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기술공업고등학교 공간정보과는 2014년,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하는 공간정보 특성화고에 3곳 중 1곳으로 지정되며 첫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5년여가 지난 지금 실무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며 그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기민하게 대처하며 4차 산업혁명시대의 주역이 될 인재를 길러내는 울산기술공업고등학교 공간정보과의 면면을 소개한다.

시대의 흐름과 지역 특색을 반영한 혁신

울산기술공업고등학교(이하 울산기술공고) 공간정보과의 출발은 조금 달랐다. 공간정보의 중요성이 대두된 이래 일반적으로 토목과나 건설과를 공간정보과로 진화시킨 반면, 울산기술공고 공간정보과의 근간은 정보처리과였다.
국토교통부에서 전국 단위로 ‘공간정보 특성화고 육성사업’ 공모를 했을 즈음, 울산기술공고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었다. 상업고교로 시작해 1990년대까지 명성을 쌓아왔지만, 산업 발달에 따라 기세가 꺾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학교에서는 공업단지가 많은 울산 의 지역색에 맞춰 공업계열로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때 중요 한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것이 바로 공간정보과다. 한 번에 공업계열 로 전환하는 건 어렵지만 하나의 과를 선정해서 색깔을 바꾼다면 순 차적 전환이 가능할 거라는 판단이었다. 즉, 공업전환을 위한 발판 으로 공간정보과가 선택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정보처리과가 공간 정보과로 바뀐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국토부에서는 토목이나 건설 쪽에서 공간정보로 전환하는 게 더 빠르지 않겠냐고 조언했습니다. 하지만 공간정보에는 측량, 지적, 드론에 더해 IT 분야 프로그래밍까지 포함됩니다. 그런데 토목과 건 설 쪽에서 IT를 받아들이는 걸 어려워했어요. 당시 국토부의 큰 틀 도 IT 위에 토목, 건설, 측량을 얹는 개념이었고 우리 학교에는 이미 정보컴퓨터 교사들이 포진되어 있었기 때문에 국토부의 사업공모에 잘 맞아 떨어진 부분이 있었습니다. 추가로 건설, 토목 전공 선생님들을 모시면 됐으니까요.” 19년부터 공간정보 특성화고 육성사업을 맡아 공간정보과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류형선 부장교사의 설명이다. 울산기술공 고는 전국에서 뽑힌 3개 학교 중 첫 손에 꼽히며 ‘공간정보 특성화고’ 로의 발을 내디뎠다.

우수한 커리큘럼으로 높여온 학업과 취업 수준

울산기술공고 공간정보과에는 현재 1학년 43명, 2학년 38명, 3학년 37명 등 총 11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과를 담당하는 6명의 교사들 은 공간정보 산업체의 수요에 맞는 현장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커리큘럼을 운영 중이다.
“공간정보에 대한 내용을 기초부터 심화까지 단계별로 학습하고 있습니다. 1학년은 공간정보에 대한 기초를 쌓으며 진로를 탐색하 고, 2학년은 세부 전공과목 공부를 시작하면서 공간정보 관련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합니다. 3학년은 그간의 지식을 토대로 심화학습을 하 면서 각종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본격적인 취업 및 진학준비를 해요.” 울산기술공고의 주요 교과목은 크게 드론 분야와 지적·측량·공간 정보 분야로 나누어져 있다. 드론 분야에서는 소형무인기 운용과 조 종을 위한 비행원리 및 조작법, GPS, Pix4D Mapper를 활용한 정사 영상 제작 등을 배울 수 있다. 지적·측량·공간정보 분야에서는 측 량 실무, 공간정보UI프로그래밍, 공간정보 편집 및 분석, 원격탐사 영상처리, 공간정보 위치결정 등 융합 교육과정을 실시한다. 초경량 비행장치 무인멀티콥터 조종 실기평가 자격을 갖춘 전문 지도 교사 를 확보하고 Revotop(12kg 이상 기체), 인스파이어2 등 다양한 기 체 및 비행장 시설을 갖췄으며 울산 최초로 드론을 도입해, 2년 연 속(’15~16년)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 국토교육동아리에 선정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류형선 부장교사는 울산기술공고 공간정보과의 교육이 ‘상당한 수 준’이라고 자신한다. 스스로 부경대학교 공간정보시스템공학과를 비 롯, 전주비전대, 한국기술교육대 등에서 관련 연수를 쉼 없이 받고 이를 그대로 학생들에게 전수시켜온 덕분이다. 학교 수업 외에도 LX 한국국토정보공사 공간정보 선임연구원 정호현 박사, 지오스페이 스이엔지 서동주 대표이사, 전주비전대학교 심정민 교수 등 전문가 를 초빙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특강도 진행해왔다. 3학년을 위 해서는 ‘잡페어 with 취업캠프’를 운영하며 전공동아리 활동을 독려 하는 것까지, 이 모든 과정들이 공간정보과 학생들의 취업과 학업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 왔다.
실제로 김유빈 학생(3학년)과 백예림 학생(1학년)은 “교과목 공부가 결코 쉽지는 않지만 학교의 교육 시스템 안에서 정말 도움을 많이 받는다”며 “미래 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열심히 달리겠다”며 들고 있 던 드론 조종기를 야무지게 잡았다. 이중 졸업반인 김유빈 학생은 이미 3개의 자격증을 취득, '드론부사관'이라는 자신의 꿈에 한발 한 발 접근 중이다.

경상권 공간정보 분야의 거점을 향한 꿈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울산기술공고는 길지 않은 역사 속에서 괄목 할 만한 성과를 보여왔다. 울산을 알리는 ucc 제작, 과학기술제전에 서 드론을 활용한 행사(’16~17년) 촬영 및 학생·학부모 대상 드론 체험 부스 운영, 드론레이싱대회 고등부 1위(교육감상,‘17년), 드론볼 링대회 고등부 1위(교육감상, ‘18년), SW 코딩드론 대회 1위(‘19년) 등 이 바로 그것이다.
지자체와의 협업 또한 빼놓을 수 없다. 2019년 11월~12월까지 울산 광역시 북구청과 드론 운용 업무 협약을 맺어 북구 지역 지적재조사 사업 일환으로 드론 촬영과 정사영상제작 등의 협업을 실시해 지역 사회에 공간정보과를 알리고 학생들이 실무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지난 11월 12일에는 울산광역시청 토지정보과와 협약식을 했습니 다. 드론 및 3D 스캐너를 활용한 측량기술 발전과 3차원 공간정 보 구축 분야에 협력체계를 구축해 드론 관련 교육, 기술, 장비, 인 력 등의 자원을 서로 공유 및 협업하자는 내용이었지요. 실제로 울 산 태화루와 울산광역시 청사의 경우, 드론과 3차원 스캐너를 이용해 PointCloud 데이터를 획득한 후 3차원 모델링을 해서 공간정보산업 진흥원이 주최하는 공모전에도 출품을 했어요. 공모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3차원 모델링과 지적재조사 및 세계측지계 변 환 등 현장 실무를 겸비한 직업 체험을 함으로써 생생한 공간정보 실무까지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 같은 탄탄한 교육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취업의 문을 넓혀갔 다. 측량기능사, 지적기능사, 정보처리기능사, 지도제작기능사, 전산 응용토목제도기능사, ATC, 무인멀티콥터 조종자 등의 자격증을 취 득하고 지적직공무원, 한국국토정보공사, 한국도로공사, 측량·GIS 업체, 공간정보 DB 구축기업, 네비게이션, 지도서비스, 위성영상 처 리 및 분석, S/W 판매 및 가공, 공간정보 활용 및 서비스 기업, 일반 IT 기업, 건설·토목설계 기업, 드론 관련 업체 등 다양한 분야로 진 출한 것이다.
“아직까지 학부모님들이나 학생들이 공간정보를 어렵게 여기기도 합 니다. 그럴 때면 ‘공간정보란 지리정보(지형)와 속성정보(세부정보)가 결합된 것으로, 삶의 재미를 주는 분야’라고 설명하지요. 공간정보란 이미 저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기반과 실체를 제공하는 학문이라는 걸 강조해요.”
현재 울산기술공고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초경량비행장치 무인멀티 콥터 전문교육기관으로 지정을 받아 공간정보과 학생들의 자격취득 비용을 없애고, 산업설비기계과 및 전기과와의 협업을 통해 드론 제 작 및 제어, 정비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향후 경상지 역에서 공간정보를 활성화시키는 거점 역할을 하고 싶다는 울산기 술공고의 목표와 자부심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강력하게 견인할 것 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