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 만화에서나 보던 로봇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섰다. 주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위로하는 반려 로봇, 요리와 청소를 척척 해내는 가사도우미 로봇, 신체 능력을 한층 높여주는 웨어러블 로봇,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인공지능 로봇까지, 나에게 꼭 맞는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는 개인 맞춤형 로봇의 세계로 초대한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많은 사람이 답답함과 심리적 고립감을 호소하는 가운데, 우울증의 완화 수단으로 반려 로봇을 지목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생 동반자’로 자리한 로봇들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만큼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과 환경이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어려움이 따른다. 반려동물 노릇을 하는 ‘반려 로봇’은 이러한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활동 반경을 점점 넓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편의사양 탑재로 일상생활에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0’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6일, 지능형 컴패니언(Companion) 로봇 ‘볼리(Ballie)’를 공개했다. 볼리는 공 모양의 로봇으로, 사용자를 인식하고 따라다니며 다양한 명령을 수행한다.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는 볼리는 집안의 가전기기를 무선으로 조작할 수 있다. 침입자로부터 집안을 지키며, 피트니스 도우미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강아지처럼 주인을 따라다니기에 심리적 안정감과 동반자적 재미 또한 선사한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많은 사람이 답답함과 심리적 고립감을 호소하는 가운데, 우울증의 완화 수단으로 반려 로봇을 지목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LG 헬로비전은 장애인 가정의 우울증 해소와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해 반려로봇 ‘감동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감동이는 치매 예방 퀴즈, 종교생활 지원, 약 복용 및 병원 예약 알람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감동이가 전하는 심리 치유적 성과도 상당하다. 강남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동이 사용자들의 우울증 지수가 사용 전 1.91에서 사용 후 1.71로 낮아졌다.
한편 일본 기업 유카이엔지니어링은 2018년 11월, 고양이 로봇 ‘쿠보(Qoobo)’를 출시했다. 꼬리와 털이 달린 쿠보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로봇으로 입소문이 퍼졌는데, 1인 가구를 중심으로 1년 만에 1만 대 이상이 팔려 나갔다. 감동이와 쿠보는 반려 로봇이 반려동물처럼 사람들에게 심리적 동반자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음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일본 로봇기업 오므론은 인공지능 탁구로봇 ‘포르페우스’로 탁구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놀라운 능력으로 사람들을 돕다

사람의 활동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맞춤형 로봇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CES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를 위한 식당 운영 및 관리 로봇 서비스인 ‘LG 클로이 다이닝 솔루션’을 공개했다. 이 솔루션은 접객·주문·조리·서빙·설거지 등 식당 업무 전반을 담당한다. 먼저 고객이 식당에 들어서면 접객 로봇이 적절한 자리를 안내하고 주문을 받는다. 셰프 로봇은 주문받은 음식을 조리하는데, 실제 요리사와 똑같이 움직일 수 있도록 구현한 모션제어기술과 그릇 및 조리기구를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돕는 스마트툴체인저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서빙 로봇은 완성된 요리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퇴식 로봇과 세척 로봇은 그릇 수거와 설거지를 신속 정확하게 수행한다.
일본 로봇기업 오므론은 인공지능 탁구로봇 ‘포르페우스(Forpheus)’로 탁구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포르페우스는 인간의 팔꿈치와 손목처럼 동작할 수 있는 로봇 팔을 장착, 상대방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상황에 따라 탑스핀과 백스핀을 구현한다. 초고속 이미지 처리 카메라를 탑재해 상대의 감정과 신체적 특성 및 기술, 라켓 위치와 스윙 속도, 공의 궤적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감지한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개인별 맞춤 코칭을 제공할 수도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작년 9월, 근로자 보조 웨어러블(Wearable) 로봇 ‘벡스(VEX)’를 개발했다. 벡스는 제조업, 건설업, 물류업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위를 보고 팔을 들어 올려 작업하는 근로자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줄여주고 작업 효율성을 높여 준다. 내장된 관절 구조와 스프링의 결합으로 최대 5.5킬로그램힘(kgf)을 낼 수 있는데, 이는 성인이 3kg짜리 공구를 들었을 때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다. 착용자의 체형과 근력, 작업 용도에 따라 길이와 강도, 각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산업 현장의 특성을 고려해 전기 공급을 하지 않아도 되는 형태로 제작됐다. SF 영화처럼 누구나 로봇을 입고 돌아다니는 시대가 머지않은 듯하다.


이렇듯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꼭 맞춘 개인 맞춤형 로봇은 더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일상생활 전반을 변화시킬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주력분야중 하나다.

맞춤형 치료와 재활도 로봇과 함께

로봇은 환자 치료 및 운동능력 향상 측면에서도 실효성이 높다. 우리나라 IT 기업 로보케어는 개인별 맞춤형 인지능력향상 로봇 ‘보미’를 선보였다. 일상생활과 유사한 상황을 게임으로 만들어 탑재했는데, 덕분에 인지장애를 갖고 있는 노인들은 손자들과 노는 것처럼 즐겁게 인지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환자와 건강한 사람 500명의 인지능력 빅데이터를 토대로 알고리즘을 구성해 치료 효과가 높다. 국내 대학병원의 로봇인지치료센터에서 사용될 만큼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어린이들의 자폐스펙트럼장애(이하 ASD) 치료에도 로봇이 투입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미디어랩의 오그넨 루도비치 박사와 일본 주부대학교 로봇이공학과 이재령 교수팀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ASD 어린이와 소통할 수 있는 정서 감응형 로봇을 개발했다. 3~13세 ASD 어린이 35명의 영상·음성·생체 데이터를 수집, 모든 데이터를 성별·문화 등의 범주로 분류했다. 이후 어린이의 감정 등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게 학습시킨 뒤 ASD 치료에 활용했다. 덕분에 장애 정도가 달라도 로봇이 어린이 개개인의 감정과 치료 참여도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었고, 적절히 반응해 ASD 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다.
신체 장애를 가졌거나 사고를 당한 이들을 위한 재활 웨어러블 로봇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중앙대학교 기계공학부 이기욱 교수와 미국 하버드대학교 코너 월시 교수 등은 환자용 엑소수트(Exosuit)를 만들고 있다. 철로 만들어진 기존의 엑소수트와 달리 천과 와이어 등 비교적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를 이용하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구동기와 관성측정센서로 몸의 무게중심 변화를 파악하고 동작을 보조하는 힘을 지원한다. 이 수트를 입고 힘을 측정한 결과, 메고 있는 짐에서 6㎏ 정도를 덜어내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연구진은 앞으로 보다 효과적인 치료용 엑소수트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렇듯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꼭 맞춘 개인 맞춤형 로봇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일상생활 전반을 변화시킬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력 분야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