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일,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타이틀과 함께 5G 시대가 본격적인 개막을 알렸다. 1세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동통신 서비스는 진화를 거듭해왔지만 전문가들은 “5G는 이동통신의 진화를 넘어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 증강․가상현실, 드론, 스마트시티 등 공간정보와 연계한 분야에서 결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5G와 함께 공간정보 기술은 보다 고도화되고 그 활용범위 또한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더 많은 데이터를 20배 빠르게

이동통신 기술의 세대 진화에 따르면, 5G(5Generation)는 말 그대로 ‘5세대’를 의미한다. 1980년대에 탄생한 1G는 아날로그 음성방식으로 유선전화의 틀에서 탈피하게 했고, 1990년대에 출현한 디지털 기반의 2G는 문자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3G는 세계 표준 디지털 방식을 선보임으로써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검색하며 사진을 찍고 전송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10년 전 등장한 4G, 즉 LTE 기술은 스마트폰으로 고품질의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변화한 2G 이후 4G(LTE)에 이르기까지 이동통신은 보다 많은 데이터를 보다 빠르게 전송하는 것을 목표로 진화해왔다.
이러한 속도와 데이터 용량의 측면에서 보면 5G는 4G에 비해 최대 100배 빠른 속도로 1,000배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게 됐다. 일례로 4G 환경에서 5분이 걸렸던 2시간짜리 영화의 다운로드 속도가 5G 환경에서는 3초로 단축된 것이다. 보다 쉽게 설명하자면 ‘1차선 도로가 10차선 고속도로로 진화’한 셈이다.

더 많은 곳으로 끊김 없이 동시에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5G 기술 중에서도 ‘초저지연(超低遲延)’을 강조한다. 쉽게 말해 대용량의 데이터를 지연이나 끊김(버퍼링)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4G 시대에도 클라우드 서비스에 힘입어 무한한 저장공간에 동시 접속해 다양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영상을 비롯해 대용량의 데이터를 가진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종종 끊김 현상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네트워크 지연시간을 사람의 신경반응시간 이내로 줄인 초저지연 기술에 기반한 5G 환경에서는 실시간 통신이 가능해졌다. 이 기술의 파급 효과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가깝게는 일반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등의 실감형 콘텐츠 서비스부터 자동차, 의료, 교육, 재해․재난 예방까지 사회 각 분야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연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4G 환경에서 1km2당 10만 개에 불과했던 동시 연결기기의 수가 5G 환경에서는 100만 개로 10배 확장된 것.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은 물론 사물과 사물까지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모두가 연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초연결성은 특히 통신의 무게 중심을 사물과 사물 간의 통신으로 옮기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5G 시대에 즈음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대 융합 서비스로 자율주행차, 로봇, 인공지능, 재해․재난대응, 증강․가상현실, 스마트시티․팩토리 등을 꼽은 바 있다. 해당 분야를 중심으로 5G 기술이 바꾸어 놓을 구체적인 모습에 대해 살펴보자.

자율주행차

강화된 안전성으로 이동의 개념을 바꿀 것

5G의 출현은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고 있다. 국내의 한 정보통신기업은 “미래 자동차는 달리는 스마트폰이 될 것이다. 이동은 부차적 기능일 뿐, 통신망 연결을 통해 차 안에서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새로운 가능성의 출발점은 자율주행차의 안전성 확보다. 자율주행차는 운행 중 주변 환경과 돌발 상황 등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인지하고 처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도로에 장애물이 나타날 경우 사고 여부 즉 안전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데이터 전송시간이다. 그런데 현재의 4G의 경우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율주행차가 장애물을 인지하고 멈추는 데 1m 안팎의 오차가 발생한다. 반면 5G의 경우 오차 범위를 2.7cm로 감소시킨다. 탄탄한 안전성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차의 레벨이 상승하고 결국 인간이 운전으로부터 해방된다면, 자동차의 개념은 바뀔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 자동차는 이동만이 아닌 새로운 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하리라는 예상이다.

재해·재난 대응

AI·드론과의 시너지로 정확하고 신속하게

초고속, 초연결성을 바탕으로 5G 시대에는 전 세계 기상위성과 레이더, 센서의 정보 수집이 한결 수월해진다. 여기에 AI 기술을 결합해 유의미한 패턴을 포착한다면 바람의 방향이나 구름의 모양을 보다 정확히 해석해 쓰나미, 지진 등의 전조를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불시에 찾아오는 각종 재난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재난 발생 지역 인근의 CCTV와 화재 감지센서 등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피해 확산을 막고 구조시간도 최소화할 수 있는 것. 재난 현장에 자율주행 드론을 투입해 재난 정도와 부상자의 위치 등을 신속히 파악하고, 실시간 통신이 가능한 로봇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구조에도 나설 수 있다. 나아가 응급환자가 발생한 경우 5G의 초저지연 기술을 활용해 원격 진료를 진행한다면 인명 피해도 최소화될 것이다.

스마트시티 & 스마트 팩토리

안전하고 편리한 삶을 향한 기술

스마트시티 역시 5G의 바탕 위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빠르고 정확한 관제가 있어야만 도시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시티에서는 사물인터넷 센서로 시설물의 균열이나 기울기, 온도 등을 탐지하고 신속 대응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5G 네트워크에 연결된 드론 등을 통해 해양과 하천을 실시간으로 관제하고 ‘지능형 영상감시 시스템’을 통해 24시간 내내 상황을 파악해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5G의 초연결이 특히 돋보인다. 제품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스마트 팩토리 내 기계들이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제품의 공정단계와 이동경로, 생산량 등을 파악함으로써 사람이 일일이 기록하고 보고하는 과정은 생략된다. 또한 현장과 상황실은 실시간 소통을 통해 설비 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고장과 안전 사고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나아가 초저지연에 기반한 초고화질 관제영상을 통해 일정한 품질 유지도 가능해진다. 여기에 자율주행 무인운반, 원격제어 등의 기술까지 결합된다면 더욱 놀라운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향후 과제

5G와 함께 더욱 발전해나갈 공간정보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은 2034년 무렵 5G는 12조 3,000억 달러의 경제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관련 시장에서도 3조 5,000억 달러의 생산유발 효과와 함께 2,2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시대와 함께 공간정보 분야는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떻게 진화해갈까. 최근 4G를 활용해 오차범위 30m 이내인 위치측정 기술을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원 공승현 교수 연구팀은 “5G를 이용하면 오차 범위를 15m 이내로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5G와 결합한 드론을 활용해 터널이나 지하, 해양에서의 공간정보 수집이 쉬워지는 등 위치기반 관련 정보는 한층 고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공간정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만큼 그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다. 공간정보 분야의 각 주체들은 공간정보 자체의 고도화 및 신기술 개발 노력은 물론, 5G를 비롯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융복합 연구와 실증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