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세계 최초로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한 국가이다. 다른 국가에서는 불법인 안락사와 마리화나도 허용된다. 그래서 네덜란드의 문화를 가장 잘 대변하는 단어는 ‘자유와 개방’이라고 말한다. 이런 개방성은 스마트시티 건설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시민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Amsterdam Smart City) 플랫폼

암스테르담은 시민과 민간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참여는 개방형 플랫폼인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Amsterdam Smart City)를 중심으로 스마트시티 건설이 이뤄지고 있다. 이 스마트시티 플랫폼에서는 디지털 시티, 에너지, 이동성, 순환 도시, 거버넌스와 교육, 시민과 생활이라는 6개 주제 아래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시민들은 자신의 계정만 만들면 누구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기업과 연구소 등의 네트워크를 통해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다. 올해 6월을 기준으로 6,000여 명의 시민과 민간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 수만 해도 230여 개에 달한다.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 플랫폼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스마트 그리드를 통한 가상 발전소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 플랫폼에 등록된 가장 대표적인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가 시티젠(City-Zen)이다. 유럽연합이 2,600만 유로를 투자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도시를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10여 개의 하위 프로젝트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가상 발전소’이다. 암스테르담의 뉴 웨스트(Nieuw West) 지역 주민들은 주택의 태양광 발전과 스마트 그리드 기술을 결합해 온라인 가상 발전소(Virtual Power Plant)를 만들었다.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개별 주택은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소비한다. 사용하고 남은 전기는 집에 설치된 배터리나 지역 저장소에 보관한다.

그리고 각 가정과 지역의 전기 사업자는 스마트 그리드로 연결돼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한 가정에서 수요가 급증해 전기가 모자라면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사용하거나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지역 사업자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다. 반대로 전기 생산에 여유가 있으면 다른 지역에 전기를 판매할 수도 있다. 개인 주택이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커다란 네트워크를 구성함으로써 전기를 생산하고 저장하고 판매하는 발전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뉴 웨스트의 가상 발전소는 50가구로 출발했지만 참여 가구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시 당국은 약 1만 가구를 스마트 그리드로 연결해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한 거대 가상 발전소로 만들 계획이다.

암스테르담 스마트 그리드 & 가상 발전소

세계 최고의 스마트 경기장,
암스테르담 혁신 경기장

암스테르담 혁신 경기장(Amsterdam Innovation Arena)도 흥미로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로 꼽힌다. 네덜란드 축구 대표팀의 주경기장인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는 대용량의 재생 배터리와 스마트 그리드 기술을 이용한 세계 최고의 스마트 경기장으로 평가된다.
5만 5,000명의 관중을 수용하는 거대한 경기장의 지붕은 4,200개의 태양광 패널로 덮여 있다. 여기서 생산된 전기는 3메가와트 규모의 배터리에 저장된다. 수천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

이 경기장의 에너지 저장소는 전기차에 사용했던 재생 배터리와 새로운 배터리를 혼합해 구축했다. 148개의 자동차용 배터리를 연결한 에너지 저장소는 유럽 상업용 건물 가운데 최대 규모이다. 재생 배터리를 활용하는 혁신적 아이디어 덕분에 지난해 모범 사례로 인정받아 글로벌 친환경 어워드로 꼽히는 그린애플어워드(Green Apple Awards)까지 수상했다.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는 축구경기나 공연이 열릴 경우에 보조 에너지로 사용된다. 그 결과 경기장의 전기 사용량이 줄어들면서 주변 지역의 전기 공급이 훨씬 원활해졌고 자체 디젤 발전기의 사용 빈도도 줄어 이산화탄소 배출까지 감소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경기장 측은 현재 태양광 발전에 보다 많은 IT 최신 기술을 접목해 효율성을 높이고 남는 에너지를 지역의 주택이나 전기차 충전에 사용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비콘 기술을 체험하고 시험하는 리빙랩

암스테르담은 비콘(Beacon) 활용 분야에서도 주목할 만한 사례를 가지고 있다. 비콘의 사전적 의미는 위치를 알려주는 불빛이나 신호를 말하는데, IT 분야에서는 저전력 블루투스를 활용해 반경 50~70미터 정도의 범위 안에 있는 사용자들에게 위치정보나 메시지 전송 및 모바일 결제 등을 가능하게 해주는 근거리 통신장치 또는 그 기술을 말한다.
암스테르담은 세계 최초로 비콘을 실생활에 접목한 비콘 마일(Beacon mile)이라는 리빙랩(Living lab)을 선보였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부터 시작해 마린터레인(Marineterrein)까지 약 3.4킬로미터에 이르는 구간으로 시민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각종 비콘 기술을 체험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된 스마트폰을 휴대하고 비콘 마일을 걸어가면 각종 정보가 전송된다. 예를 들어 식당 앞을 지나가면 스마트폰을 통해 메뉴와 가격은 물론 할인쿠폰까지 받을 수 있다. 비콘 마일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스마트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박물관이나 도서관 등을 지나면 현재 진행 중인 전시나 행사에 대한 정보를 알 수가 있다. 그 외에도 버스정류장에 있으면 버스나 트램의 도착 시각과 노선에 관한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체험들이 모여 더 발전된 체험으로 이어진다.

시민이 주도하는 열린 생태계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 건설의 핵심은 시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열린 생태계라는 것이다. 시민을 중심으로 기업이나 기관 등 누구나 암스테르담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이 가운데 참여자들의 호응을 얻은 아이디어가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로 구현되고 있다. 암스테르담을 세계 최고의 스마트시티 가운데 하나로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바로 이런 개방성이다. 그래서 암스테르담은 행정의 관점이 아니라 시민의 눈높이에서 추진되는 스마트시티의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