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통해 공간을 창조할 때는 반드시 주변의 문화와 지리, 삶을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공간이 먼저 자리를 잡고 주변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공간은 어떻게 시대와 문화를 바꾸어 왔을까.

<알쓸신잡>이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건축가 유현준은 공간과 도시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아가 공간의 탄생이 도시의 풍경을 바꾸고 문화를 탄생시키며, 삶의 방식과 인식을 바꾸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건축을 통해 탄생한 공간을 중심으로 교류, 결합, 변종이 만들어낸 문화의 진화를 이야기한다. 각 지역마다 지리적·기후적인 환경 제약이나 특징이 있고, 인간의 환경적 제약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지역적 특성에 맞는 생활양식과 문화를 만들었다. 건축 공간은 그런 문화의 물리적 결정체다. 건축은 엄청나게 큰 에너지와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보니 많은 사람의 지혜를 모아야 하고, 크게는 사회적 동의가 있어야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이 구축되는 형식과 모양을 보면 만든 사람의 생각과 문화를 비춰볼 수 있다. 따라서 그 공간을 분석하고 이해하면 사람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과거 기후와 농업 방식으로 인해 동양에서는 처마 지붕과 나무 중심의 건축물이, 서양에서는 돌 중심의 건축물과 개인주의적 공간 구성이 발달했다면 현재에는 동서양의 건축가들이 서로의 건축에서 영향을 받으며 각각의 도시에 서로의 영향을 받은 건축 공간을 선보인다.

기둥 중심의 건축을 하는 르 코르뷔지에와 돌을 중심으로 공간을 재해석하는 안도 타다오가 그 예다. 건축가들이 도시에 서로 다른 문화를 융합시키고 새로운 문화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다.
저자는 서로 다른 생각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융합되고 어떻게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지는지 공간을 중심으로 추리해나가며 뛰어난 관찰력과 통찰력으로 서로 다른 문화의 관계와 창조에 얽힌 비밀을 재해석했다.
또한 기술의 발달을 통해 새롭게 탄생하는 공간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현재 우리는 SNS 속 가상공간이 실제 공간에 영향을 주는 모습을 보며 살고 있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미래에는 무엇이 우리 문화와 공간에 영향을 줄까? 저자는 이제 디지털 기계와 아날로그 인간의 융합이 있는 곳에 새로운 문화가 나타날 거라고 말하며, 기술에만 의존하면 다양성이 사라진다고 경고하면서 인간다움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갈등을 화합으로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생각이라고 말한다.

공간의 심리학 :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공간의 비밀
발터 슈미트 지음 | 반니 | 2020년 5월

공간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환경에 따라 인간의 생각과 행동이 바뀌고, 일의 능률과 성과에도 차이를 만든다. 공간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녹색식물을 풍부하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의 일터에서는 아파서 결근하는 빈도가 낮다고 한다. 빛이 들고 녹색식물이 잘 보이는 창가 자리는 희소성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자기 주변을 초록색으로 꾸미는 일은 공간심리학적으로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책은 공간심리학적인 시각에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공간을 선택하기를 주문한다. 중요한 계약을 할 경우에는 자신의 사무실 혹은, 적어도 자신이 익숙한 공간에서 하라고 충고한다. 그런 공간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고, 자신감을 바탕으로 유리하게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다. 상황을 제어할 수 있게끔 공간적인 뒷받침을 받는 데에서 오는 위안감 덕분에 심리적 우위를 점하게 된다는 것이다.

데이터 프라이버시 :
개인 생활과 사회를 위협하는 기술에 관한 탐사기
니혼게이자이신문 데이터경제취재반 지음 | 머스트리드북 | 2020년 06월

우리는 최신 데이터 기술로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생산성을 높이는 대가로 중요한 개인정보를 기업에 내준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사생활이 침범당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아이디 제휴에서 스코어링, 프로파일링, 딥페이크, 표적형 사이버 공격까지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에 대한 불안도 제기되고 있다. 데이터의 사용 방법에 따라 새로운 격차 사회가 출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데이터 프라이버시>는 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빛과 그림자를 조명하고 건전하고 풍요로운 디지털 사회를 위한 제언을 담았다. 일본의 대표 경제신문 기자인 저자들은 미국, 유럽, 중국 등 최신 글로벌 사례까지 두루 포괄하고, 직접 실험에 뛰어드는 심층 취재로 문제를 제기한다. 저자들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테크놀로지를 발전시켜가는 것이 데이터의 세기에 필요한 경쟁력을 키우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코로나 사피엔스 :
대한민국 대표 석학 6인이 신인류의 미래를 말한다
최재천, 장하준, 최재붕, 홍기빈, 김누리, 김경일, 정관용 지음 | 인플루엔셜 | 2020년 06월

코로나19 사태가 위기와 반성만 안겨준 것은 아니다. 팬데믹 쇼크가 반복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앞으로 또 다른 바이러스가 등장했을 때 일상을 지켜가기 위해선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이 가능해야 한다. 감염을 줄일 수 있는 ‘비대면’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이고, 이러한 흐름에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될 것은 분명하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팬데믹 앞에서 사람들이 보여준 대응은 놀라웠다. 그 어떤 세대보다 빠르게 언택트한 일상에 적응했고, 사실상 주도했다. 인류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고쳐야 할 것은 무엇이고, 성장시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 위기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는 무엇인가? 이들은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신세계에서 살아갈 인류를 ‘코로나 사피엔스’라 명명하며, 코로나 이후 완전히 다른 체제 아래 살아야 할 신인류에 대한 폭넓은 통찰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