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정보 전문칼럼

바이두의 아폴로 프로젝트

바이두의 아폴로 프로젝트

오픈 플랫폼으로 자율주행을 선도하다

Writer. 박종훈(ICT 칼럼니스트)

중국의 최대 검색엔진 기업 바이두(百度)가 최근 자율주행차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바로 오픈소스 자율운전 플랫폼 ‘아폴로(Apollo) 프로젝트’ 때문이다. 바이두는 2017년 7월 아폴로 플랫폼 버전 1.0을 공개하며, 자율주행 기술 개발기업은 누구나 다운받아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 소스 플랫폼으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율주행차 개발자들에게 자율주행차 플랫폼, 관련 데이터 및 오픈 소스 등을 제공하고, 레퍼런스 하드웨어도 제공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발표 당시 의구심을 가진 시선도 일부 있었으나 반년이 조금 지난 현재 바이두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획기적인 자율주행 플랫폼으로 성장하였다. 특히 2018년 2월에 열린 ‘CES 2018’에서 라스베이거스와 베이징을 연결하여 아폴로를 탑재한 자율주행 차량들의 군집 주행 시범을 중계하는 등의 퍼포먼스를 통해 확실한 기술적 성취를 뽐냈다. 또한 아폴로 2.0을 공개하며 파트너사의 참여와 활용 방안도 함께 공개했다. 아폴로 플랫폼 1.0 발표 6개월만에 새로운 플랫폼을 선보이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던졌다. 덕분에 현재 시점에서 아폴로 프로젝트는 자율주행차의 ‘안드로이드’로 평가될 정도로 새로운 자율주행차 생태계의 다크호스로 부각되고 있다.

2018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바이두는 집중적인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바이두는 중국 현지와 연결된 시험운행을 실시간 중계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시험운행은 이른 아침 시간대에 한적한 도로(바이두 본사 인근)를 달리는 자율주행차량 대열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어둠 속에서 여러 대의 자율주행자동차가 나타나자 사람들은 시선을 집중했다. 다양한 자동차가 등장하여 도로를 달리고, 중앙분리대가 없는 도로를 달렸다. 또, 복잡한 교차로의 신호와 보행자를 인식하여 적절한 주행을 하며, 교차로에서 U턴도 시행했다. 마주 오는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하는 것도 인지하여 안전하게 차량을 정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보통 중앙분리대가 없고 도로 폭이 좁은 도로에서는 고도의 자율주행 기술이 필요한데, 바이두는 이러한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자신들의 기술이 상당한 궤도에 올랐음을 과시하였다.

바이두의 아폴로 시스템 (출처: 바이두)

앞서 언급했듯이 바이두의 아폴로 시범 영상에는 다양한 차종이 등장한다. 일반 승용차는 물론이고 버스, 청소 차량 등 다양한 차종이 등장하여 자율주행 대열을 이뤘다. 이는 바이두의 아폴로 플랫폼이 일반 차량에도 얼마든지 탑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용으로 제조된 차량이 아니라 지금 타고 있는 차량에 아폴로 플랫폼을 탑재하면 언제든지 자율주행차량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아폴로 플랫폼은 센서로 라이다(Lidar), 카메라, 레이더를 사용하는데, 이 센서를 일반 차량에 장착하면 AI가 정보를 통합·분석하여 자율주행을 실시한다. 실제로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인 오토노머스터프는 아폴로를 탑재한 자동차를 단 사흘만에 선보여 화제가 된 적도 있다.

CES 2018에서 아폴로 플랫폼을 설명하고 있는 치 루 바이두 부회장(출처 : 테크런치)

아폴로 탑재 자율주행차량은 테슬라의 전기차처럼 태블릿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자율운전 기능을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운전자는 디스플레이 화면만 보고도 AI가 무엇을 보고 어떤 장애물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알 수 있다. 또, 디스플레이된 내용을 통해 운전자는 자동차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기도 하고, 저장된 자동차 주행데이터를 통해 알고리즘을 디버깅할 수도 있다.

아폴로 플랫폼 참여 협력 기업(출처: 바이두)

그런데 바이두는 아폴로 2.0을 공개하며 기업들의 참여를 요청했다. 아폴로 1.0보다 진일보한 플랫폼을 제공할 예정이니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달라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렇게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바이두가 왜 기업들에게 참여를 요청했을까? 그 비밀은 바로 공개 소프트웨어 이른바 오픈 소스에 있다. 개발된 소프트웨어가 공개되면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서는 후발 주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개연구 공간에 참여한 기업들이 자신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아폴로에 피드백 할 수 있으며, 바이두는 그 피드백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소프트웨어를 개선해 나갈 수 있다. 바이두는 이러한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아폴로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금까지 바이두의 이러한 판단은 유효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현재 바이두가 아폴로 플랫폼을 독자 개발하지 않고 오픈 소스 방식으로 공개한 후 아폴로 플랫폼을 통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90여 개에 이른다. 채 1년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다양한 기업들이 한 플랫폼 안에서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국의 자동차 업체인 FAW, 체리, 장성자동차 등 65개 중국 기업이 생태계의 중심을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포드, 다임러, 현대자동차 등 외국의 완성차 업체들도 아폴로 플랫폼에 높은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하드웨이 부문에서 보쉬, 컨티넨탈, 델파이, 벨로다인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톰톰 등이, 서비스 부문에서 그랩 택시, 유카 등이, 반도체 부문에서 엔비디아, 인텔, NXP, 르네사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런 여러 참여 기업 중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엔비디아(NVIDIA) 참여가 눈에 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폴로 플랫폼에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를 제공하고, 자율운전차량 시뮬레이터 ‘드림뷰(Dreamview)’의 운용을 지원한다. 또한 아폴로 기반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시작되고 시가지 운행이 시행될 경우 자동차와 클라우드를 연결하는 커넥티드카 기능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또 아폴로 프로젝트가 미국과 유럽으로 확장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엔비디아는 일찍부터 아폴로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자율주행차 및 가정용 인공지능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개발을 바이두와 함께 시행하고 있으며, 딥러닝 및 대화형 인공지능 시스템을 바이두와 함께 개발하고 있다.

참여 기업들이 대부분 중국의 자동차 기업들이긴 하지만 현재 아폴로를 탑재한 자율주행자동차들이 속속 등장하는 등 빠르게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승용차, 버스, 청소차, 운송로봇 등 다양한 차량들이 아폴로 플랫폼을 탑재하고 등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에서 아폴로 플랫폼을 활용한 연구와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아폴로의 모습은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인수한 2005년 당시와 매우 흡사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의 플랫폼에 비해 성숙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안드로이드는 오픈 소스 방식을 채택하면서 빠르게 완성도를 높였다. 이러한 시기와 마찬가지로 아폴로도 오픈 소스 방식을 채택하면서 빠르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애플의 IOS를 제치고 스마트폰 운영 체제를 석권한 것처럼 아폴로가 동일한 길을 밟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또 아폴로가 안드로이드처럼 전세계 자동차 시장을 석권할 것이라는 예상은 섣부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경제지 포브스는 “뛰어난 파트너와 적극적인 연구개발 등을 고려할 때 바이두가 무인자동차 경쟁에서 구글을 앞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아폴로 시스템을 탑재한 자율주행차(출처: 바이두)

바이두의 시운전 영상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아폴로의 기능이 아직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 아폴로의 기능이 당장은 웨이모(Waymo)처럼 무인택시에 활용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어느 정도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완성한 선도기업이라면 굳이 아폴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유인은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롭게 뛰어드는 입장에서 본다면 아폴로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단기간에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포드 등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대형 업체들도 아폴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아폴로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은 자율주행의 기초기술이 스마트폰의 운영체제처럼 공통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이는 누구나 손쉽게 자율주행차를 개발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차별화의 요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고민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제 아폴로 덕분에 자율주행 기술이 없는 신생기업도 완성차 업체를 위협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