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구글, 테슬러, 우버 등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선도그룹이 실제도로에서 다양한 시험운행을 하고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자율주행차와 일반 차량의 상호 작용이 미흡하거나, 자율주행차에 대한 운전자의 이해 부족, 자율주행차의 기술 한계 등으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범운행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고를 살펴보고 안전성 확보를 위한 윤리, 제도와 법 등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시범운행 중의 사고 사례 연구

첫 번째 사례로 일반 운전자인 경우 피할 수 있었던 자율주행차와 일반 차량의 사고를 살펴보자. 2016년 2월, 구글의 자율주행차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험운행 중에 버스와 충돌했다. 사고 당시 구글의 ‘렉서스 RX450h’ 자율주행차는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려고 시도했는데 우측 차로 주행 중 도로 배수로 모래주머니를 인식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크게 우회전 하기로 판단했다. 시속 약 3.2킬로미터로 주행한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옆 차로에서 다가오는 버스를 인지했다. 이 자율주행차는 시속 약 21.4킬로미터로 다가오는 버스가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판단하였지만, 버스 운전자는 속도를 그대로 유지했고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버스의 우측 측면에 부딪치게 되었다. 이 사고는 자율주행차의 주행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버스 운전자와 버스가 속도를 줄여 양보하리라 판단한 자율주행차가 상호 교감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로 꼽힌다.
두 번째 사례는 자율주행차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과 운전자 부주의 때문에 발생한 사고다. 2016년 5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테슬라의 ‘모델S’에 탑승했던 운전자가 자율주행 기능인 ‘오토 파일럿’을 사용하던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던 트레일러가 있었고 측면 색깔이 하얀색이었다. 교차로를 향해 주행하고 있던 테슬라의 자율주행차는 밝게 빛나는 하늘과 트레일러의 색깔을 구별하지 못했다. 결국 교차로를 향해 그대로 운행해 트레일러의 측면을 받았고 운전자가 사망하는 결과에 이르렀다. 테슬라 측은 운전자에게 오토 파일럿은 보조적인 기능일 뿐이라고 충분히 주의를 주었음에도 운전자는 이를 과신해 발생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자율주행차가 트레일러와 하늘을 구분하지 못했지만 이것이 결함이 아니라 기술적 한계 때문으로 결론을 내렸다.
세 번째 사례는 자율주행차가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사고다. 2018년 2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횡단하던 보행자를 쳤는데, 사고 당시 밤 10시였다. 자율주행 모드로 주행 중이던 우버 차량이 길을 건너던 보행자를 발견하고 즉각 대응하지 못했고, 안전을 위해 탑승한 운전자가 핸들을 잡고 있던 상태였지만 조치하지 못했다. 이 사고는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에서 자율주행 기술이 보행자를 보호하지 못했고, 보행자가 불완전한 자율주행차로 인해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자율주행차의 안전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 사고는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에서 자율주행 기술이 보행자를 보호하지 못했고, 보행자가 불완전한 자율주행차로 인해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고는 어디서 어떻게 발생하는가?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면서 발생한 사고가 어디서 어떻게 발생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2015년부터 2019년 1월까지 총 128건의 사고 자료를 분석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구글, 웨이모, 도요타, GM, Drive AI, AURORA, UATC, Zook, Jingchi 등 약 13개 제작사가 시험운행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자율주행차의 사고는 오후 시간대에 약 62%가 발생했고, 주요 발생 장소는 교차로로 64.8%에 달했다. 또한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66.4%가 자율주행 모드였고 이 중에서 79.5%가 교차로였다. 특히 신호 교차로에서 발생한 사고는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일반 차량과의 상호 작용이 문제가 된 것으로 파악된다. 예를 들면 교차로의 적색 신호 시 우회전하는 상황에서 자전거 이용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까지 자율주행차는 기다리는 데, 후행 차량이 자율주행차를 추월 혹은 서행으로 진입할 때 충돌 사고가 있다. 더불어 교차로에 접근하는 자율주행차가 진행할 수도 있고 멈출 수도 있는 옵션존에 놓여 있을 때 주로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주행차는 안전을 위해 옵션존에서 정지했는데 후행 차량은 자율주행차가 정지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해 그대로 주행하다가 추돌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국내외 인식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약 60% 정도가 자율주행 시스템의 오류 혹은 고장에 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찬찬히 살펴보면 자율주행차의 기술이 완성 단계가 아니고 계속 개발하고 있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막연한 불안감이 있고, 사고 발생 시 책임의 소재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운행 안전 체계를 마련해달라는 시민의 요구로 받아들일 수 있다.
먼저 윤리는 바로 안전과 직결된다. 운전면허를 취득한 운전자는 도로교통 상황을 이해하고 윤리적 판단에 의해 운전할 것이라는 사회적인 믿음이 있다. 이에 반해 사람이 아닌 자율주행차가 판단을 내리려 할 때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자율주행차의 윤리를 논하며 자주 거론되는 트롤리 딜레마는 운전자가 아닌 자율주행 시스템이 도로를 주행하는 중 직면할 수도 있는 딜레마 상황으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윤리적인 책임을 수반한다. 예를 들면 왕복 2차로의 도로에서 갑자기 나타난 보행자를 피하고자 핸들을 돌렸을 때 중앙선을 침범하고 마주 오는 차량과 충돌하거나 벽면 혹은 낭떠러지와 같은 막다른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 상황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탑승자, 마주 오는 차량, 또는 보행자가 피해를 보게 될 수 있다. 이러한 딜레마 상황에서 자율주행차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사회적 쟁점이 된다.

자율주행차의 윤리를 논하며 자주 거론되는 트롤리 딜레마는 운전자가 아닌 자율주행 시스템이 도로를 주행하는 중 직면할 수도 있는 딜레마 상황으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윤리적인 책임을 수반한다.

자율주행 안전을 위한 글로벌 가이드라인

세계 각국은 자율주행 관련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ited Nations Economic Commission for Europe)에서는 2016년 자동차에는 반드시 운전자가 있어야 한다는 비엔나협약을 개정해 자율주행차의 기능이 작동되는 때에는 운전자를 대신해 차량 자체가 운행 지배권을 갖는다고 명시했다.
또한 자율주행차의 시험운행을 위해 각국에서는 법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각각 입법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연방정부에서는 ‘Self Drive Act’를 발의하여 하원을 통과했는데 연방 자동차 안전 기준(FMVSS: Federal Motor-Vehicle Safety Standard)의 개정을 비롯해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주정부에서는 스마트시티 사업의 일환으로 자율주행 4단계와 5단계의 공공도로 주행을 허용하는 입법이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은 2017년 시험운행을 목적으로 한 자율주행차의 공공도로 주행을 허용하였는데 이때 운전자는 반드시 차량에 탑승하고 있어야 하며 언제라도 운행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기했다. 일본은 2018년 자율주행차 안전 가이드라인을 마련, 2020년 도쿄올림픽 시연을 위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자율주행차의 사회적 수용성이 확보되어야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자율주행 3단계의 부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과 정책 지원을 하고 있다. 임시운행 허가를 통해 실제 도로를 운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가 60대를 상회하고 있으며, 다양한 도로와 교통 조건에서 시험운행을 하고 있다. 해외에서 발생한 자율주행 관련 사고가 우리나라에서는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할 수가 없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자율주행차의 도로 운행에 대한 법과 제도, 사고 발생 시 책임의 규명과 보험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서는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촉진하기 위한 법 제도를 개정하고, 안전 기준을 마련하는 등 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와 일반 차량이 도로를 동시 이용할 때, 도로의 이용에 대한 상호 이해와 새로운 운전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자율주행차와 일반 차량이 혼재되어 도로를 주행하게 될 때 차선의 양보와 같은 운전 문화를 어떻게 자율주행 기능에 투영 시켜야 하는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더불어 일반인이 미디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는 고도화 및 완전화에 집중되고 있어 기술에 대한 과신 혹은 불신이라는 양극의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일반인의 자율주행차 기술 및 서비스에 대한 이해 부족은 향후 자율주행차 상용화와 실증운행 시에 혼란을 야기하거나 어려움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 제공으로 오해를 줄여가는 것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