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공간정보 로고

NASA에서 개발 중인 적외선 우주망원경 SPHEREx는 세계 최초로 전 하늘에 있는 우주의 20억여 개 천체들에 대한 분광 정보를 얻고자 전천(全天) 적외선 영상분광 탐사를 수행하는 미션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주도로 한국이 유일하게 국제협력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2024년 발사될 계획이다. 관측 영상과 각 천체들의 분광 정보를 재구성하여 우주의 3차원 공간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주의 생성이론, 은하의 형성과 진화, 지구와 같은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계 탐사 연구들에 커다란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1] 2018년에 발사된 국내에서 개발되어 운영된 적외선 영상 분광기 NISS와 국제협력으로 개발 중인 SPHERx 적외선 우주망원경 상상도 (배경그림 출처: NASA)

우주에서의 관측과 공간 측정

우주가 처음 생성된 먼 빅뱅 시기에서부터 현재 우주에 이르는 시간까지, 인간은 생성된 천체들의 공간적인 위치를 찾기 위해 다양한 천문학적 관측 방법을 적용해왔다. 천체가 위치한 공간적인 위치를 보다 정밀하게 찾기 위해서는 빛을 파장에 따라 나누어 관측할 수 있는 ‘분광’이라는 관측 기법이 적용되며, 분광을 통해 천체에서 내는 특정한 방출선을 검출하여 천체의 공간적인 위치를 측정할 수 있다.
  우주에 있는 천체를 관측하는 방법은 고전적으로 지상에서의 관측이 대부분이었지만, 현대에 이르러 우주공간에서 관측기기를 운용하는 위성이 도입되면서 우주에서의 관측도 가능해졌다. 지상 관측은 대기의 영향으로 인해 엑스레이, 자외선, 적외선 등 일부 파장영역들에서는 투과가 어렵고 대기의 요동은 광학적인 해상도를 저하시킨다. 이러한 지상에서의 한계를 벗어나 우주로 망원경을 보내 관측하는 개념은 미국 천문학자인 라이먼 스피쳐가 제안했다.
  우주망원경이 제작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였지만, 먼 우주에 있는 천체들과 별 생성 활동의 관측에 유리한 적외선 파장대의 우주망원경 관측은 적외선 검출기의 비약적인 기술 발전이 있었던 1980년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현실화됐다. 특히, 먼 우주에서의 별빛은 적색이동 효과에 의해 그 파장 길이가 길어져 관측이 된다. 따라서 우주 팽창에 의해 멀어지는 먼 우주에 있는 천체들은 주로 적외선 영역에서만 관측할 수 있는 만큼, 적외선 관측은 우주 초기 연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림 2] 빛의 파장에 따른 대기투과율(출처:NASA)
가로축은 파장, 세로축은 대기 투과율을 의미하며, 무지개로 표시괸 부분은 가시광 영역이다.

적외선 우주미션들

앞선 설명대로 적외선 관측은 과학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관측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우주망원경을 활용한 관측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적외선 관측에서 잡음으로 작용하는 열적인 복사를 피하기 위해 관측기기를 냉각시켜야 한다. 극한 우주 환경에서 망원경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지상 관측에 비해 많은 예산이 필요한 것이다.
  1983년 발사되어 처음으로 원적외선 전천 탐사를 수행한 IRAS(Infrared Astronomical Satellite, 미국의 NASA, 네덜란드의 NIVR, 영국의 SERC가 공동으로 계획한 적외선 천문 위성)를 시작으로 유럽, 미국 및 일본 등에서 적외선 우주망원경 미션들을 수행하였다. 이를 통해 지상에서는 얻을 수 없는 높은 감도의 적외선 관측 영상 혹은 분광 관측 자료들을 확보하였으며, 일부 적외선 파장대역에서는 전천 영상들을 획득하여 다양한 연구에 활용할 수 있었다.
 중 · 대형 우주망원경 프로젝트를 개발 및 운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개발 예산과 연구 인력을 확보해야 해서, 우주 미션 경험이 있는 국가들간 협력을 통해 프로젝트 예산과 인력을 절감하려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 역시 소형위성 활용과 국제협력을 통한 연구개발을 진행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적외선 관측기술들을 확보하고 새로운 관측 연구를 수행하여 왔다.
 예를 들어 미국 자외선 우주망원경 GALEX, 일본 적외선 우주망원경 AKARI 등에 참여하여 과학적 역량과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차세대 소형위성 1호 과학탑재체인 NISS(2018년 발사)에서 처음으로 심우주 탐사를 위한 ‘광시야 적외선 영상분광 우주관측기술’을 개발하고 우주에서 운영 및 성능을 검증하였다.

새로운 우주관측기술을 도입한
전천 영상분광탐사

국내에서 개발한 광시야 적외선 영상분광 관측기술은 넓은 관측 영역에 대해 적외선 영상(2차원 영상 정보)과 분광(빛의 파장에 대한 정보)을 동시에 획득하는 관측 기법이다. 일반적인 분광에는 빛을 분산시키기 위한 격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제한적인 천체들에 대한 분광 정보만을 얻을 수 있었지만, 영상분광은 협대역 필터와 같이 파장대역이 매우 좁은 필터가 순차적으로 배치되어 분광이 구현됨에 따라 광시야 영역 전체에 대한 분광 정보 획득이 가능하다.
  ([그림3] 참조) 이러한 새로운 우주관측 기법의 장점을 전 하늘 영역 탐사에 적용하여 세계 최초로 전천 적외선 영상분광 탐사를 하기 위한 미션이 2019년 NASA 중형 우주미션으로 승인된 SPHEREx(Spectro-Photometer for the History of the Universe, Epoch of Reionization, and Ices Explorer)다. 주관기관인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과 한국이 국제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3천 억 원 규모의 우주 미션이다. 한국은 기존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천문연구원 주도로 프로젝트 기획단계부터 참여하여,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NASA의 우주탐사 미션에 개발, 운영 및 과학연구 전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 측이 개발을 주도하는 극저온 진공챔버는 국내 산업체와 협력으로 개발되는데, 기존 진공챔버와는 달리 천체가 내는 빛의 파장과 비슷한 적외선 빛을 넣을 수 있게 제작되어 망원경의 광학성능을 보다 정밀하게 테스트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국내 학계 및 연구소들도 방대한 관측 자료의 처리 및 과학연구에 함께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SPHEREx는 전천 적외선 영상분광 탐사로부터 검출되는 약 20억 개 천체들에 대한 개별적인 영상과 분광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우주의 3차원 공간정보는 암흑물질을 포함한 물질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어 우주 탄생과 관련한 ‘급팽창’에 대한 물리적인 특성을 파악해 우주 생성 기원을 규명하며, 우주 역사에서 형성되어온 모든 빛들의 합인 적외선 우주배경복사로부터 은하 형성 및 진화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우리 은하와 우주에 존재하는 물, 이산화탄소 얼음 등의 분포지도는 지구와 같은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계 탐사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SPHEREx가 전 하늘 영역에 대해 영상과 분광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면서 가시광에서부터 중적외선에 이르는 넓은 파장대(0.75 ~ 5μm)를 커버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SPHEREx는 2021년부터 실제 제작 단계에 돌입하였으며, 제작이 완료되면 우주환경시험을 거쳐 2024년에 발사될 예정이다.

[그림 3] SPHEREx에서 시도하는 전천 영상분광기술 (출처: SPHEREx 홈페이지)
적외선 영상분광 관측으로 관측영역의 개별 픽셍들에 대한 분광 정보 획득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