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를 넘어
스마트국토로

에콰도르의 스마트한 비전

글.신지선

남아메리카에 위치한 콜롬비아와 페루사이의 작은 국가. 에콰도르는 1인당 국민소득 6,183달러의 중상위 소득국이다. 전체 인구 중 64%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고 급격한 도시화가 현재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만 놓고 보면 스마트시티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곳에도 스마트화 바람은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에콰도르는 최근 한국형 스마트시티를 수입한 국가로 주목해볼 이유가 충분하다. 2020년 10월 업무협약을 통해 수출된 한국형 스마트시티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에콰도르가 궁극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스마트국토의 비전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국가: 에콰도르

지역: 전 국토

인구: 1,811만3,365명

면적: 2,563만 7천㏊

지정학적 위치: 콜롬비아와 페루 사이

GDP: 988억 801만 달러

에콰도르가 급격한 도시화에 대응하는 방식

에콰도르(Ecuador)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그려지는 풍경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만날 수 있는 갈라파고스섬이나 빽빽하게 우거진 아마존 우림일 것이다. 도시로 한정한다 해도 다섯 개의 강이 교차하는 곳에 스페인 건축물들이 많은 세계유산도시, 쿠엥카(Cuenca) 정도가 떠오르는 전부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에콰도르에 대한 ‘전지적 여행자’ 시점에 불과하다. 현실 속 에콰도르는 엄연히 빠른 속도로 발전해가고 있는 개발도상국가이다. 특히 도시 집중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행정수도 키토와 상업도시 과야킬에만 인구의 60%가 거주할 정도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도시화가 더 극심해진 것은 2017년 베네수엘라의 정국 불안으로 많은 난민이 에콰도르의 3대 도시 키토(Quito), 과야킬Guayaquil), 쿠엥카에 정착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디나 그렇듯 급격한 도시화는 발전과 더불어 사회적 그늘도 만들었다. 도시화가 불러온 인구밀집이 사회, 경제적 양극화, 공공서비스 보급 문제, 교통 체증과 치안 불안 문제 등 부작용을 양산하게 된 것이다. 커지는 도농 격차 또한 에콰도르가 풀어야 할 과제가 되었다. 에콰도르는 이런 문제들을 전국토의 스마트화를 통해 풀어가고자 했다.
2013년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국토 육성 계획을 공표한 것이다. 어느 정도 스마트시티화가 이루어진 우리의 눈으로 보자면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이처럼 디지털 국토, 도시 조성 목표를 명문화한 것은 남미의 인접국가와 비교해볼 때 매우 선제적인 것이다. 이 개념은 2019년 도시와 농촌의 다양한 환경을 아우를 수 있는 스마트 지속가능 도시 및 커뮤니티 개념으로 확장된다. 에콰도르가 가장 강조하는 스마트시티 구상은 지역의 균형 발전이기 때문이다.

3대 도시의 스마트시티 현주소

에콰도르에서 가장 빨리 스마트화되고 있는 몇몇 도시들부터 살펴보자. 선두는 단연 현대 도시 체계 기반을 확립해 행정수도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키토시다. 16세기 잉카의 잔해 위에 세워진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시는 스페인, 이탈리아, 무어, 플랑드르 예술과 토착예술이 융합된 바로크파 유산으로 1978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 12곳 중 하나다. 이처럼 유구한 역사 유적으로 유명한 키토시도 최근 ‘디지털시티 아젠타 키토 2022’ 를 발표하며 스마트사업 선도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특히 눈여겨 볼 것은 스마트 모빌리티와 스마트 리빙, 스마트 환경 분야다. 키토시는 2022년 2월 남북부를 연결하는 지하철 1호선을 개통함과 동시에 버스와 지하철에서 이용 가능한 선불카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교통 통제와 사고 예방을 위해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 유의미하게 줄어드는 교통사고 발생률(66.81% 감소)을 확인했다. 주차에도 스마트 주차 시스템을 도입하여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교통 문제를 해결했다. 특히 키토시는 에너지효율화법 14조를 발표해 2025년부터 키토시에 도입되는 모든 대중교통을 전기모터로 구동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에콰도르의 경제 중심지이자 태평양 연안의 무역도시 과야킬도 ‘과야킬 디지털’을 발간하며 스마스시티 대열에 동참했다. 과야킬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인터넷 접근성 개선과 시민 디지털 교육이다. 이쯤 되면 왜 과야킬시가 서울형 스마트시티를 수입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과야킬시는 시내에 6,000여개가 넘는 공공 와이파이존을 구축하고 90여분 동안 시민들이 무료 인터넷 이용을 가능하게 만드는 등 우리나라의 스마트시티 모델과 비슷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서울시-과야킬시 간 스마트시티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에서도 과야킬 시장은 무료 와이파이, 원격교육, 시민과 실시간 의사소통 및 정책결정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 ITS 인프라 구축, 스마트 재난 관리시스템을 비롯한 스마트 통합 솔루션 등에 더욱 관심을 보였다. 앞으로 서울형 스마트시티 정책이 과야킬시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궁금해진다. 이밖에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과야킬시가 원격진료 서비스 측면에서도 한 발 앞서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6년 원격의료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과야킬에서는 시내 8개 의료기관에서 일반과, 치과, 수의과 진료를 원격으로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안데스 산맥 남부에 위치한 쿠엥카도 빼놓을 수 없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건립된 르네상스식 계획도시인 쿠엥카는 전기보급률 99.6%, 폐기물 수거 서비스 이용 98.6%, 식수보급률 96.1%로 에콰도르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보급률은 전체 가구의 25%에 그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쿠엥카가 집중하고 있는 정책은 스마트 거버넌스 구축과 스마트 시민 육성이다. 쿠엥카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정보통신기술분야 지식공유 행사를 개최하여 최신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고 있다. 또한 쿠엥카시는 시민들의 정보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공공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있고 이를 위해 많은 예산을 집중 투자하고 있다.
에콰도르 지방정부 스마트 역량 평가조사 가이드라인
분야 평가 요소
전자정부 지방정부 홈페이지 존재 여부
공공의 정책결정과정 참여도
자동화시스템 도입 여부
핵심 서비스 분야 온라인 ICT 교육 제공 여부
원격의료 프로그램 도입 여부
치안문제를 위한 프로그램 도입 여부
ICT 기반 모빌리티 솔루션 도입 여부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도입 여부
디지털화
(전자준비지수
e-readiness 증진)
ICT 분야 인력 양성 프로그램 도입 여부
디지털 문해교육 프로그램 도입 여부
디지털 기기 보급 프로그램 도입 여부
생산성 ICT 분야 기업 활동을 위한 플랫폼 존재 여부
중소기업의 제휴와 기술 공유 촉진을 위한 전략, 프로그램, 계획 도입 여부
ICT 인프라 공공 와이파이존 존재 여부
광 통신망 배치 관련 계획
ICT 개발 관련 조례 도입 여부
규범 광 통신망 배치 관련 조례 도입 여부

출처: MINTEL(2019), Linearmientos pata Promover Terrirorios Digitales & Ciudades Intelitentes, p.26-30

스마트시티화가 아니라 스마트국토화

그렇다면 에콰도르의 스마트시티화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에콰도르가 발표한 정책들은 대략 스마트시티 초기 단계로 현재까지는 ICT 위주의 정책과 사업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019년 에콰도르의 정보사회통신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에콰도르 2.0’ 정책의 목표를 통해 상세히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에콰도르가 집중하고 있는 목표는 디지털 접근성의 강화다. 이를 위해 에콰도르는 광 통신망 설치와 고속 인터넷 보급 확대, 인터넷 이용료 인하, 무료 와이파이존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통신 서비스 보급률을 98%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다음 목표는 다양한 행정 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80% 목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에콰도르는 행정업무 효율성 제고와 사이버 보안 강화. 오픈 데이터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전자 여권 발급, 디지털 신분 확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세 번째 목표는 혁신 경제 창조 및 국가경쟁력 증진이다. 이 정책은 ICT를 기반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안 시스템, 교육, 자연재해 조기경보 시스템 등을 제공하여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모든 목표의 기본은 스마트화 사업을 통해 정보통신기술을에콰도르 국토의 전 지역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즉 도시지역이나발달된 지역에서만 인터넷과 정보에 접근 가능하도록 하는것이 아니라 스마트화 사업의 추진 범위를 국토의 전 지역으로 확장해가겠다는 것이다. 에콰도르 정부는 이것을 ‘디지털국토’라는 개념으로 소개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반시설,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국토 전 지역을 디지털화 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선제되어야 하는 것은 역시 ICT 인프라와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법과 조례를 마련하는 것이다. 에콰도르는 지방정부의 스마트시티, 농촌 육성을 지원하기 위해 스마트국토조성계획 수립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며 지역의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에콰도르의 스마트국토가 나아가야 할 방향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콰도르의 스마트화는 여전히 도시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 사업의 대부분이 3대 도시인 키토와 과야킬, 쿠엥카에 집중되어 있으며 농촌의 디지털화는 여전히 부진한 상태이다. 솔루션도 문해교육과 네트워크 망, 인프라 구축에 치중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라틴아메리카의 평균을 밑도는 전자지수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
물론 높게 평가될 부분도 있다. 대중교통 전기모터 사용 의무화법, 비대면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에 유용하게 활용된 원격의료 시스템, 스마트시티 관련 국제 행사 주최 등이 대표적인 예다.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에콰도르의 스마트국토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다. ICT 기반시설이 충분히 확충되고 민간의 디지털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조건을 충족한다면 말이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과거 과야킬시에 6,000개 이상 무선 인터넷 접속 지점을 설치하는 데 협조한 바 있다. 또한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전문가의 자문도 제공한 바 있다. 상호 업무협약이 에콰도르에게는 스마트국토화로 가는 지름길이 되기를, 대한민국에게는 라틴 아메리카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되기를 기대한다.

에콰도르의 스마트화 정책을 대표하는 ‘디지털 에콰도르 2.0’ 목표는
스마트화 사업을 통해 정보통신기술을 에콰도르 국토의 전지역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도시지역이나 발달된 지역에서만 인터넷과 정보에 접근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화 사업의 추진 범위를 국토의 전 지역으로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