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이 끼워지면 한 치의 의심 없는 세상이 완성된다

돈 탭 스 콧 의 블 록 체 인 혁 신

Writer. 오민영(과학 칼럼니스트)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기로 했다. 적은 액수도 아니고, 무려 1억 원. 담보는 ‘신뢰’다. 이쯤 되면 생판 남이라고 해도 뜯어말릴 판이다. 우정이 아무리 좋다지만 고작 믿음 하나로 거액을 빌려 준다니,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가 보다. 그러나 캐나다의 미래학자 돈 탭스콧(Don Tapscott) 은 자신한다. 블록체인(Block chain)으로 연결된 미래 세상에선 신뢰만 한 보증이 없다고.

B L O C K – C H A I N

해외발령으로 미국에서 일하는 딸이 한국 의 어머니에게 용돈을 부쳐드리려고 한다. 현지 은행이 열리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달 러를 원화로 바꿔 계좌로 보냈다. 그 과정 에서 10%의 환전·송금 수수료가 들었다. 받는 데도 2~3일 걸린단다.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그렇다면 미래 세 상에서 블록체인을 이용해보자.

딸은 모바일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을 통 해 용돈을 보냈다. 어머니는 스마트폰을 보 고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은행원 중 한 명 을 골랐다. 별 다섯 개 만점을 받은 믿을 만 한 직원이다. 은행에 가보니 그가 현금을 지급한다. 받는 데 총 5분 걸렸으며, 수수료 는 2%밖에 들지 않았다.

이제 속임수란 없다…10분에 한 번,
전 거 래를 업데이트하는 블록의 마법

그렇다면 이토록 편리한 블록체인이란 과 연 무엇일까. 이는 거래 정보를 담은 블록 을 모든 이용자에게 똑같이 분산해 암호 화·저장하는 기술로, 공공 거래 장부라고 도 한다. 10분마다 새로운 내역을 담은 블 록이 계속해서 이어지기에 체인이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용어로 인해 오히려 더 복잡해 보이는데, 원리는 간단하다. 기존의 금융회사는 중앙집중형 서버에 거래기록을 보관한다. 그 내용을 알고 있는 이는 소수의 중간관리자이며, 나쁜 마음만 먹는다면 데이터 조작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뿐인가. 정보가 한 곳에 몰려 있으니 서버가 해킹당하면 걷잡을 수 없다. 이용자중 누군가는 모르는 새 전 재산을 잃을 수 있는 셈이다.
반면 블록체인은 전 거래자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A라는 사람이 B에게 거래를 요청하면 시스템은 그 정보를 하나의 블록으로 만들어 이용자 수만큼의 장부에 업데이트·저장한다. 이때 상호 간의 정보에 문제가 없어야 거래가 성립한다. 이상이 있는 블록은 체인에 끼워질 수가 없다. 말하자면 거래 자체가 원천 차단되는 것이다. 보다시피 블록체인은 데이터 조작이 어렵
다. 한 명의 장부를 가짜로 지어내려면 나머지까지, 그것도 동시에 바꿔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신뢰가 없으면 거래가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개인끼리 거래하기에 중간 과정이 대폭 줄어서 수수료가 적거나 아예 없다. 어떤 형태의 화폐든 간에 보내고 받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블록이 끼워지면 한 치의 의심 없는 세상이 완성된다

돈 탭 스 콧 의 블 록 체 인 혁 신

Writer. 오민영(과학 칼럼니스트)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기로 했다. 적은 액수도 아니고, 무려 1억 원. 담보는 ‘신뢰’다. 이쯤 되면 생판 남이라고 해도 뜯어말릴 판이다. 우정이 아무리 좋다지만 고작 믿음 하나로 거액을 빌려 준다니,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가 보다. 그러나 캐나다의 미래학자 돈 탭스콧(Don Tapscott) 은 자신한다. 블록체인(Block chain)으로 연결된 미래 세상에선 신뢰만 한 보증이 없다고.

B L O C K – C H A I N

해외발령으로 미국에서 일하는 딸이 한국 의 어머니에게 용돈을 부쳐드리려고 한다. 현지 은행이 열리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달 러를 원화로 바꿔 계좌로 보냈다. 그 과정 에서 10%의 환전·송금 수수료가 들었다. 받는 데도 2~3일 걸린단다.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그렇다면 미래 세 상에서 블록체인을 이용해보자.

딸은 모바일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을 통 해 용돈을 보냈다. 어머니는 스마트폰을 보 고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은행원 중 한 명 을 골랐다. 별 다섯 개 만점을 받은 믿을 만 한 직원이다. 은행에 가보니 그가 현금을 지급한다. 받는 데 총 5분 걸렸으며, 수수료 는 2%밖에 들지 않았다.

이제 속임수란 없다…10분에 한 번,
전 거 래를 업데이트하는 블록의 마법

그렇다면 이토록 편리한 블록체인이란 과 연 무엇일까. 이는 거래 정보를 담은 블록 을 모든 이용자에게 똑같이 분산해 암호 화·저장하는 기술로, 공공 거래 장부라고 도 한다. 10분마다 새로운 내역을 담은 블 록이 계속해서 이어지기에 체인이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용어로 인해 오히려 더 복잡해 보이는데, 원리는 간단하다. 기존의 금융회사는 중앙집중형 서버에 거래기록을 보관한다. 그 내용을 알고 있는 이는 소수의 중간관리자이며, 나쁜 마음만 먹는다면 데이터 조작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뿐인가. 정보가 한 곳에 몰려 있으니 서버가 해킹당하면 걷잡을 수 없다. 이용자중 누군가는 모르는 새 전 재산을 잃을 수 있는 셈이다.
반면 블록체인은 전 거래자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A라는 사람이 B에게 거래를 요청하면 시스템은 그 정보를 하나의 블록으로 만들어 이용자 수만큼의 장부에 업데이트·저장한다. 이때 상호 간의 정보에 문제가 없어야 거래가 성립한다. 이상이 있는 블록은 체인에 끼워질 수가 없다. 말하자면 거래 자체가 원천 차단되는 것이다. 보다시피 블록체인은 데이터 조작이 어렵
다. 한 명의 장부를 가짜로 지어내려면 나머지까지, 그것도 동시에 바꿔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신뢰가 없으면 거래가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개인끼리 거래하기에 중간 과정이 대폭 줄어서 수수료가 적거나 아예 없다. 어떤 형태의 화폐든 간에 보내고 받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비트코인 광풍,
가상화폐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왠지 먼 미래에나 쓰일 법한 블록체인은 의외로 우리 가까이에 있다. 바야흐로 2017년 대한민국의 핫 이슈로 떠오른 비트코인이 바로 이를 기반으로 한다. 이 가상화폐는 주식이나 선물시장처럼 문을 닫는 시간이 없다. 모든 거래자가 24시간 내내 10분에 한 번 갱신되는 거래량과 가격의 변동을 투명하게 알 수 있다. 발행 주체와 중개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려운 연산문제를 푸는 일명 ‘채굴’로 얻기 때문이다. 실체가 없기에 정확히는 숫자라고 할 수 있는 이 비
트코인을 소비해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으며 심지어 현물 화폐로 바꾸기도 한다. 최근 투기로 인해 경계하는 사람이 많다지만, 돈 탭스콧은 이것만으로 필연적인 변화에 배타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그는 앞으로 현물화폐라는 개념은 없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가 사용하는 원화부터 미국 달러,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등 전 세계의 화폐가 숫자만으로 오갈 것이
다. 혹은 이를 대체할 위력을 가진 가상화폐가 활발히 거래한다. 그 시초는 비트코인이나 만일 투기 과열 등으로 가치가 떨어진다고 해도 또 다른 가상화폐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터다. 즉, 이제 화폐에 공간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대신 동시 거래가 가능해졌다.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하는
우리 각자가 경영자이면서 소비자

주지하다시피 모든 거래에선 오롯이 주체들끼리 원하는 것을 주고받는다. 여기에 사
기나 속임수 등의 위험은 없다. 실시간으로 시장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의 장부에 내역이 기록되니 지켜보고 있는 거나 진배없다. 마치 차량 이동을 제공하는 우버나 방을 빌려주는 에어비앤비처럼 파는 자와 사는 사람이 만나 수익을 창출한다. 평가를 통한 객관적 검증도 가능하다. 거래 후 이용자가 별점을 남기면 다음 거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미래 세상에선 블록체인에 끼워진 우리 각자가 경영자이면서 소비자다. 아침엔 개인 차량으로 누군가를 직장까지 태워주는 운전사였다가 점심엔 인터넷 신문에 올라갈 기사를 써서 팔고, 저녁에 인근 농장과 직거래해 배달받은 신선한 채소로 샐러드를 해 먹을 수 있다. 아는 사람이란 아무도 없는 곳에 가도 의심할 일이 없다. 만약 이라크에서 현지 가정식을 먹고 싶다면 모바일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으로 찾아서 평가가 좋은 이용자와 거래하면 된다. 음식에 이상한 걸 넣는다거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쌀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개개인이 말 그대로 서로 블록을 끼워 맞추듯 각자의 일을 잘 해결하니 정부의 역할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물론 필수적인 역할이 있으므로 사라질 수는 없으나 전보다 개입할 일이 감소할 테다. 국가 또한 블록체인을 벗어날 순 없다. 어쩌면 앞으로는 세금에 대한 사용 내역 역시 명백하게 공개해 국민 덕분에 수익을 보거나 쓰고 남은 액수는 연말에 도로 돌려주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꿈만 같은 이야기라고? 홍콩은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니 돈 탭스콧의 세계에선 당연한 일이지 않겠는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비트코인 광풍,
가상화폐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왠지 먼 미래에나 쓰일 법한 블록체인은 의외로 우리 가까이에 있다. 바야흐로 2017년 대한민국의 핫 이슈로 떠오른 비트코인이 바로 이를 기반으로 한다. 이 가상화폐는 주식이나 선물시장처럼 문을 닫는 시간이 없다. 모든 거래자가 24시간 내내 10분에 한 번 갱신되는 거래량과 가격의 변동을 투명하게 알 수 있다. 발행 주체와 중개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려운 연산문제를 푸는 일명 ‘채굴’로 얻기 때문이다. 실체가 없기에 정확히는 숫자라고 할 수 있는 이 비
트코인을 소비해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으며 심지어 현물 화폐로 바꾸기도 한다. 최근 투기로 인해 경계하는 사람이 많다지만, 돈 탭스콧은 이것만으로 필연적인 변화에 배타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그는 앞으로 현물화폐라는 개념은 없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가 사용하는 원화부터 미국 달러,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등 전 세계의 화폐가 숫자만으로 오갈 것이
다. 혹은 이를 대체할 위력을 가진 가상화폐가 활발히 거래한다. 그 시초는 비트코인이나 만일 투기 과열 등으로 가치가 떨어진다고 해도 또 다른 가상화폐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터다. 즉, 이제 화폐에 공간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대신 동시 거래가 가능해졌다.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하는
우리 각자가 경영자이면서 소비자

주지하다시피 모든 거래에선 오롯이 주체들끼리 원하는 것을 주고받는다. 여기에 사
기나 속임수 등의 위험은 없다. 실시간으로 시장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의 장부에 내역이 기록되니 지켜보고 있는 거나 진배없다. 마치 차량 이동을 제공하는 우버나 방을 빌려주는 에어비앤비처럼 파는 자와 사는 사람이 만나 수익을 창출한다. 평가를 통한 객관적 검증도 가능하다. 거래 후 이용자가 별점을 남기면 다음 거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미래 세상에선 블록체인에 끼워진 우리 각자가 경영자이면서 소비자다. 아침엔 개인 차량으로 누군가를 직장까지 태워주는 운전사였다가 점심엔 인터넷 신문에 올라갈 기사를 써서 팔고, 저녁에 인근 농장과 직거래해 배달받은 신선한 채소로 샐러드를 해 먹을 수 있다. 아는 사람이란 아무도 없는 곳에 가도 의심할 일이 없다. 만약 이라크에서 현지 가정식을 먹고 싶다면 모바일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으로 찾아서 평가가 좋은 이용자와 거래하면 된다. 음식에 이상한 걸 넣는다거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쌀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개개인이 말 그대로 서로 블록을 끼워 맞추듯 각자의 일을 잘 해결하니 정부의 역할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물론 필수적인 역할이 있으므로 사라질 수는 없으나 전보다 개입할 일이 감소할 테다. 국가 또한 블록체인을 벗어날 순 없다. 어쩌면 앞으로는 세금에 대한 사용 내역 역시 명백하게 공개해 국민 덕분에 수익을 보거나 쓰고 남은 액수는 연말에 도로 돌려주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꿈만 같은 이야기라고? 홍콩은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니 돈 탭스콧의 세계에선 당연한 일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