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맥 매카시가 원작을 쓰고 코엔 형제가 영화화한 작품의 이름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였다. 하지만 스마트시티는 ‘노인을 위한 도시는 있음’을 증명할 것이다. 노인을 위한 도시가 결국 모두를 위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스마트 헬스 개념이 핵심인
스마트시티

노인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안전과 건강이다. 근 력이 없어져 쉽게 넘어지거나 다칠 수 있는 노년기에는 안전에 대 한 요구가 높아진다. 또한 질병이 많이 찾아오는 시기이니만큼 건 강한 삶을 위한 의료 서비스도 필수적이다.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를 추진하는 많은 도시들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해 다양한 스마트 헬 스 서비스를 제안하고 있다.
스마트 헬스란 무엇인가? 스마트 헬스의 종류는 대상자의 치료나 의료 부분을 책임지는 스마트 의료(메디컬), 전체적인 건강 및 체 력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스마트 웰니스, 안전을 비롯하여 노인들 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스마트 실버로 나뉜다. 최근에 가장 이슈화되고 있는 부분은 원격의료를 포함한 스마트 의료 서비스다. 원격의료는 나라마다 환경과 도입에 대한 입장 차 이 때문에 아직 스마트시티의 표준이 되기 어렵다. 서비스를 도입 하기 전에 법령과 제도의 정리가 먼저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거리 에서 임상과 헬스 케어가 가능한 원격의료는 거리 장벽을 없애고 의료 서비스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큰 서비스다. 다만 전문가 부재 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위험 정도가 증가하고 데 이터의 전송과 저장 과정에서 정보를 위태롭게 할 위험, 즉시 치료 를 시작할 수 없다는 단점 때문에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이 부분 은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뿐 결국 해결 방안 을 찾아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기술이 상당한 지점에 도달한 분야는 스마트 웰니스다. 심근 경색, 당뇨병, 고혈압 등 노년층이 주로 앓고 있는 질환은 매일 매 일 꼼꼼한 관리가 핵심이다. 직간접 센서를 통해 이를 24시간 모 니터링하며 사물인터넷과 연계하여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는 노년기에 이른 사람들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실버 케어 부분도 디지털 기술에 기대어 상당 부분 발달했다. 침대 에서 일어날 때 휠체어가 전동으로 준비되는 서비스, 우울 증상 노 인들에게 식단, 투약 관리, 취미활동 등 맞춤형 케어 서비스를 제 공하는 챗봇, 위험 상황이 생길 경우 외부에 알릴 수 있는 위기 대 응 프로그램들이 장착된 실버 케어 로봇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정서적 안정까지 확대된 고령자 친화 서비스

인구 고령화 시대에 스마트시티가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이 단순한 의료와 건강관리에만 머문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그보다 더 중요 한 것은 노년기도 의미 있는 시간이며 생존 그 자체를 넘어 소속감 과 자기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발전하고 있는 스마트시티의 예는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은 누구나 알다시피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사회다. 급증하는 고령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일본은 제도와 산업기술 발 달을 꾀하는 동시에 고령자 스스로 할 일을 찾도록 도와주고 있다. IT 기술을 활용한 노년 라이프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좋은 예 다. 일본의 노년층은 스마트폰, 태블릿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온라인상에서 자기를 노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런 노력들은 모두 단순히 생물학적으로 ‘오래 살아있기’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 니라 고령화 시대, 노년에도 사회적 유대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 게 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고령자들을 정서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반가운 움직 임이 있다. 국내 SKT의 AI 스피커 ‘누구’는 사회 취약 계층의 정서 와 안전을 지원한다. 스피커와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위급 상황이 올 때 케어센터와 담당 케어 매니저 ADT 캡스를 연계해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을 한다. 내년부터는 지역사회 중심의 ‘커뮤니티 케어’도 시도된다. 커뮤니티 케어는 돌봄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자택이나 그룹 홈 등 지역 사회에 살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 지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제도다. 한정된 공간에 고립되거나 소 외되기 쉬운 노인들이 지역 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혁신적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문화 서비스도 커뮤니티 케어의 한 축이 된다. 스마트시티는 가상화 기술을 통해 경험의 극대화를 제공한 다. 이미 이런 서비스들은 도서관과 박물관, 미술관 등에 적용되고 있다. VR 서비스를 이용한 전시회 관람이나 문화재 관람, 홀로그 램 콘서트 등이 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문화와 예술로 삶의 전반 적 만족감을 올리는 장치는 전시나 콘서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스 마트시티에서 만날 수 있는 스마트 스쿨은 노년기를 보다 활기차 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스마트시티로 변신 중인 소멸 위기의 지방도시

도시의 고령화는 대도시보다 지방이 훨씬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 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30년 이 내에 고령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져 228개 시군구 중 84개, 3,428 개 읍·면·동 중 1,368개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방도 시의 소멸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지방 소멸의 문제점을 고령자 친화 스마트시티로 풀고 있 다. 예를 들자면 최근까지 운영하지 않던 철길을 재정비하여 자율 주행 버스를 운영하는 도시, 히타시처럼 말이다. 자율주행 공공 교 통을 확대해 고령자가 개인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도 병원이나 상 업시설에 방문할 수 있게 했고 스타트업과 지자체를 연계하여 원 격의료, 고령자 지킴이, VR 서비스 등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 게 했다. 일본의 대표적 스마트시티로 손꼽히는 ‘가시와노하 스마 트시티’는 태양광, 풍력 등 자립 가능한 에너지 생산 시설을 갖추 고 있고 식재료 생산, 산업 육성, 주민 건강 관리까지 생활 전반적 인 것을 지방 내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모든 주민들 이 통신 가능한 손목 시계형 디지털 건강기기를 착용하고 있어 자 신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 체크할 수 있으며 이렇게 기록된 건강 데 이터가 스마트시티 내 건강센터로 전송되어 관리된다. 우리가 꿈 꾸는 스마트 헬스가 실제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발전된 기술로 돌봄의 영역까지 완벽하게 케어하고 있는 스마트시티는 독거 고령자들의 소외감을 줄이고 있다. 앞으 로 이 서비스에 음식배달, 원격진료, 디지털 처방까지 이어지면 건 강한 생활을 영위하게 하는 완벽한 고령자 친화 도시로 거듭날 것 으로 보인다.

고령자는 너와 나, 우리 모두의 미래다.
결국 모든 사람은 노인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
고령자와 장애인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가,
바로 여기에서부터 스마트시티의
설계와 기획과 논쟁이 시작되었으면 한다.

고령자 친화가 이루어져야 가장 발전된 스마트시티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가장 발전된 도시, 가장 사람들이 많은 도시 가 가까운 미래에 스마트시티로 변모할 것이라고 오해했는지도 모 른다. 그러나 일본의 이런 시도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소멸될 지방도시를 스마트시티화 하면 너무 집중된 도시의 기능을 분산시킬 수도 있고 한가한 곳에서 고령자들이 보다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줄 수 있다. 고령자는 너와 나, 우리 모두의 미래다. 결국 모든 사람은 노인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 고령자와 장애 인을 어떻게 케어해야 하는가, 바로 여기에서부터 스마트시티의 기 획과 설계와 논쟁이 시작되었으면 한다. 가장 스마트한 도시는 가 장 소외된 계층도 스마트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