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공간을 여러 사무실로 나눈다는 측면으로만 보면, 공유오피스는 기존의 소호사무실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최근 공유오피스가 새 시대의 혁신 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업종은 다를지언정 상황은 비슷한 스타트업이 한데 모여 교류하고 그 안에서 집단지성을 발휘해 시너지를 내기 때문이다. 공유오피스는 단지 공간의 쉐어가 아니다. 집단지성의 결합이다.

공유오피스의 ‘이유 있는’ 소통 장려

공유오피스의 기본 개념은 아주 간단하다. 기존에 한두 개 기업이 머물던 사무실을 수십 개로 쪼개 소규모 스타트업의 업무공간으로 바꾸는 것이다. 명확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거나 지식정보 기반 사업을 펼치려 하는 소규모 기업, 그리고 이제 막 첫발을 뗀 스타트업은 굳이 사무실의 크기가 클 필요가 없다. 아니 오히려 작은 편이 고정비 절감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또한 사무실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무언가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업무공간을 원하는 이들에게도 공유오피스는 훌륭한 대안이 된다. 사실 공유오피스는 지난 수십 년간 우리 곁에 머물러 있었다. 다만 그때는 ‘소호사무실’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소호사무실과 공유오피스를 구분하는 까닭은 목적과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공유오피스는 ‘입주 기업들끼리 활발하게 교류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라는 명제에 충실해야 한다.
소호사무실은 큰 공간을 여러 개로 쪼갠 것에 불과하다. 그 안에 입주한 기업들은 교류가 거의 없으며, 소호사무실을 만든 사업자 역시 소통의 장을 만들지 않는다. 반면 공유오피스는 공유오피스를 만든 사업자가 직접 나서서 입주 기업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 법률·세무 등 스타트업에게 반드시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강의를 마련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공유오피스는 주방, 로비, 휴게실 등 입주 기업 관계자들이 자연스럽게 얼굴을 마주칠 수 있는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알게 모르게 입주 기업들 사이의 소통을 장려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키워드는 ‘창조’가 아닌 ‘혁신’이다. 전자는 없던 것을 완벽하게 새로 만들어내는 활동이고, 후자는 있는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일이다. 인류 문명이 정점에 이르고 있는 요즘에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는 말이 절실히 와 닿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창조보다 혁신을 부르짖는다. 이러한 혁신은 묵은 것에서 새로운 측면을 찾고, 여러 분야의 힘을 하나로 모을 때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려면 다양한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있어야 한다. 공유오피스는 바로 이 역할을 맡기에 제격이고, 입주 기업들이 협업과 집단지성 발현으로 오래도록 잘돼야 임대수익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공유오피스의 소통 분위기는 이러한 연유로 형성됐고 점차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키워드는 ‘창조’가 아닌 ‘혁신’이다. 전자는 없던 것을 완벽하게 새로 만들어내는 활동이고, 후자는 있는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일이다. 인류 문명이 정점에 이르고 있는 요즘에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는 말이 절실히 와 닿는다.

목적성이 분명해야 후회하지 않는다

이쯤에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공유오피스 특유의 활기찬 네트워킹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새 학년을 맞아 새로운 반에 편성됐다고 해서 반 학생 모두가 친해지지 않는 것처럼, 공유오피스에서도 기업 철학이나 가치관, 사업 방향성이 어느 정도 맞아야 시너지가 발휘될 가능성이 높다. 학교에서 혼자 다니는 아이가 있듯, 공유오피스 속에서 홀로 움직이는 기업들도 상당수다. 따라서 업무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 상대방이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스스로 노력을 기울여서 입주 기업 모임에 참석하고, 여러 이벤트에서 얼굴을 내비쳐야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공유오피스는 잘 기획된 마케팅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사회에 나온 이상, 뭔가를 이루려면 직접 움직이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스타트업 간의 네트워킹과 타 분야 기업과의 협업도 마찬가지다. 공유오피스가 마련한 자리에 부지런히 참석해서 함께할 사업 파트너를 열심히 물색해야 한다. 당장의 협업을 위해서가 아닌, 언제 어디에서 생길지 모르는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입주 기업과의 관계를 돈독히 가져가야 한다. 공유오피스는 그 계기를 마련해줄 뿐이다.
따라서 공유오피스에 입주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각자 명확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단지 작은 사무실이 필요할 뿐이라면 지리적 이점과 임대료를 먼저 생각해야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협업하고자 하면 이러한 측면에 특화된 공유오피스를 찾아 나서야 한다. 2010년 이후 공유오피스가 급증하고 있고, 그만큼 각각의 특색도 다르다. 따라서 수많은 선택지 중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공유오피스를 선택해야 기회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공유오피스는 ‘시대의 방향성’

공유오피스가 늘어남에 따라, 최근에는 분명한 콘셉트를 지닌 공유오피스도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공유오피스 브랜드 ‘쿽(KWERK)’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더 유연한 사고를 펼칠 수 있도록 여행을 테마로 정했다. 이에 따라 쿽의 공유오피스는 부티크 호텔이나 뮤지컬 무대, 아트 갤러리처럼 꾸며져 있다. 유리관 속에 하얀 코끼리, 문어, 새, 용 등의 조형물을 설치해 판타지 영화 속의 한 장면이 펼쳐진 듯한 풍경을 선사한다. 이처럼 독특한 분위기 덕분에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과 기업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영국의 공유오피스 브랜드인 ‘소호 웍스(SOHO WORKS)’는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놀이터처럼 꾸며져 있다. 3D 프린터·사무용품·각종 화구 및 공구 등을 두루 구비해 놓았으며, 촬영 스튜디오나 도서관, 컨퍼런스 콜을 위한 프라이빗 폰 부스 등도 마련했다. 부드러운 느낌의 가죽 소파와 낮은 조도의 조명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주방·루프·테라스·샤워실·로커룸 등을 통해 휴식도 알차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공유오피스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위워크(WeWork)’의 메인 테마는 소통이다. 내부 계단은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부딪치고 친밀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좁게 설계됐고, 사람들이 한데 모여 스스럼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로비와 회의실이 마련돼 있다. 위워크의 이러한 철학을 눈여겨본 일본 소프트뱅크는 재작년 8월 44억 달러를 투자, 그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위워크는 2016년 우리나라에도 진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유오피스 개념은 대기업에서도 적극 차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서울 종로 사옥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그날 일할 자리를 스스로 선택하고 업무에 집중하는 공유 좌석제를 시행하고 있다. 아예 공유오피스에 계열사를 입주시킨 대기업도 상당수. 이는 공유오피스의 방향성이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잘 어울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과 협업, 그 안에서 발현되는 시너지와 혁신을 위해, 공유오피스는 지금도 묵묵히 교류 중이다.

공유오피스 개념은 대기업에서도 적극 차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서울 종로 사옥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그날 일할 자리를 스스로 선택하고 업무에 집중하는 공유 좌석제를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