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과 함께한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글.지웅배 천문학자

2022년 7월, 제임스 웹(JSWT) 우주 망원경이 첫 번째 사진을 지구로 전송했다. 사진 속에 담긴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모르는 경우라도, 경탄을 금치 못할 만큼 아름다웠다. 이후 ‘현존하는 최고의 우주 망원경’이라는 찬사와 함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하지만 제임스 웹은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유독 무더웠던 여름,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놀라운 시간을 안겨줬던 제임스 웹의 역사와 원리에 대해 알아본다.

그림1.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금으로 코팅된 거울을 모두 펼친 모습

ⓒNASA, ESA and the Canadian Space Agency(CSA)

 

그림2.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에 탑재된 부경 카메라로 직접 촬영한 주경 거울의 셀카.주경을 구성하는 모든 조각 거울들이 하나의 초점을 모두 맞추고 있기 때문에 거울 전체가 똑같이 밝게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 거울 전체가 모두 밝게 보인다는 것은 거울이 정상적으로 초점을 모두 맞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주 망원경이 필요한 이유

지상에서 밤하늘을 바라볼 때 가장 큰 문제는 지구를 덮고 있는 대기권이다. 지구 대기는 계속 요동친다. 우리가 별빛이 반짝거린다고 느끼는 것도 사실은 별 자체가 반짝이기 때문이 아니다.
지구 대기가 요동치면서 산란된 결과다. 이러한 산란은 우주를 선명하게 볼 수 없게 만든다. 대기권이 없는 달에 가서 밤하늘을 본다면 대기 산란 효과가 없기 때문에 별빛은 전혀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뿌옇게 먼지가 쌓인 창문 너머로 바깥 풍경을 보는 것과 같다. 더 선명하게 세상을 보려면 시야를 방해하는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허블 우주 망원경이 지상이 아닌 우주 망원경이 되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실 허블 우주 망원경은 1983년에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제작 과정에서 1986년으로 일정이 연기되었다. 그런데 발사 후 70초 만에 7명의 우주인을 태우고 있던 우주 왕복선 챌린저가 폭발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순식간에 NASA의 우주 개발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었다. 결국 이후의 발사가 모두 연기되었고, 발사직전 상태로 포장되어 있던 허블 우주 망원경은 방치될 수밖에없었다. 하지만 천문학자들도 지구 대기권 바깥에서 우주를 관측하는 우주 망원경의 기회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천문학자들의 끈질긴 노력과 설득 끝에 허블 우주 망원경은 1990년 새로운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에 실리게 되었다. 그리고 무사히 궤도에 안착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은 원래는 10년 정도 쓰고 지구 대기권으로 추락시키면서 폐기할 예정이었지만 너무나 뛰어난 성능 때문에 계속 장비를 교체하고 수리하면서 30년 넘게 활동하고 있다.
허블 망원경이 예정대로 일찍 임기를 끝내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계속 혹사를 당하게 된 것은 후임자의 탓이 컸다. 후임자의 데뷔가 당초 예정과 달리 지나치게 미뤄지면서 전임자 허블이 물러날 수가 없었다. 허블의 은퇴를 가로막은 문제의 후임자가 바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 JWS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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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무 큰 거울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개발과 발사가 처음 논의되기 시작했던 건 1996년부터다. 당시만 해도 제임스 웹은 2007년 발사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개발과 테스트 과정에서 연이어 문제가 생기면서 10년 넘게 발사 일정이 계속 미뤄졌다.
제임스 웹은 허블 우주 망원경보다 더 먼 초기 우주의 희미한 빛을 봐야 한다. 그래서 더 거대한 거울을 사용한다. 제임스 웹의 거울 면적은 약 25㎡로 이는 4.5㎡인 허블 우주 망원경의 거울보다 약 5배나 더 크다. 이에 제임스 웹은 작은 육각형 모양의 조각 거울 18개를 벌집 모양으로 모아서 큰 거울을 구성한다. 최대한 거울의 중량을 줄이기 위해 각 조각 거울은 베릴륨(Beryllium)으로 제작했다. 거울 표면을 최대한 매끈하게 만들기 위해 모든 거울에 원자 하나 두께로 아주 얇게 금 코팅도 했다. 그래서 이 거대한 제임스 웹의 거울 전체를 코팅하기 위해 쓰인 금은 다 모아봐야 골프공 하나 정도 크기 밖에 안된다.
문제는 현존하는 그 어떤 로켓에도 6m가 넘는 거대한 거울을 넣을 공간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엔지니어들은 종이접기 하듯 거대한 거울을 접어 놓았다가 우주에 가서 펼치는 방식을 고안했다. 먼바다로 떠난 배가 돛을 펼치는 것처럼 로켓에서 분리된 제임스 웹은 접어 두었던 거울을 스스로 펼치고 정확하게 광학장비와 정렬을 맞춰야 한다. 특히 100억 광년이 넘는 아주 먼 거리의 희미한 빛을 모아서 정확히 검출기에 초점이 모이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 나노미터(㎚) 수준의 아주 미세한 오차로 수시로 각 조각 거울을 방향과 곡률을 조정해야 한다.
사실 이러한 방식은 지상에 설치한 거대 망원경에서는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방식이다. 망원경 자체의 육중한 중량이나 바람에 의한 진동 등으로 인해 망원경 광학 장비 축이 틀어지면 수시로 거울 방향을 돌리고 곡률을 조절해서 초점을 보정한다. 이를 ‘능동 광학’이라고 한다.
하지만 거대 장비를 평평한 땅 위에 건설할 수 있는 지상 망원경과 달리, 최대한 짐을 줄여서 가볍게 우주로 띄워야 하는 우주 망원경에선 이전까지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는 다소 무모한 도전이기도 했다.

그림3. 제임스 웹 팀이 가장 처음 공개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첫 딥필드 이미지 한 특정한 방향의 하늘을 오랫동안 보면서 빛을 모은 것을 딥필드라고 부른다.

ⓒNASA, ESA, CSA, and STS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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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확성에 대한 요구
더구나 제임스 웹은 아주 멀리 날아가야 했다. 앞서 우주로 올라갔던 허블 우주 망원경이 지구 주변 궤도를 돌았던 것과 달리 제임스 웹은 달보다 더 먼, 무려 150만 km나 떨어진 라그랑주 포인트(Lagrangian point)라는 지점에 도달해야 했다. 이 포인트는 지구와 달, 태양의 중력이 서로 딱 균형을 이루면서 망원경이 우주 공간 허공에 고정된 채 계속 한자리에 머무를 수 있는 오묘한 지점이다.
그래서 제임스 웹의 경우에는 허블 우주 망원경 때처럼 수시로 우주인을 보내 장비를 교체하거나 수리를 할 수 없다. 막대한 예산으로 모든 천문학자들의 꿈을 싣고 날아간 제임스 웹에 만약 고장이라도 난다면 그대로 우주 쓰레기가 되는 모습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더더욱 신중했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게다가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 천문학 역사상 최악의 도박이었다. 실제로 제임스 웹은 발사되기 한참 전부터 다른 인공위성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발사 전 점검을 거쳤다. 그런데 발사 과정에서 로켓에서 발생하는 강한 진동을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치명적인 문제들이 확인되면서 계속 보완 작업이 이루어졌다. ‘돈 먹는 하마’라는 치욕스러운 별명까지 붙었지만 단 한 번의 시도만으로 꼭 성공해야 하는 가장 위험한 도전이었기에 천문학자들은 눈물을 머금고 발사 시기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제임스 웹은 발사되기 한참 전부터
다른 인공위성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발사 전 점검을 거쳤다. 그런데 발사 과정에서
로켓에서 발생하는 강한 진동을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치명적인 문제들이 확인되면서
계속 보완 작업이 이루어졌다.

제임스 웹이 보내온 예상 밖의 선물 꾸러미

#1. 135억년 전의 우주
2021년 12월 25일, 제임스 웹은 우주로 올라가 반년간 열심히 광학 센서를 점검하고 모든 관측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2022년 7월 드디어 역사적인 첫 관측 데이터를 지구로 보내왔다. 제임스 웹은 허블 시대 때까지도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모습의 우주를 또 다시 보여주었다.
제임스 웹은 가장 먼저 날치자리 방향으로 약 46억 광년 거리에 떨어진 은하단 SMACS J0723.3-7327 쪽을 바라보며 찍은 첫 번째 딥 필드 이미지[그림3]를 공개했다. 사실 이 사진은 아주 재밌는 사진이다. 제임스 웹이 바라본 대상이 은하단 SMACS J0723.3-7327이지만, 사진에 담고자 한 주인공은 그 은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은하단보다 훨씬 먼 거리에 숨어 있는 배경 은하가 진짜 주인공이다.
많은 암흑 물질과 여러 은하를 품고 있는 거대한 은하단은 그 거대한 질량으로 주변 시공간을 왜곡한다. 은하단보다 더 멀리 떨어진 머나먼 배경 은하들의 빛이 왜곡된 시공간을 지날 때 빛의 경로가 휘게 되는 이유다. 이러한 현상을 ‘중력 렌즈’라고 부른다. 마치 볼록 렌즈가 빛을 한데 모아 더 밝게 만드는 것처럼, 중력 렌즈를 겪은 먼 배경 은하의 빛도 실제보다 훨씬 더 밝게 증폭된다. 그 덕분에 원래는 너무 멀어서 볼 수 없었을 초기 우주의 먼 배경 은하들이 길게 일그러지고 더 밝게 증폭된 모습으로 관측된다. 앞서 허블 우주 망원경도 은하단 SMACS J0723.3-7327 쪽을 관측한 적이 있지만 이토록 많은 중력 렌즈 이미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같은 곳을 제임스 웹이 바라본 결과, 수천 개의 수많은 배경 은하들의 허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참고로 이 사진에 담긴 전체 영역은 쭉 뻗은 팔 끝에 놓인 모래 알갱이 하나로 겨우 가려지는 정말 작은 조각하늘에 불과하다. 모래알 하나로 겨우 가릴 수 있는 그 작은 하늘에서 초기 우주 은하 수천 개의 허상을 담아냈다. 이 안에는 무려 100억 년 전, 130억 년 전, 심지어 빅뱅 직후라 할 수 있는 135억 년 전의 빛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드디어 우린 제임스 웹과 함께 우주 탄생의 순간에 한 걸음 더 근접한 우주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NASA, ESA, CSA, and STScI

그림4. 제임스 웹으로 관측한 스테판의 오중주 은하들의 모습
다양한 필터를 거쳐 여러 원소들에서 나오는 특정한 파장의 빛을 세밀하게 분해해서 볼 수 있다.

제임스 웹이 보내온 예상 밖의 선물 꾸러미

#2. 스테판 오중주
은하 다섯 개가 함께 바글바글하게 모여 있는 것으로 유명한, 일명 ‘스테판의 오중주’도 흥미롭다. 이곳은 ‘은하들의 오중주’라고 불리지만, 사실 스파이가 하나 숨어 있다. 은하 다섯 개 중에서 NGC 7320은 다른 나머지 네 개(NGC 7317, NGC 7318A, NGC 7318B, NGC 7319)와 전혀 상관없이 훨씬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은하다. 그냥 우연히 비슷한 방향에서 겹쳐 보여서 다섯 개 전부가 다 한데 모여 있는 듯 착시를 일으켰을 뿐이다. 우리를 속이고 있는 NGC 7320는 약 4,000만 광년 거리에 있는 반면, 나머지 4개는 모두 2억 9,000만 광년 정도 거리에서 함께 충돌 중이다.
제임스 웹이 촬영한 이 은하들의 모습을 보면, 은하 사이사이에 길게 흐르는 가스 먼지의 흐름을 볼 수 있다. 특히 같은 거리에 놓인 4개의 은하들 중에서 가깝게 모여 있는 3개 은하들끼리 먼지 띠로 아름답게 휘감겨 있다. 반면 훨씬 아래쪽에 동떨어져 있는 비교적 작은 은하 NGC 7317은 먼지 띠로 함께 연결되지 않았다. 게다가 가장 위에서 보이는 막대나선 은하 NGC 7319는 은하 중심부가 굉장히 밝게 빛난다. 그 중심에서 수직으로 붉게 표현된 긴 먼지 띠가 뿜어져 나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은하 한가운데에 태양 질량의 2,400만 배나 되는 엄청난 초거대질량 블랙홀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중심의 블랙홀에서 막대한 에너지와 물질을 토해내는 흔적이다. 그 아래 가장 가까이 서로 맞붙어 있는 두 은하 NGC 7318A, NGC 7318B도 보면 굉장히 그 은하 중심이 밝게 빛나고 있다. 이 역시 한창 활발하게 은하 두 개가 충돌하면서, 각자가 품고 있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을향해 상대방에게서 빼앗아온 막대한 물질이 빨려 들어가면서 강한 에너지가 방출되고 있다는 뜻이다. 아마 초기 우주의 퀘이사 역시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졌을 거라 추정할 수 있다.
이 한 장의 사진만으로 어떤 은하들이 충돌하고 있는지, 또 각은하 중심에 숨어있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의 존재와 영향력까지 파악할 수 있다니. 이번 제임스 웹이 공개한 첫 관측 데이터는 바로 작년 크리스마스에 우주로 올라갔던 제임스 웹이 보내준 뒤늦은 크리스마스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우린 올해 특히나 무더운 여름 밤하늘 아래에서 제임스 웹과 함께 뒤늦은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만끽하게 됐다.

그림5. 천문학자들이 현재 계획하고 있는 차차세대 우주 망원경 LUVOIR의 상상도

ⓒNASA/Andrew Jones

제임스 웹 그 이후를 꿈꾸며

우리를 더욱 설레게 하는 것은 이번에 발사된 제임스 웹이 인류의 우주 탐사의 최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제임스 웹도 더 먼 미래 진행될 차세대 우주 망원경을 위한 일종의 중간 개발 과정이다.
‘거대 자외선 광학 적외선 탐사선(Large Ultraviolet Optical Infrared Surveyor, LUVOIR)’이라는 엄청난 이름의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이름 그대로, 자외선에서 가시광선 그리고 적외선에 걸쳐 폭넓은 파장 범위의 다양한 전자기파로 한꺼번에 우주를 관측하는 우주 망원경 계획이다. 주경의 크기는 제임스 웹의 두 배 가까운 지름 10~15m에 달한다. 거울이 너무나 큰 탓에 제임스 웹과 마찬가지로 여러 개의 작은 조각 거울을모아서 주경을 이룬다. 또 제임스 웹과 마찬가지로 태양빛의 방해를 차단하는 아주 거대한 태양열 가림막을 펼친 채 우주를 항해하게 된다. 사실상 현존하는 가장 거대한 지상 망원경인 하와이의 켁망원경(Keck Telescope)에 버금가는 거대한 망원경을 지상이 아닌 우주에 띄우는 셈이다.
LUVOIR가 우주에 가게 된다면, 우리의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별과 은하라는 것이 빚어지기 시작한 순간은 어떠했는지, 다른 별 곁에도 지구처럼 푸른 녹음과 바다와 생명이 숨 쉬는 행성이 존재하는지를 확실한 인증샷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제임스 웹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제임스 웹이 불과 몇 주 만에 놀라운 관측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우주를 탐사한 수많은 선배 망원경들의 발견 덕분이다. 선배 망원경들이 미리 점 찍어 둔 흥미로운 곳을 집중해서 겨냥한 결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빠르고 효율적인 첫 관측 임무를 수행했다. 그리고 다시 세월이 흐르면 선배 망원경들에게서 혜택을 받은 제임스 웹 역시 또 다른 후배 망원경을 위한 선배 노릇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