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강타하는 ‘스마트 바람’을 가장 가까이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장소가 있으니, 바로 각국의 대표 공항이다. 그간 감내해야 했던 공항 특유의 불편함을 최첨단 기술로 하나씩 타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공항을 ‘스마트 공항(Smart Airport)’이라 부른다.

공항,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에 서다

1945년 900만 명에 불과했던 전 세계 항공기 이용객 수는 현재 연간 40억 명 수준으로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항공기는 여전히 가장 이용하기 불편한 교통수단으로 꼽힌다. 출국 세 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서 탑승권을 받고 수하물을 부쳐야 하고, 줄을 길게 서서 출국심사를 받아야 하며, 게이트를 찾기 위해 헤매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더군다나 힘든 비행 끝에 목적지에 도착하더라도 다시 입국심사와 수하물 수령을 위해 족히 한 시간은 더 공항에 머물러야 한다. 행여 항공기가 연착되거나 결항되면 공항 곳곳은 방랑자들의 숙소로 돌변한다. 이처럼 이용객이 감수해야 할 수많은 불편함은, 편리하고 빠르게 바뀌는 세상의 방향과 정반대로 향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스마트 공항은 그래서 태어났다. 말 그대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화두인 ‘스마트’를 접목, 이용객들에게 진일보된 편의성·신속성·정확성을 제공하는 21세기형 공항이다. 곳곳에 로봇이 돌아다니며 안내와 이동을 돕는가 하면, 스마트폰 하나로 공항의 모든 장소와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어디 이뿐인가. 생체인식 기술을 통해 출국 및 입국심사를 받을 수 있고, 수하물을 원하는 장소까지 미리 보낼 수도 있다.
공항의 이와 같은 변신, 그 이면에는 스마트시티(Smart City)가 자리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도시를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를 하나로 통합·분석·실행함으로써 시민들에게 한층 높은 효율과 편익을 제공하기 위해 탄생한 개념이다. 그런데 이를 섣불리 삶의 터전인 도시에 적용했다가는 시민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공간에서 순차적으로 적용·검증하는 작업이 필수적인데, 공항만큼 이 역할을 맡기에 제격인 곳도 드물다. 공항이 스마트 시대의 최대 수혜자인 이유다.

다각도로 실현되고 있는 스마트 공항

지난 6월 2일, 제75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이번 총회의 최대 관심사는 공항의 효율성 개선. 이를 위해 IATA는 여권 없이 생체 정보만으로 탑승 수속을 밟을 수 있는 생체인식 시스템을 빠르게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이 시스템은 현재 세계 각국 공항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인식률이 99.98%에 이르는 무선주파수인식(RFID) 기술을 토대로 항공 수하물 추적 시스템을 4년 내에 구축하기로 했다. IATA는 이를 통해 수하물 사고율을 최대 25%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듯 스마트 공항을 향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유수의 공항들은 최첨단 기술을 앞다퉈 적용하고 있다. 중국 두바이국제공항은 작년부터 ‘스마트 터널’을 설치, 시범운영하고 있다. 스마트 터널은 홍채와 얼굴을 인식, 탑승객 정보와 비교 분석하기 때문에 여권심사가 따로 필요 없다. 이를 통해 길게는 수십 분까지 걸리던 여권심사를 단 15초 만에 끝낼 수 있다. 인도 켐페고우다국제공항도 올해 2월부터 탑승 수속을 얼굴인식 시스템으로 대체했다.
네덜란드 스키폴국제공항은 블루투스 및 와이파이 신호를 활용해 위치 및 주변 정보를 알려주는 비콘(Beacon) 기술을 공항 전역에 적용했다. 이용객이 스마트폰에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고 블루투스와 와이파이 기능을 켜면, 현재 위치와 주변 정보는 물론 상점의 할인쿠폰 발급이나 게이트 길 안내, 비행기 연착륙 시간 안내 등 공항에서 필요한 정보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국제공항은 터미널에 수백 개의 센서를 설치, 승객 흐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빅데이터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탑승 수속과 수화물 이동의 효율성을 높이고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아부다비국제공항은 이렇게 취합한 정보를 공항 전반의 운영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국제공항은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에너지 절감에 나서고 있다. 공항 주변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지 않으므로 태양광 발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한편 미국 포트워스국제공항은 일조량과 외부 상황에 따라 창문의 투명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스마트 유리를 설치해 한층 쾌적한 공항 내부를 만드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스마트하게’ 변신 중인 인천국제공항

인천국제공항은 작년 6월부터 ‘인천 스마트 에어포트 플러스(Incheon Smart Airport +)’ 프로젝트의 막을 올렸다. 세계에서 가장 간편하고, 여행객 혼자서도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다. 이용객이 집에서 수하물 위탁을 할 수 있게 하는 홈 체크인 서비스, 생체인증 출국심사, 터널형 보안검색 등 스마트 공항으로서의 면모를 내실 있게 갖춰 두 손이 자유로운 ‘핸즈프리(Hands-Free) 공항’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인천국제공항 로비에서는 인공지능 로봇 ‘에어스타’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공항의 각종 정보 시스템과 무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에어스타는 색다른 경험과 똑똑한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경비나 청소 등 부가적인 업무도 맡고 있어 이용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총 674대에 달하는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에 인공지능 기반 음성인식 시스템을 탑재한 ‘스마트 디지털 사이니지’도 올해 안에 선보일 계획이다. 탑승권을 태그하면 관련 정보를 모두 볼 수 있는 원터치 시스템은 물론, 이용객이 질문하면 답변을 화면에 보여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자 한다. 한국어를 포함한 4개 국어를 가능하도록 만들 예정이기에 그 활용성이 더욱더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의 공항은 ‘비행기를 타기 위해 대기하는 장소’라는 한정적인 기능에 머무르지 않는다. 외국인들이 해당 국가를 방문했을 때 처음 마주하는 ‘나라의 얼굴’이자 내외국인 모두에게 세계 곳곳으로 향하는 쾌적하고 즐거운 관문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타고 스마트 공항은 변화의 가속도를 높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