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위성·해양공간정보 등
활용해 바다의 보전 및
효율적인 개발 이끌 것”

변재영 국립해양조사원장

글.최주연 사진.이성원

바다, 즉 해양(海洋)에서의 자원 발굴과 국민 재산권 보호, 영토 수호, 그리고 관광 및 레저까지... 바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해양을 효율적으로 이용·개발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해양정보 확보와 선박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지도, 즉 해도(海圖)가 필요하다. 1949년 해군본부 작전국 수로과로 창설된 이후, 2023년 현재는 해양수산부 소속의 국가 종합해양정보기관으로 70년이 넘게 그 명맥을 이어온 국립해양조사원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해양관측, 수로측량, 해도 제작, 해양위성 운영 등을 통해 해양영토 수호와 해양조사 분야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국립해양조사원 변재영 원장을 만나 현황과 비전을 들어보았다.

Q. 국립해양조사원장 취임 당시, 어떤 목표와 비전을 세우셨는지 궁금합니다.

A. 해양강국·국민행복을 견인하는 국가 종합해양정보기관으로의 도약을 비전으로 하여 4가지 중점 목표를 세웠습니다. 먼저, 해양정보의 품질 강화와 위성 기반의 3차원 해양조사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두 번째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해양조사정보의 디지털 전환과 융·복합 활용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전 지구적인 이슈인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 현상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일에 매진해 미래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것, 마지막으로는 국외 협력을 확대하고 강화해 해양조사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Q. 광범위한 업무 중 원장님께서는 어떤 부분에 특히 중점을 두고 계신가요?

A. 먼저, 스마트 해상교통의 핵심 기술인 차세대 수로정보 표준(이하 S-100) 기술 개발과 서비스 활성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는 선박 운항자의 과실에 의한 해양 사고를 감소시키고 해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06년부터 e-Navigation(이하 바다내비게이션) 도입을 논의해왔으며,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해양수산부의 ‘제1차 지능형 해상교통정보서비스 기본계획(2021∼2025년)’에 따라 바다내비게이션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바다내비게이션 관련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S-100 수로 제품의 생산과 고품질의 해양정보 제공이 필수적입니다. 우리 국립해양조사원은 세계 최초로 S-100 제품의 서비스를 실현해 국제무대에서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자 합니다. 다음으로는 국민의 관심과 생활에 밀접한 해양위성정보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제1차 국가해양위성센터 운영 기본계획(2020~2024년)’을 바탕으로 지난 2020년 2월에 발사된 해양관측 정지궤도위성인 천리안위성 2B호(이하 천리안 2B호)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위성을 통해 국가해양관측망과 선박 관측으로는 수집하기 어려운 해양정보를 생산하는 등 해양조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괭생이모자반, 표층 수온 등을 비롯하여 위성정보를 활용한 다양한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함께 국내 위성 전문가 배출을 위한 인력양성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림1. 국가해양위성센터에서 운영 중인 천리안위성2B호

Q. 우리나라가 S-100 시험운영국으로 지정된 것의 의의는 무엇인가요?

A. S-100은 한 마디로 차세대 해양공간정보의 국제 표준입니다. 서로 다른 기관에서 생산하는 해양정보를 다양한 응용 시스템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상호 운용성을 확보하고, 활용 증진을 위해 지리공간정보 표준인 ISO 19100을 수로 분야로 확장한 것이죠. 우리나라는 2013년 IHO(국제수로기구)의 S-100 시범 운영국으로 지정된 이래, 기술 개발 및 테스트를 수행 중이며 현재까지 S-100을 적용한 전자해도 제작 기술을 가진 유일한 국가입니다. 특히 S-100 표준을 실제 제품화하기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범 데이터를 제작·활용해 세계 최초로 실해역 검증을 실시하는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우리 국립해양조사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국제사회에서의 S-100 개발 주도권을 더욱 견고히 하고, 국내 S-100 관련 신산업 육성 및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차세대 수로정보 인프라 센터 설립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Q. 포르투갈, 영국 수로국과 해양조사 기술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한 것 역시 우리나라의 영향력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사례일까요?

A. 그렇습니다. 포르투갈과 영국은 IHO의 이사국1)이자 각각 동대서양 지역과 남아프리카 지역의 수로위원회 의장국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동대서양지역수로위원회 의장국인 포르투갈과 S-100 표준 및 해양조사 기술 협력을 통해 동대서양 지역을 포함한 국제 수로분야에서의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전 세계 해도 판매량의 90% 이상을 점유하여 국제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영국도 우리나라와 S-100 해도 개발 및 국제항로 테스트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기를 희망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해양조사 기술력을 세계에서 인정받은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1) IHO 이사국: IHO의 주요 업무와 예산 등을 결정하는 협의체로 30개국이 이사국으로 활동 중이다.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이사국에 진출했다.

Q. 국립해양조사원은 국내 유일의 해양관측위성인 천리안 2B호를 관리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위성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천리안 2B호는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다양한 해양현상을 모니터링하고, 생산되는 해양위성정보를 통해 기후변화, 해양재해재난 등의 해양현안 대응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32종의 위성정보를 25개 유관기관에 제공 중이며, 그중 괭생이모자반, 저염분수, 적조 등에 대한 정보는 어업활동을 하는 어민의 피해를 저감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2023년 1월 1일부터는 위성정보를 국민들이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해양위성센터 단독 누리집(홈페이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3년 IHO(국제수로기구)의 S-100 시범
운영국으로 지정된 이래, 기술 개발 및 테스트를 수행 중
이며 S-100을 적용한 전자해도 제작 기술을 가진 유일한
국가입니다. 특히 S-100 표준을 실제 제품화하기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범 데이터를 제작·활용해 세계 최초
로 실해역 검증을 실시하는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Q. 2022년 우리나라 최초의 남극 국제해도인 ‘테라노바만 및 장보고과학기지 부근’을 완성했습니다. 이 해도는 왜 중요한가요?

A. 남극 해역은 국제법상 공해(公海)이기에 어느 나라든 해양조사를 통해 해도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전까지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해도가 없어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주변을 항해하는 선박은 다른 나라에서 만든 해도를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정확성 측면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에 국립해양조사원은 2016년부터 극지연구소와 함께 장보고과학기지와 세종과학기지 부근에서 유·무인선을 활용해 수심과 조석, 조류, 해안선과 같은 해저지형 정보를 수집하였고, 마침내 2021년 12월 5종의 해도를 완성했습니다. 특히, 테라노바만 및 장보고과학기지 부근 해도를 국제적으로 공인받기 위해 2018년부터 IHO 및 남극수로위원회(HCA)와 협의를 진행하였으며, 그 결과 국제해도번호 ‘INT9013’을 부여받았습니다. 해당 해도는 IHO를 통해 회원국에 공개함으로써 전 세계의 남극 연구활동을 지원함과 동시에, 우리나라 해양조사 기술을 국제무대에 알린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Q. 국립해양조사원의 업무 중 ‘체계적 해양조사를 통한 해양영토 관리 기반 마련’과 ‘신산업 창출’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관할 해역에 대한 체계적인 해양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우리 해양영토를 수호하는 일과 직결됩니다. 국립해양조사원에서는 선박의 통항량, 사고 위험도 등을 고려해 연안·항만의 수심을 주기적으로 측량하고, 무인 해양조사 등을 통해 해저지형·항해위험물 정보를 최신화합니다. 또한 국가해양기본조사2)는 물론,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체류형 학술연구 성과 발표를 통해 관할 해역에 대한 주권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1년까지 우리나라의 23개 영해기준점3)에 28개소의 표지 설치를 완료한 이후, 정기·수시 점검하면서 해양 경계 관리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해양영토를 지키는 것만큼이나 어떻게 이용하고 개발하는지도 중요하기에 국립해양조사원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춘 해양정보 활용 신산업 지원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먼저, 국산 해양 GIS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에서 활용 가능한 수로정보 제품 개발 등 같이 빅데이터·머신러닝과 같은 4차 산업의 핵심기술을 이용한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양산업, 레저, 행정,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해양배경지도(해아름)와 해양정보데이터셋을 제작·제공하고 있으며, 항해용 해도가 아닌 육상의 공간정보와 연계할 수 있는 해양기본도 제작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민간 주도의 해양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해양정보 서비스 플랫폼‘개방海’, ‘공유海’를 운영하고 API 서비스를 병행하는 등 해양정보의 식별과 접근이 용이한 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습니다.

2) 국가해양기본조사: 배타적경제수역(Exclusive Economic Zone, EEZ)의 수심·중력·자력·해저지층 등을 조사

3) 영해기준점: 우리나라 영해 획정의 기준점인 영해 기점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설치한 표지

Q. 2022년 12월 6일, LX한국국토정보공사(이하 LX공사)와 MOU를 체결했습니다. 이번 MOU의 핵심 내용과 의의에 대해 짚어주세요.

A. MOU(이하 협약)의 골자는 ‘해양·지적조사의 상생 발전’입니다. 우리 기관과 LX공사가 기술력과 전문성을 공유하여 해양영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개발하며 보전에 기여하자는 것인데요. 양 기관은 이번 협약을 통해 도서지역에서의 조석관측 및 신기술(원격탐사)을 활용한 지적측량을 실시하여 도서지역까지 확대된 해양·지적공간정보와 새로운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동조사 및 공동연구개발 협력을 통해 수직기준면 설정, 지적제도 확립 등에도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LX공간정보연구원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공간정보 전문 기관이자 데이터 플랫폼 기관으로 알고 있습니다.
LX공사가 오랜 기간 쌓아온 공간정보 활용 기술력 등을 공유하면 국립해양조사원과 LX 공사는
국민 재산보호와 국가 공간정보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하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Q. 해양영토 성장과 주권 확립 등을 위해 LX공사와 LX공간정보연구원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A. LX공간정보연구원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공간정보 전문 기관이자 데이터 플랫폼 기관으로 알고 있습니다. LX공사가 오랜 기간 쌓아온 공간정보 활용 기술력 등을 공유했으면 합니다. 특히 우리 기관과는 업무 협약 체결을 계기로 정기적인 실무자 협의회 개최, 공동조사 추진, 인력 교류 등 상호협력 체계를 갖추고 지속적으로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그 과정에서 해양조사 및 지적측량 분야의 성과를 공동 활용하면 양 기관은 국민 재산보호와 국가 공간정보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하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Q. 바다를 통해 국토성장을 이끌어갈 국립해양조사원의 향후 계획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 관할 해역에 대한 해양조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역량 강화를 꾀하겠습니다. 노후화된 해양조사선인 해양2000호가 친환경 하이브리드 선박으로 대체 건조(‘26년)될 예정입니다. 새로운 해양조사선은 관할 해역 먼바다에 대한 해양 기본조사, 해양관측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생산되는 자료는 위성자료와 비교 분석, 수치모델 검증 등을 통해 해양예측 정확도를 향상시킬 것입니다. 해양위성 기반의 3차원 해양관측도 확대 실시하고자 합니다. 사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위성자료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해양위성정보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2030년 2월, 현재의 천리안 2B호의 임무가 종료될 것에 대비해 후속 위성을 개발하는 것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해수온 저궤도위성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 외에도 해양영토를 수호하고 국토성장을 이끄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업무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적극 추진해 바다를 통해 국민의 꿈과 행복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따뜻한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변재영 국립해양조사원 원장

경찰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성균관대학교와 조지아 공대(GEORGIA INST. OF TECH.)에서 각각 토목공학 학·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제31회 기술고시에 합격해 해양수산부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하였으며, 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부산항 건설사무소장, 해양수산부 정책보좌관 등을 거쳐 2022년 국립해양조사원장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