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공간 :

집에 대한
새로운 주거 트랜드

HOME
FURNISHING*

생활공간인 집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스스로 자기 만족을 중시 하는 셀프 인테리어 열풍에서부터 그린 인테리어, 집 안을 극장으로 만드는 사운드 바, 호텔식 고급 침구나 리클라이너를 이용해 집안에서 휴식과 여가를 꾀하려는 새로운 주거 트렌드가 인기다.

Writer. 범상규(공간심리학자, 건국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생활의 공간 :

집에 대한
새로운 주거 트랜드

생활공간인 집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스스로 자기 만족을 중시 하는 셀프 인테리어 열풍에서부터 그린 인테리어, 집 안을 극장으로 만드는 사운드 바, 호텔식 고급 침구나 리클라이너를 이용해 집안에서 휴식과 여가를 꾀하려는 새로운 주거 트렌드가 인기다.

Writer. 범상규(공간심리학자, 건국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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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벨 중시하는 신(新)주거 트렌드, 셀프 인테리어
익숙한 주거공간인 집은 물리적인 재산 가치뿐만 아니라 무형적 인 가치를 담고 있다. 여기서 집이 주는 무형적 가치는 휴식과 여 가를 통한 스트레스 해소, 집을 꾸미는 데서 느끼는 심미적인 만 족감 등에서 얻을 수 있는데 요즘처럼 워라벨을 중시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겐 더욱 중요시 된다. 대표적인 사례 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홈퍼니싱이 있다. 이 용어는 소형가구, 조명, 인테리어 소품을 활용해 스스로 집을 꾸미는 셀프 인테리어 행위를 말한다. 예전에는 인테리어는 전문가의 고유 영역으로 생 각했기 때문에 거실을 꾸밀 때 자신만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은 쉬 운 일이 아니었다. 즉 거실을 인테리어하는 행위는 집을 짓는 것 과 같은 건축적인 분야로 간주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3~40대 젊 은 주부층을 중심으로 인테리어에 대한 폭넓은 관심을 바탕으로 한 홈퍼니싱이 유행이다. 간단하고 실용적인 DIY 가구를 이용한 셀프 인테리어가 홈퍼니싱의 핵심이다.
완제품 가구를 구입하는 대신에 직접 조립하고, 인테리어 전문시 공업체에 맡기기보다는 집주인 스스로 소품과 재료를 구입하며, 직접 시공까지 한다. 인테리어 소품의 품질과 가격을 꼼꼼히 따지 는 등 상당한 품을 요구하는 데도 인기다. 셀프 인테리어와 관련된 정보는 인터넷 블로거나 SNS에서 수많은 팔로어를 끌어당기 는 핫이슈로 대접받는다. 이러한 트렌드 열풍은 실물경제에도 고 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셀프 인테리어에 힘입어 홈퍼니싱 시장은 단순한 관심 차원을 넘어, 성장세 둔화를 보이던 국내 가구산업에 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인테 리어 및 생활소품 시장규모는 12조 원에서 2023년에는 18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홈퍼니싱 열풍을 몰고 온 것은 세계적인 DIY 가구 브랜드인 이케 아다. 2014년 국내 최초로 오픈한 이케아 광명점의 2016년 매출 액은 3,500억 원으로 전세계 이케아 매장 중에서 가장 많았다. 개 장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가구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했지만, 현 재 국내 가구업체들 역시 나름대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으로 인해 시장 파이를 키우는 일명 ‘이케아 효과’가 나타났다. 특 히 셀프 인테리어 열풍에 대응하여 국내 기업들은 기존 매장을 탈 피하고 SNS 속으로, 인터넷 쇼핑몰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면서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샘 등 국내 가구기업은 물론 이마트 등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실내 인테리어 관련 상품 중심의 리빙 Save 편 집숍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이케아가 일으킨 홈퍼니싱 열풍은 국 내 기업들의 잠자는 경쟁력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최근 홈퍼니싱 열풍이

이처럼 거센 이유는
‘집’에 대한 생각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집은 자신만의 취향이 반영되는 공간으로 인식
최근 홈퍼니싱 열풍이 이처럼 거센 이유는 ‘집’에 대한 생각의 변화 에서 찾을 수 있다. 기성세대는 집을 거주공간이자 자산 가치로 받 아들인 반면, 홈퍼니싱에 주도적인 3~40대는 생활공간이자 자신 만의 취향을 반영하는 공간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기성세대들은 전셋집에 살면서 인테리어에 목돈을 쓰는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들은 계약기간이 끝나 이사를 가게 되면 인테리어에 투자한 비용은 매몰비용이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반면 3~40대는 어차피 못살 집, 빌린 동안이라도 잘 꾸미자는 생각 이 강하다. 인테리어 비용은 불요불급한 생활비라기보다는 일종의 심리적 회계상의 여윳돈이나 예비비 개념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록 공돈일지라도 내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공돈이라 더 아깝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인테리어 비용의 거품을 무시하긴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정보를 얻고 직접 조립하는 수고 도 기꺼이 감수하면서 가성비 좋은 홈퍼니싱에 열광한다.
홈퍼니싱 열풍은 경제적인 측면 이외에도 사회·문화적인 측면 도 크다. 요즘 미디어에서는 온통 ‘집방’이 유행하고, SNS 상에선 #방스타그램, #집스타그램 해시태그가 하루에도 수천 개 씩 달린다. 자연스럽게 SNS를 통해 다양한 인테리어 정보를 쉽 게 얻을 수 있어 홈퍼니싱에 대한 거부감은 적어지고, 해외여행 경험을 통해 얻은 외국풍의 인테리어나 생활 소품에 대한 기대치 도 높다. 게다가 작은 사치로 자기만족을 누리려는 포미(for me) 족처럼 집을 하나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3~40대에게는 불경기일지라도 자신을 위해 지갑을 열만 한 가치가 있다면 주저 없이 구매하는 소비 패러다임 관점에서 홈퍼니싱은 좋은 대안인 것이다.
급속하게 퍼지는 유행이 그렇듯 홈퍼니싱 열풍도 명암은 존재한 다. 소비자에겐 꿈꾸던 공간을 선사한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반 면, 제품과 시공 방법에서부터 인테리어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모 든 정보를 스스로 찾아 직접 구매하고, 매뉴얼을 보며 시공까지 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때문에 완제품이나 작은 소품에 익숙 한 대다수 주부들에겐 넘기 힘든 벽이 존재한다. 문제는 시공 후 혹여 발생할 수 있는 하자 보수 등 A/S도 소비자의 몫이라는 점 이다. 또한 완벽한 매뉴얼과 설명서가 있다손 치더라도 전문가처 럼 완벽한 시공을 기대하긴 어렵고 중도에 포기한다면 추가비용 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도 자신만의 취향을 만들어가는 홈퍼니 싱의 매력은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집에서 휴식과 여가를 즐기려는 홈루덴스족

휴가를 해외에서 보내려는 여행객들로 인천공항은 늘 북적인다. 징검다리 연휴에 대체공휴일이라도 끼면 떠나려는 사람들은 더 많아진다. 그런가 하면 북적이는 여행지나 바닷가에서의 번거로 움이 싫어 도심 속에서 휴가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특급 호텔서 비스를 받을 수 있는 호텔과 바캉스를 결합한 호캉스족이 바로 그 들이다. 요즘엔 아예 자기 집에서 휴가와 여가를 즐기려는 홈루 덴스족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집을 뜻하는 홈(Home)과 유희, 놀이를 뜻하는 루덴스(Ludens)가 합쳐져 주거공간인 자신의 집 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뜻하는 신조어다. 인터넷 쇼핑 몰 옥션이 최근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한 장 소로 집을 선택한 경우가 58%를 기록했다. 홈루덴스는 주목받 는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이들 홈루덴스족에게 집은 더 이상 부 의 개념이 아닌 나만의 아지트이고 휴식 공간이자 내 취향을 오롯 이 실현하는 공간인 것이다. 번잡스럽지 않으면서도 익숙한 공간 이 자신만의 쉼터이다. 실제로 젊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국내 결 혼정보회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4명은 집에서 쉬 거나 특별한 계획 없이 휴가를 보낼 계획이라고 응답했을 정도다.
홈퍼니싱족처럼 홈루덴스족의 등장이 가져온 대표적인 변화로 집을 물리적 공간에서 심미적 공간으로 새롭게 이해하기 시작했 다는 점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가구나 벽의 모서리가 둥글 때 긴 장감이 줄어들고, 따뜻한 색깔의 인테리어를 사용할 경우 행복감 을 높여주는 세로토닌 분비가 늘어난다는 신경건축학적 접근이 한몫했다. 최근 핫이슈로 등장한 대표적인 사례는 단순히 북유럽 풍 소품이나 가구를 이용한 DIY 차원에서 탈피하여 스트레스가 풀리는 나만의 공간을 뜻하는 ‘케렌시아’라는 개념이다. 투우장 에서 소가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잠시 숨을 고르는 자기만의 공간 (케렌시아)처럼 현대인들에게도 여유와 힐링을 위한 나만의 공간 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프리미엄 가전제품을 들 여놓거나 프랑스풍 보라색 천연가죽을 사용한 고급 소파에서부 터 각도 조절이 자유로운 전동 리클라이너를 설치하는 등 주거 공 간을 자신만의 질 높은 휴식 공간으로 만드는 경향도 있다. 더 나 아가 내 방을 쾌적하고 편리한 호텔 룸처럼 바꾸는 홈드레싱을 위 해 침구, 디퓨저, 수건 등을 구미에 맞게 바꾸는 사람도 늘고 있다. 호텔식 침구 서비스 전문업체까지 등장할 정도다. 신라호텔의 뷰 티레스트 더원, 롯데호텔의 해온 등 럭셔리한 호텔 침구가 대표적 이며, 특히 3~40대와 신혼부부들의 구매 비중은 전년대비 20퍼 센트 이상 증가할 정도로 인기다.

소확행을 위한 나만의 공간 꾸미기

소확행을 실현하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녹색 식물을 인테 리어 소품처럼 이용하는 ‘플랜테리어’도 인기다. 비좁은 베란다 에서 벗어나 거실과 안방, 서재까지 녹색 식물을 들여놓고 마치 반려동물처럼 반려식물을 키운다. 특히 미세먼지와 같이 실내 환 경을 우려하는 심리로 인해 다양한 환경식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내 집 인테리어에 열성인 또 다른 이유로는 취향에 맞게 나 만의 공간을 꾸며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에 올리는 것과 같이 온라인상에서 집을 공개하는 ‘랜선 집들이’로 이어지기 때문이 다. 인스타그램에 ‘#셀프인테리어’를 검색하기만 해도 60만 개 가 넘는 게시물을 볼 수 있다.
홈루덴스족를 위한 주거공간에 대한 인테리어는 더 이상 여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기에게 만족을 주기만 한다면 비용과 시간을 기꺼이 투자하는 남성들이 셀프 인테리어에 관심을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맨즈테리어(men과 interior 합성어)’라는 신조어까 지 등장했다. 이들은 창고나 집안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푸른색 페인트로 벽을 칠하고 총각 시절부터 수집한 레고와 피규어, 술병, 엔틱풍 시계, 무선자동차, 책을 가득 진열해 놓고 누구에게도 간섭 받지 않는 아빠·남편만의 공간을 만든다. 대형 모니터로 게임에 열 중하거나 학창시절 꿈꾸던 전자기타와 드럼세트를 갖춰놓고 혼자 만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G마켓에 따르면 2018년 초 4개월 동안 인테리어 관련 상품의 남성구매율이 전년 대비 75% 증가할 정도 로 인기가 높다. 직장생활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집밖으로 나돌 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했던 과거와는 달리 나만의 아지 트에서 오롯이 나만을 위해 투자할 수 있어 오히려 가족과 함께하 는 시간이 더 늘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복잡한 사회관계에서 오는 피로도는 갈수록 강해지지만 마땅히 스트레스를 해소할 대책은 딱히 없다. 그럴수록 소확행이나 욜로 와 같은 삶의 방식에 대한 관심은 높아진다. 결국 삶의 질을 높이 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 그 것도 편안함을 주는 나만의 독립된 공간을 원하는 새로운 주거 트 렌드가 대안으로 떠오른다. 멀리서 찾기보다 편안한 장소로 이미 검증된 집에서 찾고자 하는 홈루덴스족, 자신만의 취향으로 셀프 인테리어를 하는데서 만족감을 찾는 홈퍼니싱족의 등장은 주거 공간으로써의 생활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유행에 머물지 않 고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더 나아가 요 즘처럼 IT산업이 발달한 초연결사회는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다 주는 대신 어쩌면 인간이 점점 더 외로운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사 실을 떠올리면 여가를 만끽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의 필요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요컨대 집이라는 생활공간이 편리함보다는 심리 적 편안함을 줄 때 삶의 질은 더 높아질 것이다.

워라벨 중시하는 신(新)주거 트렌드, 셀프 인테리어
익숙한 주거공간인 집은 물리적인 재산 가치뿐만 아니라 무형적 인 가치를 담고 있다. 여기서 집이 주는 무형적 가치는 휴식과 여 가를 통한 스트레스 해소, 집을 꾸미는 데서 느끼는 심미적인 만 족감 등에서 얻을 수 있는데 요즘처럼 워라벨을 중시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겐 더욱 중요시 된다. 대표적인 사례 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홈퍼니싱이 있다. 이 용어는 소형가구, 조명, 인테리어 소품을 활용해 스스로 집을 꾸미는 셀프 인테리어 행위를 말한다. 예전에는 인테리어는 전문가의 고유 영역으로 생 각했기 때문에 거실을 꾸밀 때 자신만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은 쉬 운 일이 아니었다. 즉 거실을 인테리어하는 행위는 집을 짓는 것 과 같은 건축적인 분야로 간주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3~40대 젊 은 주부층을 중심으로 인테리어에 대한 폭넓은 관심을 바탕으로 한 홈퍼니싱이 유행이다. 간단하고 실용적인 DIY 가구를 이용한 셀프 인테리어가 홈퍼니싱의 핵심이다.
완제품 가구를 구입하는 대신에 직접 조립하고, 인테리어 전문시 공업체에 맡기기보다는 집주인 스스로 소품과 재료를 구입하며, 직접 시공까지 한다. 인테리어 소품의 품질과 가격을 꼼꼼히 따지 는 등 상당한 품을 요구하는 데도 인기다. 셀프 인테리어와 관련된 정보는 인터넷 블로거나 SNS에서 수많은 팔로어를 끌어당기 는 핫이슈로 대접받는다. 이러한 트렌드 열풍은 실물경제에도 고 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셀프 인테리어에 힘입어 홈퍼니싱 시장은 단순한 관심 차원을 넘어, 성장세 둔화를 보이던 국내 가구산업에 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인테 리어 및 생활소품 시장규모는 12조 원에서 2023년에는 18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홈퍼니싱 열풍을 몰고 온 것은 세계적인 DIY 가구 브랜드인 이케 아다. 2014년 국내 최초로 오픈한 이케아 광명점의 2016년 매출 액은 3,500억 원으로 전세계 이케아 매장 중에서 가장 많았다. 개 장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가구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했지만, 현 재 국내 가구업체들 역시 나름대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으로 인해 시장 파이를 키우는 일명 ‘이케아 효과’가 나타났다. 특 히 셀프 인테리어 열풍에 대응하여 국내 기업들은 기존 매장을 탈 피하고 SNS 속으로, 인터넷 쇼핑몰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면서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샘 등 국내 가구기업은 물론 이마트 등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실내 인테리어 관련 상품 중심의 리빙 Save 편 집숍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이케아가 일으킨 홈퍼니싱 열풍은 국 내 기업들의 잠자는 경쟁력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최근 홈퍼니싱 열풍이

이처럼 거센 이유는
‘집’에 대한 생각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집은 자신만의 취향이 반영되는 공간으로 인식
최근 홈퍼니싱 열풍이 이처럼 거센 이유는 ‘집’에 대한 생각의 변화 에서 찾을 수 있다. 기성세대는 집을 거주공간이자 자산 가치로 받 아들인 반면, 홈퍼니싱에 주도적인 3~40대는 생활공간이자 자신 만의 취향을 반영하는 공간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기성세대들은 전셋집에 살면서 인테리어에 목돈을 쓰는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들은 계약기간이 끝나 이사를 가게 되면 인테리어에 투자한 비용은 매몰비용이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반면 3~40대는 어차피 못살 집, 빌린 동안이라도 잘 꾸미자는 생각 이 강하다. 인테리어 비용은 불요불급한 생활비라기보다는 일종의 심리적 회계상의 여윳돈이나 예비비 개념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록 공돈일지라도 내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공돈이라 더 아깝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인테리어 비용의 거품을 무시하긴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정보를 얻고 직접 조립하는 수고 도 기꺼이 감수하면서 가성비 좋은 홈퍼니싱에 열광한다.
홈퍼니싱 열풍은 경제적인 측면 이외에도 사회·문화적인 측면 도 크다. 요즘 미디어에서는 온통 ‘집방’이 유행하고, SNS 상에선 #방스타그램, #집스타그램 해시태그가 하루에도 수천 개 씩 달린다. 자연스럽게 SNS를 통해 다양한 인테리어 정보를 쉽 게 얻을 수 있어 홈퍼니싱에 대한 거부감은 적어지고, 해외여행 경험을 통해 얻은 외국풍의 인테리어나 생활 소품에 대한 기대치 도 높다. 게다가 작은 사치로 자기만족을 누리려는 포미(for me) 족처럼 집을 하나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3~40대에게는 불경기일지라도 자신을 위해 지갑을 열만 한 가치가 있다면 주저 없이 구매하는 소비 패러다임 관점에서 홈퍼니싱은 좋은 대안인 것이다.
급속하게 퍼지는 유행이 그렇듯 홈퍼니싱 열풍도 명암은 존재한 다. 소비자에겐 꿈꾸던 공간을 선사한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반 면, 제품과 시공 방법에서부터 인테리어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모 든 정보를 스스로 찾아 직접 구매하고, 매뉴얼을 보며 시공까지 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때문에 완제품이나 작은 소품에 익숙 한 대다수 주부들에겐 넘기 힘든 벽이 존재한다. 문제는 시공 후 혹여 발생할 수 있는 하자 보수 등 A/S도 소비자의 몫이라는 점 이다. 또한 완벽한 매뉴얼과 설명서가 있다손 치더라도 전문가처 럼 완벽한 시공을 기대하긴 어렵고 중도에 포기한다면 추가비용 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도 자신만의 취향을 만들어가는 홈퍼니 싱의 매력은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집에서 휴식과 여가를 즐기려는 홈루덴스족

휴가를 해외에서 보내려는 여행객들로 인천공항은 늘 북적인다. 징검다리 연휴에 대체공휴일이라도 끼면 떠나려는 사람들은 더 많아진다. 그런가 하면 북적이는 여행지나 바닷가에서의 번거로 움이 싫어 도심 속에서 휴가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특급 호텔서 비스를 받을 수 있는 호텔과 바캉스를 결합한 호캉스족이 바로 그 들이다. 요즘엔 아예 자기 집에서 휴가와 여가를 즐기려는 홈루 덴스족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집을 뜻하는 홈(Home)과 유희, 놀이를 뜻하는 루덴스(Ludens)가 합쳐져 주거공간인 자신의 집 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뜻하는 신조어다. 인터넷 쇼핑 몰 옥션이 최근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한 장 소로 집을 선택한 경우가 58%를 기록했다. 홈루덴스는 주목받 는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이들 홈루덴스족에게 집은 더 이상 부 의 개념이 아닌 나만의 아지트이고 휴식 공간이자 내 취향을 오롯 이 실현하는 공간인 것이다. 번잡스럽지 않으면서도 익숙한 공간 이 자신만의 쉼터이다. 실제로 젊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국내 결 혼정보회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4명은 집에서 쉬 거나 특별한 계획 없이 휴가를 보낼 계획이라고 응답했을 정도다.
홈퍼니싱족처럼 홈루덴스족의 등장이 가져온 대표적인 변화로 집을 물리적 공간에서 심미적 공간으로 새롭게 이해하기 시작했 다는 점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가구나 벽의 모서리가 둥글 때 긴 장감이 줄어들고, 따뜻한 색깔의 인테리어를 사용할 경우 행복감 을 높여주는 세로토닌 분비가 늘어난다는 신경건축학적 접근이 한몫했다. 최근 핫이슈로 등장한 대표적인 사례는 단순히 북유럽 풍 소품이나 가구를 이용한 DIY 차원에서 탈피하여 스트레스가 풀리는 나만의 공간을 뜻하는 ‘케렌시아’라는 개념이다. 투우장 에서 소가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잠시 숨을 고르는 자기만의 공간 (케렌시아)처럼 현대인들에게도 여유와 힐링을 위한 나만의 공간 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프리미엄 가전제품을 들 여놓거나 프랑스풍 보라색 천연가죽을 사용한 고급 소파에서부 터 각도 조절이 자유로운 전동 리클라이너를 설치하는 등 주거 공 간을 자신만의 질 높은 휴식 공간으로 만드는 경향도 있다. 더 나 아가 내 방을 쾌적하고 편리한 호텔 룸처럼 바꾸는 홈드레싱을 위 해 침구, 디퓨저, 수건 등을 구미에 맞게 바꾸는 사람도 늘고 있다. 호텔식 침구 서비스 전문업체까지 등장할 정도다. 신라호텔의 뷰 티레스트 더원, 롯데호텔의 해온 등 럭셔리한 호텔 침구가 대표적 이며, 특히 3~40대와 신혼부부들의 구매 비중은 전년대비 20퍼 센트 이상 증가할 정도로 인기다.

소확행을 위한 나만의 공간 꾸미기

소확행을 실현하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녹색 식물을 인테 리어 소품처럼 이용하는 ‘플랜테리어’도 인기다. 비좁은 베란다 에서 벗어나 거실과 안방, 서재까지 녹색 식물을 들여놓고 마치 반려동물처럼 반려식물을 키운다. 특히 미세먼지와 같이 실내 환 경을 우려하는 심리로 인해 다양한 환경식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내 집 인테리어에 열성인 또 다른 이유로는 취향에 맞게 나 만의 공간을 꾸며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에 올리는 것과 같이 온라인상에서 집을 공개하는 ‘랜선 집들이’로 이어지기 때문이 다. 인스타그램에 ‘#셀프인테리어’를 검색하기만 해도 60만 개 가 넘는 게시물을 볼 수 있다.
홈루덴스족를 위한 주거공간에 대한 인테리어는 더 이상 여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기에게 만족을 주기만 한다면 비용과 시간을 기꺼이 투자하는 남성들이 셀프 인테리어에 관심을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맨즈테리어(men과 interior 합성어)’라는 신조어까 지 등장했다. 이들은 창고나 집안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푸른색 페인트로 벽을 칠하고 총각 시절부터 수집한 레고와 피규어, 술병, 엔틱풍 시계, 무선자동차, 책을 가득 진열해 놓고 누구에게도 간섭 받지 않는 아빠·남편만의 공간을 만든다. 대형 모니터로 게임에 열 중하거나 학창시절 꿈꾸던 전자기타와 드럼세트를 갖춰놓고 혼자 만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G마켓에 따르면 2018년 초 4개월 동안 인테리어 관련 상품의 남성구매율이 전년 대비 75% 증가할 정도 로 인기가 높다. 직장생활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집밖으로 나돌 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했던 과거와는 달리 나만의 아지 트에서 오롯이 나만을 위해 투자할 수 있어 오히려 가족과 함께하 는 시간이 더 늘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복잡한 사회관계에서 오는 피로도는 갈수록 강해지지만 마땅히 스트레스를 해소할 대책은 딱히 없다. 그럴수록 소확행이나 욜로 와 같은 삶의 방식에 대한 관심은 높아진다. 결국 삶의 질을 높이 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 그 것도 편안함을 주는 나만의 독립된 공간을 원하는 새로운 주거 트 렌드가 대안으로 떠오른다. 멀리서 찾기보다 편안한 장소로 이미 검증된 집에서 찾고자 하는 홈루덴스족, 자신만의 취향으로 셀프 인테리어를 하는데서 만족감을 찾는 홈퍼니싱족의 등장은 주거 공간으로써의 생활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유행에 머물지 않 고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더 나아가 요 즘처럼 IT산업이 발달한 초연결사회는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다 주는 대신 어쩌면 인간이 점점 더 외로운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사 실을 떠올리면 여가를 만끽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의 필요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요컨대 집이라는 생활공간이 편리함보다는 심리 적 편안함을 줄 때 삶의 질은 더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