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나 지진 등 긴급 재난상황 발생 시에는 현장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골든타임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고층건축물 등 큰 규모의 사고가 발생할 때는, 지상에서의 정보만으로 신속히 상황을 파악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에 서울소방에서는 2015년부터 소방드론을 활용한 입체적 정보를 취득하며 효율적인 재난대응에 힘써왔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재난대응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소방드론에 대해 살펴본다.

재난현장과 소방드론의 어색한 첫 만남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드론이 유행처럼 번진지 벌써 수년 째다. 이제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도입 초기에 는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2015년 서울소방에서 처음 드론 도입 을 추진할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현장대원은 드론 없이도 재 난대응을 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여겼고, 앞으로 시작될 낯선 변화 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인 분위기 속에서 재난현장과 드론의 어색한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고 이런 분 위기는 오랫동안 지속됐다.
서울에서는 출동을 담당하는 총 26곳의 소방관서 중 단 한 곳에서만 소 방드론 운용을 시작했다. 이후 2016년 말까지 다섯 곳으로 확대됐고 2020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전국 시·도 소방관서에서 소방드론의 본격 적인 도입에 나섰다. 사실 비교적 일찍 소방드론을 도입한 소방관서의 경우에도 전담 관리부서와 인력이 없어 적극적으로 운용할 수 없었다. 그 런데도 불구하고 소방드론 운용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었던 것은 드 론의 장점을 활용해 제 몫을 톡톡히 한 사례가 꾸준히 늘었기 때문이다.

아직 소방드론은 근거리에 있는 지상 대원이 물리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직접 수행할 수는 없다.
하지만 높은 건축물의 수직검색과 넓은 범위의 수평검색을 지원해, 대원들이 체력을 낭비하지 않게 돕는 것은 물론 효율적인 현장 활동을 보장해준다.

재난대응 시스템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다

소방드론을 도입한 후에도 갈 길은 ‘구만리’ 같았다. 소방드론 도입 사 업의 기체표준을 위한 성능 기준과 운용을 위한 매뉴얼, 점검부, 운용 일지, 관련 보험 등 뒷받침돼야 할 행정 업무는 걸음마 수준에도 못 미 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난현장에서 드론을 운용한 사례는 해외까지 포함해도 극소수였다. 해외 사례를 어렵게 발굴한 경우에도 우리나라 에 그대로 적용하려니 법령규제와 재난환경, 그리고 대응 전술 상의 차 이가 적지 않았다. 사실상 모든 것을 무(無)에서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서울소방재난본부 현장대응단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임무용 전용주파 수(5091~5150MHz, 출력1W)를 1년에 걸쳐 허가(LTE 사용 전까지)받았 고 수도방위사령부와 업무협의로 2015년 8월부터 재난현장에서 바로 유ㆍ무선 비행승인과 촬영허가(P-73 A 포함)도 얻어냈다. 재난현장에 서 소방드론 추락 시 보상에 관한 보험 문제와 사고 시 수리비용 문제 등도 하나, 둘 해결해 나갔다. 행정적인 부분을 해결한 후, 소방드론을 현장에서 운용하면서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직 소방드론은 근거리에 있는 지상 대원이 물리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직접 수행할 수는 없다. 하지만 높은 건축물의 수직검색과 넓은 범위의 수평검색을 지원해, 대 원들이 체력을 낭비하지 않게 돕는 것은 물론 효율적인 현장 활동을 보 장해준다. 현재 서울소방에서 사용하는 드론에는 최대 200배까지 확대 할 수 있는 카메라와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 등이 부착돼 있다. 200배줌 카메라는 800m 떨어진 거리의 상공에서도 차량 번호판을 식별할 수 있 고, 열화상 카메라는 맨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열을 감지할 수 있어 재 난현장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 중이다.
소방드론의 다양한 운용 사례를 통해 효용성이 검증된 이후, 각 시·도 소방본부에서는 맞춤형 소방드론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현장에서 운 용할 전문팀을 꾸리기 시작했다. 나아가 영상정보 송출 및 지휘를 위한 드론 전용차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그만큼 재난현장에서도 항공정보 를 취득하는 일이 우선시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소방대응 시스템 역시, 소방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외부 소방 관련 전문가들 역시, 향후 소방업무 중 50% 이상에 드론이 활용 될 거라고 예측한다. 도입 초기 검증이 되지 않아 의구심을 갖게 했던 드론이 이제 재난대응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은 물론 재난 현장의 정보 취득 패러다임 또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재난사고 대응 위한 새로운 플랫폼 활용

재난사고 발생 시에는 재산 및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골든타임 을 확보한 후 선제 조치를 해야 한다. 도입 초기 소방드론이 화재, 구조 출동 등 재난대응에 주로 활용되어온 이유다. 그러나 앞으로는 재난의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등 재난사고 관리의 전반적인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2017년, 항공 VR을 활용한 비상소화장치 위치 공간정보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018년부터는 3D 매핑과 모델링을 활용해 재난사고 메커니즘 등 원인분석에 소방드론 을 활용해왔다. 보다 다양한 활용방안을 찾기 위한 연구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활용 사례 및 선행 연구가 부족한 만큼, 더 많은 경험 과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하지만 소방 및 재난 분야에서 소방드론은 전문성을 점차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향후 재난사고 관리 분야에 소방 드론과 공간정보 등 새로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한다면 재난사고 관리 방식 또한 더욱 발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