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Untact) 시대’가 활짝 기지개를 켰다. 전자상거래는 이러한 움직임의 첨단에 서 있는 대표적 비대면 서비스다. 그런데 전자상거래는 물류센터에서 집까지 연결되는 유통경로를 하나하나 개척해야 하기에, 세세한 공간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자상거래와 공간정보가 만들어가는 언택트 시대의 쇼핑 풍경, 지금부터 자세히 살펴보자.

일상 속으로 파고든 전자상거래

상거래는 이곳에 있는 A와 저곳에 있는 B를 서로 맞바꾸는 물물교환에서 출발했다. 그러던 중 누군가 곳곳에 흩어져 있는 A와 B를 모아 한 곳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A와 B를 만드는 생산자는 원산지에 머무르며 제품을 만드는 데만 열중하면 그만이었고, 생산자와 상점 사이를 오가며 제품을 배송해 주는 유통구조가 형성됐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상당한 이득이었다. 굳이 원산지까지 갈 필요 없이 가까운 상점과 시장에서 원하는 물건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의 도래로 전 분야가 분업화되자 ‘생산자-유통업자-소비자’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유통구조는 더욱 공고해졌다. 생산자의 이름은 브랜드로 전환됐고, 소비자는 제품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됐는지 점점 알 수 없게 됐다. 유통구조는 도·소매로 세분화됐고, 그만큼 제품에 마진(Margin·중간이윤)이 붙으며 비싸졌다. 사람들은 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싶었지만, 공고해진 전통적 유통구조가 이를 방해했다.
이런 가운데 1990년대 초, 마음만 먹으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교류할 수도 있는 수단이 생겼다. 바로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곧 개방과 연결을 의미했고, 상점 뒤에 흐르고 있던 유통구조를 소비자 눈앞으로 끌어올렸다. 누군가는 인터넷을 활용한 직거래로 유통비용을 절감, 생산자와 소비자의 ‘윈윈(Win-Win)’을 도모했다. 온라인 쇼핑몰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대형 유통업체들도 앞다투어 인터넷 쇼핑 공간을 마련했다. 특정 물건을 필요로 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을 한데 모아 구매가를 낮추는 ‘공동구매’ 개념이 널리 퍼졌고, 쿠팡 등 이를 활용한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 업체가 급격하게 성장했다. 해외에서만 판매하는 제품을 싸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해외직구’도 성행했다. 통칭 ‘전자상거래’라고 불리는 인터넷 유통 서비스는 이렇게 우리 삶에 녹아들었다.

유통 혁신에 일조한 공간정보

전자상거래의 보편화에도 불구하고 그 활용에는 일부 제약이 있었는데, 신선식품이 대표적이었다. 기존의 온라인 쇼핑 유통구조로는 신선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개개인의 집앞까지 식품을 배송할 콜드체인시스템(Cold Chain System)이 구축돼 있지 않았던 것.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스마트폰에 탑재되고 배송경로를 최적화해서 유통시간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줄여주는 시스템이 등장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마켓컬리와 같이 신선식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온라인 유통업체가 생겨났는데, 이들은 특히 잠에서 깨자마자 식품을 받을 수 있는 ‘새벽배송’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존 식재료 구매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소비 경험을 선사했다. 그 성공을 지켜본 온라인 업체들도 속속 새벽배송 제도를 도입했으며, 이를 신선식품 이외의 제품 배송에도 활용하는 곳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공간정보는 이러한 유통 혁신을 이루는 데 상당한 공을 세웠다. 기존 온라인 쇼핑도 사실 공간정보 없이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생산지 혹은 물류센터에서 주문자가 지정한 배송지까지의 경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온라인 유통구조가 제대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전자상거래의 비중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물량이 늘어나면서 한정된 배송 자원으로 이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했다. 유통업체들은 공간정보를 분석해 최적의 배송경로를 찾아내는 시스템을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보다 세밀하고 실시간성 높은 공간정보가 필수적.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간정보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유통업체들은 보다 정확하고 보다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공간정보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와 공간정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영원의 동반자’인 셈이다.

공간정보, ‘언택트 시대’의
조력자로 거듭나다

아예 공간정보를 전면에 내세운 전자상거래 서비스도 출시했다. 이웃간 중고품을 직거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당근마켓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6월 기준 쿠팡에 이어 쇼핑 애플리케이션 사용량 2위를 차지했다. ‘당’신의 ‘근’처에 있는 마켓이라는 이름답게, 사용자 위치를 설정하면 6km 이내에 있는 이웃끼리만 거래를 할 수 있다. 그 범위를 넘어서면 채팅도, 검색도 안 된다. 이러한 시스템이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열광하고 있다. 이웃사촌과의 직거래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만날 수 있고, 물건을 직접 볼 수 있어 오히려 믿음이 간다는 것이다. 만약 공간정보가 없었다면, 이러한 서비스는 태어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공간정보가 유통 혁신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으로 바깥 외출이 힘들어졌고,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도 자제하게 됐다. 때문에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화두 중 하나인 ‘언택트(Untact)’가 각종 서비스에 빠르게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곧 ‘언택트 시대’로 귀결될 것이며, 이에 따라 전자상거래도 소비의 가장 큰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전자상거래의 필수 요소인 공간정보의 영향력도 점점 더 커질 것이며, 세세하고 정확한 공간정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한층 다채롭게 마련될 전망이다. 공간정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주문한 물건을 우리 집앞에 가져다주는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공간정보는 이러한
유통혁신을이루는데
상당한 공을 세웠다.
기존 온라인 쇼핑도
사실 공간정보 없이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