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인도네시아의 새 수도,
누산타라

NUSANTARAININDONESIA

글.신지선

2019년 4월 대통령을 연임하게 된 인도네시아의 조코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수도를 동부 칼리만탄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발표한 후 추진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수도 이전 계획은 현재의 수도, 자카르타의 자연파괴와 그로 인해 발생되는 도시 문제들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 BBC는 자카르타가 세계 평균의 2배 이상 빨리 잠겨 2050년에는 도시 일부가 완전히 잠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의 자카르타는 인구밀집, 대기오염, 교통체증 등 다양한 문제를 겪는 도시이기도 하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보르네오 섬 한 가운데 행정수도 역할을 할 스마트시티를 새롭게 세우고 현재의 수도 자카르타는 경제와 금융 중심지로 남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45년까지 단계적으로 만들어질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수도, 누산타라의 탄생 배경부터 구체적으로 어떤 스마트시티로 태어나게 될지 미리 짚어보기로 하자.

자카르타를 떠나 새로운 수도로

국가가 수도를 옮기려 할 때 그 이유는 무엇일까? 수도 이전이 이미 결정되어 추진되고 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경우를 살펴보면 몇 가지 타당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자카르타는 1619년 바타비아라는 이름으로 형성된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인도네시아의 수도로서 기능해왔다. 그러나 자카르타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매년 대규모 홍수 피해를 겪고 있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지하수 과다 사용에 따른 지반침하로 해수면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자카르타 북부 연안에서는 2~2.5m 지반 침하가 발생했고 심한 지역은 매년 지반이 평균 7.5cm씩 내려앉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자카르타는 면적의 40%가 해수면보다 낮아져 외부 재난에 굉장히 취약한 도시가 되었다.
뿐만 아니다. 인구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으로 대기 오염과 교통체증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국토의 6.7%에 해당하는 자바섬에 인구의 56.6%가 집중되어 있고 밀집된 인구가 엄청난 탄소 배출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방대한 매립지에 버린 폐기물은 분해되면서 지구 온난화의 많은 징후들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눈에 띄게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 변화와 자연 재해는 이런 문제들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결과다. 극심한 인구 과밀, 심각한 교통체증과 대기오염, 약화된 지반, 계속되는 지연재해의 위협. 이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조코위 정부는 연임에 성공한 이후 과감하게 수도 이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새롭게 건설되는 수도, 누산타라는 어디에 어떻게 건설될까?
새로운 수도, 누산타라의 가장 큰 목표는 이 한마디로 귀결될 수 있다.
스마트한 기술을 활용하여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 것.
누산타라 건설 규모
구분 면적(Ha) 기능 인구 개발 시기
K-IPP 정부 핵심 구역 6,596 대통령궁, 정부청사, 국회 등 주요 기능 30만 2021~2024
K-IKN 수도지역 56,181 교육, 의료·헬스, 상업업무, 과학·연구, 스포츠, 혁신 등 6개 콘셉트의 위성도시 포함 138만 2023~2030
KP-IKN 수도 확장지역 256,142 수도 확장 지역(유보지 등) 214~237만 2030~2040
방호 및 보안 지역 보호림 지역 2021~2030

보르네오 섬 한 가운데 건설되는 새 수도, 누산타라

새로운 수도의 부지는 보르네오 섬의 동칼리만탄으로 정해졌다. 이곳은 인도네시아 중앙에 위치해 자연재해의 위험이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다. 대기오염과 자연훼손으로 위기를 겪고 있던 자카르타를 떠올려볼 때 새 수도의 부지 선정은 꽤나 설득력이 있다. 수도의 이름은 누산타라(Nusantara)로 정해졌는데이는 자바어로 군도(群島) 즉 많은 섬이라는 뜻이다. 인도네시아가 여러 섬으로 구성된 나라임을 상징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선정된 부지에 약 40조 원 규모의 사업을 일으켜 수도를 완성해갈 예정이다. 정부와 민관협력, 민간투자를 모두 합친 규모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는 2021년 수도 이전 법을 제정했고 전담부처를 신설, 건설작업에 들어가고 있다.
총 3단계로 계획되어 있는 수도 이전 프로젝트를 꼼꼼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1단계.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초기 이전 단계에서는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고 초기 단계 이주를 실시한다. 정부는 이때까지 대통령궁과 정부청사, 국회 등 주요기능을 이곳으로 이주시킨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때까지 누산타라에는 주요 기본 인프라가 갖춰질 예정이다.
2단계는 위성도시 개발 단계로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진행된다. 이 단계에서는 정부 핵심구역을 벗어나 교육, 의료·헬스, 상업업무, 과학·연구, 스포츠, 혁신 등 6개 컨셉의 위성도시를 개발해갈 예정이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2030년까지 누산타라는 총 138만의 인구가 거주하는 도시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2045년까지 잡고 있는 3단계는 수도권 광역개발을 완료하는 시점으로 유보지와 방호·보안 지역, 보호림 지역을 개발할 예정이다.
현재 새로운 수도는 업무시설과 주거시설, 교통계획, 자연보존, 국가상징 및 문화공간으로 나뉘어 계발 계획이 추진되는 중이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는 이미 행정수도 건설 경험이 있는 우리 정부와 MOU를 체결하고 정보 교환, 경험, 지식 공유, 전문가 파견, 역량개발, 기술지원 등의 협력을 구체화해가고 있다. 행정수도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데서부터 통합 수자원 관리, 스마트 물관리 시스템 구축, 신수도권역 광역교통 및 스마트 도시교통 기본 구상, 공무원 주택 시범단지 기본 계획까지 광범위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점차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스마트시티, 누산타라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알아보자.

지구온난화 위기에서도 홍수와 해수면 상승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삶. 대중교통을 통해 편리한
이동권을 보장받는 삶, 100% 신재생 에너지로 필요한 전력을 모두 해결하는 삶, 탄소배출 제로로 공해
없고 깨끗한 공기를 즐기는 삶을. 그러고 보면 스마트시티는 별다른 것이 아니다.

목표는 지속가능한 도시

인도네시아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인류가 상상하고 있는 스마트시티, 그 자체로 건설하겠다는 것이 누산타라의 청사진이다. 그 중심에는 교통이 있다. 누산타라는 대중교통, 사이클링, 보행에 의해 이동성의 80%를 달성하는 도시로 설계되고 있다. 이는 시속 10km 미만, 극심한 교통체증과 그로 인한 대기오염에 시달리고 있는 현재의 수도 자카르타와 완벽하게 비교된다. 지속 가능한 전력망을 확보하고 탄소 배출 제로 및 100% 순재생 에너지를 달성하는 것도 목표 중 하나이다.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도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혁신센터와 인재 육성을 통해 해외 직접 투자를 이끌고 모두를 위한 글로벌 시티로 도약하겠다는 것도 목표도 세웠다.
결국 새로운 수도, 누산타라의 가장 큰 목표는 이 한마디로 귀결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것. 인류가 에너지와 지구온난화의 위기에 빠져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아니 그보다 먼저, 자카르타에 살던 사람들이 기후 위기와 에너지 때문에 얼마나 큰 불안과 불편에 휩싸여 살아왔는지를 알게 된다면 ‘지속가능한 도시’는 새로운 수도에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당연한 가치다.물론 한 편에서는 열대 우림 한 가운데에 새로운 수도가 세워지는 것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다. 엄청난 규모의 자연 훼손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수도 자카르타가 처한 위험을 생각해보면 인도네시아의 다른 선택지는 없어 보인다.
열대우림 안에 세워지는 스마트시티. 적어도 그 안에서 살아갈 사람들은 약속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구온난화 위기에서도 홍수와 해수면 상승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삶. 대중교통을 통해 편리한 이동권을 보장받는 삶, 100% 신재생 에너지로 필요한 전력을 모두 해결하는 삶, 탄소배출 제로로 공해 없고 깨끗한 공기를 즐기는 삶을. 그러고 보면 스마트시티는 별다른 것이 아니다. 각종 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약속해줄 수 있도록 스마트한 기술을 채택한 도시일 뿐. 2024년 1단계를 완공하고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 인도네시아의 스마트한 새 수도, 누산타라가 무척이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