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을 기계에 옮기고자 하는 오랜 시도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공간정보 또한 큰 변화를 겪게 될 전망이다. ‘인간지능’에서 인간이 만든 지능으로 발전하는 인공지능의 역사와 함께 인공지능이 기존의 공간정보 기술과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예상해본다.

인간의 지능과 인간이 만든
지능 장치의 시작

인간의 지식과 지능을 기계에 옮겨 놓고자 하는 욕망의 역사는 기계 장치 발명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시계의 예를 들어보자. 인간이 시간의 변화와 일관성에 대한 지식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하면 이 지식을 기계화 하여 시간의 변화를 측정하고 일정한 시간마다 알려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가 바로 물시계라는 기계 장치이다. 물시계 장치에 내포된 인간의 지식은 기원전 1600년경에 등장할 정도로 고전적이며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인간의 지식을 기계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가장 말단의 요소는 바로 ‘특정 조건 C를 만족하면 A를 동작해라’와 같은 조건(Condition)과 행동(Action)의 쌍으로 이루어진 규칙(Rule) 시스템이다. 이 규칙을 구현한 기계 장치를 다수의 조건을 측정할 수 있도록 병렬로 나열하거나, ‘A가 동작하면 B를 하라’와 같이 종렬로 붙여 나가는 것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면 인간의 지식을 내포하며 사람의 명령에 따라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현대적인 인공지능과 컴퓨터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모든 사람들이 물리적인 기계 장치를 인간의 지식을 표현할 수 있을 만큼 확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으며, 상상이나 소설 속의 로봇 형태로만 존재할 수 밖에 없었다. 변화의 전기가 된 것은 1791년 전기가 발견되고 나서도 한참 후인 1904년에 존 앰브로즈 플레밍(John Ambrose Fleming)이 2극 진공관을 발표한 후이다. 이 작은 전기적인 장치의 조합인 회로(Circuit)를 통해 간단한 조건 규칙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이를 이용해 인간의 지식을 프로그래밍의 형태로 기계에 옮겨 놓을 수 있게 되었으며 복합적인 계산을 할 수 있는 전기 장치이자 최초의 컴퓨터인 ‘콜로서스(1943)’가 탄생하게 된다. 이때 참여했던 앨런 튜링(Alan Turing)이 1950년에 전기 장치의 확장을 통해 인간의 지능을 구현해낼 수 있었고, 현재 튜링 테스트라 불리는 인공지능 판단 실험을 제안한 ‘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를 발표하면서 대중들까지 인공지능을 실제 구축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인간이 만든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순간

인공지능을 통해 생각하는 기계를 구현하고자 하는 시도는 계산주의(Computationalism)와 인공신경망(Connectionism)으로 구분될 수 있다. 첫 번째 계산주의는 인간의 지식을 규칙 회로들의 연결로 커다란 네트워크를 표현하고, 이를 통해 추론하고 탐색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인간의 지능을 모방할 수 있다고 보았다. 앨런 튜링이 생각한 인공지능의 모습이 바로 이것이다. 두 번째는 연결주의로 인공신경망 접근법은 인간의 뇌를 구성하는 뉴런을 모방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1887년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Santiago Ramon y Cajal)이 골지염색법으로 인간의 신경계가 뉴런의 연결로 구성되어 있음을 발견했으며, 단순한 추론이 아니라 뉴런 자체를 컴퓨터상에서 구현하는 것만이 실제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두 접근법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계산주의는 현재 알고 있는 전통적인 기계장치적 접근법으로 발견된 지식 자체를 네트워크로 구성하여 지능을 구현하는 것이고, 인공신경망 기반의 연결주의는 일단 어떤 지식이든 내재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지능신경망을 구축하고, 이후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듯 학습을 통해 지식을 담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듯 초기의 시도들에서 인공신경망에 의한 인공지능 구현은 매우 성공적이지 못했다. 기계 장치에 의한 네트워크의 구축이 인간의 지식을 포괄할 만큼 충분히 크게 만들 수 없었던 것과 비슷하게, 초기의 컴퓨팅 기술로는 충분히 큰 네트워크를 만들 수도 없었고 학습에 필요한 만큼의 큰 규모의 데이터를 모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알려진 경험적 지식에 기반한 계산주의도 충분히 큰 지식망을 만들 수 없는 것은 동일하지만, 특정 분야의 지식으로 한정할 경우 훨씬 작은 컴퓨팅 자원만으로도 효율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최근까지 전문가 시스템의 형태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IBM의 딥블루와 왓슨 시스템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인공신경망 기반의 딥러닝이 성공하게 된 것은 빅데이터를 포함한 컴퓨팅 기술의 발전과 인터넷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컴퓨팅 자원으로 충분히 큰 신경망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한계는 여러 대의 컴퓨터를 묶어서 하나의 컴퓨터처럼 사용할 수 있는 클러스터 컴퓨팅 기술에 의해서 깨지게 되었고, 학습을 위한 데이터는 인터넷에 연결된 다양한 사용자들로부터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기존에 생각하지도 못했던 규모의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서 인공신경망의 본질로부터 내재된 장점이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기존의 전문가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지식망은 전문가들로부터 도출된 지식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구축이 복잡하고 비용이 높으며 전문가만이 구축할 수 있는 영역인데 비해, 인공신경망은 일단 신경망을 구축하기만 하면 데이터를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쉽게 학습을 통해 고유의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지금의 인공지능 열풍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기존의 IBM 딥블루가 체스 챔피언을 이겼을 때는 컴퓨터 전문가만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데 비해, 2012년에 ImageNet 경쟁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겼을 때, 그리고 알파고가 인간을 이겼을 때는 전문 영역과 관계 없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게 되었다. 이것이 현재 인공지능의 영역에 컴퓨터 전문가들보다 의학과 생명, 우주와 도시공학, 공간정보 전문가들이 진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간지능, 인공지능이 만드는
공간정보 기술의 진화

인공지능의 발전이 공간정보 기술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는 세계적인 기술개발 방향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가장 근접한 것은 마이크로 공간정보와 동적 공간정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공간정보 구축은 사람이 직접 측량을 하거나 항공 영상이나 위성 영상을 기반으로 사람의 경험적 규칙에 의해 반 자동화 된 형태로 공간정보를 추출해 왔기 때문에 공간정보의 종류를 늘리거나 정확도를 높이고자 할 때의 비용은 그에 비례해서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공지능 결합 사진 측량 장치를 사용한다면 하나의 사진에서 토지의 모양과 위치뿐만 아니라 시설물의 위치와 사람, 차량의 위치까지 사진상에 인식 가능한 모든 작은 물체에 대한 측량까지 가능해지며, 주기적인 인식을 통해 동적인 변화와 움직임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LiDAR와 정밀 영상 장치를 내장하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는 움직이는 공간정보 측량 컴퓨팅 장치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이렇게 구축된 마이크로 공간정보와 동적 공간정보들을 기반으로 공간정보 산업은 기존 ‘지형·지물’ 공간정보 영역에서 ‘생활’ 공간정보의 영역까지 확대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단순한 공간‘정보’의 제공자 역할에서 공간‘지능’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비하는
공간정보 산업의 대응

공간정보 산업의 발전과 영역의 확대와는 별개로 산업을 구성하는 인력 구성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특히 인공지능의 보편화와 함께 공간정보 구축 산업은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예에는 IBM이 컴퓨터 회사에서 컨설팅 회사로 탈바꿈을 하거나 모터를 이용하는 전기자동차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엔진과 미션을 제조하던 자동차 회사들의 노동자들이 모터와 배터리 공장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인공지능의 발전이 일반인에게 알려진 것보다는 비교적 늦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 기회를 이용해 기존의 인력 구성을 인공지능 기반의 공간정보 구축에 대비할 수 있게 변화시켜야 하며 특수한 공간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고도화 시키는 준비가 꼭 필요하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비한 공간정보 산업의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