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모빌리티(Micro mobility)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가 도로를 달리는 풍경이 익숙해졌고 카카오 모빌리티와 쏘카 등 승차 공유 서비스에 뛰어들었던 기업들이 올해 본격적으로 전기자전거 공유 시장에 진출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은 당초 예상보다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다. 미국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EU, 미국 등 총 승객 이동의 50~60%를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차지하고 있다. 도시화, 스마트폰과 배터리 기술의 발전에 위치기반 시스템의 발전까지 더해져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성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편리함과 친환경, 두 가지 매력

최근 확대되고 있는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친환경 동력을 기반으로 중·단거리 주행이 가능하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출시한 전기자전거 ‘카카오 T바이크’, 쏘카가 투자한 ‘일레클’ 등 전기자전거나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가 일반자전거 공유 서비스와 가장 대비되는 특징은 바로 ‘도크리스(Dockless, 비고정형)’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처럼 대여나 반납을 위해 별도의 거치대나 자전거 주차장을 찾아 다닐 필요가 없다. 게임 ‘포켓몬 고’를 하듯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알려주는 위치를 찾아가면 된다.
애플리케이션을 열면 주변에 배치된 이동수단의 위치가 뜬다. 해당 위치는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추적된다. 카카오 T바이크가 시범운영되고 있는 분당에서는 판교역이나 현대백화점, 테크노밸리 등 유동인구가 많은 구역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켜면 전기자전거를 5분 이내에 찾을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해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곳에 세워두면 된다. 뒷바퀴에 있는 잠금장치를 손으로 밀어 채우면 자동으로 결제가 완료된다.
전기자전거는 편리한 이용방법과 빠른 주행이라는 장점 때문에 출시 후 사용자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카카오 T바이크는 출시 두 달 만에 누적거리 20만 킬로미터를 돌파했다. 지구 5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다. 카카오 T바이크는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가 제조했다. 시범지역은 경기도 성남시(600대)와 인천광역시 연수구(400대)다. 연수구 송도동 역시 자전거 전용도로가 쾌적하게 정비돼 있어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이 진출해있는 지역이다.

<용어 설명>
* 마이크로 모빌리티란? 전동킥보드, 전동휠, 전기자전거 등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1인용 이동수단으로 대중교통이나 자동차로 닿기 힘든 중·단거리 이동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친환경 교통수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편리한 이동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출처: 한경 경제용어사전

쏘카는 지난 3월 ‘나인투원’에 투자하며 전기자전거 시장에 진출했다. 나인투원은 국내에서 전기자전거 공유 시대를 처음 연 기업이다. 나인투원은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 일레클을 지난해 11월부터 서울에서 선보였다. 쏘카와 일레클은 시범운영 지역이었던 서울 상암에서 마포까지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확대했다. 마포구는 따릉이 이용률 1위를 기록할 만큼 공유 서비스 이용 문화가 잘 확립된 곳이다. 배지훈 나인투원 대표는 “이동 수요가 가장 집중돼 있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처음으로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일레클 이용방법 역시 카카오 T바이크와 비슷하다. 일레클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고, 가까운 일레클 자전거를 찾아 QR코드를 스캔하면 된다. 쏘카는 올해 상반기 서울 전 지역으로 일레클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통근이나 통학 등 이동 수요가 집중된 지역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서울대·고려대 등 캠퍼스 내에서 중·단거리 이동이 필요한 대학 및 주변 지역을 거점으로 마이크로 모빌리티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수요가 늘자 충전 플랫폼을 구축하는 곳들도 있다.
GS25는 ‘고고씽’과 손잡고 편의점 점포에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 충전 시설을 설치할 방침이다. 고고씽은 서울 강남과 경기 도 판교 지역에 배터리 분리가 가능한 공유 전동킥보드와 공유 전기자전거 800대를 운영하고 있다. 전동킥보드 서비스 또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시작된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는 ‘킥고잉’이다. 현재 15만 명의 고객이 이용하고 있으며, 누적 탑승횟수 60만 회를 기록하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 외에도 스타트업 ‘피유엠피(PUMP)’가 출시한 전동킥보드 공유 플랫폼 ‘씽씽’, 매스아시아의 ‘고고씽’ 등이 있다.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 비교>

공간정보를 토대로 한 데이터 분석과 활용

이처럼 마이크로 모빌리티 성장의 배경에는 위치기반 기술이 자리한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기업은 사용자의 위치정보와 이동수단의 위치정보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택시 호출로 시작한 카카오 모빌리티는 수시로 급변하는 교통 수요와 공급에 대응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과 처리 역량을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에도 도입했다. 카카오 T바이크는 데이터를 활용해 이용 패턴을 분석하고 전기자전거가 필요할 만한 장소를 사전 예측해 배치한다.

전기자전거 이용뿐만 아니라 관리에도 위치정보가 활용된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지역별로 별도의 전담 운영팀을 운영하고 있다. 배터리 교체를 위해 운영팀이 주기적으로 전기자전거를 직접 점검하므로 위치 확인 후 재배치는 물론, 불량 및 파손에 대한 관리도 가능하다. 사용자들이 부적절한 위치에 주차된 전기자전거를 제보하는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재배치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성숙에 접어든 글로벌 시장

국내는 아직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초기 시장으로 평가된다. 풀어야 할 규제와 숙제도 많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이 빠르게 자리 잡았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세계 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2015년 300억 달러(약 33조 원)에서 2030년 1조 5,000억 달러(약 1,700조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우버는 지난해 4월 전기자전거 공유 스타트업 점프바이크를 인수했다.
미국 공유 서비스 스타트업 라임은 지난해 기업가치 1조 원을 상회하는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설립 1년 안에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우버 등의 투자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북미 시장에서 우버의 경쟁사로 꼽히는 리프트도 모티베이트를 인수했다.

완성차 제조 업체인 포드는 고바이크라는 전기자전거 공유 플랫폼을 2017년 내놓은 데 이어, 지난해엔 전동킥보드 대여 업체 스핀을 인수했다. 제너럴모터스(GM)도 전기자전거 브랜드 ‘ARIV’를 출시해 유럽 시장을 노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전기자전거 시장의 성공이 ‘관리’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고장 위험이 높고 수시로 충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전거 전용도로 등 인프라 부족과 함께 자전거 반납 등과 같이 시민의식에 맡겨야 하는 부분 역시 전기자전거 시장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은 급변하는 세상만큼이나 지금 가장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