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위험사회’라고 부를 만큼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와 같은 위험을 미리 예방하고 대비하기 위해 도처에 존재하는 위험요인을 한곳에 모은 디지털 큐브(Digital Cube)를 제시한다. 우주에서는 위성이, 지상에서는 드론, 모바일 맵핑 시스템(MMS), CCTV, 그리고 스마트폰이 작동해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위험을 디지털 큐브로 빠르게 모으는 것이다. 이렇게 디지털 큐브로 종합된 위험정보로부터 최신의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시민들에게 보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프레임워크를 제안한다.

위험사회에 사는 오늘의 당신에게

현대인들은 대부분 과거보다 세상이 더 복잡해졌고 감성적으로는 더 위험해졌다고 이야기한다. 왜일까?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 교수는 현대사회를 ‘위험사회(Risk Society)’라고 정의한다. 선진화된 사회일수록 오히려 대형사고와 대형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벡 교수는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사회는 더 복잡해졌고 단순사고가 서로 맞물리고 맞물리면서 결국 큰 사건으로 확장될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위험사회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현대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위험은 국경과 대륙을 넘어서는, 인류 모두에게 보편적이고 잠재적인 위험을 주고 있기 때문에 위험을 감소시킴과 동시에 사회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리학자들 역시 위험에 직면하였을 때 정서적 안정을 도모할 여러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보화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공간정보 분야가 이 위험사회를 타파할 해결책을 제시할 순 없을까? 미리 위험을 인지하고 저감할 수 있는 방법과 기술은 무엇이 있을까? 위험을 인지하고 저감하는 방법을 일일이 나열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나 많기에 그중에서 가장 유의미하다고 판단되는 공간정보를 이용한 디지털 큐브1)로 초점을 모으고자 한다.

1) 디지털 큐브 여러 유형의 정보를 하나로 모으는 일종의 통합 플랫폼으로 본 칼럼에서는 한군데 모인 여러 유형의 정보에 위치정보를 부여해서 시공간적으로 모은 것을 뜻함.

공간정보기술을 통한 증거기반의 의사결정

UN과 같은 공신력이 있는 기관에서 안전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권고하고 있는 사항이 있다. 바로 증거기반(Evidence-based)의 의사결정 과정이다. 그럼 위험과 같은 증거는 어떤 방법으로 찾는가? 바로 과학과 기술이다. 즉 과학과 기술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공간정보기술(GIT: Geospatial Information Technology)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공간정보의 우월성을 토대로 위험요인(Hazard)을 정확하고 빠르며 신뢰도 높게 제공하는 것이다.
그럼 디지털 큐브는 무엇인가? 공간정보의 기본은 위치정보와 그 위치에 내재된 속성정보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수많은 정보 속에 위치정보를 부여하는 기술을 개발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모든 정보는 하나의 디지털 큐브 속으로 들어오게 되고 이 큐브를 시공간적으로 모으게 되면 시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디지털 큐브가 완성된다.

위험인지 디지털 큐브를 이용한
위험인지 프레임워크

일련의 과정을 통해 어떤 곳에서 어떤 위험(위치정보와 위험요소)이 있는지 디지털 큐브에 쌓이게 되고, 이를 통해 위험인지에 대한 프레임워크가 완성된다. 그럼 디지털 큐브에 들어오는 정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우선 위치정보 부여가 가능한 모든 센서를 활용하면 된다. 위성, 무인항공기, 드론, 스마트폰, CCTV, 자동차 등이 그 대상인데 이곳으로부터 영상 정보, 비영상 정보, SNS 정보 등을 취득할 수 있다.
특히 공간정보 분야에서 주목해야 할 정보가 있다. 마이크로 위성 즉 초소형 위성이다. 이를 상용화해 지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우주에서 근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가 바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위성 스타트업 플래닛 랩스(Planet Labs)다. 플래닛 랩스는 120개 이상의 초소형 위성(Planet Scope)과 기존의 위성(Satellite)을 통해 지구관측 영상을 촬영한다. 지난 2019년 4월 강원도에 발생한 산불의 경우에도 불길의 방향과 확산 정도를 거의 실시간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했다. 국내에서도 2015년부터 항공우주연구원, 연세대학교, 그리고 미국의 NASA가 협업해 큐브 위성(Cube Satellite)를 제작하고 궤도에 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위성이 이제 우리 곁으로 오고 있다. 근 실시간으로 광역의 위험정보를 제공하고 있기에 반드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다. 또한 우주 산업이 국가에서 진행하는 공공의 영역에서 민간의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방대한 데이터의 스마트한 분석 및 활용

공간정보 분야에서는 적극적으로 데이터 스크롤링(Scrolling)2), 빅데이터 처리,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안전을 위한 디지털 큐브 프레임워크가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큐브에 들어오는 위치정보에서 보다 빠르고 정교하게 위험요소를 찾아내야 한다. 디지털 큐브에서 위험요소를 발견했을 때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다음의 시나리오를 통해 살펴보자.
지진이 발생했을 때, 우주에서는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광역의 변위정보를 SAR 영상으로부터 취득하게 된다. 이를 InSAR(Interferometric SAR) 기술이라 부른다. 이와 동시에 초소형 위성은 지진으로 인한 피해 현황, 산사태와 같은 주변의 상황을 제공한다. 지상에서는 빠르게 CCTV, 드론, 그리고 이동형 센서를 이용해 시설물 붕괴와 같은 위험징후를 모니터링하고, 정밀한 3차원 정보를 센티미터와 같은 세밀한 단위까지 제작한다.
또한 시민들이 보내주는 스마트폰 정보를 기반으로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위험 상황에 직면한 사람을 찾아내고 그 위치정보를 공유해 대피와 구조를 돕는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지만 공간정보에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

2) 데이터 스크롤링 여러 정보원에 산재하는 정보를 목적에 맞게 수집하는(Scroll) 것을 뜻함.

불안과 걱정을 떨치기 위해

공간정보 분야에 도입된 새로운 기술은 위기의 순간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위험정보가 시민들에게 공유되는 속도가 너무 빨라지다 보니, 실질적으로 발생하는 사고보다 상대적으로 느끼는 사고가 더 크게 다가온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위험인식에 작용하는 편향요인’이라고 부른다. 정보의 양이 너무 많다 보니 위험을 과장되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공간정보기술을 통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위험을 바라보고 해결해나가는 현명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통계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한스 로슬링은 그의 저서 <팩트풀니스(Factfullness)>에서 대다수의 사람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은 과거보다 현재가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통계를 살펴보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과거 어느 시대보다 재난재해로 인한 사망자수가 가장 적고 수명이 가장 길다. 어쩌면 지금 가장 먼저 떨쳐버려야 하는 것은 막연한 불안과 걱정이 아닐까 싶다. 정확한 기술과 정보에 기반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하기에 그 근거가 되는 공간정보 융복합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된다.

근 실시간으로 광역의 위험정보를 제공하는 위성이 우리 곁으로 오고 있다. 이는 우주 산업이 국가에서 제공하는 공공의 영역에서 민간의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