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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1601호 ‘조선본천하여지도’

보물 제1601호 ‘조선본 천하여지도’

天下與地圖

Writer. 최선웅(한국지도학회 부회장, 한국고지도연구학회 이사, 한국지도제작연구소 대표)

조선은 개국 초기인 1402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라는 뛰어난 세계지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임진왜란 때 이를 일본에 강탈당해 현재 이 지도는 일본 용곡대학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은 또 다른 세계지도를 만들었는데, 이 지도 역시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에 강탈당해 현재 프랑스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천하여지도’라고 불리는 이 지도는 서울역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조선본천하여지도’와 같은 계통의 세계지도이다.

프랑스국립도서관 지도부에 보관되어 있는 ‘천하여지도(天下與地圖)’는 중국인 왕반(王伴)이 제작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 이 지도는 왕반이 제작한 것이 아니라 조선에서 제작된 지도임이 밝혀졌다. 그 증거로 지도 오른쪽 하단에 적힌 발문 끝에 이 지도가 중국에서 제작된 여지도(輿地圖)를 참조해 조선과 일본, 유구의 지도를 그려 넣은 것이라는 조선 사람의 글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이 세계지도는 제목이 없어 부르는 명칭 또한 각기 다르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조선본천하여지도(朝鮮本天下輿地圖)’라고 명명하였고, 이 지도에 대한 논문을 쓴 한영우(韓永愚) 교수는 ‘한국본여지도(韓國本輿地圖)’, 병인양요 때 강탈당한 것임을 밝혀 낸 이진명 교수는 ‘한국본동아시아지도’,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천하여지도의 중국 발음인 ‘Tian xia yu di tu(天下與地圖)’, 중국 문물출판사가 발간한 <중국고대지도집(명대)>에는 ‘왕반지여지도모회증보본(王泮識輿地圖摹繪增補本)’이라 부르고 있다.

지도는 견포지에 채색으로 그려졌고, 온전한 프랑스 소장본과 비교할 때 만리장성 북쪽과 중국 중앙부 상단, 조선의 강원도와 함경도 북쪽의 지도내용이 박탈된 상태라 남은 부분의 크기는 가로 183.5cm, 세로 154cm이다. 참고로 프랑스 소장본의 크기는 가로 195cm, 세로 185cm이다. 지도는 1637년 현으로 설치된 경상도의 자인(慈仁)이 표기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1637년 병자호란을 겪는 과정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도가 그려진 범위는 북쪽은 몽고, 남쪽은 안남(安南), 동쪽은 일본, 서쪽은 황하의 발원지로 지도의 대부분을 중국 땅이 차지하고 있으나, 조선은 중국에 비해 더 크게 그려졌다. 해안선과 하천은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고, 황하는 황색으로 구분하였다. 바다는 색이 바라 옅은 청회색으로 보이지만 형태는 마름모꼴의 능형(菱形)무늬로 그려 바다임을 알 수 있게 했다. 한반도의 모습은 북부지방이 보이지 않지만, 프랑스 소장본을 참조하면 조선 전기의 전국 지도와 유사하다.

서울역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조선본천하여지도

모든 산은 진녹색인데 비해 백두산만 우뚝하게 흰색으로 그렸고, 그곳에서 압록강과 두만강이 발원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백두산 남쪽으로는 크고 작은 산들이 그려져 있으나, 평안도 양덕(陽德)부터는 백두대간 산줄기가 지리산까지 이어져 있다. 동해에는 우산도와 울릉도가 나란히 그려져 있으나 우산도의 ‘우(于)’자가 ‘정(丁)’자로 잘못 씌어 있다.
수도는 ‘경도(京都)’라 표기해 이 지도가 조선에서 제작된 것임을 뒷받침하고, 지도 오른쪽 하단에는 중국의 행정구역 개요와 왕반이 쓴 지문, 조선 사람의 발문이 차례로 적혀있다.

조선 사람의 발문 내용에 요약하면 왕반의 지문이 적힌 8폭으로 간행된 여지도를 조선에 들여와 각종 자료를 참고해 일부 지명과 내용을 대폭 수정한 뒤 우리나라 지도를 덧붙여 그려 후세 사람들은 이 지도를 만든 이유를 알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적고 있다.
‘조선본천하여지도’는 1402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와 더불어 조선의 세계지도로 높이 평가되지만, 두 지도 모두 원본이 국외에 소장되어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이 지도는 울릉도와 독도가 그려진 관계로 우리 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2008년 12월 22일 보물 제1601호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