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도로 위에서 핸들을 잡는 대신 회의 자료를 검토할 수 있다면, 교통 체증이나 주차 걱정 없이 나들이를 갈 수 있다면 한발 더 나아가 ‘공유 자율주행차’를 이용해 언제 어디로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바뀔까. 물론 지금 우리가 꿈꾸는 ‘이동의 자유’가 온전히 실현되려면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김재환 실장은 “자율주행 기술과 그 기반이 되는 공간정보 기술의 발달 그리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그리 먼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판교제로시티는 2015년 사업 돌입 후 지난 6월 자율주행 실증단지 운영을 개시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 의의와 지난 4년여간의 활동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가장 먼저 ‘실증단지’라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자율주행차를 만들어도 막상 도로로 나가 기존 차량들과 함께 운행하는 도중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긴다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이렇게 다양한 경우의 수를 극복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판교제로시티와 같은 실증단지가 꼭 필요했습니다.

결국 지난 4년은 국내 최초이자 세계적으로도 드문 자율주행차 실증단지를 안전하게 조성하고 다른 한편 그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온 시간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제로셔틀 1호차와 2호차의 개발과 운행, 자율주행 임시통합관제센터 구축, 2회에 걸친 판교자율주행모터쇼 개최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론, 판교제로시티의 고도화․활성화를 통해 미래 스마트도시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교통사고를 비롯한 각종 사고 위험이 없고 탄소 배출이 없는 도시, 첨단 정보통신에 기반해 일상을 누릴 수 있는 도시죠. 그래서 이름 역시 ‘제로시티’입니다.

그야말로 숨가쁘게 달려오셨는데요. 판교제로시티에 자율주행 실증단지를 제안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경기도로부터 판교제2테크노밸리를 자율주행차, 로봇 등 새로운 기술이 공존할 수 있는 산업단지로 조성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자문요청을 받았습니다. 마침 저는 자율주행차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새로운 도시 조성의 필요성을 중앙정부에 제안해둔 상태였습니다. 자율주행차도 궁극적으로는 실제 도로 위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운행될 수 있어야 상용화가 가능한 것이니, 자체 기술의 고도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당시 바로 자율주행차를 도입해 서비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기에 판교제2테크노밸리라는 실제 공간을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고 실증할 수 있는 단지로 구축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개발 및 검증된 자율주행차와 관련 서비스들을 스마트시티의 모빌리티 서비스로 확대시켜가는 모델을 구상한 것이죠. 마침내 2015년 12월 제가 제안한 자율주행 실증단지로 방향성이 확정되었고 ‘판교제로시티’라는 브랜드가 탄생되었습니다.

실증단지 설계 과정에서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셨는지요?

현장에서 자율주행차를 연구하고 개발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크게 세 가지 부분에 주력했습니다. 첫 번째로 통합관제센터, V2X(Vehicle to Everything) 통신, 도로정보수집 사물인터넷 센서, HD 맵을 포함한 공간정보,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등 자율주행차의 테스트를 지원하는 인프라 구축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자율주행차를 실내에서 개조하고 연구할 수 있는 공간 확보였습니다. 세 번째로 도로에서 테스트와 실증을 하기 위해 필요한 법과 제도적인 안전 장치들이었고, 이에 대해 꼼꼼히 검토하고 적용했습니다. 이 부분은 특히 경기도자율주행센터를 통해 자율주행 통합관제센터, 자율주행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비즈니스센터, 자율주행 규제샌드박스 등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연구자들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한 최초의 실증단지라는 자부심으로 개선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최초의 자율주행차인 제로셔틀이 판교제로시티에 적용된 기술과 미래상을 상징하는 것이라 이해해도 될까요?

궁극적으로는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로셔틀은 이곳에 구축된 인프라들과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검증하는 동시에 자율주행 빅데이터를 상시 수집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판교제2테크노밸리가 활성화될 경우 발생할 심각한 교통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적 교통수단의 역할도 해낼 거고요. 그 밖에 중소 스타트업들이 개발한 자율주행 요소기술과 부품을 테스트하고 평가하는 공용 플랫폼으로도 활용되리라 기대합니다.

제로셔틀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최초의 시도였던 만큼 참고할 만한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을 찾기가 힘들었던 데다 합류한 기업들 역시 최초의 도전에 나서는 것이라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제로셔틀을 개발할 당시 국내에는 자율주행 레벨 4*와 관련된 법과 제도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겨우 제작을 완료하고 처음 공개되었을 당시에도 그리 좋은 평가를 듣지는 못했고요. 당시 제로셔틀은 이제 막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면허를 딴 초보운전자에 불과했으니까요. 하지만 이곳 제로시티에서 다양한 주행을 거쳐 데이터를 획득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최초의 명성에 걸맞은 자율주행차로 자리매김하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 자율주행 레벨 4: 운전자가 수동운전으로 복귀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안전한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단계

스마트 모빌리티인 제로셔틀의 제작 그리고 자율주행차들의 테스트베드인 판교제로시티에는 어떤 공간정보 기술들이 적용되었나요?

자율주행은 차량에 장착된 센서들이 데이터를 수집한 후 3차원 HD 맵 기반의 가상공간에 위치기반 정보를 맵핑하면, 통합관제센터에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객체를 인식하고 주행 상황을 판단해 차량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3차원 HD 맵, 가상공간, 위치기반 정보 등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공간정보의 모든 기술이 집약된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다수의 자율주행차가 공존할 판교제로시티의 경우는 앞서 설명 드린 기본 흐름 위에 개별 차량 간의 V2X 통신, 사물인터넷 등 보다 다양한 기술이 접목되는 것이고요. 결론적으로 공간정보는 제로셔틀과 판교제로시티 내에서 HD 맵 기반으로 모든 센서 데이터를 통합하며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작동할 수 있는 핵심 환경을 제공하게 됩니다.

제로시티와 제로셔틀은 국내 자율주행차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정부, 산업계, 학계 등의 전반적인 합의가 필요할 듯합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준비 상황은 어느 정도라 생각하시는지요?

사회적 합의는 정량화된 수치로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규제샌드박스 추진, 자율주행 상용화 촉진법 통과, 스마트 신호체계 연구개발 등 교통 인프라가 개선되고 있습니다. 제로셔틀의 등장 이후 다수의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에서 자율주행셔틀 도입을 발표했고 개발도 진행 중이고요. 일반 국민들은 제로셔틀 승차 후 자율주행에 대한 이해도와 수용성을 높여 나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정부와 산업계, 학계 등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스마트 모빌리티를 통해 우리 삶이 어떻게 바뀌리라 예상하시나요?

단순히 생각하면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했던 교통사고가 줄어들고, 교통 효율도 높아질 겁니다. 부수적으로는 탄소 배출이 저감되니 환경도 좋아지겠죠. 한발 더 나아가 운전 이외에 택배, 방범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접목된다면 이동의 자유를 넘어 노동과 여가 등 생활 전반에 대해 새로운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을까요? 스마트폰의 탄생으로 통화 이외의 다양한 서비스들이 출현해 우리 삶이 바뀐 것 이상으로, 스마트 모빌리티를 통해 라이프 스타일의 대혁신이 일어나리라 예상합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저 역시 그런 세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판교제로시티 with LX 한국국토정보공사>

지난 6월, 판교제로시티 자율주행 실증단지 내 자율주행 통합관제센터가 운영을 개시하기까지 LX와 경기도는 함께 달려왔다. 판교제로시티 자율주행 실증단지 구축에 앞서서 연구에 착수한 2016년 10월에는 경기도와 ‘자율주행 실증단지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판교제로시티에 공간정보 시스템을 구축한 후 판교제로시티 내에 운행하는 자율주행차의 관제와 운행에 필요한 통합 고정밀 디지털지도, 위성측위 시스템, 위치정보 보정기술 등을 제공하고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LX가 제공한 통합 고정밀 디지털지도는 도로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지형지물의 위치를 오차범위 5cm 내에서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자율주행차에는 없어서는 안 되는 기술이다. 이렇게 구축한 지도는 스마트시티, 증강현실, 드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 가능하다. 이후 2018년 9월 경기도와 국토교통부, KT와 만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등 9개 기관과 함께 ‘판교 자율주행 실증단지 활성화를 위한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해당 협약을 통해 LX는 자율주행 공간정보 플랫폼을 기반으로 판교테크노밸리 부근에 대한 관제 시스템 운영 관리를 지원하게 됐다.

<판교제로시티 구축 과정>

◦ 2015. 09. 판교제2테크노밸리 자율주행차 도입 제안 및 검토
◦ 2015. 12. 판교제로시티 TFT 조직
◦ 2016. 04. 자율주행셔틀 도입 계획 확정
◦ 2016. 10. 판교제로시티 자율주행 실증단지 조성 연구 착수
◦ 2017. 07. 제로셔틀 제작 착수
◦ 2017. 11. 제1회 판교자율주행모터쇼(PAMS) 개최
◦ 2017. 12. 제로셔틀 1호차, 2호차 제작 완료
◦ 2018. 01. 제로셔틀 1호차, 2호차 국토교통부 자동차안전검사(자기인증) 완료
◦ 2018. 03. 제로셔틀 1호차, 2호차 국토교통부 자율주행 임시운행허가 취득
◦ 2018. 06. 경찰청 검토에 따른 제로셔틀 운행구간 안전조치 이행 완료
◦ 2018. 06. 제로셔틀 1호차, 2호차 운행구간 사전 테스트 시작
◦ 2018. 07. 판교제로시티 자율주행 임시통합관제센터 구축 완료
◦ 2018. 08. 제로셔틀–임시통합관제센터 연계 시험운영 시작
◦ 2018. 11. 제2회 판교자율주행모터쇼(PAMS) 개최
◦ 2018. 12. 경기도-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판교제로시티 운영 관리 위·수탁 협약
◦ 2019. 05. 경기도자율주행센터 개소식 개최
◦ 2019. 06. 판교제로시티 자율주행 통합관제센터 구축
◦ 2019. 06. 판교제로시티 자율주행 실증단지 운영 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