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시대를 위한
법제도 개선 방향

Writer. 정혜욱(위덕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눈부신 인터넷의 발전과 사물인터넷

1960~1970년대 군사용 네트워크로 시작해 전 세계의 모든 곳을 연결하는 정보통신망이 된 인터넷의 발전 속도는 실로 엄청나다. 인터넷은 애초에 사람들 사이에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통신망으로 출발하였으나 지금은 인간과 사물 사이는 물론 사물과 사물 사이의 정보까지 교환하는 수단으로도 변화해 나가고 있다. 특히 사물과 사물 사이의 정보 교환을 가능하게 해 주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은 모든 산업분야와 융합하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사물인터넷은 홈·가전, 교통·물류, 건설, 에너지, 헬스케어, 사회안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그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스태티스타(Statista)의 분석에 의하면 전 세계의 사물인터넷 시장은 2010년에 24백억 달러 규모에서 2019년에는 17천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국내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도 2020년까지 약 17조 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발전 추세에 뒤지지 않고 국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사물인터넷의 활용은 적극적으로 진흥되어야 할 일이다.

사물인터넷을 규율하는 법제도

현재 사물인터넷과 관련된 법률로는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국가정보화기본법」,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그 외에도 사물인터넷과 관련된 수많은 법규가 제정되어 있다. 이들 법규의 내용을 보면 사물인터넷의 진흥을 돕고 있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정보통신진흥특별법을 보면 신속처리제도와 임시허가제도가 규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융합기술이나 서비스를 개발하였으나 기존 법령에 의해 허가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는 문제가 있을 때에는 신속하게 사업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법제도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여 도입할 때 위험관리라는 측면 때문에 아무런 제한 없이 그대로 허용하기만 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자동차의 운행을 허가한다고 할 때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위험이 제거된 상태의 기술이 아니면 이를 섣불리 도입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하도록 규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규제가 너무 지나치거나, 과연 필요한 규제인지에 대하여 의문이 드는 경우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기술발전을 가로막는 법규가 아닌가 생각되는 두 가지 경우를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다름이 아니라 위치정보법과 자동차 관련법이다

동의 없이 수집하는 위치정보

먼저 위치정보법에 대해서 살펴본다. 위치정보법 제2조를 보면 위치정보의 개념이 나온다. 이에 의하면 ‘위치정보’란 ‘이동성이 있는 물건 또는 개인이 특정한 시간에 존재하거나 존재하였던 장소에 관한 정보로서 전기통신설비 및 전기통신회선설비를 이용하여 수집된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공용도로에는 효율적인 도로 관리를 위해 교통정보를 수집하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교통정보수집카메라는 도로를 통과하는 차량을 촬영하여 정보통신망을 통해서 도로관리주체에게 이를 전송한다.
자동차는 ‘이동성이 있는 물건’임이 확실한데 교통정보수집카메라로 촬영을 하게 되면 자동차가 ‘특정 시간에 존재하였던 장소’에 관한 정보가 수집이 되고 그 정보가 정보통신망을 통해서 서버에 전달되기 때문에 위치정보법에서 말하는 위치정보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동성이 있는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위치정보법 제15조 제1항에 따라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위치정보법 제40조 제4호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다. 도로의 일정 지점을 통과하는 차량을 카메라로 촬영하여 어느 자동차가 어느 시점에 어느 장소에 있었는가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자동차의 소유자로부터 정보 수집에 관한 동의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불가능하기 때문에 동의 없이 촬영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보 수집 행위는 해석에 따라 위법행위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하도록 규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모름지기 법질서는 불가능한 일을 강제하면 안 된다. 교통정보를 수집하여 어느 도로에 어느 시간에 어떠한 유형의 자동차가 이동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도로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실제로 그렇게 관리를 하고 있는데 법규는 이를 금지하고 있다. 법이 금지하고 있지만 필요하기 때문에 그냥 하고 있고, 아무도 이의를 제기한 바도, 정보의 남용으로 인한 문제가 불거진 바도 없기 때문에 위법 논란이 있을 수 있는 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물론 교통정보수집카메라에서 획득한 영상정보는 정보통신망을 거쳐서 서버로 전송이 되고 서버에서 차량 식별 정보를 이용하여 차종을 확인한 후 곧바로 해당 정보가 삭제되고 있기 때문에 보관되거나 달리 사용되지 않아서 아직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치정보법이 이동성 있는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할 때 소유자의 동의를 받도록 정하고 있는 이유는 이들 위치정보가 대부분의 경우 개인위치정보이고 개인의 위치정보는 매우 민감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위치정보가 아닌 물건 위치정보는 무인택배용으로 사용하는 드론의 위치정보 정도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본래 위치정보법은 위치정보의 활용을 통한 산업의 진흥을 목적으로 탄생하였지만, 개인정보의 누설에 대한 일반적인 공포심으로 인해서 매우 강력한 규제법규가 되어 버렸다.


법적 규제가
많은 사람들의 안전과
편익을 위한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위치정보법의 개선 방향

현재 위치정보법이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위치정보의 수집이 가능한 것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는 긴급구조기관의 긴급구조요청이나 경보발송요청이 있을 때와 경찰관서의 요청이 있을 때 등 두 가지로 제한되어 있다. 교통정보의 수집은 이들 두 가지와 비교해 볼 때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 방지라는 취지와 상당히 동떨어져 있어서 새로운 조항에 넣자고 요구하기가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면 별도로 분리하고 개인정보의 수집과 처리에 따른 남용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명시해서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규제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
이와 병행하여 효율적인 도로관리는 물론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GPS 기반의 긴급구조요청(Emergency Call / eCall) 시스템의 도입을 의무화하는 것도 고려해 볼 여지가 있다. eCall 시스템은 유럽의회가 유럽 내의 모든 차량에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제도이다. 차량에 장착된 eCall 기기는 사고가 발생하여 에어백이 작동되었는가 하는 등의 사고정보를 인지하고 사물인터넷을 통해서 즉시 긴급구조기관으로 구조요청을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모든 차량에 eCall 장비가 장착이 되면 평소에는 차량유형 정보만 위치정보와 함께 도로관리기관의 서버로 전송을 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비로소 사고의 내용과 함께 차량 식별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긴급구조기관으로 전송하게 될 것이다. 평소에 차량유형정보와 위치정보를 제외한 개인정보는 수집되지 않도록 기술표준을 정하고 이를 엄격하게 준수하도록 한다면, 교통정보수집카메라를 통해서 위법한 위치정보 수집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만을 규율하는 자동차관리법

두 번째로 자동차 관련법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자동차는 ‘사람이 운전해서 도로를 운행하는 차’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도로교통법 제43조가 “누구든지 …… 운전면허를 받지 아니하거나 운전면허의 효력이 정지된 경우에는 자동차 등을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이 법규에서 “누구”라고 할 때 누구는 당연히 사람을 의미한다. 현재의 법제는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한다는 기본개념에서 한 치도 벗어나 있지 않다. 그런데 기술의 발전은 법체계가 어떠한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운행되는 차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실 자율주행자동차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융합서비스 기술 수준에 도달하면서 가능하게 된 최첨단의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의 운행과 관련하여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현행 법체계는 자동차, 운전자, 도로 등 세 가지 측면에서 규제법규를 만들어 두고 있다. 첫 번째가 자동차의 형식과 안전기준 등에 관한 「자동차관리법」이고, 두 번째가 운전자가 지켜야 할 규율에 대한 「도로교통법」이며, 세 번째가 자동차의 안전 운행을 위해서 도로가 갖추어야 할 요건에 관한 「도로법」이다. 이들 세 가지 법률은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들인데 자율주행자동차의 등장에 대비한 개정작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들 법규가 사물인터넷 기술의 최첨단을 달리는 자율주행자동차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기 위해서 어떻게 변모하여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차의 발전에 따라 법도 진화해야

자동차관리법 제2조 제13호에 의하면 자율주행자동차란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말한다(자율주행자동차에 관한 단 하나의 규정이다). 이는 자율주행자동차의 발전단계 중 최고 수준인 제4단계에 해당한다. 현재 가장 낮은 단계인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이탈 방지장치는 이미 사용되고 있다(제1단계 / 선택적 능동제어). 다음 단계는 복수의 자동화 기능이 함께 작동되지만 운전자의 감시와 조작이 필요한 수준이다(제2단계 / 통합 능동제어). 제3단계는 자동차 전용도로 등 제한적인 조건 아래 조향·가속·감속·제동 등 모든 기능이 자동으로 수행되지만 비상시 운전자의 개입을 필요로 하는 수준이다(제한적 자율주행). 마지막 단계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을 하고 운전자의 개입은 전혀 필요하지 않은 수준이다(제4단계 /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관리법이 자율주행자동차의 개념을 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자동차의 구조와 장치에 관한 규정을 보면 사람이 운전을 한다는 전제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안전기준에 적합한 조향장치와 제동장치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운행을 할 수 없다. 완전 자율주행자동차를 생각한다면 운전을 하는 사람을 전제로 하는 이러한 규제는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자율주행자동차가 제1단계에서 제4단계를 향하여 발전을 거듭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술수준이 마지막 단계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자율주행기능이 전혀 없는 자동차와 제1단계부터 제4단계까지의 자동차들이 한동안은 전부 도로에서 뒤섞여 다닐 것이 분명하다. 결국 자동차관리법은 자율주행기능과 관련하여 모든 단계에 맞추어 각 단계에 적합한 규제가 가능하도록 복잡한 내용으로 진화하여야 한다.

운전면허제도와 도로법의 문제

도로 가운데 차도, 자동차전용도로 그리고 고속도로는 자동차만 통행할 수 있다. 자동차란 ‘사람이 운전해서 도로를 운행하는 차’를 말한다. 운전이란 ‘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에도 각 단계에 따라 본래의 사용방법에 의거해서 사용한다면 운전이라고 볼 수 있어서 자율주행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물론 자동차관리법에 의해서 등록된 자동차임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문제는 운전면허제도이다. 제3단계까지는 현재와 같은 수준의 운전면허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제4단계의 완전 자율주행자동차는 운전면허가 필요 없는 것이 맞다. 운전면허는 사람이 받는 게 아니라 자동차가 받는 게 될 텐데, 도로교통법은 이 문제를 해결해 두어야 할 것이다.
도로법은 도로와 교통표지 등 도로 부속시설 그리고 신호기 등에 관한 규제를 하고 있다. 규제의 목적은 안전하고 편리한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다. 현재 도로법상의 모든 시설기준은 차를 사람이 운전하는 경우를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 앞으로 일반 자동차와 함께 각종 자율주행자동차가 함께 도로를 주행할 것이고, 그렇다면 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전운행과 편리성도 함께 감안하는 방향으로 도로법도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안전과 무관한 규제는 해제돼야

사물인터넷의 시대는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법체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법이 기술의 발전을 앞서가기는 힘들다. 하지만 명백한 현실의 변화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적어도 법적 규제가 많은 사람들의 안전과 편익을 위한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 하였듯이 사물인터넷은 국가경쟁력의 핵심 요소이다. 앞으로 법체계가 사물인터넷 시대의 도래를 위하여 안전과 무관한 부분에서는 과감하게 규제를 해제하게 되기를 바란다.

눈부신 인터넷의 발전과 사물인터넷

1960~1970년대 군사용 네트워크로 시작해 전 세계의 모든 곳을 연결하는 정보통신망이 된 인터넷의 발전 속도는 실로 엄청나다. 인터넷은 애초에 사람들 사이에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통신망으로 출발하였으나 지금은 인간과 사물 사이는 물론 사물과 사물 사이의 정보까지 교환하는 수단으로도 변화해 나가고 있다. 특히 사물과 사물 사이의 정보 교환을 가능하게 해 주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은 모든 산업분야와 융합하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사물인터넷은 홈·가전, 교통·물류, 건설, 에너지, 헬스케어, 사회안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그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스태티스타(Statista)의 분석에 의하면 전 세계의 사물인터넷 시장은 2010년에 24백억 달러 규모에서 2019년에는 17천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국내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도 2020년까지 약 17조 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발전 추세에 뒤지지 않고 국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사물인터넷의 활용은 적극적으로 진흥되어야 할 일이다.

사물인터넷을 규율하는 법제도

현재 사물인터넷과 관련된 법률로는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국가정보화기본법」,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그 외에도 사물인터넷과 관련된 수많은 법규가 제정되어 있다. 이들 법규의 내용을 보면 사물인터넷의 진흥을 돕고 있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정보통신진흥특별법을 보면 신속처리제도와 임시허가제도가 규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융합기술이나 서비스를 개발하였으나 기존 법령에 의해 허가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는 문제가 있을 때에는 신속하게 사업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법제도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여 도입할 때 위험관리라는 측면 때문에 아무런 제한 없이 그대로 허용하기만 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자동차의 운행을 허가한다고 할 때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위험이 제거된 상태의 기술이 아니면 이를 섣불리 도입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하도록 규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규제가 너무 지나치거나, 과연 필요한 규제인지에 대하여 의문이 드는 경우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기술발전을 가로막는 법규가 아닌가 생각되는 두 가지 경우를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다름이 아니라 위치정보법과 자동차 관련법이다

동의 없이 수집하는 위치정보

먼저 위치정보법에 대해서 살펴본다. 위치정보법 제2조를 보면 위치정보의 개념이 나온다. 이에 의하면 ‘위치정보’란 ‘이동성이 있는 물건 또는 개인이 특정한 시간에 존재하거나 존재하였던 장소에 관한 정보로서 전기통신설비 및 전기통신회선설비를 이용하여 수집된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공용도로에는 효율적인 도로 관리를 위해 교통정보를 수집하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교통정보수집카메라는 도로를 통과하는 차량을 촬영하여 정보통신망을 통해서 도로관리주체에게 이를 전송한다.
자동차는 ‘이동성이 있는 물건’임이 확실한데 교통정보수집카메라로 촬영을 하게 되면 자동차가 ‘특정 시간에 존재하였던 장소’에 관한 정보가 수집이 되고 그 정보가 정보통신망을 통해서 서버에 전달되기 때문에 위치정보법에서 말하는 위치정보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동성이 있는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위치정보법 제15조 제1항에 따라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위치정보법 제40조 제4호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다. 도로의 일정 지점을 통과하는 차량을 카메라로 촬영하여 어느 자동차가 어느 시점에 어느 장소에 있었는가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자동차의 소유자로부터 정보 수집에 관한 동의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불가능하기 때문에 동의 없이 촬영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보 수집 행위는 해석에 따라 위법행위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하도록 규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모름지기 법질서는 불가능한 일을 강제하면 안 된다. 교통정보를 수집하여 어느 도로에 어느 시간에 어떠한 유형의 자동차가 이동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도로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실제로 그렇게 관리를 하고 있는데 법규는 이를 금지하고 있다. 법이 금지하고 있지만 필요하기 때문에 그냥 하고 있고, 아무도 이의를 제기한 바도, 정보의 남용으로 인한 문제가 불거진 바도 없기 때문에 위법 논란이 있을 수 있는 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물론 교통정보수집카메라에서 획득한 영상정보는 정보통신망을 거쳐서 서버로 전송이 되고 서버에서 차량 식별 정보를 이용하여 차종을 확인한 후 곧바로 해당 정보가 삭제되고 있기 때문에 보관되거나 달리 사용되지 않아서 아직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치정보법이 이동성 있는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할 때 소유자의 동의를 받도록 정하고 있는 이유는 이들 위치정보가 대부분의 경우 개인위치정보이고 개인의 위치정보는 매우 민감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위치정보가 아닌 물건 위치정보는 무인택배용으로 사용하는 드론의 위치정보 정도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본래 위치정보법은 위치정보의 활용을 통한 산업의 진흥을 목적으로 탄생하였지만, 개인정보의 누설에 대한 일반적인 공포심으로 인해서 매우 강력한 규제법규가 되어 버렸다.


법적 규제가
많은 사람들의 안전과
편익을 위한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위치정보법의 개선 방향

현재 위치정보법이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위치정보의 수집이 가능한 것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는 긴급구조기관의 긴급구조요청이나 경보발송요청이 있을 때와 경찰관서의 요청이 있을 때 등 두 가지로 제한되어 있다. 교통정보의 수집은 이들 두 가지와 비교해 볼 때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 방지라는 취지와 상당히 동떨어져 있어서 새로운 조항에 넣자고 요구하기가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면 별도로 분리하고 개인정보의 수집과 처리에 따른 남용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명시해서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규제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
이와 병행하여 효율적인 도로관리는 물론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GPS 기반의 긴급구조요청(Emergency Call / eCall) 시스템의 도입을 의무화하는 것도 고려해 볼 여지가 있다. eCall 시스템은 유럽의회가 유럽 내의 모든 차량에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제도이다. 차량에 장착된 eCall 기기는 사고가 발생하여 에어백이 작동되었는가 하는 등의 사고정보를 인지하고 사물인터넷을 통해서 즉시 긴급구조기관으로 구조요청을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모든 차량에 eCall 장비가 장착이 되면 평소에는 차량유형 정보만 위치정보와 함께 도로관리기관의 서버로 전송을 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비로소 사고의 내용과 함께 차량 식별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긴급구조기관으로 전송하게 될 것이다. 평소에 차량유형정보와 위치정보를 제외한 개인정보는 수집되지 않도록 기술표준을 정하고 이를 엄격하게 준수하도록 한다면, 교통정보수집카메라를 통해서 위법한 위치정보 수집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만을 규율하는 자동차관리법

두 번째로 자동차 관련법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자동차는 ‘사람이 운전해서 도로를 운행하는 차’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도로교통법 제43조가 “누구든지 …… 운전면허를 받지 아니하거나 운전면허의 효력이 정지된 경우에는 자동차 등을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이 법규에서 “누구”라고 할 때 누구는 당연히 사람을 의미한다. 현재의 법제는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한다는 기본개념에서 한 치도 벗어나 있지 않다. 그런데 기술의 발전은 법체계가 어떠한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운행되는 차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실 자율주행자동차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융합서비스 기술 수준에 도달하면서 가능하게 된 최첨단의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의 운행과 관련하여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현행 법체계는 자동차, 운전자, 도로 등 세 가지 측면에서 규제법규를 만들어 두고 있다. 첫 번째가 자동차의 형식과 안전기준 등에 관한 「자동차관리법」이고, 두 번째가 운전자가 지켜야 할 규율에 대한 「도로교통법」이며, 세 번째가 자동차의 안전 운행을 위해서 도로가 갖추어야 할 요건에 관한 「도로법」이다. 이들 세 가지 법률은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들인데 자율주행자동차의 등장에 대비한 개정작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들 법규가 사물인터넷 기술의 최첨단을 달리는 자율주행자동차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기 위해서 어떻게 변모하여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차의 발전에 따라 법도 진화해야

자동차관리법 제2조 제13호에 의하면 자율주행자동차란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말한다(자율주행자동차에 관한 단 하나의 규정이다). 이는 자율주행자동차의 발전단계 중 최고 수준인 제4단계에 해당한다. 현재 가장 낮은 단계인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이탈 방지장치는 이미 사용되고 있다(제1단계 / 선택적 능동제어). 다음 단계는 복수의 자동화 기능이 함께 작동되지만 운전자의 감시와 조작이 필요한 수준이다(제2단계 / 통합 능동제어). 제3단계는 자동차 전용도로 등 제한적인 조건 아래 조향·가속·감속·제동 등 모든 기능이 자동으로 수행되지만 비상시 운전자의 개입을 필요로 하는 수준이다(제한적 자율주행). 마지막 단계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을 하고 운전자의 개입은 전혀 필요하지 않은 수준이다(제4단계 /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관리법이 자율주행자동차의 개념을 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자동차의 구조와 장치에 관한 규정을 보면 사람이 운전을 한다는 전제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안전기준에 적합한 조향장치와 제동장치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운행을 할 수 없다. 완전 자율주행자동차를 생각한다면 운전을 하는 사람을 전제로 하는 이러한 규제는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자율주행자동차가 제1단계에서 제4단계를 향하여 발전을 거듭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술수준이 마지막 단계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자율주행기능이 전혀 없는 자동차와 제1단계부터 제4단계까지의 자동차들이 한동안은 전부 도로에서 뒤섞여 다닐 것이 분명하다. 결국 자동차관리법은 자율주행기능과 관련하여 모든 단계에 맞추어 각 단계에 적합한 규제가 가능하도록 복잡한 내용으로 진화하여야 한다.

운전면허제도와 도로법의 문제

도로 가운데 차도, 자동차전용도로 그리고 고속도로는 자동차만 통행할 수 있다. 자동차란 ‘사람이 운전해서 도로를 운행하는 차’를 말한다. 운전이란 ‘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에도 각 단계에 따라 본래의 사용방법에 의거해서 사용한다면 운전이라고 볼 수 있어서 자율주행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물론 자동차관리법에 의해서 등록된 자동차임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문제는 운전면허제도이다. 제3단계까지는 현재와 같은 수준의 운전면허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제4단계의 완전 자율주행자동차는 운전면허가 필요 없는 것이 맞다. 운전면허는 사람이 받는 게 아니라 자동차가 받는 게 될 텐데, 도로교통법은 이 문제를 해결해 두어야 할 것이다.
도로법은 도로와 교통표지 등 도로 부속시설 그리고 신호기 등에 관한 규제를 하고 있다. 규제의 목적은 안전하고 편리한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다. 현재 도로법상의 모든 시설기준은 차를 사람이 운전하는 경우를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 앞으로 일반 자동차와 함께 각종 자율주행자동차가 함께 도로를 주행할 것이고, 그렇다면 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전운행과 편리성도 함께 감안하는 방향으로 도로법도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안전과 무관한 규제는 해제돼야

사물인터넷의 시대는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법체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법이 기술의 발전을 앞서가기는 힘들다. 하지만 명백한 현실의 변화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적어도 법적 규제가 많은 사람들의 안전과 편익을 위한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 하였듯이 사물인터넷은 국가경쟁력의 핵심 요소이다. 앞으로 법체계가 사물인터넷 시대의 도래를 위하여 안전과 무관한 부분에서는 과감하게 규제를 해제하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