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하이라이트는 단연 평창의 밤하늘을 수놓은 드론 라이트 쇼였다. 1,218대의 드론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그려낸 오륜기와 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 당시에는 인텔에서 만든 드론이 그 주인공이었지만, 또 한 번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면 그때는 우리 기술로 만든 드론이 밤하늘을 수놓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세계 각국의 무수히 많은 밤을 아름답게 수놓으며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유비파이의 자유로운 비행을 주목한다.

모든 것의 ‘무인기계화’

유비파이는 2014년 임현 대표와 2명의 친구가 설립한, AI 기반의 드론 개발 스타트업이다.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해 미국에 회사를 설립했고, 임현 대표의 모교인 서울대학교 인근에 R&D 센터를 마련해 연구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에는 ‘레이싱 드론계의 페라리’라 불리는 ‘DRACO’를 출시, 세계 드론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데, 유비파이가 그려나갈 궤적은 그보다 높고 광활하다.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이 레이싱카를 만들어 레이스에 참여하지만, 그게 궁극적 목적은 아니잖아요. 자신들이 만든 자동차의 기술력을 집약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을 택한 거죠.

저희도 마찬가지에요. 신생 업체인 만큼 세계 시장에 우리의 기술력을 보다 드라마틱하게 보여줄 방법이 필요했고, 그러다 보니 레이싱 드론을 출시한 거죠. ‘페라리’라는 수식어를 얻었으니 전략은 성공한 것 같아요. 이제 우리가 진짜 목표로 하는 결승점을 향해 나아가야죠.”
유비파이가 꿈꾸는 궁극적인 목표는 회사의 이름 안에 있다. 유비파이(UVify)는 ‘Unmanned Vehicle(무인기계)’의 약자 ‘UV’에 영어의 접미사 ‘-ify’를 붙여 만든 것으로 ‘모든 것을 무인기계화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비파이가 무인기계화 하는 대상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겠지만 창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유비파이의 ‘모든 것’은 드론. 다시 말해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스스로 비행하는 로봇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파일럿을 꿈꾸던 소년이 만든 AI 드론

‘저 무거운 쇳덩이가 하늘을 날다니!’ 어린 소년에게 비행기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히어로’였고, 그 비행기를 조종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는 줄곧 ‘파일럿’을 꿈꿨다. 그런데 중·고등학교 시절을 거치면서 꿈은 조금씩 희미해졌고, 자연스레 ‘로봇공학자’라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컴퓨터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 가장 좋은 놀이였으니, 즐기며 잘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서다.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 재학 시절, 임현 대표는 온통 로봇에 빠져 있었다. 사람처럼 스스로 움직이며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을 만드는 일은 어려웠지만 재미있었다. 그 관심이 무인항공기인 드론으로 옮겨간 건 박사 과정에 들어서면서부터다.

“현재 시중에 나온 드론은 조종대를 잡고 이동위치를 수시로 정해줘야 하잖아요. 사람이 눈으로 위치를 확인하며 조종을 해야 하니 더 넓은 지역을 오랜 시간 비행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비행이 아니라 단순히 날아다니는 작업만 수행하는 거죠.” 의문이 생겼다. ‘그렇다면 드론이 스스로 공간정보를 인식해서 자유롭게 비행을 할 수는 없을까?’ 여기서 AI 드론 개발이 시작됐다.

드론에 공간을 인식하는 ‘눈’을 달아주다

유비파이에서 개발 중인 AI 드론의 핵심기술은 임현 대표가 대학 시절부터 꾸준히 연구해온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Mapping: 로봇의 위치인식 및 지도작성) 기술이다.
“조선시대에 김정호 선생이 만든 대동여지도는 현재 인공위성으로 찍은 사진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정밀합니다. 아마도 김정호 선생의 머릿속에 자리한 SLAM 알고리즘이 한몫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SLAM은 이동로봇이 위성항법장치(GPS)의 도움 없이 자신의 위치를 계측하면서 동시에 주변 환경의 지도를 작성하는 기술이에요. 스스로 위치를 파악해 새로운 공간정보를 그려나가는 거죠.”
기존의 드론이 단지 ‘하늘을 나는 단순한 작업’에 머물러 있다면 SLAM 기술을 탑재한 유비파이의 AI 드론은 세상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모습이다. 드론에 사람의 ‘눈’을 달아준 것. AI 드론은 2대의 카메라를 통해 영상을 수집한 뒤 주변의 공간정보를 추출한다. GPS의 도움 없이 스스로 수집한 영상을 통해 자신의 현재 위치와 주변 지형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에 정확하고 안전한 비행이 가능하다.




유비파이의 기술은 앞으로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보다 정밀한 국토정보를 적은 비용으로 보다 빠르게 얻을 수 있고, 다양한 산업에도 활용될 수 있다.

GPS 없이 비행하는 AI 드론이 가져올 변화

현재 유비파이에서 만든 드론은 전량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대부분 라이트 쇼에 사용되는데, 폴란드·루마니아·독일·스위스·미국·캐나다에서 수차례 라이트 쇼를 진행했다. 생산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매년 2배의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자율주행 AI 드론’의 상용화도 그리 먼 미래의 일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AI 드론을 통해 추출한 공간정보의 정확성. 유비파이는 초당 30장의 이미지를 처리할 수 있는 자체 기술을 통해 공간정보의 정확성을 높여가고 있다. 여기에 이동로봇 연구 당시 축적한 신호처리 및 제어 기술을 통해 비행의 안전성을 더했다.
유비파이의 기술은 앞으로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보다 정밀한 국토정보를 적은 비용으로 보다 빠르게 얻을 수 있고, 다양한 산업에도 활용될 수 있다. 무엇보다 AI 드론은 GPS가 되지 않는 실내공간에서도 비행이 가능한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우리나라의 실내공간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요. AI 드론을 활용한다면 건물의 실내지도를 만드는 작업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확보한 공간정보는 화재 등의 사고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데 사용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큰 빌딩에 화재가 났을 때 소방관이 AI 드론이 축적한 실내의 공간정보를 통해 화재 진압 경로를 파악해 신속한 대처를 하는 거죠. 발전소와 같이 위험한 공간에서의 반복적이고 단순한 작업들을 AI 드론이 대신할 수도 있고요.”
더욱 발전된 AI 드론을 만들기 위한 유비파이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된다. 그들의 자유로운 비행이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희망의 날갯짓이 되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