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정보 이야기

1,200여 대의 드론이 하늘을 누비다

1,200여 대의 드론이 하늘을 누비다

Writer. 임영현 Photo. 인텔 홈페이지

지난 2월 9일부터 25일까지 강원도 일대에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리에 개최됐다. 평창동계올림픽은 개최 전부터 ‘ICT 기술 올림픽’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고, 가장 진화한 첨단 ICT 기술이 집약된 대회로 치러졌다. 5G 통신, VR 중계, 자율주행차량 등 다양한 ICT기술이 선보였는데, 이 중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개막식과 폐막식에서 연출된 드론 라이트 쇼였다. 1,200여 대의 드론이 수놓은 형형색색의 무늬는 ICT 기술의 미래를 보여 주며, 새로운 드론의 활용법에 대해 생각해 보게 했다. 여기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 드론 라이트 쇼를 비롯해 드론 군집비행기술이 어디까지 진화해 왔는지 살펴보고, 드론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수놓은 드론 라이트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수많은 불빛이 평창 밤하늘을 수놓았다. 불빛은 스노보드를 타는 선수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더니 순식간에 올림픽 오륜기로 바뀌는 장관을 연출하며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막을 알렸다. K-Pop 아이돌의 칼군무를 보는 듯한 빠른 움직임과 정확한 동작은 올림픽 개막 방송을 지켜보는 전 세계인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환상적인 쇼를 보여준 정체는 다른 아닌 바로 ‘드론’이었다. 1,200여 대 이상의 드론이 불빛을 점멸하며 다양한 문양을 선보였던 것.

이번 드론 라이트 쇼는 인텔의 드론 군집비행 기술 덕분에 가능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드론 공연을 위해 330g, 384×384×93mm 크기의 ‘슈팅 스타(Shooting Star)’ 드론 1,218대를 띄웠다. 비행시간 5~8분, 최대 비행거리 1.5km의 슈팅 스타는 엔터테인먼트 목적으로 특별 제작한 드론이다. 여기에 장착된 LED 조명은 400만 가지 색상을 만들 수 있으며, 입체적인 움직임을 통해 다양한 형태를 구성할 수 있다.

이번 드론 라이트 쇼는 인텔의 드론 군집비행 기술 덕분에 가능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드론 공연을 위해 330g, 384×384×93mm 크기의 ‘슈팅 스타(Shooting Star)’ 드론 1,218대를 띄웠다. 비행시간 5~8분, 최대 비행거리 1.5km의 슈팅 스타는 엔터테인먼트 목적으로 특별 제작한 드론이다. 여기에 장착된 LED 조명은 400만 가지 색상을 만들 수 있으며, 입체적인 움직임을 통해 다양한 형태를 구성할 수 있다.

이렇게 띄워진 드론은 새로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200대 이상의 드론을 띄워 ‘최다 무인항공기 공중 동시 비행(Most unmanned aerial vehicles airborne simultaneously)’ 부문 기네스 세계 기록을 세운 것이다. 지난 2016년 독일에서 500대 동시비행에 성공한 인텔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기록을 갈아치우며 독보적인 드론 군집비행 기술력을 과시했다. 개막식 드론 라이트 쇼는 개막일 당시의 기상상황을 대비해 2017년 12월 평창에서 촬영한 영상이었다. 하지만 폐막식이 있던 2월 25일에는 라이브로 드론 라이트 쇼가 전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폐막식에서는 드론 300대가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의 모습을 연출했다. 하이라이트는 작별 인사였다. 수호랑을 빨강색 하트로 변화시켜 출전 선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내며 평창 동계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했다.

1,218대 드론들이 각자 위치 파악 후 충돌 없이 이동

2014년부터 드론 군집비행 프로젝트에 착수한 인텔은 2016년 독일의 어센딩 테크놀로지스를 인수하며 드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왔다. 어센딩 테크놀로지스는 드론의 비행을 가능하게 하는 소프트웨어와 주변 상황을 인식해 충돌을 방지하는 알고리즘 등을 개발해 온 스타트업으로, 2012년 드론 군집비행에 성공한 바 있다. 인텔은 같은 해 세계적인 상용 드론 제작업체인 DJI에 칩을 공급하는 모비디우스도 인수했다. 평창의 드론 라이트 쇼는 사전에 드론이 움직이는 경로를 입력하고 이에 따라 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렇기 때문에 무려 1,218대의 드론이 한꺼번에 쇼를 펼치지만 이들 드론을 컨트롤하는 조종사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인텔은 정밀한 기압계와 고도계가 장착됨은 물론 충돌 방지를 위한 장애물 감지센서, 비행체의 자세와 방향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모토 등이 통합되어 완벽한 드론쇼를 선보였다.

드론 군집비행은 무엇보다 드론의 위치 파악이 중요하다. 제한된 공간에 다수의 드론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동선을 효과적으로 제어해야 하며,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고도의 GPS 기술과 동작 인식(모션 캡쳐)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한다. 또, 여러대의 드론이 간섭 없이 통신할 수 있는 통신 기술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드론이 스스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 요구되었다. 이에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 공대 연구팀은 GPS나 다른 외부 신호 없이도 드론이 스스로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냈다. VGA 스테레오 카메라, 4K 비디오카메라 등을 갖춘 드론이 VIO(Visual Inertial Odometry) 기술을 활용해 출발지로부터 얼마나 멀리 왔는지, 어떤 방향으로 비행했는지를 측정해 5GHz 와이파이망을 통해 지상국으로 전송하고, 지상국에선 이를 토대로 드론의 비행 좌표를 조정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장애물을 피하며 군집비행할 수 있다.

우리도 드론 군집비행 기술 보유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인텔이 주목을 받았지만, 군집 비행 기술을 가진 것은 인텔만이 아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전까지 드론 군집비행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기업은 중국의 드론 업체 ‘이항(eHang)’이었다. 중국은 올림픽 직전인 2017년 12월, 광저우타워 상공에 1,180대의 드론을 띄워 라이트 쇼를 펼치며 인텔의 2016년 500대 드론 동시비행 기록을 깼다. 이번에 인텔이 1,218대의 드론을 시도한 이유도 이항의 기록을 깨기 위함이란 관측도 있다.

김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드론 시험 비행

세계 7위권의 무인기 기술 경쟁력을 가진 한국 역시 드론 군집비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우리 드론이 올림픽 개·폐막식을 연출하지 못한 것은 인텔이 올림픽 공식 협력사였고, 협력사를 정하는 시점보다 우리의 기술 보유 속도가 다소 늦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13년 드론의 실내 군집비행 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2016년 실외에서 드론 18대를 띄워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도 군집비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현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항공우주기술팀장은 지난 2월 ‘동아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RTK-GPS 기술을 국산화하는 등) 측위 기술과 통신 기술, 자세제어 기술 등 군집드론에 필요한 3대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해당 원천기술을 민간에 기술이전을 완료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드론 군집비행 기초기술 개발을 위해 실내용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0억 원을, 실외용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0.6억 원을 투입해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드론, 쇼가 아닌 산업으로 발전해야

평창 동계올림픽을 화려하게 빛낸 드론 쇼가 한국이 아닌 외국의 기술로 이뤄진 것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했고, 우리 기술력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또, 인텔과 같이 우리도 엔터테인먼트 드론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드론쇼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드론 산업에 대해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입장을 견지한다.

국토교통부는 “인텔 수준의 대규모 공연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R&D 개발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공연용 드론이 아닌 자동 경로설정·비행이 가능한 지능형 드론이나 드론을 활용하는 현장수요에 기반한 임무특화용 드론 개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 등을 감안해 ‘드론산업 발전 기본계획’(2017~2026)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즉 예술성이 강조된 엔터테인먼트, 공연용 드론보다 미래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지능형 드론, 임무특화용 드론 개발에 중점을 두고 한국의 드론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지난 3월 6일, 국회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업무보고에서 “드론이 지능을 가지고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지능화된 드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우리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2017년 12월 발표한 ‘드론산업 발전 기본계획’에 따라 ‘무인항공기 안전운항기술’(2015~2021년, 183억 원), ‘저고도 무인비행장치 교통관리체계’(K-드론시스템, 2017~2021년, 253억 원), ‘국민안전감시용 드론’(2017~2020년, 141억 원), ‘Anti 드론기술’(2017~2018년, 36억 원) 등 다양한 분야의 드론 R&D를 추진 중이다. 이중 다수의 드론이 원격·자율 비행하는 기술과 관련된 사업은 ‘저고도 무인비행장치 교통관리체계’이다. 한국형 K-드론시스템을 개발해 세계 교통관리시스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방향이다. K-드론시스템은 5G, 클라우드, 빅데이터, AI기술을 바탕으로 드론, SW, 항행시스템 등을 통합한 시스템이다. 정부는 5G 등 이동통신망을 기반으로 비행 중인 모든 드론이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실시간 통합되어 비행정보(드론의 위치, 고도, 속도, 비행 계획, 비행 경로 등)를 공유하고, AI 기반의 첨단 자동관제를 제공하며 사전 입력정보(출발, 목적지) 기반 AI형 자동관제소의 통제에 따라 원격 자율·군집비행 등 고도의 비행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