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입체 지적 도입을 위한 법 개정 시급!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입체 지적 도입을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

Writer. 신국미(청주대학교 지적학과 교수)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는 무엇보다도 ‘안전한 운행’의 실현가능성에 달려있으며, 안전한 운행은 자동차기술의 발달뿐만 아니라 3D 지도의 완성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율주행차의 성패, 3D지도에 달려있다

2016년을 시작하며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은 향후 세계가 직면할 화두로 ‘4차 산업혁명’을 제시했다. 그 이후 4차 산업혁명은 마치 유행어처럼 회자되었고 사회 각 분야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역시 4차 산업혁명의 사업으로 자율주행자동차 사업에 그 정책역량을 집중시켰으며, 그 일환으로 국토교통부는 2022년까지 운전석에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 완전 자율주행의 레벨4 혹은 레벨5를 달성한다는 목표 하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기술 수준은 정해놓은 속도를 유지하면서 앞 차량이 속도를 늦추면 감속하고 차선 이탈을 감지해 막는 “레벨2” 수준이 상용화되어 있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는 무엇보다도 ‘안전한 운행’의 실현가능성 에 달려있다.

‘안전한 운행’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3D 지도이다. 안전한 운행은 자동차 기술뿐만 아니라 3D 지도의 완성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D 지도 속에는 도로·빌딩·나무 등의 물리적 위치 정보, 도로표지 판과 신호 정보, 속도제한 등 자율주행차가 준수해야 하는 규제 정보 등이 다층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정보가 정확하지 않으면 자율 주행자동차는 안전성에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대한민국 정부는 2020년까지 정밀 도로지도를 구축한다는 목표 아래 2017년까지 1351km 정보 구축을 완료하였으며, 2018년에는 주요 간선도로 1700km의 정보를 추가로 완성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지적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3차원 지적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

지적이란 국가가 그의 통치권이 미치는 모든 영토를 필지 단위로 구획하여 1필 토지에 관한 정보를 조사·측량하여 공적장부인 지적공부에 등록함으로써 토지의 물리적 현황과 소유관계를 공시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지적정보는 토지에 대한 공간정보 중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정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지적 제도는 토지에 관련된 평면적인 단순한 정보만을 제공할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어 이와 같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로서 위치기반의 공간정보(지적정보)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16년에 출시되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 역시 위치기반 게임으로서 지도서비스가 절대적인 요건이었다. 따라서 3D 지도의 기초가 되는 토지에 대한 지적정보도 입체지적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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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맞지 않는 현행법

아쉬운 점은 현행법이다. 입체지적에 대한 중요성이 커져가고 있는 요즘, 현행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은 입체지적이 아닌 2차원의 평면지적 관련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산업과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인간의 생활공간은 토지의 지상이나 지하를 복합적으로 이용하는 방향으로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가 정보화 시대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토지의 2차원적인 정보 이외에 지상과 지하에 설치된 공간적인 시설물까지 등록하는 지적제도를 요구하고 있다. 바로 입체 지적인 것이다.
하지만 현행 지적공부상에 등록된 토지정보는 토지의 지표에 국한된 경계, 지목, 면적 등의 기본적인 정보만이 등록되어 있으므로 지적도면 정보로 볼 때 토지의 이용현황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보자.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서울역, 영등포역의 경우 지표는 철도로 이용되고 있으나 지상은 철도역사와 쇼핑센터가 혼합되어 있다. 지하는 지하철의 지하철도로 이용되어 혼합된 토지이용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지적공부상 지목은 철도용지로만 표시되어 있다. 민법 또한 이런 입체적인 공간 활용을 규정하고 있다. 제212조에서 “토지의 소유권은 정당한 이익 있는 범위 내에서 토지의 상하에 미친 다”라고 함으로써 지표뿐만 아니라 지상·지하에도 토지소유권의 범위를 인정하고 있으며, 토지의 입체적 활용을 보장하기 위해 1984년 의 민법개정에서 구분지상권제도를 신설하였다. 민법 제289조의 2 제1항 전단은 “지하 또는 지상의 공간은 상하의 범위를 정하여 건물 기타 공작물을 소유하기 위한 지상권의 목적으로 할 수 있다”라고 하여 공중권과 지하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적공부는 이런 시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구분 지상권과 관련하여 현행 지적공부는 그 권리와 관련된 객체를 표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공시제도는 지적제도와 등기제도의 이원적 체계를 취하고 있다. 지적제도는 토지의 물리적 현황의 공시를 주요기능으로 하는 반면, 등기제도는 그러한 토지의 권리관계를 공시함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등기부에 공시되는 권리의 객체가 되는 토지는 지적공부에 등록된 1필의 토지를 기초로 한다.

아쉽게도 구분지상권의 경우 등기부에는 그 권리가 미치는 토지의 지하 또는 지상공간의 상하의 범위를 정하여 등기하지만, 지적공부에는 평면적인 2차원 등록사항만을 표시하게 된다. 이런 규정 때문에 구분 지상권의 객체가 되는 토지의 상하범위가 지적공부에 존재하지 않는 모순이 발생한다. 즉, 국가의 공적장부로서 1필 토지의 정보는 지적공부에 등록되어야만 보호받을 수 있는데, 지적공부에 등록되지 않은 공중권, 지하권 등 또한 권리를 인정한 셈이 된다.

이와 같이 현행 법제가 지표를 중심으로 지적정보를 공시하도록 한 이유는 과거 종이 지면에 수기로 지적공부를 기재하였던 아날로그 공시방법의 한계 때문이다. 지적공부를 종이 지면에 기재하는 방식은 복잡한 입체적 공간이용을 공시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개인이 이를 확인하는 데도 혼란이 초래될 수 있었다.

그러나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사회에서는 입체적 공간이용을 공시할 수 있는 방법과 기술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며, 이러한 입체적 공간이용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지적공부도 정부의 정보전산화처리방침에 의해 전산으로 입력 처리되고 있다. 따라서 기술적으로는 이미 디지털에 의한 입체지적의 기반이 준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행하지 않는 것은 복합적인 입체공간에 대한 이용관계를 뒷받침할 수 있는 권리관계 및 공시체계의 도입방안과 법률의 개정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입체지적 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이 시급히 요구된다.

입체지적 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이 필요할 때

우리나라의 공간정보 관련 법률은 ‘국가공간정보기본법’, ‘공간정보 산업진흥법’,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이 있다. 이들 공간정보 3법은 기본법을 중심으로 하나의 축이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를 다른 하나가 공간정보산업을 담당함으로써 서로 연계되어 공간정보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시너지 효과를 얻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국가공간정보의 기반이 되는 것은 국토 즉 토지다. 1필 토지에 관한 정보는 지적공부에 등록하여 공시되는데, 토지의 등록·공시에 관한 일반법이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이다. 따라서 공간정보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위치기반의 국토공간정보의 구축 및 지속적인 관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기존의 측·수·지·법(측량 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이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로 명칭을 변경한 것도 이러한 연계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행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은 제명만을 변경하였을 뿐 규정 내용은 기존의 측·수·지·법과 마찬가지로 지표를 중심으로 한 토지의 표시사항만을 등록했다. 2차원의 평면적인 지적정보만을 규율하고 있을 뿐 3차원의 입체적인 공간정보를 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 입체적 토지이용현황을 공시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가. 입체등록

구분지상권의 객체를 등록할 수 있도록 등록사항을 개정하고 지적도의 도면을 3차원의 입체도면으로 구성하며, 토지의 지하시설물, 지상의 건축물 및 공중의 송전탑, 고가도로, 시설물 등을 등록할 수 있도록 입체등록을 해야 한다. 입체등록은 하나의 필지에 대한 구분소유권과 구분지상권 등을 표현하기 위하여 3차원 지적측량을 실시하여 공간상에 x, y, z로 객체를 표현하여 등록한 것이다. 이러한 입체공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현행제도와 같이 지표면에 근거한 평면필지의 개념이 사라지고 3차원 측량을 통한 입체적인 경계로 구획된 입체필지가 기본등록단위로 구획되어야 한다.

나. 등록사항의 개정

이를 위해서 현행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와 제64조 내지 제68조의 등록사항에 관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개정할 것을 제언한다.
첫째,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0호의 “토지”의 표시를 “토지에 관한 정보”의 표시로 개정하고 그 등록사항의 범위를 2차원 지적의 등록사항에서 3차원 지적인 공간정보를 나타낼 수 있는 토지정보의 표시사항으로 확대하여야 한다.
둘째, 지표면을 중심으로 평면적으로 이해하는 현재의 평면필지개념에서 1필 토지에 대한 공간상의 정보를 등록하기 위해 x, y, z 위치 정보를 갖는 입체필지개념을 도입하여야 한다. 따라서 경계표시도 면적경계뿐만 아니라 체적경계표시를 구축하여야 한다. 이 경우에 토지소유권의 상하범위가 확정되어야 한다.
셋째, 지목에 대해서도 현재의 지목은 지표에 한정하여 등록하도록 되어 있으나 지표뿐만 아니라 지상과 지하공간에 대해서도 토지이용에 따라 지목을 부여하는 입체지목을 도입하여야 한다. 따라서 지목을 지표지목, 지하지목, 지상지목으로 분류하여 현재의 28개 지목으로 그 토지의 용도를 표시할 수 없는 경우, 지상지목으로서 고가도로, 고가철도, 고압송전탑 및 송전로 등과 지하지목으로 지하터널, 지하 건축물, 공동구, 지하주차장, 지하철도 등 새로운 유형의 지목도입도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지번에 대해서도 현행 법제는 지표를 중심으로 지번을 부여하고 있으나 공중과 지하에 대해서도 지번의 도입이 필요하다. 입체지번이란 1필지의 수직적 소유권에 따르는 구분을 위해 붙이는 번호를 말하는 것으로서 토지의 상하에 대해서도 지번을 부여한다.
다섯째, 기존의 지적측량은 평면필지를 기준으로 토지에 대한 물리적 현황을 등록·공시하기 위한 지적측량이었으나 입체지적 등록을 위해서는 입체필지를 위한 3차원의 입체지적측량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기존의 평면필지 중심의 지적측량개념은 입체지적측량개념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정보, 3차원 지적

2차원 지적이 가지는 문제점 내지 3차원 지적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그동안 충분히 논의되어 왔으나 이에 대한 기술적·제도적인 방안의 마련은 지적학계의 남겨진 과제다. 4차 산업혁명이 시대의 화두로 던져진 지금, 위치기반의 공간정보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으며 이를 위해 입체지적 도입을 위한 법 개정은 시급한 과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 입체지적 도입을 위한 법 개정에 관한 기존 논의에서는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과 별개로 「입체 필지의 등록 및 정리 등에 관한 규정」과 「입체필지등록부」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 바는 있으나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통해 입체지적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없었다. 필자는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통해, 동법이 부 동산의 물리적 현황을 공시하는 일반법이라는 측면에서 지적정보의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로 삼고 더불어 위치기반의 공간정보가 중요시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공간정보산업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