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늘 좋지만 준비는 힘들고 번거롭다.여행지 선택에서부터 숙소, 식당, 교통수단 등을 두루 알아봐야 하고 낯선 공간을 이리저리 헤맬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해외로 나가면 말도 잘 안 통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공간정보를 활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공지능과 공간정보에게 불편함을 맡기면, 여행자에겐 즐거움만이 남는다. 이들이 ‘여행을 행복하게 만드는 기술’인 셈이다.

여행 준비, 이제 편안하게 맡기세요!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려면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몇 달 전부터 비행기와 숙소를 알아보고, 취향에 걸맞은 관광지와 맛집 정보도 알아봐야 한다. 현지에서의 교통편과 동선 파악도 필수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 이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준비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을 준비하며 매번 상상하곤 한다. ‘누가 내 입맛에 맞는 여행을 만들어줄 순 없을까?’ 물론 예전에도 맞춤형 여행 서비스는 존재했지만,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인공지능이 여행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여행지, 숙소, 식당부터 최저가 비행기 티켓까지 꼼꼼하게 추천해주는 것은 물론, 현지 이동 동선까지 깔끔하게 정리해 주기 때문이다.
‘씨트립(Ctrip)’은 중국의 양대 온라인 여행사 중 한 곳으로, 3억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서 생산되는 여행 데이터는 매일 50TB에 이른다. 씨트립은 이 방대한 빅데이터를 변환, 보다 정밀한 맞춤형 여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쇼핑을 선호하는 고객에게는 숙소 근처의 쇼핑 장소를 추천하고,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 고객에게는 호텔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는 공항 픽업 서비스를 제안하는 식이다.

세계적인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고객에게 한층 더 안전한 숙소를 제공한다. 숙박업자의 이력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휴리스틱스(Heuristics) 알고리즘을 적용해 안전 문제나 사기 행위 등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 또한 숙박업자와 투숙객 간의 대화 내용을 분석해 문제 요소를 미리 걸러내는 기술도 적용해 공유경제의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있다.
한편, 국내 여행 스타트업 ‘핫츠고(Hotsgo)’가 만든 애플리케이션 ‘핫츠고플랜(Hotsgo Plan)’은 여행 계획 전반을 추천하고 관리해준다. 애플리케이션에서 일정과 여행지를 등록하면 그에 따른 최적의 일정표가 자동 생성된다. 시간, 위치, 사진 입력 기능을 통해 분 단위로 일정을 관리할 수도 있다. 장소 추가 시 자동으로 일정이 변경되는 것은 물론, 구글맵으로 일정표에 따른 이동 동선 파악도 가능하다. 인공지능과 공간정보를 적절하게 결합한 결과다.

인공지능이 여행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여행 관련 모든 준비를 일사천리로 해결해주고 있다.

현지에서도 막힘 없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다

여행 준비를 잘하고 떠났어도, 현지에 가보면 모르는 것 투성이다. 이럴 때는 챗봇(Chatter Robot)을 중심으로 한 여행 비서 서비스의 도움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챗봇은 메신저에 질문을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답변을 전달하는 대화형 정보 서비스. 자기학습이 가능하고 응답시간도 빠른 편이기에 많은 기업이 활용한다.
‘인터파크투어’는 실시간 인공지능 여행 상담 챗봇 ‘여행 톡집사’를 운영 중이다. 언어 입력 및 답변 정확도 수준을 80%로 끌어올렸고, 항공권이나 숙박의 예약, 변경, 환불 등의 빈도 높은 단순 문의는 인공지능이 즉시 처리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더 코스모폴리탄 호텔’은 인간과 유사한 성격과 목소리를 지닌 챗봇 ‘로즈(Rose)’를 만들었다. 호텔 투숙객은 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누구나 메신저 혹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로즈의 활동 영역이 단순한 호텔 안내, 그 이상이라는 사실이다.
고객들이 원하는 체험 프로그램이나 호텔 주변 식당 및 길 찾기에 도움을 주며, 한 명의 마케터로서도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로즈에 탑재된 재미있고 장난스러운 성격이 고객들의 소비 진작에 한몫을 하는 것. 실제로 로즈를 이용한 투숙객은 일반 손님보다 37% 더 많은 돈을 사용했다는 게 호텔 측의 설명이다.
관광지에서 각종 문구를 번역하고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서비스도 일상화됐다. 글로벌 IT 기업 구글이 만든 애플리케이션 ‘구글렌즈(Google Lens)’로 표지판이나 메뉴를 촬영하면 사진 속 단어와 문장을 모국어로 번역해준다. 관광지의 문화유적이나 특정 물건에 대한 상세 설명도 구글렌즈를 통해 얻을 수 있다.

현지인과의 대화도 여행의 유용한 정보다. 부산시는 작년 6월부터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공지능 통번역기인 ‘말랑말랑 지니톡 고!’를 무상 대여하는 시범 사업을 벌였다. 이 기기는 인터넷이 안 되는 환경에서도 한·영·중·일어의 통번역을 서비스할 뿐만 아니라 사진 촬영을 통한 이미지 번역, 여행지 정보 제공, 와이파이 핫스팟 공유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현지에서 소통 부족으로 난감해질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챗봇과 같은 여행 비서 서비스의 도움으로 현지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테크 새비족’ 사로잡은 인공지능 호텔

기술(Technology)과 지식(Savvy)의 합성어로 첨단기술을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을 일컫는 ‘테크 새비(Tech-Savvy)족’이 호텔의 주 고객층으로 성장함에 따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호텔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호텔의 수많은 기기를 상황과 환경에 따라 알아서 제어하는 인공지능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의 호텔 ‘더 싱클레어 오토그래프 컬렉션’은 ‘인텔’과의 협업으로 세계 최초의 올 디지털(All-Digital) 객실을 선보였다. IT 기술이 접목된 거울 ‘일렉트릭 미러(Electric Mirror)’를 통해 뉴스·날씨·여행 정보 등을 살펴볼 수 있으며 음악도 재생할 수 있다. 디지털 키오스크로 객실 온·습도, 차양막 조절, 커튼 개폐 등을 편리하게 제어하기도 한다.
중국 항저우시의 ‘플라이주 호텔’은 자국 최대 상거래기업 ‘알리바바’와 손잡았다. 고객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객실의 층과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호텔에 도착하면 키오스크로 신분증과 예약번호를 확인하고 얼굴 사진을 촬영하는데, 이 사진은 객실 출입이나 엘리베이터 호출, 헬스장 등 호텔 편의시설 이용 시 안면인식 인증 용도로 활용된다. 객실 내에서는 인공지능 스피커로 환경 제어가 가능하며, 음식과 생필품도 주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인공지능 호텔이 들어섰다. 서울 중구에 있는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의 객실에서는 비치된 가전기기를 음성인식과 터치스크린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특히 이 호텔은 인공지능 호텔 로봇 ‘엔봇(Nbot)’을 상용화 했다. 엔봇은 호텔 용품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손님이 주문한 물건을 내부에 담아 안전하게 전달한다.



고객들의 IT기술 선호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기에 호텔들의 스마트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020년 더욱 달라질 여행의 풍경

여행은 단순하게 말하자면 물리적인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행위다. 따라서 여행과 공간정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공간정보를 여행 서비스에 성공적으로 접목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많은 IT 기업이 내비게이션과 같이 단순히 길만 안내해주는 서비스를 넘어, 사용자의 성향과 목적에 맞춘 공간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혁신을 거듭하는 것. 예컨대 유명 여행지에 관광차 들른 사람과, 그 안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엄연히 다른 서비스를 원한다. 전자가 관광지 중심의 동선을 원하는 반면, 후자는 출퇴근이 빠른 동선을 원할 확률이 높다. 문제는 이 둘을 어떻게 분류하느냐는 것인데, 인공지능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여행지에서 거주하는 사람은 유명 관광지보다는 특정 장소를 반복적으로 오갈 가능성이 높고, 여행객들은 매번 다른 목적지를 설정할 확률이 높다. 인공지능은 각 사용자가 그간 쌓은 공간정보 빅데이터를 활용해 두 사람을 구분할 수 있고, 각각의 요구에 맞춘 길 안내를 제공하는 일이 가능하다. 같은 곳에서 똑같은 목적지를 설정하더라도 여행객에게는 경치 좋은 드라이브 코스를, 현지인에게는 최단시간 코스를 추천할 수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공간정보의 결합이 불러오는 또 하나의 장점은, 다른 사람들의 공간정보 이용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고 나 또한 그들 중 한 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활용하면 유명 관광지 중심의 틀에 박힌 관광코스 대신, 각자의 취향을 고려한 경로 설정이 자유롭게 가능해진다. 각 목적지의 정보와 다른 이용자들의 후기를 사용자의 성향과 비교해 개개인의 마음에 드는 여행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업로드한 여행 기록은 다시 다른 사람의 여행 계획 수립에 일조하게 되고, 반대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을 여행할 때는 다른 사람의 기록을 참조해 보다 알찬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서로의 정보를 구분하는 인공지능이 없었다면 꿈꾸지 못했을 풍경이다. 이렇듯 여행은 인공지능과 공간정보를 동반자로 받아들임으로써 더욱더 편리해지고 있으며, 또한 한껏 풍성해지고 있다.

요즘 여행은 인공지능과 공간정보의 결합으로 더욱 편리하고 풍성하게 변호하고 있다. 내일의 여행은 또 어떤 풍경일지 사뭇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