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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회 문제가 ‘일자리’라는 화두로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며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빅 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하여 수많은 업무들이 자동화되면서 일자리에 대한 위기를 더욱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판 뉴딜’ 바람 속에 모든 산업분야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 사회변화에 따라 ‘직업(職業)’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살피는 동시에 공간정보산업 분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올바른 방향성을 모색해보자.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

문명의 발달이 우리의 삶과 사회를 압도하는 시기에는 언제나 불안과 기대가 공존한다.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일어난 산업혁명 또한 기술의 혁신과 새로운 생산 공정으로의 전환 등으로 인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인류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면직물의 수요급증으로 방적기가 발명되고 증기기관을 이용한 대량생산 체제가 섬유산업에 도입되면서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시작하였다. 철강업에서 코크스를 이용한 선철의 제련과 같은 기술발전이 이루어지면서 제철산업도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 중반부터 산업화가 시작되었다. 이후 20여 년 동안 경공업 위주에서 탈피하여 철강, 조선, 기계, 전자, 화학 등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을 펼치며 제조업을 일으켰고 수출 경쟁력에 힘입어 연평균 10% 이상에 달하는 고속성장을 이루게 되었다. 이후 전자, 조선, 반도체, 건설, 자동차 등과 같은 산업들이 집중 투자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 왔다.
 1960년대 노동집약적 산업의 발달은 저숙련 노동력의 풍부한 공급으로 인한 낮은 실업률과 높은 고용률에 힘입은 것이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중화학공업이 발전하면서 숙련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고, 1980년대 말 이후는 IT와 통신 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발전하면서 숙련 기술 인력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하던 시기였다. 당시는 교육과 경험 등 개인의 능력에 따라 임금격차가 확대되며 불평등 문제 등이 불거지기 시작한 시기였지만 꾸준히 고용이 확대되었다.

서비스업 성장의 빛과 그림자

2000년대 들어 1 · 2차 산업이 감소하고 서비스업이 성장하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분야의 고용이 크게 증가되면서 산업구조가 서비스업 위주로 재편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별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게 되어 일자리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었다. 더구나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실업률이 급등하고 제조업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실직을 하며 생계형 창업에 나섰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율이 높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일자리 문제 극복을 위하여 역대정부는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일자리 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근본적 · 구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자리 문제는 정부나 기업, 학교 등 특정 주체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 일자리에 앞서 일거리를 만드는데 정책의 우선과제를 두어야 한다. 일거리도 없는데 일자리를 만드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일하는 방법과 생활양식이 달라지고 개인의 역할과 선택이 중요해질 것이다. "

‘자리’보다 ‘전문성’에 초점 맞춰야

일자리는 ‘일+자리’이다. ‘일’은 목적이고 ‘자리’는 일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다시 말해, 직(職)은 수단이고 업(業)이 목적이다. 지금까지 일자리 정책은 자리를 만드는데 중점을 두어 왔다.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정책이다. 자리가 우선이고 일을 만드는 것은 뒷전인 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이다. 일을 만들면 당연히 자리는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만들어진다.
 즉, 일자리에 앞서 일거리를 만드는데 정책의 우선과제를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일거리도 없는데 일자리를 만드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일하는 방법과 생활양식이 달라지고 개인의 역할과 선택이 중요해질 것이다. 개인이 수용해야 하는 정보의 양과 질이 확장되고 사고와 행동의 범위도 달라지며,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초월하는 과정에서 ‘워라밸’이 보편화되고 개인의 존엄성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된다.
 그리고, 미래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프리랜서가 오히려 대접받는 세상이 될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보다는 전문성에 기반을 두며 독립적인 일거리 중심으로 고용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은 비전문 · 비숙련의 저임금 인력이 될 것이고 창의적인 전문적일수록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며 고임금의 일거리를 맡는 사람들이 될 것이다.

제조업을 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함께 고민할 때

또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업을 더 전문화하고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직업사전에 의하면 1969년 우리나라 직업 수는 3,260개에서 2019년에 16,891개로 증가를 했지만 사회의 변화와 발전 속도에 비하면 낮은 증가율이다. 이는 일본의 약 28,000여 개, 미국의 약 34,000여 개 등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도 직업에 대한 전문화와 세분화 정도가 낮은 수준이다.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 루비콘 제과의 CEO 릭 오브리가 언급한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을 위하여 빵을 판다’는 말도 제과업이 없었다면 공허한 말에 그쳤을 것이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에서 비롯된 4차 산업혁명도 최신 기술을 활용하여 공장이 최적화와 조직화, 그리고 지능화를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제조업을 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업(業)부터 다시 일으켜야 한다. 누구도 가보지 못한 미래지만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예측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모든 일자리는 자리(職)가 먼저가 아니라 일을 만들면서 생겨났다는 역사적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지속가능성이 높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자리’보다는 ‘일거리’, 즉, 직(職) 보다는 업(業)을 활성화시키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 한국직업사전에 의하면 1969년 우리나라 직업 수는 3,260개에서 2019년에 16,891개로 증가를 했지만 사회의 변화와 발전 속도에 비하면 낮은 증가율이다.일본의 약 28,000여개, 미국의 약 34,000여 개 등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도 직업에 대한 전문화와 세분화 정도가 낮은 수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