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지진 연구를 통한
지진 재난 대응 방안

2016년 9월 12일 경주 인근과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각각 규모 5.8과 5.5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다. 2016년 9월에 발생 한 경주 지진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일 부 건물이 피해를 입자 지진 전문가들과 학계는 다양한 반응과 대 응 방안을 내놓고 있으며, 언론은 심각성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온 국민이 경주와 포항 지역을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 는 것은 물론이다.

Writer. 윤홍식(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지진의 공포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피해 지역인 포항과 경주에 가기 두려워하고, 수도권의 롯데월드타워조차 안전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는 지경이다. 포항 지진으로 1980년대에 건축한 아파트에 균열이 가고, 대학 건물의 벽체가 파손되는 등의 피해가 발 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포항 전역이 전쟁터처럼 처 참히 파괴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와 같은 반응을 피부 로 느끼고 있는 포항시민은 언론의 과도한 보도와 국민들의 반응에 내심 속이 끓고 있다. 그들은 와서 한번 보라고 말한다. 1980년대 건 축한 낡은 아파트가 작은 진동에도 균열이 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주변의 다른 아파트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대학 외벽이 내려앉은 것 은 스티로폼을 단열재로 세우고 겉면에 벽돌을 쌓은 부실공사의 단 면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진에 대한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중 특 히 일본은 과학적 연구로 정평이 나 있는 국가다. 워낙 지진의 빈도 수가 높고 대규모의 경우 피해가 막대해 연구센터와 전문 인력이 많 다. 또한 국가에서 상당한 액수의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지진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은 개발되지 않았다. 전문가와 학자들이 몇몇 연구자료 를 바탕으로 어느 지역에서 수 년 내지는 수십 년 내에 지진 발생 가 능성이 있다고 짐작할 뿐이다.

EARTHQUAKE

과학적인 자료에 기반한 연구는 과거의 지진 발생 자료를 분석하 여 지진 발생빈도를 예측하거나 ▲지진 메커니즘의 해석연구 ▲ 지질·지각구조와 활단층 조사를 통한 지각활동 메커니즘 연구 ▲측지학적 방법에 의한 지각변동 연구 ▲지각의 아이소스타시 (Isostasy)1) 평형 연구 ▲PSInSAR2)와 같은 위성영상 등을 사용 하여 지표면의 수직변위를 조사하는 방법이 있다. 그 외에도 지진 관 련 데이터베이스 구축, 지진관측망의 고도화 및 내진설계 등과 같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을 비롯해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선진국들은 위에서 언급한 대 부분의 기술을 활용하여 지진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때문에 진행되어온 지진 연구가 극소수에 불과하다. 양산단층과 울산단층 및 여러 지역에 활성단층이 존재하 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어느 곳에 정확하게 단층이 존재 하고 있고 어느 정도로 활동하고 있는지는 누구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그 동안 수행해 온 우리나라 지 진 활동에 관한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향후의 지진연구 및 대응방안을 제시하였다.

1. 대륙지각과 해양지각의 평형상태를 말한다. 그리스어 ‘iso(=equal)’와 ‘stacis(=standing)’의 합성어로서 미국의 지질학자인 듀톤(C. E. Dutton, 1899)이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2. InSAR(Interferometric Synthetic Aperture Radar)는 인공위성의 레이더 신호를 사용해 지면변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원격 감지 기술로, PS-InSAR InSAR 방식과 비교해 보다 개선된 기술이다.

지진연구 결과

지층과 지자기 반전 등의 관측을 통해서 수백 년이 넘는 장기적인 관 점으로 보면 지각판과 지표의 움직임은 평균적으로 일정하다는 것 이 지질학의 정설이다. 각 지각판의 경계와 단층에서 발생하는 지진 은 일정한 속도로 축적된 에너지가 일정한 주기로 방출되면서 발생 하는 현상이다. 이를 예측하기 위한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으 나 현재의 지식으로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 단위의 장기적인 예측만이루어지고 있다. 지진 예측이 아닌 지진 예지의 경우에도 단층과 지 각판 침강영역에서 지질조사 및 역사적인 피해자료를 사용하여 장 기적인 발생확률과 규모를 예지하는 방법과 단기적인 측면에서 전 조현상으로 지각판의 미끄러짐을 감지하는 방법이 있으나 현실적 으로는 예지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 구하고 다양한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지진을 예지하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GNSS기술의 발전은 지표면의 이동량 을 정밀하게 측정해 지각변동 연구에 큰 도움을 준다.

(1) 한반도의 지질과 지체구조

그림 1은 한반도 주변의 지각구조를 표시한 것으로서 한반도와 일 본 남서부 지역인 혼슈 지역(음영처리)이 유라시아판에 속해 있다. 한반도는 북북동-남남서의 구조에 고준대지 블록으로 형성되어 있 는데, 이 구조가 바로 지형·지질 특징이다. 동해안 쪽에는 1700m 고지대의 산맥을 연결하는 태백산맥, 중부지역에는 소백산맥이 북 북동-남남서의 방향으로 뻗쳐있으며, 남부지역의 울산지방에는 가 장 최근의 신생단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 주변에 대한 지진의 메커니즘은 그림 2의 지질구조도에 표시한 바와 같이 북북동-남남서의 절면을 가진 횡방향 지형이므로 한반도에는 전단 응력이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2) 한반도 주변의 지진 특성

그림 1중 한반도 주변으로 확대해 표시한 그림 3을 보면 유라시아 판에 속한 중국(A지역)과 한반도(B지역) 및 일본의 혼슈 지역(CW 지역)에서의 지진발생 특성이 보인다. 1900년대부터 2000년대까 지의 지진기록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동일한 유라시아판에 속한 3개 지역의 지진 발생 특성이 다소 상이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A지역은 1890년을 기준으로 1930년과 1970년 즈음에 규모 6~7의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그림 4에 표시한 바와 같이 최근 지진 발생 빈 도를 보면 2010년에 집중돼 있어 약 40년 주기로 규모 6~7의 지진 이 발생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B지역인 한반도는 1900년, 1940년, 1980년과 2016~2017년에 규모 4~5가 집중적으로 발생하였고, 주기는 약 40년 으로 A지역과 유사하게 40년의 주기를 가지며 규모 는 A지역에 비하여 작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CW지 역에서는 1920~1940년, 1980년과 2005년에 규모 5~7의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동일한 유라 시아판에 속한 A, B지역과는 지진 발생 특성이 매우 다 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5는 한반도의 역사적인 지진 기록자료를 이용하 여 자기상관함수(Autocorrelation function)를 작 성한 것으로서 그래프에서 Delay=10이 가장 크게 나 타났고, Delay=4가 가장 작은 값으로 나타나 한반도 는 1000년 주기와 400년 주기에 대응하는 것으로 드 러났다. 따라서 한반도의 지진활동은 주기적인 활동이 특징임을 알 수 있다. 역사적 지진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반도에서는 5이하의 지진이 40년 주기이고, 5이상은 400년 주기이며, 6이상은 1000년의 주기가 있는 것으 로 분석되었다.

그림 1 한반도 주변 지역의 지각구조도

그림 2 한반도 주변지역의 지질구조도

(4) 측지 측량 자료를 이용한 지각변동연구

지각변동을 연구하는 방법 중에서 지각의 움직임을 실질적으로 계 산할 수 있는 방법은 측지학적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삼각점간 의 거리를 주기적으로 반복 측정하여 그 거리변화량을 계산한 후에 선형변형률을 계산한 다음 변형률 성분들을 구하고, 이들로부터 주 응력성분과 방향 및 최대전단변형률을 계산하는 방법이다. 주응력 의 방향과 최대전단변형률은 지각에 응력이 어떻게 어느 정도로, 어 느 방향으로 발생하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이들을 분석하면 지각 이 압축되는지 인장되는지 전단력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발생하 고 있으며, 지각선이 어느 곳에 위치하는지도 예상할 수 있다.
저자는 1960년~1990년대에 지각변동량을 계산하기 위하여 측지 망(Geodetic Network)의 반복측량 결과를 사용하였다. 삼각망으 로 구성된 측지망을 일정 주기로 반복 측량하여 기선의 길이 변화를 결정하고, 선형변형률을 계산한 후에 Jaeger의 이론을 사용하여 주응력과 방향 및 최대전단변형률을 계산하였다.
우리나라는 1910년~1918년 사이에 조선총독부가 조선토지조사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한 삼각측량성과가 일부 남아 있으며, 1975 년~1995년까지 EDMGPS로 관측하여 구성한 정밀 1차·2차 측지망 성과가 있다. 이들 성과를 분석하여 이용 가능한 부분을 블 록 단위로 나눈 후에 2차원 변형률 모델을 사용하여 측지선의 변화 량으로부터 수평변형률을 계산하였다. 각 블록에서 3개 이상의 측 지선 변이량을 사용하여 최소제곱법으로 변형률텐서 성분들을 계 산하였다. 이러한 계산 결과를 사용하여 반복관측 주기 약 80년 동 안의 누적최대전단변형률을 평균 1.02×105±0.5×105 로 계산 하고 이를 80년으로 나누어 (1.2±0.6107의 연 최대전단변형률 을 구했다. 또한, 주응력의 방향은 약 80도로 계산해 암석의 일반적 인 전단응력 발생 각도 약 35~40도를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지질 구조(그림 2참조) 약 40도와 잘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러한 결과는 지진의 메커니즘 결과와 잘 일치하며 일본의 CW지역 에 비하여 1/3 정도이다. 그림 6은 측지 측량 자료를 이용하여 계산한 최대전단변형률과 주응력방향을 나타낸 것이다.

그림 3 유라시아판에 속한 중국(A지역)과 한반도(B지역) 및 일본의 혼슈지역(CW지역)에서의 지진발생 특성

그림 4 중국의 지진 발생

그림 5 한반도의 역사적 지진 기록자료를 이용한 자기상관함수 그래프

(5) GNSS상시관측소 자료를 이용한 지각변동연구

우리나라의 GNSS상시관측소는 1995년 국토지리정보원 내에 최 초로 설치된 이후,2017년 현재 72개가 측량과 항법의 기준점으로 설치·활용되고 있다. GNSS의 기준좌표계는 지심좌표계이며 그 중심은 1년에 약 1㎜ 내외로 극히 작지만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시간에 고정된 좌표계와 GNSS데이터로써 그 좌표를 설정하고 있다. 한 국가 내에서 측량과 지도제작 목적으로 사용되는 GNSS상시관측소는 상대적인 측량의 기준이기 때문에 국가적인 규약에 따라서 특정 시간대의 좌표계를 설정하여 사용해야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지심의 변화가 아닌 지각변동에 의한 GNSS 상시관측소간 기선의 상대적인 변화는 GNSS 상대 측위의 정확도 를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안정적 지각을 갖추고 있다고 알려져 왔기 때문 에 지각 변동에 따른 국가 기준점의 성과 갱신을 고려하지 않고 있 지만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것이 상당히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 다. 그림 7은 국가에서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는 GNSS상시관측소 의 형태와 분포를 나타낸 것으로서 이들 자료를 사용하여 지각변동 량을 계산하였다. GNSS관측소 40개소와 우리나라 주변의 국제 GNSS상시관측소 5개를 선정하여 30개월간의 일별 GNSS데이터 를 정밀기선해석한 후에 전 세계 130GNSS상시관측소망과 결 합 조정해 GNSS상시관측소의 연간 변동량을 계산하였다. 그림 8 GNSS상시관측소의 연간 지각변동량을 계산하여 표시한 것으로, 평균 변동속도는 28.99±1.44 mm/yr이고, 평균 변동방향은 (120±3)˚ 로 계산했다.

그림 6 측지 측량 자료를 이용한 지각변동량 계산결과

그림 7 우리나라의 GNSS상시관측 형태와 분포

그림 8 GNSS상시관측소의 년간 평균변동속도와 변동방향

포항 지진으로 인한 지각 변동

20171128JTBC뉴스는 세종대와 연세대 등 국내 5개 대학이 포항 지진 전후 지표면의 변화를 역추적하여 땅 밑의 움직임을 재 구성한 결과, 지진 시 단층이 찢어진 단면 즉, ‘파열면’을 발견하였고, 길이는 6.5km, 폭이 2.5km로 나타났다고 보도하였다. 또지진으로 지표면이 얼마나 이동했는지도 보다 구체화했다. JTBC 뉴스는 흥해읍 지역의 지표면 변화가 가장 컸다면서 최대 4cm 가량 상승한 데다 북북동 수평 방향으로도 4cm가량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또한 반대로 흥해읍 아래쪽은 최대 2cm가량 내려앉고, 서쪽으로 1cm가량 움직였으며, 땅이 0.5cm 이상 이동한 지역을 표시해봤더니 진앙 주변에서 직경 10km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최근 저자는 이러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운영하는 GNSS 상시 관측소의 지진 전후의 데이터를 정밀 처리하여 분석하였고, 결론적으로 포항 주변 지역의 지표면 변화는 1mm 이내이며, 이 값은 오차범위 내로서 지표면 변화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계산했다. 포항 주변 지역의 GNSS 관측데이터(호미곶, 영덕, 울산, 청송, 대구)를 국토지리정보원으로부터 제공받아 GAMIT/GLOBK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지진이 발생한 1115일 전후로 118일부터 1118일까지의 데이터를 처리한 결과이다.

결언

이 글은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의 지진활동 예지를 위하여 저자가 수행해온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정리하여 설명한 것이다.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반도에는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고, 막대한 피해를 일으킬 정도로 심각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경주와 포항 지진으로 인하여 언론과 학계 및 관련 기관에서 다양한 주장들이 나오고 있고, 지진에 대한 국민의 불안심리가 커진 상황이다. 역사적 기록은 경주 주변에서 규모 5.0 정도의 지진이 몇 차례 있었다고 전한다.
지진은 지각판에 축적된 에너지가 어느 한계 상태에 다다르면 방출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작은 지진들이 자주 발생하여 에너지를 방출하면 안전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반도의 지각판에 축적되는 에너지 방출구가 경주 부근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있다.
경주 지진 발생 후 모 기관은 언론을 통해 GNSS 관측 자료 해석 결과 경주 부근이 2.0cm 변동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저자가 국토지리정보원의 GNSS 관측 자료를 정밀해석해보니 경주 지진이나 포항 지진으로 인하여 지표면이 전혀 변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지진은 우리사회에 많은 해프닝을 일으켰고, 정부도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층 이상 건물에 대한 내진설계 적용, 지진전문가 양성, 연구개발 및 담당부서 확대 등 많은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이나 선진국을 살펴보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진을 연구·대응하고 있다. 지진활동과 내진설계 적용을 장기적인 측면에서 연구하고,정책을 추진한다. 물론 그렇다고 지진을 예측하고 피할 수는 없다. 따라서 지진으로 인한 재난 정책은 길게 보고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지진전문가 양성에 그치지 말고 지진재난전문가를 양성해야 할 것이며, 내진설계를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보다는 지역별로, 형태나 재료별로 분리하여 적용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선해야 할 것은 지진 발생 후 재난 대응과 복구를 위한 정책 수립,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지진 대피 교육·훈련이다.
또한 활성단층으로 알려져 있는 양산단층의 위치를 명확하게 조사하고 경주 부근의 과학적인 연구를 위해 통합기준점을 사용하여 지각변동 관측망을 구성, 주기적인 관측을 실시하며, GNSS망을 구축해 지각변동조사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세월호 사건과 최근의 경주 지진이 주는 교훈은 우리 사회가 재난에 대비한 교육과 훈련이 미흡할 뿐만 아니라 그 인식 또한 낮다는 것이다. 지진에 대한 과민 반응은 잠재되어 있는 세월호 참사의 아픈 기억 때문일 테다. 그러니 지진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국민들의 불안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POHANG
EARTHQUAKE

지진의 공포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피해 지역인 포항과 경주에 가기 두려워하고, 수도권의 롯데월드타워조차 안전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는 지경이다. 포항 지진으로 1980년대에 건축한 아파트에 균열이 가고, 대학 건물의 벽체가 파손되는 등의 피해가 발 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포항 전역이 전쟁터처럼 처 참히 파괴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와 같은 반응을 피부 로 느끼고 있는 포항시민은 언론의 과도한 보도와 국민들의 반응에 내심 속이 끓고 있다. 그들은 와서 한번 보라고 말한다. 1980년대 건 축한 낡은 아파트가 작은 진동에도 균열이 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주변의 다른 아파트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대학 외벽이 내려앉은 것 은 스티로폼을 단열재로 세우고 겉면에 벽돌을 쌓은 부실공사의 단 면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진에 대한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중 특 히 일본은 과학적 연구로 정평이 나 있는 국가다. 워낙 지진의 빈도 수가 높고 대규모의 경우 피해가 막대해 연구센터와 전문 인력이 많 다. 또한 국가에서 상당한 액수의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지진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은 개발되지 않았다. 전문가와 학자들이 몇몇 연구자료 를 바탕으로 어느 지역에서 수 년 내지는 수십 년 내에 지진 발생 가 능성이 있다고 짐작할 뿐이다.

EARTHQUAKE

과학적인 자료에 기반한 연구는 과거의 지진 발생 자료를 분석하 여 지진 발생빈도를 예측하거나 ▲지진 메커니즘의 해석연구 ▲ 지질·지각구조와 활단층 조사를 통한 지각활동 메커니즘 연구 ▲측지학적 방법에 의한 지각변동 연구 ▲지각의 아이소스타시 (Isostasy)1) 평형 연구 ▲PSInSAR2)와 같은 위성영상 등을 사용 하여 지표면의 수직변위를 조사하는 방법이 있다. 그 외에도 지진 관 련 데이터베이스 구축, 지진관측망의 고도화 및 내진설계 등과 같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을 비롯해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선진국들은 위에서 언급한 대 부분의 기술을 활용하여 지진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때문에 진행되어온 지진 연구가 극소수에 불과하다. 양산단층과 울산단층 및 여러 지역에 활성단층이 존재하 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어느 곳에 정확하게 단층이 존재 하고 있고 어느 정도로 활동하고 있는지는 누구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그 동안 수행해 온 우리나라 지 진 활동에 관한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향후의 지진연구 및 대응방안을 제시하였다.

1. 대륙지각과 해양지각의 평형상태를 말한다. 그리스어 ‘iso(=equal)’와 ‘stacis(=standing)’의 합성어로서 미국의 지질학자인 듀톤(C. E. Dutton, 1899)이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2. InSAR(Interferometric Synthetic Aperture Radar)는 인공위성의 레이더 신호를 사용해 지면변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원격 감지 기술로, PS-InSAR InSAR 방식과 비교해 보다 개선된 기술이다.

지진연구 결과

지층과 지자기 반전 등의 관측을 통해서 수백 년이 넘는 장기적인 관 점으로 보면 지각판과 지표의 움직임은 평균적으로 일정하다는 것 이 지질학의 정설이다. 각 지각판의 경계와 단층에서 발생하는 지진 은 일정한 속도로 축적된 에너지가 일정한 주기로 방출되면서 발생 하는 현상이다. 이를 예측하기 위한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으 나 현재의 지식으로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 단위의 장기적인 예측만이루어지고 있다. 지진 예측이 아닌 지진 예지의 경우에도 단층과 지 각판 침강영역에서 지질조사 및 역사적인 피해자료를 사용하여 장 기적인 발생확률과 규모를 예지하는 방법과 단기적인 측면에서 전 조현상으로 지각판의 미끄러짐을 감지하는 방법이 있으나 현실적 으로는 예지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 구하고 다양한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지진을 예지하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GNSS기술의 발전은 지표면의 이동량 을 정밀하게 측정해 지각변동 연구에 큰 도움을 준다.

(1) 한반도의 지질과 지체구조

그림 1은 한반도 주변의 지각구조를 표시한 것으로서 한반도와 일 본 남서부 지역인 혼슈 지역(음영처리)이 유라시아판에 속해 있다. 한반도는 북북동-남남서의 구조에 고준대지 블록으로 형성되어 있 는데, 이 구조가 바로 지형·지질 특징이다. 동해안 쪽에는 1700m 고지대의 산맥을 연결하는 태백산맥, 중부지역에는 소백산맥이 북 북동-남남서의 방향으로 뻗쳐있으며, 남부지역의 울산지방에는 가 장 최근의 신생단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 주변에 대한 지진의 메커니즘은 그림 2의 지질구조도에 표시한 바와 같이 북북동-남남서의 절면을 가진 횡방향 지형이므로 한반도에는 전단 응력이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2) 한반도 주변의 지진 특성

그림 1중 한반도 주변으로 확대해 표시한 그림 3을 보면 유라시아 판에 속한 중국(A지역)과 한반도(B지역) 및 일본의 혼슈 지역(CW 지역)에서의 지진발생 특성이 보인다. 1900년대부터 2000년대까 지의 지진기록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동일한 유라시아판에 속한 3개 지역의 지진 발생 특성이 다소 상이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A지역은 1890년을 기준으로 1930년과 1970년 즈음에 규모 6~7의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그림 4에 표시한 바와 같이 최근 지진 발생 빈 도를 보면 2010년에 집중돼 있어 약 40년 주기로 규모 6~7의 지진 이 발생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B지역인 한반도는 1900년, 1940년, 1980년과 2016~2017년에 규모 4~5가 집중적으로 발생하였고, 주기는 약 40년 으로 A지역과 유사하게 40년의 주기를 가지며 규모 는 A지역에 비하여 작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CW지 역에서는 1920~1940년, 1980년과 2005년에 규모 5~7의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동일한 유라 시아판에 속한 A, B지역과는 지진 발생 특성이 매우 다 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5는 한반도의 역사적인 지진 기록자료를 이용하 여 자기상관함수(Autocorrelation function)를 작 성한 것으로서 그래프에서 Delay=10이 가장 크게 나 타났고, Delay=4가 가장 작은 값으로 나타나 한반도 는 1000년 주기와 400년 주기에 대응하는 것으로 드 러났다. 따라서 한반도의 지진활동은 주기적인 활동이 특징임을 알 수 있다. 역사적 지진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반도에서는 5이하의 지진이 40년 주기이고, 5이상은 400년 주기이며, 6이상은 1000년의 주기가 있는 것으 로 분석되었다.

그림 1 한반도 주변 지역의 지각구조도

그림 2 한반도 주변지역의 지질구조도

(4) 측지 측량 자료를 이용한 지각변동연구

지각변동을 연구하는 방법 중에서 지각의 움직임을 실질적으로 계 산할 수 있는 방법은 측지학적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삼각점간 의 거리를 주기적으로 반복 측정하여 그 거리변화량을 계산한 후에 선형변형률을 계산한 다음 변형률 성분들을 구하고, 이들로부터 주 응력성분과 방향 및 최대전단변형률을 계산하는 방법이다. 주응력 의 방향과 최대전단변형률은 지각에 응력이 어떻게 어느 정도로, 어 느 방향으로 발생하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이들을 분석하면 지각 이 압축되는지 인장되는지 전단력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발생하 고 있으며, 지각선이 어느 곳에 위치하는지도 예상할 수 있다.
저자는 1960년~1990년대에 지각변동량을 계산하기 위하여 측지 망(Geodetic Network)의 반복측량 결과를 사용하였다. 삼각망으 로 구성된 측지망을 일정 주기로 반복 측량하여 기선의 길이 변화를 결정하고, 선형변형률을 계산한 후에 Jaeger의 이론을 사용하여 주응력과 방향 및 최대전단변형률을 계산하였다.
우리나라는 1910년~1918년 사이에 조선총독부가 조선토지조사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한 삼각측량성과가 일부 남아 있으며, 1975 년~1995년까지 EDMGPS로 관측하여 구성한 정밀 1차·2차 측지망 성과가 있다. 이들 성과를 분석하여 이용 가능한 부분을 블 록 단위로 나눈 후에 2차원 변형률 모델을 사용하여 측지선의 변화 량으로부터 수평변형률을 계산하였다. 각 블록에서 3개 이상의 측 지선 변이량을 사용하여 최소제곱법으로 변형률텐서 성분들을 계 산하였다. 이러한 계산 결과를 사용하여 반복관측 주기 약 80년 동 안의 누적최대전단변형률을 평균 1.02×105±0.5×105 로 계산 하고 이를 80년으로 나누어 (1.2±0.6107의 연 최대전단변형률 을 구했다. 또한, 주응력의 방향은 약 80도로 계산해 암석의 일반적 인 전단응력 발생 각도 약 35~40도를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지질 구조(그림 2참조) 약 40도와 잘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러한 결과는 지진의 메커니즘 결과와 잘 일치하며 일본의 CW지역 에 비하여 1/3 정도이다. 그림 6은 측지 측량 자료를 이용하여 계산한 최대전단변형률과 주응력방향을 나타낸 것이다.

그림 3 유라시아판에 속한 중국(A지역)과 한반도(B지역) 및 일본의 혼슈지역(CW지역)에서의 지진발생 특성

그림 4 중국의 지진 발생

그림 5 한반도의 역사적 지진 기록자료를 이용한 자기상관함수 그래프

(5) GNSS상시관측소 자료를 이용한 지각변동연구

우리나라의 GNSS상시관측소는 1995년 국토지리정보원 내에 최 초로 설치된 이후,2017년 현재 72개가 측량과 항법의 기준점으로 설치·활용되고 있다. GNSS의 기준좌표계는 지심좌표계이며 그 중심은 1년에 약 1㎜ 내외로 극히 작지만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시간에 고정된 좌표계와 GNSS데이터로써 그 좌표를 설정하고 있다. 한 국가 내에서 측량과 지도제작 목적으로 사용되는 GNSS상시관측소는 상대적인 측량의 기준이기 때문에 국가적인 규약에 따라서 특정 시간대의 좌표계를 설정하여 사용해야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지심의 변화가 아닌 지각변동에 의한 GNSS 상시관측소간 기선의 상대적인 변화는 GNSS 상대 측위의 정확도 를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안정적 지각을 갖추고 있다고 알려져 왔기 때문 에 지각 변동에 따른 국가 기준점의 성과 갱신을 고려하지 않고 있 지만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것이 상당히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 다. 그림 7은 국가에서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는 GNSS상시관측소 의 형태와 분포를 나타낸 것으로서 이들 자료를 사용하여 지각변동 량을 계산하였다. GNSS관측소 40개소와 우리나라 주변의 국제 GNSS상시관측소 5개를 선정하여 30개월간의 일별 GNSS데이터 를 정밀기선해석한 후에 전 세계 130GNSS상시관측소망과 결 합 조정해 GNSS상시관측소의 연간 변동량을 계산하였다. 그림 8 GNSS상시관측소의 연간 지각변동량을 계산하여 표시한 것으로, 평균 변동속도는 28.99±1.44 mm/yr이고, 평균 변동방향은 (120±3)˚ 로 계산했다.

그림 6 측지 측량 자료를 이용한 지각변동량 계산결과

그림 7 우리나라의 GNSS상시관측 형태와 분포

그림 8 GNSS상시관측소의 년간 평균변동속도와 변동방향

포항 지진으로 인한 지각 변동

20171128JTBC뉴스는 세종대와 연세대 등 국내 5개 대학이 포항 지진 전후 지표면의 변화를 역추적하여 땅 밑의 움직임을 재 구성한 결과, 지진 시 단층이 찢어진 단면 즉, ‘파열면’을 발견하였고, 길이는 6.5km, 폭이 2.5km로 나타났다고 보도하였다. 또지진으로 지표면이 얼마나 이동했는지도 보다 구체화했다. JTBC 뉴스는 흥해읍 지역의 지표면 변화가 가장 컸다면서 최대 4cm 가량 상승한 데다 북북동 수평 방향으로도 4cm가량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또한 반대로 흥해읍 아래쪽은 최대 2cm가량 내려앉고, 서쪽으로 1cm가량 움직였으며, 땅이 0.5cm 이상 이동한 지역을 표시해봤더니 진앙 주변에서 직경 10km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최근 저자는 이러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운영하는 GNSS 상시 관측소의 지진 전후의 데이터를 정밀 처리하여 분석하였고, 결론적으로 포항 주변 지역의 지표면 변화는 1mm 이내이며, 이 값은 오차범위 내로서 지표면 변화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계산했다. 포항 주변 지역의 GNSS 관측데이터(호미곶, 영덕, 울산, 청송, 대구)를 국토지리정보원으로부터 제공받아 GAMIT/GLOBK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지진이 발생한 1115일 전후로 118일부터 1118일까지의 데이터를 처리한 결과이다.

결언

이 글은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의 지진활동 예지를 위하여 저자가 수행해온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정리하여 설명한 것이다.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반도에는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고, 막대한 피해를 일으킬 정도로 심각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경주와 포항 지진으로 인하여 언론과 학계 및 관련 기관에서 다양한 주장들이 나오고 있고, 지진에 대한 국민의 불안심리가 커진 상황이다. 역사적 기록은 경주 주변에서 규모 5.0 정도의 지진이 몇 차례 있었다고 전한다.
지진은 지각판에 축적된 에너지가 어느 한계 상태에 다다르면 방출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작은 지진들이 자주 발생하여 에너지를 방출하면 안전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반도의 지각판에 축적되는 에너지 방출구가 경주 부근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있다.
경주 지진 발생 후 모 기관은 언론을 통해 GNSS 관측 자료 해석 결과 경주 부근이 2.0cm 변동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저자가 국토지리정보원의 GNSS 관측 자료를 정밀해석해보니 경주 지진이나 포항 지진으로 인하여 지표면이 전혀 변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지진은 우리사회에 많은 해프닝을 일으켰고, 정부도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층 이상 건물에 대한 내진설계 적용, 지진전문가 양성, 연구개발 및 담당부서 확대 등 많은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이나 선진국을 살펴보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진을 연구·대응하고 있다. 지진활동과 내진설계 적용을 장기적인 측면에서 연구하고,정책을 추진한다. 물론 그렇다고 지진을 예측하고 피할 수는 없다. 따라서 지진으로 인한 재난 정책은 길게 보고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지진전문가 양성에 그치지 말고 지진재난전문가를 양성해야 할 것이며, 내진설계를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보다는 지역별로, 형태나 재료별로 분리하여 적용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선해야 할 것은 지진 발생 후 재난 대응과 복구를 위한 정책 수립,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지진 대피 교육·훈련이다.
또한 활성단층으로 알려져 있는 양산단층의 위치를 명확하게 조사하고 경주 부근의 과학적인 연구를 위해 통합기준점을 사용하여 지각변동 관측망을 구성, 주기적인 관측을 실시하며, GNSS망을 구축해 지각변동조사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세월호 사건과 최근의 경주 지진이 주는 교훈은 우리 사회가 재난에 대비한 교육과 훈련이 미흡할 뿐만 아니라 그 인식 또한 낮다는 것이다. 지진에 대한 과민 반응은 잠재되어 있는 세월호 참사의 아픈 기억 때문일 테다. 그러니 지진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국민들의 불안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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