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효율적인 활용,
그 핵심은 국민 삶의 질 향상

김경환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글.최주연 사진.홍덕선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국토의 효율적인 활용 방안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뜨겁다. 우리 국민 중 다수가 도시에 거주하는 탓에, 관심의 핵심은 도시 특히 주택정책이다. 이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주택정책을 설계한 김경환 교수는 “주택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삶의 질 향상”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공간정보 역시 같은 관점에서 국토의 효율적인 활용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Q. 1988년부터 34년 동안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셨고 가장 널리 읽히는 경제학원론 교과서를 번역하셨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하시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A. 고교시절 저는 막연히 사회학을 공부하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서강대 교수이셨던 아버님께서는 경제학과 진학을 권하셨습니다. 학부에서는 사회과학 중 가장 체계화된 학문인 경제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사회학 공부를 할지 결정하면 어떻겠냐는 말씀이었습니다. 지금이나 당시나 서강대학교 경제학과의 평판이 높았고 당시에는 다른 대학들에 비해 영어교육에 앞서 있어서 유학을 가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하셨고요. 그렇게 시작한 경제학에 흥미를 느껴 경제학을 계속 공부하게 됐습니다.
사실 경제학은 인간의 행동과 현실문제를 다루는 학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제학은 딱딱하고 어렵다고들 합니다. 방법론으로 수학이나 통계를 많이 사용하는 탓도 있지만, 경제학 교육이 너무 추상적인 개념들을 강조해서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경제학원론’을 수강하고 다시는 경제학 근처에도 가지 않겠다는 학생들도 많죠. 그래서 경제학원론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맨큐의 경제학』을 번역하게 된 것도 다른 교과서에 비해 직관적인 설명과 현실 사례를 많이 제시해서 경제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Q. 교수님께서는 우리나라 도시 및 부동산경제학의 대표적인 1세대 학자이십니다. 경제학의 수많은 분야 중 도시·부동산 경제학을 전공하게 된 까닭이 무엇인지요?

A. 제가 유학을 떠난 1981년 무렵에는 도시경제학이 국내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국경제의 근대화에 관한 한국개발연구원-하버드대학교 연구 총서의 하나로 출간된 『도시화와 도시문제(E.S. Mills, 송병락 공저)』라는 책을 접하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또한 고속성장 과정에서 도시인구가 계속 늘고 여러 도시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이 분야의 지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현실적으로 경제학을 공부하는 유학생과 연구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분야를 전공하는 게 좋겠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있었던 거죠. 그래서 프린스턴 대학에서 Mills 교수님 지도하에 도시경제학을 전공했습니다. 도시경제학은 경제학의 다른 분야에서 다루지 않는 ‘공간’을 다루며 주택, 교통, 환경 등 현실에 밀착된 주제들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고 정책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Q. 도시경제학 1세대 학자로서, 교수님께서는 도시경제학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A. 도시경제학은 ‘사람들은 왜 스스로 복잡한 도시에 모여 사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사실 답은 간단해요. 흩어져 있을 때보다 모여 있을 때 이득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득을 도시경제학에서는 집적경제(集積經濟)* 라 부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나 웨딩드레스 가게 등 상점을 예로 들어볼까요? 유사한 업종이 모여 있으면 경쟁만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생산자들은 서로 가까이에 위치하면서 인력을 공유할 수 있고 동종 사업자들과의 접촉하며 배울 수도 있습니다.
잠재적 고객이 많아져서 주변의 다른 가게를 찾았던 손님이 자신의 가게에 와서 물건을 구입할 수도 있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이동 거리 내에서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면 교통, 환경, 주택 등 다양한 문제도 발생합니다. 도시경제학은 이러한 문제들을 경제학 관점에서 분석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합니다. 국민 대다수가 도시에 산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삶과 가장 맞닿아 있는 학문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집적경제(集積經濟): 특정한 산업이 특정한 공간에 모임으로써 비용이 절감되거나 판매가 잘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는 현상.

Q. 유학 시절부터 국제경험을 풍부하게 쌓으셨습니다. 이런 활동들은 교수님의 연구나 강의는 물론 대한민국의 도시·부동산 정책에도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A. 유학 중이던 1984넌 세계은행 연구원으로 잠시 일하면서 국제활동에 관심이 더 커졌습니다. 게다가 1980년대는 세계은행에서 도시연구가 활발하던 시기라 관련 연구자들도 많이 알게 되었죠. 서강대학교 교수에 임용된 후에는 안식년을 활용해 국제기구에서 일했습니다.
첫 안식년에는 케냐에 있는 UNCHS(United Nations Centre for Human Settlements, UN Habitat)에서 재정자문관으로 일하면서 유엔 해비타트 2차 총회 준비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해당 분야에 관심도 크지 않았고 기여할 여력도 없어 안타까웠죠. 하지만 3차 총회가 열릴 20년 후라면 우리나라의 국력도 커져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고 그때 다시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2016년. 대한민국 대표 단장 자격으로 3차 총회(Habitat III)에 참석했습니다. 대표 연설에서 우리나라 도시화의 경험과 도시 주택정책, 스마트시티 등을 소개하고 스마트시티 홍보활동도 했습니다. 큰 보람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아시아부동산학회 회장, 국제학술지 편집위원 등을 역임했죠. 정책 지향성이 높은 분야인 반면 전공자가 많지 않아서 저에게 기회가 많이 주어졌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경험들은 국토연구원장, 국토교통부 제1차관 시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2015년부터 2년 간 국토교통부 제1차관으로 일하셨습니다. 당시 추진 및 제안하셨던 주요 정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차관은 생각지 못했던 길입니다.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차관이 된 전례도 없었고요. 하지만 서민 주거안정과 경제 활성화라는 국정과제 실행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먼저 서민 주거안정과 관련해서는 청년과 신혼부부에 특화된 공공임대주택인 행복주택, 분양 아파트와 같은 품질로 8년 이상 임대하는 조건의 민간 임대주택인 뉴스테이 등을 실현하는 데 힘썼습니다. 특히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은 과거에도 시도했지만 잘 안 되던 정책이었는데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한 뉴스테이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소득층의 임대료 일부를 보전해주는 주거급여 제도의 개편도 의미 있는 정책이었고요.
경제활성화 부분에서는 ‘국토교통 7대 신산업’을 선정하고 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탰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국토부가 부동산 정책 주무 부처로만 알고 계시지만, 국토부는 국가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확충하는 데 기여하는 경제부처입니다. 자율주행차·드론·공간정보·해수담수화·제로에너지빌딩·스마트시티·리츠(REITs)**등 7대 신산업은 지금은 익숙해진 기술, 용어들이지만 2016년만 해도 조금은 낯선 것이었죠. 한발 앞서 이런 분야들의 육성에 착안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 국토 도시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틀을 마련하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리츠(REITs): 부동산 간접 투자 상품의 하나. 공모를 통해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은 후, 이 자금을 부동산과 부동산 관련 유가 증권에 투자한 뒤 운용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한다.

“21세기를 도시의 세기라고 합니다.
2007년에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게 되었고
2050년에는 그 비율이 68%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국민들의 절대다수가 도시에 살고 있고요.
때문에 이제는 도시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과 국민 삶의 질,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 발전 등을 좌우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도시가 성공적으로 작동하려면 좋은 일자리, 안정된 주거 환경,
양질의 기반 시설과 공공 서비스가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공간정보는 국토와 도시의 핵심 인프라입니다.
이를 책임지는 LX공사의 역할이 막중한 이유입니다.”

Q. 국토교통부 제1차관 재직 시절, ‘국토교통 7대 신산업 육성’ 중 공간정보의 중요성에 대해 특히 강조하셨습니다. 교수님께는 공간정보의 가치 및 영향력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A. 공간정보와 관련한 기고문 등에는 개인이 아닌 제1차관으로서 국토부의 정책 방향을 담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국토부에서 공간정보는 크게 주목받는 분야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공간정보는 숨어 있는 진주와 같은 신 산업”이라는 말로 그 중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현장에도 많이 가고 전문가 회의도 주재하며 관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죠. 왜냐하면 드론, 자율주행차 등 미래 신산업에 있어 공간정보는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데이터들이 공간정보와 결합될 때 완성도와 효용성이 높아지게 됐습니다. 공간정보를 매개로 여러 산업이 융합할 수 있고요. 일례로 공간정보 데이터덕분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확진자 동선 추적, 백신접종 등이 원활히 이루어졌습니다. 비대면 배달 산업 또한 공간정보를 기반으로 한층 성장했고요. 다시 말해, 공간정보는 개별 산업 분야를 뛰어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서 가치와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 전망합니다.

Q. 2015년 LX한국국토정보공사 출범 당시 “LX공사는 공간정보 대표기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로부터 7년여가 지난 지금, LX공사의 성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A. 공간정보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그 효용성을 널리 알렸다는 점을 가장 높이 평가합니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이하 LX공사) 출범 이전까지 다양한 곳에서 공간정보를 다루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공간정보=LX공사’라는 위상이 정립된 것으로 보입니다. 산학연과의 협력, 국가공간정보포털 운영, LX공간정보연구원의 성장 등 다방면에 걸친 LX공사의 노력이 성과를 냈고 그로 인해 LX공사의 영향력도 확대되었습니다. 공간정보 외에도 지적재조사 사업 등도 그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공간정보 분야에 애착을 지닌 사람으로서 저는 LX공사가 이 분야 공공기관으로서의 소명을 늘 새기기를 바랍니다. 물론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나 연구개발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공기관의 핵심가치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잘 해오셨지만 앞으로 최종 수요자인 국민들에게 더 큰 사랑을 받는 LX공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Q. 새 정부 출범 후 부동산, 스마트시티 등을 비롯한 국토의 효율적인 활용 방안 등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국민적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려면 어떤 정책 및 노력이 필요할까요?

A. 국민 삶의 질 그리고 도시 및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이나 기업의 만족도가 높아질수록 도시와 나라의 경쟁력은 커집니다. 특히 최근에는 기후변화 문제, 탄소배출 감축 나아가 탄소제로 달성이 국제 규범인 동시에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국토의 효율적인 활용 방안에도 이런 부분들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그중 주택정책은 국민 삶의 질과 가장 맞닿아 있습니다. 지난 정부 기간 중에는 집값 안정을 명분으로 도입된 과도한 규제 등으로 인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오히려 주택 가격이 급격히 올라 국민들의 고통과 불편이 컸습니다. 제가 요즘 말을 차용해 ‘낄낄빠빠(낄 데 끼고 빠질 때 빠지다)’의 자세를 강조한 이유입니다.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확실하게 하고, 할 수 없는 일이나 시장에 역행하는 정책은 최대한 자제해야 합니다. 1차적으로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만들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집이 시장을 통해 공급되고 거래될 수 있게 해야 국민들이 더 나은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으니까요. 반면 저소득층과 주거약자를 위한 주거복지 정책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저출산 문제로 인해 국가의 존망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만큼,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U-시티법을 제정하는 등 스마트시티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습니다. 그러나 스마트시티는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 보다 도시 주민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으로 만들기 위한 접근방법입니다. 또한 스마트시티를 구현하는 여러 요소들은 공간정보를 필요로 합니다. 이런 점에서 LX공사의 역할과 기여가 중요합니다.

김경환 교수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래 미국 시라큐스대학 교수를 거쳐 34년 간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2022년 8월 말에 정년을 맞았다. UNCHS(UN HABITAT) 재정자문관,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컨설턴트, 아시아 부동산학회 회장 등 다양한 국제 경험을 쌓았다. 국내에서는 건설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 한국주택학회 회장,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회장, 국토연구원장, 국토교통부 제1차관 등을 역임하며 국토 도시 분야 연구와 정책에 기여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5년간 전국 250만 호 이상 공급’, ‘청년 원가 주택 30만 호, 역세권 첫 집 주택 20만 호 공급’, ‘종부세 개편과 보유세 부담 완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적 배제’ 등 새 정부의 주택정책 공약 설계를 총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