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로
바다, 풍요로운 삶의
터전이 되다

글.김유희 강원도 해양공간관리 지역위원, (주)에스엠오션 상무이사

해양공간계획은 해양공간의 지속 가능한 이용개발 및 보전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공공복리를 증진하고 해양을 풍요로운 삶의 터전으로 조성해가는 일이다.
때로 엄청난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먹거리를 주고 다양한 생태적 자원과 공간을 선물하는 바다, 우리는 삼면으로 둘러싸인 바다를 어떻게 개발해야 지속 가능한 삶의 터전으로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을까?

15세기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해상 무역로를 확보한 인류는
대양을 넘어 다른 대륙으로 향했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또 다른 욕망으로 인한 침략과 수탈 등도 일어났다.
바다를 둘러싼 욕망이 빚어낸 다양한 일들은 몇 세기
전이 아닌, 현재에도 여전히 진행 중인 일이다.

인간의 욕망을 부추킨 매력과 위험의 공간, 바다

바다는 인간에게 기쁨, 치유, 안락함과 함께 위험을 동시에 주는 아주 매력적인 공간이다. 원시시대 인류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바다가 주는 혜택을 얻기 위해 바닷가에서 살아왔으며, 식량을 공급받는 중요한 곳으로 활용해왔다. 바닷가 근처에서 발견되는 석기시대의 유적들을 역시 인류가 바다와 함께 살아왔음을 증명한다.
최초의 인류는 맑은 날 수평선 끝에서 보일 듯 말 듯 보이는 산 또는 육지의 흔적, 가끔 바닷가로 밀려오는 잔해들 그리고 커다란 해양생물들이 서서히 유영하여 바다 저 끝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들은 가까이에 있는 건너편 섬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도구 등을 만들어 보고, 그곳에 가서 직접 확인하는 한편, 밤낮으로 달라지는 밀물·썰물의 변화를 관찰과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을 것이다. 또한 그들은 미지의 땅에 젖과 꿀이흐르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과 함께 직접 가서, 보고, 확인하고픈 욕망을 키워가며 점점 더 먼 곳으로 탐험을 떠났을 것이다.
최초의 서양 항해자였던 페니키아인들은 이러한 궁금증을 넘어 기원전 2000년 경 홍해, 지중해, 인도양, 흑해와 대서양 동쪽을 항해했다. 이러한 인류의 욕망은 바다 너머 다른 곳으로의 이동·이주를 부추겼다. 15세기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해상 무역로를 확보한 인류는 대양을 넘어 다른 대륙으로 향했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또 다른 욕망으로 인한 침략과 수탈 등도 일어났다. 이렇듯 바다를 둘러싼 욕망이 빚어낸 다양한 일들은 몇 세기 전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진행 중인 일이다.

무한한 자원 보물창고, 해양의 경제적 가치는?

해양에는 다양하고 풍부한 자원이 있기에 흔히 해양을 자원의 보고라고 부른다. 여기서 말하는 ‘자원의 보고’란 단순히 해양 자원 등 해양에서 얻을 수 있는 물질적인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대사회에 접어 들면서 활발해지고 있는 휴식, 힐링, 해양레저 등 관광자원과 같은 무생물학적 자원들까지 포괄하는 개념이 됐다.
실제로 세계 경제의 비약적인 성장은 사람들의 시선을 해양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 더 큰 성장을 위해 필요한 광물자원과 생물자원, 에너지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해양의 경제적 가치는 구체적인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세계적인 과학잡지인 『네이처(Nature)』는 이미 1997년, 해양의 광물 매장량과 해양 생태계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언급했다. 먼저 광물 매장량의 이용 기간은 육지가 40~110년인데 비해, 해양에는 200년~1만년에 달했다. 생태계의 경제적 가치는 육지가 10조 6천억 달러, 해양이 22조 6천억 달러로 산출됐다. 그런데 이러한 가치는 과연 지속 가능한 것일까? 2022년 지속 가능한 해양 경제를 위한 모임인 Ocean panel은 특별 보고를 통해 2020년부터 2050년까지 1) 전 세계에 분포하는 맹그로브 서식지의 보존 및 복원 2) 해상 풍력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 규모 확대 3) 국제 운송으로 인한 탈탄소화 4)지속 가능한 해양 기반 단백질원 생산량 강화와 같은 4가지 주요 영역에 전 세계적으로 2조~3조 7천억 달러를 투자하게 되면 8조 2천억 달러를 창출할 수 있고, 22조 8천억 달러의 혜택, 450~615%의 투자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체계적으로 잘 관리하며 유지·개발한다면 미래 세대들은 해양에서 다양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림1. 해양공간계획 대상 해양공간 범위

해양공간의 수평적 범위는 영해, 내수면 외 배타적경제수역(EEZ)와 대륙붕 등이며 수직적 범위는 해저, 해중, 해수면 및 해수면 위 공간까지 포함한다.

부족한 자원 확보, 공간의 효율적 이용 위해 보다 철저한 해양공간계획 세워야

구체적으로 해양을 체계적으로 활용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해양에 대한 이해다. 해양은 조간대(潮間帶, 만조 때의 해안선과 간조 때의 해안선 사이 공간으로 육지와 바다 사이에 있는 지역)과 조하대(潮下帶, 간조 때에도 노출되지 않고 항상 물에 덮여 있는 지역), 대륙붕 끝까지를 포함하는 연안역과 대륙사면부터 심해까지의 대양역으로 나뉜다. 이중 육지와 가까이에 있는 연안역은 자원 집중도가 높아 대륙붕을 마주하고 있는 국가들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곳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관할하는 바다는 국토의 4.5배이며, 해안선은 서울과 부산 거리의 33배에 달한다. 갯벌 등 해양 자산 또한 풍부하다. GDP 증가와 함께 여가생활과 개인의 활동을 접목한 여러 산업들도 해양 주변에서 폭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해양의 성장세는 갈등 심화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바다를 생계의 터전으로 이용하는 이들과의 새로이 해양 산업에 진출하려는 이들 사이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폭발적인 성장과 심화되는 갈등, 해양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세계 여러 나라는 ‘해양공간계획’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해양공간계획을 도입한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등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은 계획 수립 및 공간계획을 위해 법적 근거를 만들고 이행을 위한 주도 기관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으며, 이를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국제사회의 움직임 또한 빨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양공간기본계획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2030년 대한민국 해역의 비전을 세우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그림1). 해양공간의 설정을 위해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서해, 남해, 동해의 특성을 분석하는 연구도 선행되었다.
이어 지역주민,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지역협의와 주민열람, 공청회, 관계 기관 협의 등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합리적인 용도 구역을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어업활동보호구역, 골재·광물자원 개발 구역, 에너지개발구역, 해양관광구역, 환경·생태계관리 구역, 연구·교육보전구역, 군사활동구역, 항만·항행구역, 안전관리구역 등 9개 구역이 바로 그것이다. 계획은 2020년 부산을 시작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 행해, 지자체가 관리하는 해역의 이용·개발 및 보전 활동을 합리적으로 관리할 배분·관리할 수 있는 용도구역을 지정하였다(그림 2).

그림2. 우리바다 용도구역 지정현황

용도구역 현황

해양공간관리를 잘 하면 국민의 다양한 이용 접근성 보호와 다 같이 누리는 해양의 가치, 부문 간 조화로 해양가치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으며 갈등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체계적인 해양공간계획을 통해 해양가치 기반 정책 결정과 국민 경제 발전에 활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가지고 해양공간을 관리하기 시작한다면 미래의 바다, 상생과 포용의 바다, 경제와 환경이 공존하는 해양공간을 소유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삼면이 바다인 우리에게 더 없는 축복이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