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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서비스의 인구이동 데이터는 국내의 모든 읍 · 면 · 동별 전입신고 내역을 담고 있다. 이러한 OD(Origin-Destination) 데이터는 지도 위에 선으로 표현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경우의 수가 매우 많고, 떨어진 지역보다 바로 인접한 지역 간의 이동량이 많기 때문이다.
  한 장의 지도에서 인구 이동이 담고 있는 모든 내용을 표현할 수는 없다. 여기 4장의 지도에서는 연령과 관계된 시 · 군 ·구간 인구의 순이동을 보여주고자 했다. 순이동 인구 중 40세 미만이 우세하면 푸른색 선으로, 40세 이상이 우세하면 붉은색 선으로 그렸다. 선의 굵기는 순이동량에 비례한다. 2001년과 2020년을 비교함으로써 20년 사이에 달라진 인구 이동의 양상을 관찰할 수 있다.

2001년

20년 전에는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고 있었지만, 동시에 지방 중소도시로도 40세 미만의 젊은 인구들이 많이 이주해갔다. 지방의 인구 감소가 이미 시작되고 있었는데, 지방교부세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 지방에서는 12월에 서류상으로 수도권 인구를 전입시키고 이듬해 1월에 다시 원래 지역으로 전출시키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했다. 이 그림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그 흔적들을 관찰할 수 있다.

시 · 군 · 구간 인구 순이동 전국

2001년, 200명 이상만 표현

시 · 군 · 구간 인구 순이동(2020년) 시 · 군 · 구간2020년에는 대도시와 아파트가 신축된 중소도시들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40세 이상의 인구 위주로 이주가일어났다. 연령 측면에서 2001년의 양상과는 매우 대조적이며 지방의 고령화가 점차 가속화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0년

수도권 북부에서 대전 일부 지역까지의 인구 순이동 중 200명 이상만 표현하여 가느다란 선들을 제거했다. 젊은층의 인구가 신도시 등 아파트가 대량으로 건설된 지역으로 이주했던 현상을 볼 수 있다.

시 · 군 · 구간 인구 순이동 전국

2020년, 200명 이상만 표현

2020년에는 수도권에서도, 그리고 서울 안에서도 북동부 등 일부 지역에 고령 인구가 편중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서울 강동구와 경기도 하남시에는 젊은 인구가 집중되었으며, 동남권의 고령자층은 경기도 광주시로 이주했다.

김승범(Seungbum Kim) 대표

도시 데이터 시각화와 분석을 주로 하는 브이더블유엘(VWL Inc.)을 운영하고 있다. 대용량 공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산하여 시각화하는 기술을 사용하여 차량의 GPS나 휴대폰 위치 데이터 등을 지도 위에 표현한다. 숫자로 환원되어 남아있는 데이터로 사람과 도시가 걸어온 발자취와 현재를 그림으로 복원해보며, 사람과 도시 공간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고 있는지 관찰하는 일을 즐긴다.

Q. 데이터시각화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처음에는 건축 일을 주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건물별 용적율이나 산포도 등을 지도 위에 표현해보게 되었는데요. 작업들을 진행하면서 어떻게 하면 좀더 쉽게 나타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고, 결국 독학으로 데이터시각화에 대해 공부하게 됐습니다. 2013년부터 대량의 공공데이터가 개방되기 시작한 것도 큰 몫을 했습니다. 이전까지 특정 기관에 소속된 사람들만 접할 수 있던 데이터들을 저 같은 일반인들도 취득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했던 작업 중, 식당 분포도를 지도에 뿌려보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데요. 직장인이 많은 지역에는 한식집이 많고, 20대 젊은이들이 많은 지역에는 카페 등이 많았습니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알 수 있는 부분일 수 있지만, 10가지 종류의 음식점들을 서로 다른 색상으로 표현해보는 과정이 흥미진진했습니다. 결국 개인적으로 하던 작업들이 확장되면서 2016년 데이터시각화 회사를 만들게 됐습니다.

Q. 대표님께서는 데이터시각화 작업이 ‘그래픽 등 아트는 아니다’라고 하셨습니다. 둘 사이의 차이점을 데이터시각화의 관점에서 설명해 주세요.

A.데이터시각화는 개인의 경험이나 감정이 아닌 정보의 의도와 가치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사람이 보든 같은 정보를 취득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다만 그 과정에서 표현에 대해서는 늘 고민을 하게 됩니다. 예술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원색보다는 파스텔톤으로, 차이가 극명한 색상들보다는 비슷한 계열의 색상을 쓰면 보기에는 좋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각적인 것에만 치중하면 중요한 정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Q. 데이터시각화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A.데이터시각화는 첫째 데이터 탐색, 둘째 데이터 검증 및 연구, 셋째 프레젠테이션 등 세 가지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시각화 부분만 요구하는 수요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별도의 비용까지 들여 데이터시각화를 의뢰하는 분들도 적고 그로 인해 데이터시각화만을 본격적으로 하는 분들도 많지 않습니다. 저 역시 여력이 된다면 프레젠테이션용 작업보다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탐색 툴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야만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데이터 탐색 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A.데이터의 종류가 다양하고 크기가 클수록, 그 사이의 상관성을 파악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파이썬 등의 프로그램에 데이터를 넣어 그래프를 그려보곤 하죠. 하지만 현재 프로그램들은 대용량 데이터를 빠른 시간에 탐색해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연구자들이 데이터시각화를 일일이 공부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요. 데이터사회로의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몇 년 안에 대용량 데이터를 빠른 시간 안에 다룰 수 있는 툴이 필요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는 복잡하고 클수록 많은 가치를 갖고 있으니, 그 가치를 빠르고 정확하게 추출한다면 연구자들은 물론 모두의 일상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Q. 앞으로 공간정보와 관련한 다양한 데이터들이 폭발적으로 생산되리라 예상됩니다. 데이터를 다루는 입장에서 공간정보는 무엇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부동산 실거래가 데이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항공기 운행 감소 제가 했던 작업들 중 다수는 공간정보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공간정보 산업’의 테두리에 속한 전문가는 아니기에 ‘지향’에 대해 말씀 드리기 조심스럽기는 한데요. 제가 데이터시각화 탐색 툴을 통해 누구나 유의미한 데이터를 쉽게 추출하게 되기를 바라듯이 공간정보 역시 전문가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직접 다루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일례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보건학 전문가들이 공간정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었다면 더 적극적으로 팬데믹에 대응하게 되지 않았을까요? 같은 맥락에서 공간정보가 다양한 전문 분야와 융복합한다면 각각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