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태축’은
왜 필요할까?

글.안광호 경향신문 기자

서해 새만금 갯벌의 바지락과 백합(상합)이 어느 날부터 눈에 띄게 줄었다면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이나 환경오염 등으로 서식지에 변화가 생겼을 수 있고, 무분별한 남획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을 수 있다. 또는 해류를 타고 새만금 갯벌로 이동하는 무안과 신안 갯벌의 종자 수가 줄었을 수도 있다.
현상은 하나지만 원인은 복합적일 것이다. 이상 징후가 발생한 특정지역에 한정해 원인 분석을 하는 것은 대책 마련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정부 대응도 해양 생물군의 특이점이 발생한 지역을 중심으로 관찰하고 원인을 찾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과 해역을 연결한 생태계 전반을 광범위하게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기후 위기 고조와 해양생태축 설정

기후 위기는 생물 다양성과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이하 수과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역의 평균 수온은 2012년 17℃에서 2021년 17.96℃로 0.96℃ 상승했다. 해역별로는 같은 기간 동해 1.72℃, 서해 0.65℃, 남해 0.52℃ 각각 상승했다. 지금의 기후변화 추세라면 2050년에 약 1~2℃, 2100년이면 약 2~4℃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수과원이 제주 연안 아열대 어종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통발과 자망을 이용한 어획 시험을 진행한 결과, 10년간 포획한 어류는 177종이었다. 이 중 호박돔, 독가시치, 황놀래기, 긴꼬리벵에돔 등 아열대 어류는 총 74종으로 전체 어종 대비 42%를 차지했다. 아열대종 증가는 국내 해양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어민들의 생업에도 치명적이다.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까지 수온 변화와 이상기후로 인한 양식업 피해액은 1,392억 원에 달했다.
기후 위기가 점차 고조됨에 따라 해양생태계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커졌고, 이에 등장한 개념이 바로 해양생태축이다.
해양생태축이란 해양생물이 기후변화나 성장단계에 따라 선호하는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특성을 고려해 해양생물의 주요 서식지, 산란지, 이동 경로와 갯벌, 연안, 도서 등 주요 지역을 연결한 축을 말한다. 생태계 연결성 강화는 생물 다양성과 먹이사슬 확대로 이어져 생물자원 이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국들도 과거 ‘만’ 또는 ‘해역’ 중심의 해양생태계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해양보호구역을 확대하는 등 생태계의 연결성 확보와 복원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해수부의 한 관계자는 “생태축 설정 이전엔 이상현상이 발생한 지역을 중심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이 방식은 해당 지역의 생태계 보전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전반적인 생태계 보전과 복원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2019년 국가 해양생태계 종합조사 결과를 토대로 해양생물의 주요 서식처와 이동로를 고려한 해양생태축 모델을 도출했다. 이듬해엔 해양생태축 구축 방안 마련과 해양생태계법 개정을 통해 해양생태축 관리계획 수립 근거를 마련했다. 정부가 2021년 12월 31일 고시한 5개 해양생태축은 동·서·남해안 전체를 감싸고 있다. 5개 축은 동해와 서해, 남해의 해역별 특성에 따른 3개축과, 물범이나 상괭이와 같은 해양생물 보호와 이동로 보전을 위한 회유성 해양보호생물 보호축, 기후변화에 따른 아열대화 진행을 관찰 진단하고 대응하기 위한 기후변화 관찰축 등 2개축으로 구분된다. 해양생태축의 기본 공간범위(안)는 국가 주권이 미치는 해양영토인 영해까지다. 연안을 기준으로 동해는 22㎞, 남해는 65km, 서해는 80㎞ 이내로 설정(제주도·울릉도·독도는 별도)됐다.

갯벌과 기후변화 대응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해 7월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갯벌 등 한국 서남해의 4개 갯벌을 국내 15번째 세계유산이자, 2번째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세계자연유산인 유럽 북해 와덴해 갯벌(400여 종)보다 생물다양성 보전과 서식, 멸종 위기 철새의 기착지 등 보편적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갯벌은 특히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적인 탄소흡수원으로 주목받는다. 서울대학교 김종성 교수 연구팀이 조사·분석한 바에 따르면 국내 갯벌은 약 1,300만 t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연간 최소 26만 t에서 최대 49만 t(연간 최대 자동차 20만 대 분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최대치 기준으로 30년 된 소나무 약 7,340만 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비슷하다.
하지만 갯벌은 (온실가스 배출·흡수량의 국제적 기준이 되는) 현행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지침에서 해양 부문 탄소흡수원으로 인정하는 블루카본에 포함돼 있지 않다. 블루카본으로 인정받을 경우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탄소흡수원을 확보하고, 유엔에 제출하는 ‘국가 온실가스 통계(인벤토리) 활용 감축 수단’으로 갯벌을 추가할 수 있으며, 향후 국제사회의 블루카본 관련 논의나 갯벌의 공동연구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갯벌 복원의 모범 사레로 꼽히는 와덴해의 경우 연간 생태관광객이 1,000만 명 안팎에 달하고. 관광수입만 7~8조 원을 거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적 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갯벌이 블루카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연구 자료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블루카본 확대와 관련한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해역별 특성, 해양보호생물 및 기후변화 고려해 구분한 5개의 해양생태축

우선 서해 갯벌 보전축(전체 길이 약 671㎞)은 서해의 북한 접경지인 강화도에서부터 전남 광양~여수까지 연결돼 있다. 순천만 갯벌과 대부도 갯벌 등 우리나라 갯벌의 80% 이상을 포함한다. 서·남해안 갯벌에 출현하는 주요 해양생물(바닷새, 연안어류, 무척추동물 등)의 서식지와 이동로의 보호·보전을 통해 해양생물 다양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남해 도서생태 보전축(약 296㎞)은 전남 진도에서부터 부산 영도구까지 남해에 있는 도서들을 연결한 축이다. 섬들이 많아 해양생물이 알을 낳고 기를 수 있는 훌륭한 서식지로 평가받는다. 남해 도서연안에 출현하는 주요 해양생물(무척추동물, 어류, 해조류, 해초류 등)의 산란과 성육장을 보전하면서 해양생물 다양성과 수산자원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해안 생태 보전축(약 468㎞)은 북한 접경지인 강원도 고성에서부터 부산 남구까지 연결돼 있다. 이 축은 한류와 난류가 만나 형성된 우수한 수산자원 생산지다. 주 목적은 주요 해양생물(무척추동물, 어류, 해조류, 해초류, 해양포유류 등)의 서식지 및 이동로의 보호와 보전이다.
회유성 해양보호생물 보호축(약 486㎞)은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서부터 전남 신안까지 연결됐다. 연안생태계 중추 해양생물인 (점박이)물범과 상괭이의 서식지와 이동로를 보호하고 해양생태계 건강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점박이물범의 주 서식지는 백령도와 가로림만의 주변 해역이다. 웃는 고래로 잘 알려진 상괭이는 경기만(풍도 등)과 군산 선유도리, 영광군 안마도, 신안군 도초면 우이도 등의 주변 해역에 주로 서식한다. 물범, 상괭이 외에 해양보호생물인 푸른바다거북 등 추가 대상 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 관찰축(약 875㎞)은 대마난류가 우리나라 연안에서 가장 처음 접하는 지점인 전남 가거도에서부터 동해의 울릉도-독도까지 연결됐다. 해양의 아열대화를 관찰해 분석하는데, 범위는 대마난류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주요 거점도서와 주변 해역이다.

그림. 해양생태축 현황

기후 위기가 점차 고조됨에 따라 해양생태계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커져 해양생태축 개념이 등장했다. 해양생태축이란 기후변화나 성장단계에 따라 선호하는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특성을 고려해 해양생물의 주요 서식지, 산란지, 이동 경로와 갯벌, 연안, 도서 등 주요 지역을 연결한 축을 말한다.

바다는 육상과 달리 갯벌, 해수욕장, 조간대와 같은 육지와
바다의 일부 연결지대를 제외하고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산이나 강처럼 경계 구분이 명확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효율적인 생태축 관리와 운영을 위해서는
국가 주도 하에 지자체의 역할 구분이 명확할 필요가 있다.

정기조사부터 사후관리까지, 국가·지자체 역할 중요

이르면 연말쯤 확정될 해양생태축의 세부관리 방안은 크게 해양생태계의 ‘정기 조사(종합 조사)→진단·평가→보전·복원→사후 관리’ 로 구분될 전망이다. 정기 조사는 축별 관리지표종들을 대상으로 한다. 서해안 연안습지 보전축을 예로 들면, 눈콩게, 검은머리물떼새 등의 지표종을 대상으로 출현 여부와 밀도 등을 종합조사하고 시민 모니터링단을 운영해 확인·분석한다. 진단·평가는 생태축별 해양생태계 구조와 기능의 보전, 연결성 유지 여부 등을 확인한다.
보전과 복원은 해양생물 서식 실태 조사와 해파리 폴립·갯끈풀 등 유해생물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해양생물의 주요 서식지와 이동로 등의 연결성을 복원한다. 사후관리는 해양생태축 공간정보와 생태계 현황, 전문가와 일반인 등이 참여하는 해양생태축 관리정책 평가와 인식도 조사 등이 진행된다. 관련한 정보 공개는 해수부가 운영하는 해양환경정보포털에서 가능하다.
바다는 육상과 달리 갯벌, 해수욕장, 조간대와 같은 육지와 바다의 일부 연결지대를 제외하고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산이나 강처럼 경계 구분이 명확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효율적인 생태축 관리와 운영을 위해서는 국가 주도 하에 지자체의 역할 구분이 명확할 필요가 있다. 해양생태축 설정과 세부관리 방안 수립에 참여하고 있는 백상규 해랑기술정책연구소 대표는 “축별 세부관리 계획과 이행 방안에는 해양생물과 생태계의 보호, 보전, 복원에 주력하는 국가의 역할과 이를 집행하는 지자체의 역할이 세부적으로 정해질 것”이라며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서해 갯벌을 예로 들자면 국가의 역할은 갯벌의 가치 보전과 함께 갯벌의 추가 등재, 갯벌 서식 종의 다양화, 이를 위한 법제화 작업, 사업의 평가체계 수립 등이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2021년 7월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갯벌 등 4개 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면서, 2025년까지 유산구역 확대와 통합관리체계 구축 등을 권고한 바 있다. 정부는 이에 2025년까지 9개 갯벌을 추가하는 내용의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를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여건이 조성된다면 남북이 공유하고 있는 해양생태계의 보전과 복원을 위해 서해의 갯벌지역과 물범과 상괭이 이동로 등을 공동 보호구역으로 설정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