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으로 만드는
3D 숲 탄소지도,
기후변화 해법 있다

글.정종오 아이뉴스24 기자

숲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문제는 아직 숲이 정확히 얼마나 많은 탄소를 품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NASA는 2018년 3D 숲 탄소지도 제작을 위해 GEDI를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냈다. GEDI는 라이다 시스템을 통해 숲의 높이는 물론 그 높이에 따라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파악해, 숲이라는 공간이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알 수 있게 해준다.

숲은 우리가 아는 이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를 세세히 파악해 탄소위기에 대응하려면
나무가 탄소를 저장하는 방법은 물론 벌채되거나
여러 상황으로 방해받았을 때 탄소의 양에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숲의 구조를 해독하는 GEDI 위성이 필요한 이유다.

숲과 나무를 이해하면 기후위기와 기후재앙에 대응할 수 있다

지구의 공간은 한정돼 있다. 유한한 자원이라는 뜻이다. 같은 공간인데도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공간은 달라 보인다. 한정된 공간이라면 인류를 위해 가장 최적이면서도 자연적이고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은 기후변화를 넘은 기후위기 시대이며 더 나아가 기후재앙 시대를 맞고 있다. 이는 그동안 인류가 한정된 지구 공간을 제대로 가꾸고 보살피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와 기후재앙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이 모든 대책은 한 가지 사실로 귀결된다. 온실가스 감축이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면서 지구가 가열되고, 이 때문에 세계 곳곳에 극심한 극단적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만 놓고 보더라도 전 세계가 변화무쌍한 기후로 인해 큰 고통에 직면했다. 6~8월에는 유럽과 미국이 폭염으로 인해 전례 없는 상황에 빠졌다. 파키스탄은 물 폭탄이 쏟아져 국토의 30%가 잠기는 기후재앙을 맞았다. 우리나라도 강력한 태풍 ‘힌남노’가 상륙하면서 포항이 직격탄을 맞았고 소중한 목숨을 잃는 참사를 겪었다.
이제 우리는 지구라는 유한한 공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하고 보살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 공간을 먼저 자세히 파악해야 한다. 우리 곁에 늘 있으면서도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공간이 있다. 숲과 나무들이다. 숲과 나무는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에, 숲과 나무를 더 잘 이해하면 기후위기와 기후재앙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림1. 숲의 3차원 지도 제작을 위해 만든 장비 GEDI는 라이다 시스템으로 숲을 파악한다.

그림2. 2019년 겨울 미국의 사우스캐롤라이나 삼림 지대를 파악한 GEDI 이미지.
더 어두운 녹색은 잎과 가지가 더 빽빽한 곳을 보여준다. 밝은 부분은 드문드문 보이는 캐노피 부분이다.

숲의 구조를 해독하는 GEDI 위성

NASA가 2018년 12월 발사한 GEDI(Global Ecosystem Dynamics Investigation) 위성은 지구의 숲과 나무, 지형을 3차원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숲 구조를 해독하는 것이 GEDI의 주된 목적인 셈이다. GEDI에 실시간으로 숲과 지형을 파악할 수 있는 레이저가 설치되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도 약 400km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 ISS)에 설치돼 하루 16차례 지구를 공전하면서 관련 임무를 수행한다. ‘숲 구조’에 대해 단순히 나무가 있고 잡목이 있는 게 전부이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숲은 우리가 아는 이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공간이다. 나무가 얼마나 큰지, 가지가 얼마나 세밀하게 맞물려 있는지, 나무 꼭대기와 나무줄기 사이에 얼마나 많은 공간이 있는지, 가지가 위에서 아래로 어떻게 배열돼 있는지 등 알 수 없는 공간들로 가득차 있다. 숲은 그 속으로 들어갈수록 더 다양하다. 캐노피(숲이 지붕모양으로 우거진 것)에 따라 큰 나무와 그 아래 작은 나무, 가장 아래쪽의 식물 등 여러 단계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세부 사항을 파악하면 나무가 탄소를 저장하는 방법은 물론 벌채되거나 여러 상황으로 방해받았을 때 탄소의 양에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 알 수 있다. 최근 전 세계 곳곳을 강타하고 있는 대형 산불은 이산화탄소 변동량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소이다. 거대한 산이 타면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그동안 탄소를 흡수했던 나무들이 괴사하면서 그 영향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가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게다가 숲은 수많은 동식물 종이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는 공간이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생물학자들이 서식지와 생물 다양성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GEDI는 라이다(Lidar) 기술을 사용한다. 라이다는 레이저 펄스를 발사해 그 빛이 주위의 대상 물체에서 반사돼 돌아오는 것을 받아 물체까지의 거리 등을 측정한다. 덕분에 주변의 지형 등을 정밀하게 그려낼 수 있다.
정기적으로 지구를 공전하면서 실시간 숲 3D 탄소 지도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이를 통해 GEDI는 숲의 캐노피와 바닥에서부터의 높이 등 여러 구조를 자세히 파악한다. 탑재된 레이저는 폭이 약 4km인 경로를 스캔하고 광자를 초당 250번 발사한다. 숲, 들판, 언덕의 자세한 모습을 파악한다. 이 데이터를 분석하면 지구 표면의 고해상도 3차원 지도가 완성된다.

그림3. GEDI가 펜실베니아 남동부의 서스케하나 강의 구불구불한 강둑 양쪽에 있는 언덕과 들판의 윤곽을 파악했다.

그림4. 아마존 열대우림의 캐노피 높이와 구조

농작물 관리에도 활용되는 GEDI

2019년 겨울 미국의 사우스캐롤라이나 삼림 지대를 파악한 GEDI의 이미지는 매우 의미 있는 데이터를 제공했다. 더 어두운 녹색은 잎과 가지가 더 빽빽한 곳을 보여준다. 밝은 부분은 캐노피가 드문드문 보이는 부분이다. 이를 통해 어떤 지점에서 탄소가 더 많이 흡수되고 어떤 곳에서 취약한지 알 수 있다. 또 캐노피의 높이에 따라 숲이 어떤 기능을 하는 지도 파악할 수 있다. 미셸 호프턴(Michelle Hofton) 메릴랜드대 교수이자 GEDI의 공동 연구자는 “GEDI가 측정한 데이터는 지구 표면 구조와 기본 지형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능력이 있다”라고 설명한다. 너무 빽빽해 지상에서 측정하기 어려운 열대는 물론 온대 숲에서도 캐노피 상단, 캐노피 내부는 물론 지하 지면을 세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GEDI의 이 같은 기능은 숲뿐 아니라 농업 작물에도 응용되고 있다. NASA의 연구는 GEDI 데이터가 다양한 유형의 작물이 자라는 곳을 지도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가장 두려운 것은 식량안보에 있다. 스탠퍼드대의 농업 생태학자 데이비드 로벨(David Lobell)은 GEDI 데이터를 사용해 농장에서 자라는 다양한 유형의 작물을 구별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로벨 연구팀은 메릴랜드대 GEDI 연구팀에 연락해 관련 데이터를 농업 연구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인지 문의했다. 처음에 GEDI 연구원들은 이런 용도로 사용해 본 적이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로벨 연구팀은 옥수수 농장에 대한 데이터 수집에 나섰다. 완전히 자란 경우 옥수수 줄기는 다른 작물보다 약 1m 가량 키가 큰 덕분에 GEDI로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GEDI의 라이더 데이터와 유럽우주국(ESA)의 센티넬-2(Sentinel-2) 위성의 광학 이미지를 결합했다. 이를 통해 미국, 프랑스, 중국 지역의 옥수수 농장을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랄프 두바야(Ralph Dubayah) 메릴랜드대 교수(GEDI 책임 연구원)는 “GEDI를 통해 우리는 숲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무에 정확히 얼마나 많은 탄소가 저장돼 있고 만약 나무를 자르면 대기권으로 이산화탄소가 잠재적으로 얼마나 배출되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림5. 레이저 펄스를 발사해 그 빛이 주위의 대상 물체에서 반사돼 돌아오는 것을 받아 물체까지의 거리 등을 측정하는 라이다 기능을 갖춘 GEDI.

그림6. GEDI 데이터를 이용해 중국, 프랑스, 미국 지역의 옥수수 재배지 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림7. 수신된 빛을 수집하는 GEDI의 80cm 망원경

탄소공간지도 제작에 응용하길

지난해 1월에는 아마존 열대우림에 대한 데이터도 확보됐다. 랄프 두바야 교수는 “나무가 지표면에 보유하고 있는 탄소의 양이나 재성장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는 지구 탄소 순환에 대해 가장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라며 “현재 지구의 숲에 얼마나 많은 탄소가 있고 지난 20~30년 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알기 전까지는 미래에 숲이 탄소를 얼마나 더 많이 흡수되고 어떤 역할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3월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공동으로 탄소중립을 공간적으로 구현하는 ‘탄소중립도시’ 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지자체의 탄소중립 모델을 발굴·시행해 전 국토 확산 기반을 마련하고, 탄소중립 수준을 진단해 종합적 탄소중립 도시 구축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배출·흡수정보를 공간적으로 구현하는 ‘(가칭)탄소공간지도’를 제작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GEDI로 파악한 3차원 숲과 탄소 저장 지도가 완성되면 인류는 기후위기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를 손에 쥐게 되는 셈이다. 한편 2년으로 정해졌던 GEDI는 그 임무를 내년 1월로 연장했다. ISS 고도도 421km에서 417km로 조정했다. 더 낮은 궤도는 GEDI가 더 균일한 적용 범위를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