리의 데이터를 민간에 제공해서 산업 분야 전체 성장을 발전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드론과 UAM에 온통 관심이 쏠려있는 지금 ‘모빌리티’는 공중에서의 교통을 상징하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 지하와 지상 등으로 확장되어 갈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송민철 부장은 “지금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모빌리티가 탄생할 때에 대비해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송민철 부장과 고광훈 대리의 말처럼, 창사 이래 LX공사는 ‘공공성’에 초점을 맞춰 한 길을 걸어왔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당장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아도 국가 전체의 발전과 국민 안전을 위한 일들을 발굴해 개척해온 것이다. K-UAM으로 대표되는 하늘길 성장에 모두가 들떠있는 지금, 긴 안목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LX공사의 여정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