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바다 이어도와
해양경계획정 문제

정리.편집실 참조자료.이어도연구회(http://www.ieodo.kr)

대한민국 최남단의 섬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km 떨어진 곳에 있는 이어도. 형상만 놓고 보면 수중 암초 지대로, 최고봉이 해수면 4.6m 아래에 잠겨 있어 10m 이상의 파도가 치지 않는 이상 맨눈으로 보기가 어렵다. 면적 또한 수심 40m를 기준을 할 경우 남북으로 약 600m, 동서로 약 750m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섬 아닌 섬’으로 불려온 이어도가 1990년대 이후 첨예한 이슈로 부상했다. 각국의 해양영토 즉, ‘영해(領海)’를 결정짓는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어도를 둘러싼 분쟁을 통해 그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자.

‘섬 아닌 섬’에서 종합해양과학기지로

2021년 국립해양조사원은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208명을 대상으로 ‘이어도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우리 국민들은 정부가 추진해야 할 이어도의 관리 방안에 대해 ‘주변국과의 적극적인 해양경계 획정 협상’(33%)을 1위로, ‘외국 어선 불법 어업 단속과 처벌 강화’(29%)를 2위로 꼽았다. 우리 국민들이 이어도 문제의 본질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결과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이어도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이어도는 1900년 영국의 상선인 소코트호(Socotra) 호가 처음 발견해 ‘소코트라 바위’(Socotra Rock)라는 이름이 붙은 이래 1910년 영국 해군의 측량선인 워터위치 호(Waterwitch)에 의해 수심 5.4m의 암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제 강점기인 1938년에는 일본이 해저전선 중계시설과 등대를 설치할 목적으로 콘크리트 인공구조물을 만들려 했으나 태평양전쟁으로 인해 계획이 무산됐다. 이후 우리나라 역사에서 이어도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대두된 것은 1950년대지만 1984년에야 실체가 확인됐다. KBS와 제주대학교 해양대학이 탐사에 성공한 덕분이다. 이후 1986년 수로국(現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사선에 의해 암초 수심이 4.6m인 것으로 측량되었으며 1987년 해운항만청은 이어도 최초의 구조물인 ‘이어도 등부표’를 설치했다. 뒤이어 해양수산부는 1995년 해양과학기지 건설을 위해 이어도의 해저 지형을 파악하고 조류를 관측하는 등의 현장 조사를 거쳐 2003년 6월 총 면적 400여 평, 총 높이 76m(수중 암반 기준, 수상 36m)의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를 완공했다.
무인 해양과학기지인 이곳은 첫째 적중률 높은 기상·해상 예보를 통한 자연재해의 최소화, 둘째 동북아시아 해양관측 시스템의 효율적인 운영 및 한국의 주도적 참여, 셋째 등대·해난구조 및 안전항로 확보 등 복합적인 해상 안전시설물로의 활용 등의 목적으로 건설되었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다름 아닌 해양영토 확대와 배타적 권리 주장의 실리성 확보였다.

이어도를 둘러싼 중국과의 마찰

그런데 1990년 대 이후 중국이 이어도가 중국의 수역 안에 있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어도를 둘러싼 마찰이 심화됐다. 동아시아에서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 섬의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가속화된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일본과의 사이에 있는 센카쿠/댜오위다오를 놓고 분쟁을 벌여왔으며 2011년에는 무력 충돌의 위기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는 1996년부터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획정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경계선을 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계획정을 결정짓는 배타적 경제수역의 기준을 살피면 중국이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엔 국제해양법에서는 영해 기선으로부터 200해리1)에 이르는 수역 중 영해를 제외한 수역을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지정한다. 이 수역 내에서는 천연자원의 탐사·개발 및 보존, 해양환경의 보존과 과학적 조사활동 등 모든 주권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나라의 어선이 이 구역 안에서 조업을 하려면 연안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는 나포(拿捕)2)되어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런데 마주 보는 국가 사이의 바다가 400해리가 되지 않을 때에는 200해리의 경계가 중첩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엔 국제해양법에서는 협상을 통해 그 경계를 확정하도록 규정했다. 이어도를 두고 우리나라와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1년 6월 30일 정식 발효된 한·중 어업협정에서는 이어도 해역을 한중 어선이 공동으로 조업하는 공동수역으로 설정했고, 2006년에는 양국이 이어도가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데에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나라가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할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항의하는 것은 물론 2013년에는 이어도와 주변 배타적 경제수역 상공을 중국 방공식별구역(CADIZ)으로 선포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더구나 중국은 양국의 영토 기점으로부터 중간 지점을 기준으로 관할권을 행사한다는 ‘중간선 원칙’ 대신 해저지질학적 요소와 해안선 길이 등에 근거한 ‘형평의 원칙’을 주장해왔다. ‘중간선 원칙’에 따르면 이어도가 우리나라 쪽으로 28해리 가까이에 위치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주장하는 ‘형평의 원칙’에 근거해도, 해안선의 길이는 한국이 중국보다 1.18배 더 길고 지질학적으로도 이어도가 중국에서 비롯된 퇴적층인지 불분명하다. 이렇듯 논리적으로 대항할 만한 근거가 빈약한 것을 뒤로하고 중국은 2006년부터 이어도 근해에 관공선과 항공기를 출현시켜 관심을 보이는 한편, 무력시위도 지속해왔다.

1) 해리(nautical mile): 바다에서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로, 1해리는 위도 1분(1/60도)에 해당하는 거리인 1,852m에 해당한다.

2) 나포(拿捕): 전시에 있어서 교전국의 군함이 정당한 포획의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적의 선박 또는 중립국의 선박 및 탑재물을 해상에서 포획자의 권력 밑에 두는 일

이어도를 지켜야 해양주권을 지킨다

중국의 억지 주장에 대응해 우리의 해양영토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는 이어도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관심이다. 앞서 예로 든 국립해양조사원의 대국민 설문조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양영토를 관리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야 할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했지만, 이어도 자체에 대한 인식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어도가 국토 최남단 마라도 남쪽에 있는 것은 82%가 ‘안다’고 답했지만, 이어도가 섬이 아니라 수중 암초라는 것을 아는 응답자는 52%에 그쳤다. 해양과학기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응답자는 87%였지만 그 역할을 아는 사람은 69%에 불과했다. 두 번째로는 국제사회에 이어도의 이름을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이미 세계적인 관광지로 인정받고 있는 제주도와 더불어 이어도를 널리 홍보함으로써, 이어도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대한민국의 관할 구역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이렇게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키며 알릴 때 이어도와 해양영토를 수호하며 미래의 해양국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